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빈둥거리며 집에서 뒹굴다가 4시가 조금 안되어 어머님, 민성이까지 다 함께 민성이 여름 티셔츠와 트레이닝 웨어를 사기 위해 나왔다.
맘에 드는 옷들을 잘 고르고, 어제 저녁을 먹기로 예약한 이태원의 인스턴트 펑크(Instant Funk)로 향했다.
인스턴트 펑크...
이태원 용산구청쪽에, 브런치 가게인 런던티 바로 인근에 오픈한 이 이탈리언 레스토랑은 

바로 우리가 너무나... 사랑해마지 않았던 홍대 '라꼼마'의 오너쉐프이셨던 박찬일 쉐프님이 쉐프로 오신 곳이다.
한달 정도의 가오픈 기간 끝에 최근 정식 오픈하였고 라꼼마 시절부터 왕팬이었던 우리도 기쁜 마음으로 달려 갔다.
우리뿐이 아니라도 뚜또 베네 시절부터 박찬일 쉐프님 팬들이야 워낙 많으니 이번 인스턴트 펑크, 

그야말로 대박이 나서 진솔한 음식들이 주는 잔잔한 감동을 많은 분들이 경험하길 바랄 뿐이다.





인스턴트 펑크.
1~2층. 3층이 주방.









인스턴트 펑크를 오면서 우리만큼이나 기뻐하기는 민성이도 마찬가지였다.









내부의 분위기가 라꼼마와 매우 달라서 라꼼마의 온화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원한 분들은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의 선입견때문인지 전혀... 불편하다는 느낌이 없다.









손님은 이미 꽉... 차 있었고.









라꼼마를 사랑해마지 않으셨던 어머님께서도 무척 기대가 많으신 듯.









대로변에 위치해있지만 보시다시피...









맞은 편으로 초록 나무들이 있어서인지 황량하게 느껴지지 않고, 시야가 시원하다.









메뉴. 에피타이저.









파스타와 뇨끼.









우리의 주문은...

에피타이저로는
먹물소스 깔라마리 그릴 ... 18,000원 (모두 부가세 포함 가격)
누룽지 프라이드치킨 160g 이상 ... 16,000원 
파스타로는
어머님, 민성이가 '훈제고등어 파스타' ... 22,000원/1인
aipharos님이 '가지튀김 토마토소스 파스타' ... 18,000원
나는 '참치 칸넬로니 (Cannelloni. tomato. mozzarella. tuna)' ... 19,000원

이렇게 주문...
그런데... 아래 사진을 보시다보면 알겠지만 우리가 먹은건 이에 그치지 않았다는거.-_-;;;









와인이 등장한다.
이전에 민성이가 박찬일 쉐프님 볼 수 있을 줄 알고 기대했는데 2층에 계시지 않아 조금 서운했나본데 마침... 박찬일 쉐프님께서 2층으로 올라오셨고, 

우리 가족을 보자마자 너무 반갑게 인사를 하시더니 '민성이 정말 많이 컸구나'라며 반겨주셨다.
단순하게 그냥 던지는 말씀도 아니었고, 민성이는 많이 컸지만 어렸을 때의 귀여운 얼굴이 그대로 남아있다며 

갑작스레 라꼼마를 폐업하고 연락도 못드려 죄송하다고까지 말씀해주시더라. 당시 매니저분께서 우리 연락처를 알고 계셔서 안그래도 연락을 한번 드릴려고 했다고 하시면서.
말씀이라도 정말 감사했다.
대단한 단골도 아니었는데...
사실 우리에겐 박찬일 쉐프님의 음식을 다시 맛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인데 말이지.
이렇게 말씀을 나누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셨는데 매니저분께서 페르낭 데 로랑 삐요 (Fernand de Laurent Pillot)의 볼네 2006 (Volnay) 부르고뉴 와인을 내주셨다.









그런데 이 레드와인.
정말... 섬세하고 목넘김이 너무 부드럽다.
우아한 레즈베리.
한모금만 마셔도 뻘겋게 달아오르는 체질때문에 몇모금 마시지 못한게 한스럽다.-_-;;;
그래도 민성이가 두번 글래스를 비웠으니 뭐.-_-;;; 어머님도, aipharos님도 모두.
아무튼 한병을 다 비웠다.









