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cific Rim/퍼시픽 림]

directed by 기예르모 델 토로 ()

2013 / 131min / US


일산 CGV 아이맥스(IMAX) 3D로 관람.
비록...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이맥스가 이른바 변태크롭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조금이라도 더 큰 스크린으로 보기를 권한다.
어릴 때부터 특촬물이나 로봇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래야만 거대한 예거의 덩어리가 확실하게 느껴지는 무게감이 제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거대한 크기의 로봇(예거)들이 관절과 관절을 움직이며 거대한 동선을 그리며 움직이는 모습. 
다분히 일본 특촬물에서 자주 봤을 법한 괴수들과 예거가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 덩어리와 덩어리의 격렬한 충돌을 조금이라도 더 느낄 수 있는 큰 화면이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울트라맨, 아이젠버그... 우린 어려서부터 수많은 괴수 특촬물을 보고 커왔다.

특촬물이나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이들에게 [퍼시픽 림]은 매우 익숙한 이야기와 이야기 구조를 들려준다.
심해에서 차원 이동을 통해 등장하는 외계 괴수들(카이주). 
외계 괴수들에 대해 거대한 로봇을 만들어 반격하는 인간들, 에반겔리온의 파일럿들과 비슷한 LCL 용액의 이용, 
에반겔리온에서는 에바와의 싱크로가 관건이었다면, 
퍼시픽 림에선 서로 다른 기억을 갖고, 앞으로도 다른 기억을 만들어나갈 다른 두 사람간의 싱크로(이른바 드리프트) 등등, 
대부분 우리가 접해봤던 소재와 이야기들을 차용하거나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익숙한 소재의 영리한 변주에 비해 내용은 의아할 정도로 예측 가능하고, 단순한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야기가 허술해서 몰입도를 방해할 수준은 결코 아니고.
영화 자체가 일종의 오덕 오마쥬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당연히 영화의 중심은 철저히 예거와 카이주의 물리적인 대결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그 구현 방식 역시 적당히 흉내낼 생각같은건 애당초 없었던게 분명하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락물과 작가주의적 완성도를 모두 지향할 줄 알고, 액션은 물론이고 고약한 호러 구조까지 다 끌어안을 줄 아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이니 적정선 이상의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는게 가능했고.

감독의 작심이 어설픈 것과 거리가 머니까 25m가 넘는 거대한 예거들의 움직임은 트랜스포머의 말랑거리는 움직임과는 차원이 다른 리얼리티를 획득하게 된다.
주먹 한 방을 휘두르더라도 충분한 동선과 거대한 속도감, 자칫 느릿느릿하게 보일 수 있지만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전율의 파워를 스크린에서 맞부딪히는 예거와 카이주의 모습만으로 충분히 느낄 수가 있다.
이러한 장면들은 사뭇 경이롭기까지하며 감동적이기까지 하더라.
어떻게보면 많은 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상상이나 해봤음직한 영화를 거대한 자본과 기술을 이용해 결국 구현해냈다는 사실이 말이다.



*
러닝타임도 적절하다고 생각은 되었으나 그러기엔 나머지 예거들이 너무 소모적으로 그려진 것 같아 아쉬운 느낌이 든다.


**
캐릭터가 상당히 단순하고 직선적이다.
그 덕분에 주인공이 고민도 적고, 결단도 빠르다.
뭐... 사실 이건 이런 오락물에선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지나치게 스토리를 단순화한 것 같아 아쉬움이 들긴 한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의 결말을 그려볼 수 있을 정도.


***
이상하게 CGV IMAX 3D의 자막 위치가 너무 낮게 정렬되어있어 앞자리에 무척 큰 사람이 앉아 있으면 자막이 가려진다는 문제가 있더라. 
나만 느낀게 아닌 것 같다. 문제가 있는 듯.


****
델 토로의 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영화를 꼽으라면 다들 [판의 미로/El laberinto del fauno]나 [헬보이/Hellboy II: The Golden Army]를 말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의 초기작인 [악마의 등뼈/El espinazo del diablo]를 혹시 못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챙겨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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