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점검 문제로 잠시 자리를 비우셨다는 사장님이 오셨다길래 장욱진 고택을 보고 다시 방문. 정말... 말하는 걸 좋아하시는 육순이 넘은 사장님. 대학원까지 나온 아들이 고민 끝에 가업을 잇기로 했단다. 파주에서 용인은 거의 80km... 이곳을 소개해준 지인에게 감사. 사장님의 고집만큼이나 완성도가 있다.
장욱진 고택에서 가져온 대추차를 좋아하실 것 같아 드렸더니 역시나 엄청 좋아하시더라. 이런 대추차를 어디서 가져왔느냐고 놀라시더라는. 덕분에 대화가 훨씬 자연스럽고 편해졌다. 귓머리가 눌려져있어 '혹시 젊었을 때 운동하셨어요?'라고 여쭤보니 레슬링을 하셨단다. 전국체전 입상도 하실 정도로 열심히 하셨다고. 그걸 알아봤다고 좋아하시면서 그당시 얘기를 주욱...ㅎㅎㅎ 어르신 말씀, 재밌게 들었다.
공장 한가운데 견공. 줄에 묶여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어찌나 예쁘던지. 아기 고양이 두마리는 마냥 돌아다니던데... 견공이 묶여있는 이유는 작업 중에 워낙 활기차게 돌아다녀서 위험해서이기도 하고... 다른 하나는 그 아기 고양이 두마리를 쥐잡듯 쫓아다니기 때문이라고. 그렇더라도... 안쓰럽다. 묶여있는 모습이.
용인에 괜찮은 철제공장이 있다는 소식을 지인으로부터 전해 듣고 오전에 회사를 나왔다. 집에 들러 점심을 먹고 와이프와 함께 용인으로. 전화를 드리고 방문한 것인데... 사장님께서 차량점검때문에 30~40분 정도 자리를 비우셨다고하길래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기 싫어 전부터 한번 들르고 싶었던 장욱진 선생님의 고택을 방문했다. 철제공장으로부터 10km 정도 떨어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군에 위치.
사실... 뭔가 호젓한 곳에 위치해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는데 왠걸... 그냥 도심 한복판에 있더라.
도착. 양주의 장욱진 미술관을 정말 좋아하는 우리는 장욱진 고택도 꼭... 들러봐야지 마음먹고 있었다. 이곳은 이른바 장욱진 선생님의 덕소 -> 명륜동 -> 수안보 시절을 거쳐 정착한 곳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거처하셨던 곳이다. 1986년~1990년...이니 그렇게까지 오래된 일도 아니다.
도슨트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온갖 문화 지원이 떨어져나가는 요즘 이렇게 고택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만도 감사할 일이다. 최순우 옛집 (http://www.aipharos.com/633038)이나 한용운 선생님의 유택 (http://www.aipharos.com/633043)등을 봐도 역사를 온전히 보전한다는 것이 후손들에게 얼마나 많은 부담이 되는지 알 수 있으니... 정부나 지자체가 엉뚱한 토건사업에 헛짓 안하고 알뜰하게만 재정지출을 계획해도 이런 문화유산들이 온전히 후손들 책임으로 떠념겨지는 일은 덜할 것 같다.
누구나 다 바쁘게 일하지만, 그럭저럭 여유있게 일하던 나도 요즘 무척... 피로감을 느낀다. 한 회사의 일을 더 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상당히 압박감을 받는 것도 있지만
페이스북, 뉴스를 보기 힘들 정도로 날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황폐화하는 소식들이 너무 많다. 나뿐만이 아닌 많은 분들이 반복되는 비상식과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간에 대한 존엄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울 것 같다. 이런 시대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갈 수 있다는게 오히려 어색한 일이지.
세상을 다 삼켜버릴 듯한 엄청난 기세의 장대비가 내린 오늘, 지인 아버님 장례식이 있어 일찍 나왔다. 집에 와서 와이프를 데리고 일산 을밀대에 들러 식사를 하고, 을밀대에서 고작 600m 떨어진 일산 백병원 장례식장에 들른 후, 도대체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한산한 원마운트에 들렀다. 이렇게 보통의 저녁을 평일에 오랜만에 만끽하니 해방감마저 든다.
오늘은 줄을 서지 않았다.
강풀 작가의 무빙이 오늘 업데이트됐다. 열심히 보고 있는 와이프. 난... 이번 화는 너무 아팠다. 다가올 결말의 무거운 기운이 본격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 다시 볼 생각을 못하겠다.
오늘도 평양냉면. 이곳 비빔냉면이 궁금했는데... 얼마전 다녀오신 어머님께서 비빔냉면은 그닥 만족스럽지 않다고 하셔서 일단 오늘은 패스.