먹물소스 깔라마리 그릴.
오징어 요리.
불맛이 살짝 나면서 쫄깃하고도 부드러운 저 놀라운 식감.
게다가 진한 먹물소스와 드라이드 토마토의 조화.
정말... 완벽하더라. 완벽해.









내가 주문한 '참치 칸넬로니'.
느끼해야할 법한 이 음식이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는게 신기하다.
모짜렐라 치즈에 참치소를 넣고 넘치지 않을만큼 토마토 소스를 이용해낸 음식.
진짜... 맛의 밸런스가 기가막히다.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다.









어머님과 민성이의 '훈제고등어 파스타'
고등어 파스타야말로 라꼼마의 시그니처 메뉴이다시피했는데 이곳에도 고등어 파스타가 있다.
가오픈 기간엔 없었던 메뉴인데 오픈하면서 정식 메뉴가 되었다.
이쯤 되니 박찬일 쉐프님께서 다시 테이블로 오셔서 고등어가 아직 좋게 올라오지 않았다고 하시더라.
but... 어머님과 민성이 말로는 라꼼마 시절의 그 흡족한 '고등어파스타'보다 분명 더 업그레이드되었다고.
내가 맛을 봐도 그렇더라.
그리고 신기한 것은 파스타 면발의 저 놀라운 탄력이다. 건면인데 어찌 저렇게...???









aipharos님의 '가지튀김 토마토 소스 파스타'.
어후... 정말...
가지튀김과 수란이 함께 나온다.
토마토 소스 베이스지만 기본적으로 라구 소스다. 
라구 소스가 분명 진하지만 뻑뻑한 느낌이 없다.
어찌보면 오늘의 베스트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파스타 먹기 전 주문해서 늦게 나온 '누릉지프라이드 치킨'.
원 세상에...
처음엔 껍질이 워낙 바삭한 탓에 생경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 생경함은 이내 놀라움으로 바뀐다.
사용된 닭고기 육질의 레벨도 범접 불가.









정말... 자알~~~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우린 자리를 일어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아직도 나올 음식이 있었기 때문.









서비스로 내주신 '돼지삼겹살'
아... 정말...
적당히 기름지고 부드러우면서도 도도한 식감의 느낌까지 자랑하던 음식.
콘소스등과의 조화 역시 좋더라. 
이쯤만 되어도 완전 감동인데...
다 먹어가니 갑자기 다시 박찬일 쉐프님이 직접 플레이트를 하나 들고 우리 테이블로 또 오신다.









돼지 볼살(뽈살) 스테이크.
볼살 스테이크는 이날의 베스트라고 감히 말하겠다.
돼지 볼살을 이용한 이 스테이크는 써는 느낌도 그간 우리가 삼겹살의 형태로 마주하던 일반적인 돼지고기의 느낌과 너무나 다르다. 
등심의 느낌에 오히려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리 역시 소고기처럼 절대로 바싹 굽지 않아 육즙이 흘렀다.
소금으로 기가막히게 잘 맞춰진 간도 완벽하고.
진심으로 맛있다.









민성이와의 사진을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응해주셔서 한 컷.
민성이도 워낙 좋아하는 쉐프님이라 좋아라 찍는다









갑자기 포즈를 취해주셔서 민성이도 같이.ㅋ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충대충 포즈취하고 찍어주시는 법이 없다.









요근래...
민성이는 함께 외식해도 예전같지 않게 전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우리 네식구를 통털어 가장 많이 잘 먹은 사람이 민성이일 정도로 민성이는 이곳의 음식을 즐기며 먹었다.
민성이 말로도 정말 너무나 맛있었다고.









라꼼마보다 더욱 풍성해진 음식에 감탄하고,

무엇보다...
라꼼마 폐업 이후 음식점 공황 상태에 빠졌던 우리에게 라꼼마처럼 분명한 모범답안을 전해주는 박찬일 쉐프의 음식을 다시 맛볼 수 있게 되었다는게 너무나 행복하다.

진짜!
맛있게 먹었습니다.


*
인스턴트 펑크 (Instant Funk)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34-105 
Tel.070.8711.6444
발렛주차 가능 (발렛비 없음!)
휴무일은 모름. 월요일이 휴무인지 모르니 확인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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