저녁,
오늘도 어김없이 준비한 샐러드를 먹고 와이프와 함께 망원동을 걸었다.
맨 왼쪽은 Eat at Michael 이란 업장.
https://www.instagram.com/eatatmichael/
엇... 여기 예전에 '소쿠리'라는 업장 이름이었는데 지금 바뀐 듯.
이제 막 오픈한 또다른 카페 오프넨 Offnen
아직 인스타계정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번엔 비전스트롤, 녹턴5 그 뒷쪽 골목을 한 번 걸어봤다.
대체로 망원동을 즐기는 분들은 그 뒷쪽 길들은 많이 가는 것 같지 않고,
그곳의 업장들에 대해 소개된 글들도 별로 본 기억이 없다.
그래도 이 집은 꽤 여러번 피드에 올라온 걸 봤다.
망원동 베이컨트 Vacant
https://www.instagram.com/shop_vacant/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사실상 샵.
조명과 체스카 Cesca 의자도 판매한다.
개인적으로 체스카 의자를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모델은 B32던가?
암튼... 마르셀 브루어의 디자인.
양산은 THONET에서 하고 있을텐데.
다른 곳에서도 나오던가?
타임리스 디자인이라는거,
말이 쉽지 그 저간에 깊은 철학과 시대적 통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얘기.
이곳도 흥미로웠다.
에르모디아
https://www.instagram.com/h.ermodia/
https://smartstore.naver.com/hermodia
네이버스토어에서 판매 중.
수공예로 제작되는 모칠라백.
쇼룸도 작지만 예쁘다.
동네의 작은 술집.
망원로 건너의 이 동네는 훨씬 한적하구나.
다시 쇼룸으로 돌아옴.
돌아오다가 또... 이 앞을 지나감.
망원동 오락실.
그런데 엄청 조용하네.
사람은 늘 많은데 이 부근에서 소란스러움을 느낄 수 없어.
어제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다은쌤 말로는 이곳의 사장인 장우혁씨가 이곳을 즐기면서 지켜주길 바라는 당부사항 중에 소란스럽지 않을 것... 뭐 이런 것도 있다고.
난 맘에 들어.ㅎㅎㅎ
이날 우리가 들어가본 곳은 두 군데.
한 군데도 맘에 들었지만 구경만 하고 나왔기 때문에 죄송해서 사진은 아예 찍지 않았다.
다시 가게 되면 그때 사진찍어서 올려봐야지.
그리고,
이곳, 망원동 가죽공방 웨스트 캐빈 WEST CABIN
https://www.instagram.com/cabin_leather/
망원동에서도 한적한 이곳에 위치.
유독 눈에 들어온 업장이 웨스트 WEST @cabin_leather 였다.
늦은 저녁이었음에도 작업에 열중하시던 사장님.
그래서 들어가볼까말까 방해되진 않을까 머뭇거렸지만 정말 환히 웃으시며 맞이해주셨다.
벽면에 작업되어있던 바이크 레더백이 정말... 진짜 멋있었는데 정작 내가 끌렸던 건 트래블백 Travel Bag이었다.
사장님의 인스타를 보니까 바이크 레더 백 leather bags for biker 만 취급하는 것으로 오해하실 수 있겠지만,
아주 고급스럽고 멋스러운 Travel Bag도, 주문제작도 다 하신다.
가격도 대단히 합리적이었고.
저 맨 아래 보이는 백이 바로 보스톤 백인데...
화각이 나오지 않아 제대로 찍지 못했다.
그래도 어떻게 찍을 수 있었을텐데 사장님과 얘기하면서 딴 생각하다가 못찍었음.
가방 하나하나에서 사장님의 내공이 느껴진다.
여쭈어보니 이곳으로 이사온지 2~3개월 정도 되었고 그 전에는 홍대쪽에 계셨다고.
밀려밀려 여기까지 오셨다고 말씀하시는데... 내겐 이곳의 가방들이 아주 근사하게 보였다.
가죽 가방을 만들어 선보이는 곳들 참 많다.
시간되신다면 WEST 도 한 번 들러보시길.
+
망원동엔 참 많은 업장들이 있다.
골목골목마다 업장들이 들어서있고,
어딘가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어딘가는 한산해보인다.
유퀴즈온더블록 이번 화에서 성수동의 구두공방 사장님들 두 분이 나오셨다.
열심히 열심히, 쉬는 날도 없이 미래를 기약하며 일했지만 마진은 점점 줄어들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왔다고 하셨다.
마음이 쓰렸다.
열심히 한다고 다 보상받고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니란 것 쯤 이제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왜 점점 더 힘들고 가난해지는지,
왜 세상이 능력있는 자들만이 보상을 누릴 수 있는지, 도대체 이게 왜 당연하게 여겨져야하는지 의아하다.
(물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있다)
이렇게 말하면 나이 오십 먹을 때까지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같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
그런데, 누가 정한걸까? 그런 당위나 명제같은 건.
최소한 열심히 노동한 이들이 최소한의 삶을 누릴 기회 정도는 부여되야하는게 맞지.
우리가 태어난 것이 자본가와 기득권이 수세기에 걸쳐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적응되기 위해서인가?
한가지 더.
그나마 지금은 능력만 있다고 충분한 보상을 누릴 수 있는 세상도 아니지.
이미 능력만으로는 벅찬 세상이 된 지 오래지.
망원동 골목골목을 걸으면서,
나의 행복이 누군가의 불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아니라,
나의 행복이 누군가와 더불어 사는 행복이 되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씁쓸하다.
난 그게 이제 더이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해버린지 오래니까.
그러니까 이건 아주 오래된, 낡고 색바랜 추억의 책받침같은거.
더 쓸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버리기도 힘든.
덧붙여 말하지만,
열심히만 살면 다 행복해져야한다는 소리 절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