오늘... 샤워하면서 생각해보니(ㅎ) 패션업계에서 시작된 이 '패스트 패션'이라는 말도 사실 하나의 프레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통적 의미에서의 소비 행위는 내가 필요로 하는 재화에 대한 응분의 가치를 제공하고 소유,획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구매를 결정하는 여러가지 요인 중에는 내게 필요한 것인가, 가격은 합리적인가등의 요인도 있지만, 이 재화의 품질이 만족스러운가의 문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다양한 전자 제품을 구입하게 되더라도 마감, 소재, 내구성등의 품질을 재화 가치의 분명한 한 요소로 생각하고 구매를 결정한다. 하물며 몸에 걸치는 옷은 더더욱 소재의 품질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예전 우리나라 수트업체의 광고 카피가 '1년을 입어도 10년 입은 듯한 옷, 10년을 입어도 1년을 입은 듯한 옷'이었을까. (물론 이 카피는 단순히 소재의 우수함만을 내세운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 '패스트 패션'이라는 말은 이런 전통적 소비 행위 기준과 다소 다른 프레임이 짜여지도록 규정한다.
소비자의 구매 가치의 기준이 되는 '품질'에 대한 부분을 사실상 거세해주는 프레임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거지.
패스트 패션의 특징은 값이 저렴하고 신상품이 출시되는 주기가 일반적인 의류에 비해 매우 빈번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보세의류'라고 말하던 저가의류와 달리 패스트 패션은 보세의류에 필적할만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SS, FW시즌으로 알려져있는 신상품의 출시 주기를 7~10일 간격으로 밀어내는 방식과 거대하고 트랜디한 매장을 갖춤으로 보세의류가 지닌
'싸구려'의 이미지 대신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한 트랜디 의류' 이미지를 입었다. 그러니까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구입하는 이들은 보세상품등의 이미지인 '저가 의류'를 입는게 아니라 '트랜드'를 입는다는것.
문제는... 단순히 저렴하고 다양하면서도 트랜디한 옷을 구매할 수 있어도 소비자들은 결국 옷의 '품질' 역시 따지게 되는 법인데
아마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옷을 구입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품질의 관점에서는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옷을 이야기할 때 많은 이들이 품질에 대해 크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혹은 이야기하더라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거지. 국내에 상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많은 이들이 이 옷들의 품질에 대해 왈가왈부했었다. 물론 지금도 패스트 패션 브랜드 상품 중에서도 어떤 브랜드의 옷이 더 소재의 품질이 좋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패스트 패션을 구입하면서 그 트랜디한 속성에만 집중하지 의류 소재의 품질에 대해선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싸고 예쁜 옷, 한 시즌 입고 버려도 부담이 없는 옷이니 그것으로 이 옷들의 가치를 다했다고 생각하는거지.
그러니까, 글로벌 패션 S.P.A. 기업들의 제품에 '패스트 패션'이라는 말을 통해 이들 제품의 성격을 소비자 중심이 아닌 생산/공급자 중심으로 규정하여
의류 소비자들이 전통적으로 중시하던 '옷의 품질'이라는 측면을 아주 자연스럽게 거세하도록 해주는 프레임을 짜준 것이 아니냐는거다. 옷을 시장에 내다팔 때 '적정한 수준이 못되는 소재의 품질'은 상당히 신경쓰이는 부분이었을거다. 하지만 '패스트 패션'은 싸고 미친듯 다양한 상품을 트랜디한 매장에서 풀어내니 한 시즌 입고 버려도 무방한 옷이야...라는 프레임만 잘 짜주면
옷의 품질을 관리하는 부분에 대한 부담은 크게 줄어들테니.
문득... 샤워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어 그냥 정리해봤다.ㅎ 아직도 정리가 잘 안되었는지 별것도 아닌 얘기를 참 길게도 썼네...
먹방이 넘쳐나면서 집밥 음식은 물론 외식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TV에서 뵐 수 있는 셰프들의 음식점은 예약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람이 몰리기도 한다니... 외식을 즐기는 이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것은 미식 문화의 저변 확대에 많은 도움이 된다. 배달 음식과는 분명히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는 음식점들은 미식 문화 저변 확대에 따라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기도 하고. 그런데 가끔... 정말 우리가 그만큼 음식을 소비하는 것에 관심이 높아진 만큼, 문화도 걸맞게 성장하고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상대적으로 업장의 규모가 작지만 주방장의 창의력이 중심이 되는 음식점의 경우 대부분 전화예약을 받는다. 전화예약을 받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의 손님이 찾아올지 예측한 뒤 전날, 또는 당일 오전 식자재를 구해 준비하는 경우가 많지. (육류는 미리 구입해서 숙성을... 뭐 이런 얘기는 하지 않기로 함) 그런데 아무 연락도 없이 손님들이 오지 않으면 도대체 그 식재료는 어찌해야할까?
이렇게 예약해놓고 당일에 아무 연락이 없이 오지 않는 경우를 '노쇼 (No-Show)'라고 부른다. 식재료의 신선함이 강조되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음식을 내는 곳들이 대부분이니 얼마나 당혹스러울지 생각을 해봐야할 문제아닐까 싶다. 그리고 예약을 통해 운영되는 곳이니 누군가 예약을 해서 자리가 찼다면 다른 분들은 만석이라는 이유로 이미 예약이 불가했을텐데, 당일에 노쇼 또는 직전 취소로 그 테이블을 비워둬야 한다면 고스란히 업장의 손실로 다 돌아가는 것 아닌가?
물론... 불가피한 사정이 갑자기 생길 수 있다. 그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 그런 경우까지 문제삼는 음식점은 없을거다. 다만, 단순히 마음이 바뀌었다든지 예약까지 다했는데 다른 음식점으로 가버리는 경우도 너무 많다는거지.
정말 그런 무개념 손님이 많냐고 묻는다면 단언코 말할 수 있다.
엄.청.나.게. 많다고.
연남동에서 카이세키 요리를 하던, 테이블 몇개 안되는 작은 음식점이 있었다. 먹어본 이들의 찬사가 인터넷에 줄을 이었지. 한번에 두 테이블 정도밖에 못받는 작은 공간이어서 예약은 필수였고. 그런데... 그 업장은 당일에 아무 연락도 없이 찾아오지 않는 이른바 '노쇼' 손님들 때문에 적잖은 피해를 봤다. 결국 예약금을 받기에 이르렀다. 노쇼로 인한 손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거지. 업장의 쥔장께선 예약금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정말 정중한 어조로 적어 올리셨었다. 지금, 그 많은 분들의 찬사를 받던 업장은 이제 더이상 없다.
난 오늘도 요즘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는 강남의 모 음식점 주방장께서 노쇼로 인해 받고 있는 어려움을 올리신 글을 읽었다. 스물두분이 예약을 했는데 정작 지금 식사를 하고 있는 분은 아홉분 뿐이라는 글을. 식자재는 스물두분 + 알파... 만큼 준비했는데 반도 안되는 분들이 오셨으니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닐거라 짐작이 간다. 노쇼만이 문제가 아니라 당일 직전 취소도 문제다. 업장에 손실을 입힌다는 건 마찬가지니까. 당일 직전 취소를 하면 그 테이블이 비게 되는건 마찬가지. 지나치다 들어오는 손님들(Walk-In 손님)이 아닌 예약 위주로 운영되는 업장의 경우, 피해는 더 크다. 갑자기 취소한 분 때문에 이미 다른 분들은 예약의 기회를 놓쳤을테니 그냥 고스란히 손실이 되는거다.
요식업계에 종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맛집 블로거분들처럼 자주 외식을 하는 이도 아닌 내가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런 노쇼와 직전 취소로 인한 문제를 분명 우리가 이야기해야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 뿐이다. 난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음식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없어져버리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럼 아쉬운 건 손님이었던 나...더라.
난 결코 음식점에 도움이 되는 손님이 못된다. 우린 그럴듯한 와인 한병 주문하지 않고 그저 먹기만 하고 일어나는, 그것도 자주 들르지도 못하는 정말 지극히 평범한 손님일 뿐이니까. 그렇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음식점들은 오래도록 찾아가고 그 시간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와이프와 저녁 8시가 좀 넘은 시간에 몽로에 도착했다. 예약을 한 후에서야 이재호 매니저의 페북을 통해 오늘 특선으로 정어리가 도착했으며 관련 메뉴가 올라올 것을 알게 되었고 당연히... 쾌재를 불렀다.ㅎ 그렇게 도착해서 감사히 먹은 음식들. 그리고 몇잔의 IPA 생맥주.
IPA 생맥주. 지난번 시음했을 때보다 향이 더 강하게 올라와 풍미가 좋다. 와이프가 무척 좋아하더라.
몽로에 새로운 젊은 스탭이...
스탭분들의 편안함 역시 몽로의 자랑.
아란치니. 이태리의 주먹밥(...-_-;;;)이라고 불리운 아란치니. 몽로 스탭분들의 간식이었다는데 찾는 이들이 많아 정식 메뉴가 된 듯한.
생각보다 무척 크고, 당연하지만 속이 워낙 알차서 상당히 든든하다. 라구소스, 치즈, 밥이 들어가있고 아래에 바질페스토가 깔려있다. 상당히... 별미다. 이런거 들고다니면서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ㅎ
그리고... 정어리 파스타. 아... 진짜... 아주 큼지막한 정어리 튀김이 위에 얹어져 나온다. 저 파스타!... 알리고떼 키친의 엔초비 파스타를 난 무척 좋아했는데 정말 그 맛이 기억나는 느낌. 정어리와 소스가 면에 쪽 들어붙은 느낌. 정말 내가 딱... 좋아하는 맛. 다음에 또 먹게 될 것이 분명한 파스타.
그리고... 한달 숙성한 스페인산 튜록 돼지고기. 박찬일 선생님께서 아들 구워주라고 건네주셨다. 마치... 소고기같다. 이걸 팬프라이해야하는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맥주 한잔 더. 맥주잔이 코로나도 브루잉 컴패니...ㅎㅎㅎ 스투피드 스타웃의 바로 그 브루어리. (아... 잔만... 코로나도 브루잉...)
그냥 나가기 아쉬워서 프로슈토와 올리브를 주문.
아... 진짜 이 프로슈토 너무 맛있다. 청담동의 그... 리**** 에*의 프로슈토보다도 맛있다. 입에서 살살 녹으면서 적당한 짠맛이 기가막히다.
이재호 매니저께서 빵을 내주셨다.
술 기운에 알딸딸해진(도대체 얼마나 마셨다고!ㅎㅎㅎ) 와이프. 커피 생각이 나서 부암동으로.
부암동 도착... but... 라 카페, 클럽에스프레소 모두 영업시간이 지났다.
그래서 이곳에서 테이크아웃. 이곳 원두를 테라로사에서 받아 쓰는 듯. 그리고 북악스카이웨이 한바퀴 돌고 집으로.
<암살>과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 Mission Impossible : Rogue Nation>을 봤다. <암살>은 그닥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탓인지 생각보다 더 재밌게 볼 수 있었고, 은근 묵직한 메시지를 심어놓은 듯한 느낌마저 들더라. 총리 한명, 매국노 한명 없앤다고 광복이 되느냐는 하정우의 질문에 대한 전지현의 대답은
단순히 오락영화 속에서 스쳐가듯 지나가듯 여겨질 대사의 무게감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왜 저항해야하는가에 대한 현시대적 대답이라고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애국자가 변절자가 되고, 매국노가 되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스스로의 삶을 거짓으로 세탁하고 여전히 귄세를 누리게 된다는 점 역시
누가봐도 민족배반자를 청산하지 못하여 지금껏 이 모양 이 꼴의 나라 꼬락서니를 지켜봐야하는 우리 입장에서도 절대적인 공감이 된다. 특히... 마지막 매국노를 처단하기 전에 던지는 그 말 한마디의 묵직함은 내 상상 이상이었다.
'이제 그 명을 수행합니다'...
비록 오락영화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보는 이들 가슴에 묵직한 돌덩이를 던져놓을 법한 대사들을 들으면서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어처구니없지...ㅎ 그 정도로 지금 우린 온통 눈가리고 아웅하는 미디어만 접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
단순히 메시지뿐 아니라 영화 자체도 만족스러웠다. 저격수로 나오는 전지현씨는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총을 다뤘고, 배우들의 합도 자연스러웠고, 이정재씨의 연기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캐릭터의 면면이 최동훈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입체적이지 못하고, 미츠코와 뒤바뀐 전지현을 혼동한다는 것은 전혀... 공감가지 않지만
(아무리 일란성 쌍둥이라도 자라온 환경이 그토록 다른데... 피부부터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는 법이지)
이런저런 자잘한 단점은 덮고 볼 만한 재미가 분명히 있다. 생각보다 더 재밌게 봤다.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 Mission Impossible : Rogue Nation>. 브래드 버드의 전작이 뭔가 대단히 왁자지껄하지만 강한 임팩트를 주진 못했지만
적어도 동료들과의 합은 시리즈 중 가장 좋다고 말할 정도로 좋았다. 각자의 역할이 분명했었지. 그런데 이번 크리스토퍼 맥과이어 감독의 신작은 그냥 톰 크루즈의 원맨쇼다. 사이먼 펙(Simon Pegg)이 이든 헌트를 돕지만
그 역시 대단히 제한적이고, 전작에서 뭔가 일을 터뜨려줄 법했던 브랜트(제레미 르너)는 이번엔 정말 방아쇠 한번 당기지 않는다. 대신... 묘한 매력이 넘치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비중이 대단히 크고 실제로 매우 매력적이기까지 해서 만약 다음 편이 제작된다면
이든 헌트와의 매력적인 밀당이 기대되기도 한다.(에쉴리 주드를 닮기도 했다) 뭐... 사실 이든 헌트의 원맨쇼라고 하더라도 워낙 개인의 능력과 매력이 출중한터라 영화는 조금도 기우뚱거리질 않는다. 적어도 본전 이상의 재미는 선사해준다는 것이지.
다만... <분노의 질주> 최신작에서도 느꼈지만 요즘 헐리웃 액션 스릴러는 '조금 더 강한' 액션씬들을 엑스포에서 전시하듯이 늘어놓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마치 '이봐, 이래도 재미없어?', '이봐 어때 이 카체이싱씬, 물량, 퀄리티 다 죽이지?'... 이런 식으로 말이지. 어지간한 영화라면 클라이막스 부분에나 집어넣어 화룡점정을 찍을 듯한 액션씬이 이 영화에선 수도없이 간헐적으로 터져나온다. 특히 바이크 체이싱씬은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압도적인 느낌을 주지. 다행히...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은 <분노의 질주> 최신작과 달리 이 액션의 물량 공세 사이에 끼워넣은 스토리가 그닥 어색하거나 성기는 느낌은 없었다.
그 덕분에 영화가 지루하진 않았던 것 같고. 아무리 액션이 빵빵 터져도 도통 감정이입이 안되는 스토리가 이어지면 졸음을 참을 수 없지 않나. 예를들면 <G.I 조>같은. 그렇더라도...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은 아주 안전한 지점에서 관객과 눈높이 싸움을 멈춘다. 화끈하게 보여주고 적당한 서스펜스를 버무려 잘 빠진 오락 영화를 만들어냈지만, 본 시리즈등을 접했을 때 느꼈던 희열까지는 끄집어내질 못한다. 본시리즈와 비교한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다만 뭔가 이제 미션 임파서블도 빵빵 터지는 재미 이상의 뭔가가 있어도 되지 않을까...?싶은거지. 그 정도만 기대하지 않는다면 훌륭한 오락 영화라는 사실엔 이의가 없다. 정말로.
그리고... 어차피 이 영화 자체가 그냥 농담아닌가. 미국의 독자적 작전수행 권한을 가진 집단이 세계의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지. 차라리 트레드스톤같은 짓을 한다면 공감이 가지.
* 후속작은 또 나올 것 같다. 알렉 볼드윈이 IMF의 수장이 되었고, 역대 가장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까지 등장했으니. 그리고 션 해리스는 영화 중반까지 뿜어내던 압도적인 포스에 비해 너무 어처구니없이 무너진다.-_-;;;
드디어 '뚜또베네'. 익선동에서 1박을 하고나서 우리 짧은 나들이 일정의 마지막은 뚜또베네에서 하자...고 와이프에게 말했는데 안그래도 뚜또베네를 가고 싶어하던 와이프는 못이기는 척... 오케이.ㅋ 너무 일찍 도착해서 거의 한시간의 시간 여유가 생기는 바람에 압구정 나들목 그래피티 스트릿을 둘러보고 12시에 맞춰 돌아왔다. 그런데... 멍청하게 뚜또베네 앞으로 오지않고 팔레 드 고몽 앞에 가서 '어? 아직 오픈안했네?' 이러고 있었다는.-_-;;; 와이프가 내려서 문을 열어보더니 '여기 아닌데?' ㅎ
여기였어. 로데오 대로에서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골목가에 바로 나오는. 발렛 파킹됨. 3,000원.
뚜또베네는...
무척 고풍스럽다. 편안한 느낌도 있고. 그리고 무척 어둡다. 이런 분위기의 레스토랑은 정말 오랜만. 아마도... 르페늘롱 이후 처음인가?
어머님, 아들도 함께 왔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생각이 들더라.
뚜또베네의 셰프는 우리가 너무나 좋아하는 합정동 '로칸다 몽로'의 매니저이신 이재호 매니저의 친형 이재훈 셰프다. 아직 일면식도 없는 분이지만 이재호 매니저 덕분에 페이스북 친구가 되어 글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일요일은 아무래도 이재훈 셰프의 휴무일로 알고 있는데 화장실을 오다가다 보니 역시 주방에 이재훈 셰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드뎌 뚜또베네에 왔어용.ㅎ 예전... 지금은 로칸다 몽로의 주방을 이끄시는 박찬일 주방장께서 이곳에 계셨었지. 사실 그때 와보려고 했는데 그때는 전화예약도 안되고 직접 예약을 하러 와야하는 시스템이었던 걸로 기억해서 우린 진작에 포기하고 있었다.ㅎ
음식도 안나왔는데 그리 좋아하시면 어쩌나요.ㅎ
하드롤과 그리시니. 그리시니... 오랜만에 먹어본다. 진짜 고소하더라. 따끈따끈한 하드롤 역시 바삭한 겉면과 촉촉하면서도 질감이 느껴지는 속이 너무... 좋다.
한우 카르파치오. 어후...
루꼴라, 치즈와 버섯이 곁들여졌다. 얇게 펴낸 고기와 루꼴라를 곁들여먹으면... 게눈 감추듯 해치울 수 있다.
드디어 등장. 따야린. 원래... 날달걀이 올려진 채로 나오는데 스탭께서 비벼주신다. 그 전에 사진을 찍으실거냐고 친절하게 물어봐주시는데 괜히 기다리시게 하는 것 같아 괜찮다고 했다. 슥슥... 능숙하게 비벼주심.
원래... 따야린은 얇은 면이다. 이태리 피드몬트 지역의 전통적인 파스타로 트러플과 버터, 계란등을 넣어 먹는다더라. 뚜또베네의 따야린도 마찬가지다. 트러플 오일향이 계란과 버터의 고소함과 함께 풍미를 살린다. 아... 정말 좋다. 내가 원하는 딱 그런 맛. 오죽하면 와이프가 아껴 먹었을까.ㅎ
내가 주문한 바질페스토 딸리아뗄레.
아직... X typ 113의 접사에 익숙하지 않다.ㅎ 예전 라이카 X1은 30cm 이내로는 촛점이 아예 맞질 않았다.ㅎ 아무튼... 이 바질페스토 딸리아뗄레는 은근히 헤비하다. 바질페스토를 전혀 아끼지 않은 느낌이 팍팍 든다. 게다가 생면임에도 거친 질감이 있다. 이거 대단하다. 나 역시 마냥 아껴 먹기 모드로 돌입.ㅎ
그리고... 사이드로 나오는 열무. 이거... 아주 맛있다. 로칸다 몽로에서 김치를 판매하는데 그 김치는 뚜또베네 이재훈 셰프와 로칸다 몽로의 이재호 매니저의 어머님께서 직접 담근 김치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열무도 두분의 어머님께서 직접 만든게 아닐까?
정말... 잘 먹고 나왔다. 다음에, 정말 조만간에 어머님, 아들 다 함께 다시 오고 싶다.
익동다방에 들렀다가 인근을 조금 더 둘러봤다. 날은 점점 흐려지는데 더위는 조금도 잦아들지 않았다. 골목골목마다 습하고 무더운 기운이 턱밑까지 치밀어 오르더라.
종로3가
바로... 저 앞에 '찬양집 해물칼국수'집.
사실 우리가 한끼를 해결하려고 했던 곳이다. 그런데... 보시면 알겠지만 주방의 열기때문에 에어컨도 소용이 없는지 문을 열어놓으셨다. 다시 말하지만 난 더위에 너무 약해서 안그래도 뜨거운 칼국수를 26년만의 7월 더위라는 이 더위 속에서 먹을 자신이 없었다. 아쉽긴 했지만...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그러고보니 로비는 이때서야 찍었네.
스탭분들의 친절함은 상당히 인상깊다.
숙소에서 사무엘 아담스와 프링글스로 더위를 내친 뒤.
고민고민하다가... 다시 걸어나왔다.ㅎ
빗방울이 조금씩. 와이프는 깜빡 잊고 우산을 집에 두고 왔는데 호텔 프론트에서 빌려주더라.
한밤의 익선동은...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술 한잔 걸치시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는, 고요함 그 자체다. 이때 시간이 고작 9시 즈음이었는데.
... 골목을 걷는 내내 저... 앞에 호텔이 너무 거슬리더라.
밤중의 익동다방.
식물... 참 멋진 공간인데... 말했던 것처럼 이곳 20m 밖에서도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와 손님들의 대화 소리가 여과없이 새어나온다. 정말... 이곳 주민들은 괜찮은걸까?
전시를 보고 나와서 이제 체크인을 하기 위해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숙소까지 이 땡볕에 걸어갈 생각을 하니 답답하더라. 고작 1.3km 밖에 안되는 거리인데 말이지.ㅎ 그래서... 팥빙수를 먹고 가기로 했다. 문제는... 주변에 괜찮은 팥빙수집을 아는 곳이 없었다는거.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대기업 프렌차이즈인 '아티제'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고. 그런데... 아티제 바로 옆 골목에 '카페 보라'라는 곳이 있더라.
작지만 아주 예쁘게 꾸며놓은 곳인데 이곳에서 팥빙수를 내더라.
오오~~~
더위에 지친 이들의 고단함을 아는지 냉방이 빵빵하다.ㅎ
아들과 통화 중인 와이프.
그리고 나온 팥빙수. 예쁘다.
그런데... 예쁘게 내는 거 좋은데, 팥빙수라면 기본적으로 팥이 맛있어야지. 기본이 엉망이면 아무리 예쁘게 내어봐야 다시 오고 싶은 마음같은거 들지 않는다.
뭐... 그냥 시원하게 땀을 식혔다는거에 의미를 둔다.
뭐... 그냥 시원하게 땀을 식혔다는거에 의미를 둔다.
자... 이제 숙소로 걸어간다.
도착.
4층. 사실... 처음 배정받은 방은 2층이었다. 아무리 저렴하게(1박 47,000원 - 호텔스닷컴 기준) 묵을 수 있는 곳이라지만... 2층은 정말 비좁았고, 창을 열면 바로 옆 건물 벽이 떡... 버티고 있어 전혀 햇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에어컨은 아무리 기다려도 시원해지지 않았고, 케이블 TV가 연결된 TV 모니터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일단 샤워를 했는데... 배수가 잘 되지 않아 욕실이 홍수가 난듯 바닥에 물이 찼고, 설상가상... 트윈 침대 두개 중 하나는 조금만 움직여도 삐걱 소리가 엄청나게 심했다. 결국... 프론트에 전화를 했고 스탭이 올라오시더니 흔쾌히 방을 바꿔준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4층으로.
워메... 아마 다른 분들은 이해할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우리에게 4층 방은 2층에 비하면 스위트룸같은 기분이었어. 2층에 비해 훨씬 넓고, 바닥도 융기된 듯 울퉁불퉁하지도 않았고,
옆에 건물이 없어 채광도 된다. 에어컨도 잘 나오고! ㅎ 다만... 저 TV 모니터는... 걸핏하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한다는거. 이상해...
화장실도 깨끗.
사실... 우리가 여지껏 묵었던 숙소 중 터무니없을 정도로 저렴한 숙소였는데, 4층은 충분히 묵을 만 했다. 가격에 비해 침구는 정말 깨끗했고, 화장실도 깨끗했으며 와이파이도 팡팡 터지고 스탭분들도 너무 친절하시다.
다만... 4층 역시 침대 프레임의 고질적인 소음은 2층보다 덜하다고는 해도 무시하기 힘든 수준. 이건 매트리스 소음이 아니라 프레임의 이격으로 인한 소음이다. 보아하니... 얇은 (15~18mm) PB를 조립식으로 만든 프레임이던데 이런 프레임은... 100% 이격이 생긴다. 차라리 그냥 일반 평상침대를 썼다면 이런 문제는 덜했을텐데.ㅋ 아우... 직업병이야.
익선동 카페 '식물'에서 휴식을 취한 뒤. 자... 1.3km 거리의 아트선재센터로 향했다. 원래 이 전시는 내가 보고 싶어했던 전시인데, 난 이런 미친듯한 폭염에 '걸어서' 가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ㅎㅎㅎ 그런데 와이프가 무척 보고 싶어해서 와이프를 사랑하는 상현이는 걸어갔다.ㅋ
숨이 턱턱 막혀요~
아트선재센터 앞.
아브라함 크루스비예가스의 '자가해체8 : 신병 (神病)'. 1~3층 전시.
난 머리가 나빠서 메시지가 분명한 작품을 좋아한다.
개념미술이라는 것이, 관람객이 자신의 주관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난 작가가 무엇을 의도했는지를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전시를 선호한다.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의 이 전시는 주지하고자하는 바가 대단히 명확한 전시다.
크루스비예가스는 우리가 흔히 쓰고 버리는 사물들을 재활용하거나, 우리가 딛고 있는 공간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떠한 새로운 공간을 지향하는지를 제시한다.
새로운 공간이라... 비디오에선 최소한의 필요에 의한 적합한 공간을 원하는 이의 인터뷰가 나온다.
비디오 영상을 본 뒤,
3층부터 들른다. 이유는 너무 더워서... 엘리베이터타고 3층부터.ㅎ
넓은 전시 공간에 구조물만 덜렁 놓여져있다. 좌측의 영상을 보지 않아 나중에 알았는데, 이 구조물은 크루스비예가스가 멕시코 아후스코에 있는 부모의 집에 대한 작가의 기억을 흔적으로 남긴 것.
이 구조물은 우리가 생활할 수 있는 터전의 최소한의 모습이다. 여기에 하나둘 올라가고 놓여지는 오브제들은 기호의 대상이기도 하며 동시에 소비와 욕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 많은 사물들이 깡그리 버려지면 2층과 같은 미술이 탄생할 지도 모른다.
익선동 카페 '식물'에서 칵테일 한잔 들이키고 온 와이프는 이때 좀 알딸딸...한 상태였나보다.
그래서인지...
저 크림슨 컬러의 벽 너머 방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음악에 흥겹게 반응하더라.
쿵쿵쿵쿵... 좁은 공간에 휘몰아치듯 음악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최소한의 오브제만으로 구성된 공간.
2층으로 내려간다.
우리나라에서 건져낸 수많은 쓰레기들이 커다란 원을 그리며 늘어져 있다.
이렇게 버려진 사물들을 오브제로 활용하는 작품은 사실 종종 만나볼 수 있다.
여느 작품들과 크루스비예가스의 이 작품이 다르게 느껴진 지점은,
이 작품이 단순히 '재개발'을 이야기한 것이 아닐 것이라는 느낌 때문이다.
리프렛을 받아놓고 읽지 못해 정확하게 말할 수 없지만, 크루스비예가스의 이 설치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버려진 사물들을 오브제로 활용하여 전시함으로써 이 사물들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기억들의 파편을 조합하여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버려진 사물들을 하나의 커다란 원을 그리듯 늘어뜨려놓음으로써,
1층의 비디오 영상에서 보여줬듯 또다른 새로운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하다.
뭔소리를 하는건지.ㅎ
아직 정리도 안된 상태에서 마구 글을 쓰고 있다보니...
아무튼 '자가해체'라는 말은 '자가구축'이라는 말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말이니만큼,
근본적으로 해체된 공간과 구축될 공간의 연계 고리와 같은 느낌의 전시로 보여졌다.(아... 진짜 무슨 말을 하는거야)
고작 이 정도의 느낌 밖에 말할 수 없지만,
그저 맘에 안들면 부수고 다 밀어버리고 새로 아파트를 올리는 것이 '재개발'의 의미가 되어버린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우리의 공간을 새롭게 모색할 것인지에 대한 담론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사실 따지고보면... 그닥 새로운 희열을 안겨주는 전시는 아니었지만, 이 명징한 메시지가 주는 희열은 꽤나 즐거웠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3층 전시장에서.
와이프가 이 공간을 너무 좋아하더라. 라이카 X typ 113으로 제대로 동영상을 찍어본 적이 없고... 흔들림 방지도 off인 채로 녹화를 하는 바람에... 촛점도 안맞고 난리지만 뭐...
점심을 익선동 '4.5평 우동집'에서 맛있게 먹은 후, 커피 한잔 생각이 나 들어온 곳이 '식물'이다.
다들... 이 문이 아닌 반대편 문으로 들어오시던데 우린 어쩌다보니 이 문으로 들어갔다.
이곳... 요즘 아는 사람들은 안다는 곳.
이렇게 들어오면... 저... 왼쪽에 보이는 곳으로
오븐이 놓여있다. 움... 여기 메뉴에 피자가 있던데 여기서 구워내는 건가? 아무튼...
오븐이 있다는거.
턱을 내려와... 뒤돌아보면
우리가 들어온 곳이 이렇게 보이고...
이제... 본격적인 '식물'의 공간이.
인테리어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건축가와 사진작가가 차린 곳이라는데 센스가 넘치는 건 사실.
기와를 올려 담을 만든 벽도 무척 인상적이고, 군데군데 보이는 선인장의 느낌도 좋다.
평상 마루도 준비되어 있고.
기존 건물의 벽을 그대로 살려 철빔을 세운 센스도 인상적이다.
뭔가 세련되면서도 전통적인 요소를 잘 교배한 느낌을 선호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만한 공간이다.
바의 좌측으로도 공간이 있다.
사실 우리가 일찍 왔으니 이렇게 한가하지... 오후엔 앉을 자리가 없다.
소품들도 잘 어울린다. 이런 소품들을 이렇게 잘 어울리게 매칭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 다만... 결코 편하지는 않다.
디퓨저.
우린 여기서...
투샷을 넣은 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상그리아 와인과 럼등을 넣은 화이트 칵테일을 주문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정말 평범했고, 칵테일은 럼의 맛이 너무 강해서 달콤한 느낌같은 건 전혀... 없다시피 하다. 사실 음료는 좀 실망스러웠어.
멋진 공간인걸 인정하면서도...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저... 지붕이나 외벽의 커다란 통유리나... 이곳은 주택가와 바로 붙어있는 곳인데 이... 쿵쾅거리는 음악과 손님들의 이야기 소리가 제대로 방음은 되는걸까?
참... 별걸 다 걱정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난 진심 신경이 쓰였다. 식물...이란 카페의 공간이 익선동 골목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은 인정하겠는데, 과연 이 공간의 화기애애한 음악과 손님들의 이야기꽃이 바로 옆의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거지.
대부분... 이쪽으로 들어오시더라. 우리가 들어간 입구가 아니라.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던 소음 문제.
밤에 이곳을 다시 지나칠 일이 있었는데... 20m 밖에까지 쿵쾅대는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더라. 이곳 주민들께서 별다른 불만을 얘기하지 않으신다면 내 뭐라 할 말은 없는데,
아침을 먹지 않고 나온 우린 익선동을 걷고나서 서울53호텔에서 고작... 6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4.5평 우동집'에 왔다.
* * * 점심 * * *
이집은 원래 부암동에 있던 집이다. 부암동을 오갈때 보기는 했는데 우린 일요일에 대부분 이동하기 때문에 언제나 문이 닫힌 상태였다.(일요일은 휴무)
메뉴. 농어회가 팍...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덥다보니... 냉우동도 눈에 들어오고. 그리고 연어덮밥도 먹고 싶고.ㅋ 이렇게 먹고 싶은대로 주문했다.
매장은 작다. 그래도 안쪽에도 테이블이 있는 듯.
농어회 (小)
어우... 생각보다 좋다. 입맛만 쓸데없이 올라가서 어지간한 사시미는 성에 차지도 않는데, 쫄깃하면서도 씹히는 느낌도 좋은 것이 괜찮다.
냉우동. 아주... 좋았다. 내 좋아하는 가츠오부시를 잔뜩 넣었고 간도 짜지 않은 것이 완전 맘에 들더라. 그리고 직접 뽑은 굵은 면도 괜찮더라. 물론... 우동카덴의 그 탱글탱글한 느낌은 아니지만 먹기에 전혀 부족함은 없더라.
연어덮밥. 이게 베스트. 별 다른거 없다. 간이 안된 밥에 신선한 연어가 올라가고 그 위에 무채와 양파...등이 올라가는데 이게 끝. 오후 2시인가...3시까지 7,000원인데 이 가격에 이런 연어를 먹을 수 있다면 고맙기 그지없는 가격이다. 연어가 너무 고소하고 적당히 기름져서 입으로 넣은 뒤의 여운도 제법 괜찮다.
연어가 너무 맛있어서 연어를 4피스 추가 주문했다. 2피스에 1,000원. 그런데 추가로 나오는 연어는 연어덮밥에 올라간 대뱃살 부위가 아닌 듯.
그릇 하나하나마다... 이렇게 바닥에 4.5평 우동집 그림이 그려져 있다.
절대로 그 그림본다고 이렇게 그릇을 싹싹 비운게 아니다.ㅋ
잘 먹고 나왔다.
* * * 저녁 * * *
익선동을 돌고... 점심을 4.5평 우동집에서 먹고... 익선동 카페 '식물'에서 커피와 칵테일 한 잔을 한 후, 아트선재 갤러리까지 그 더위를 참고 걸어갔서 전시를 보고 나와서 소격동의 '카페 보라'에서 팥빙수를 먹은 후 숙소로 돌아와서 체크인을 했다. 샤워하고... 좀 몸을 식힌 후 다시 기어나와...ㅎ 또다시 익선동 산책.
점심을 먹었던 '4.5평 우동집'에서 또다시 저녁을 먹었다.ㅎ 사실 저녁은 익선동121에서 먹고 싶었는데 문을... 열지 않더라. 아 진짜. 인근에 소박하고 오래된 노포들도 꽤 있던데 이날... 다시 말하지만 정말 엄청나게 더웠는데 오래된 노포들은... 에어컨을 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 난 도저히 들어가서 밥먹을 엄두가 나지 않더라. 원래... '찬양집'이라는 칼국수집도 가려고 한건데 어이구... 역시나 에어컨을 틀지 않더라. 다른 분들이야 모르겠지만 나처럼 더위많이 타고 땀많은 사람은 절대 냉방되지 않는 곳에서 식사를 온전히 할 수가 없다.ㅎ
이 사진, 개리 위노그랜드의 대표작 중 하나이기도 한데 실제로 보면 눈을 떼기 힘들다. 보타이를 한 턱시도 차림의 남성들 사이에서 당시 가장 섹시한 여성의 심볼처럼 여겨지던 블론드 헤어의 여성. 이 사진을 보면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무척 다양할 것 같다. 남성 중심의 꼰대 문화에 포위된 여성을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전시 잘 보고 이제... 이동.
아... 비비안 마이어의 도록을 구입했다.
원래 사고 싶었던 도록은 <Vivian Maier Street Photographer>라는 책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