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izenfour / 시티즌포>

Directed by 로라 포이트라스 (Laura Poitras)

2014 / 94min / us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 글렌 그린월드 (Glenn Greenwald), 윌리엄 비니 (WIlliam Binney)

세상을 바꾼 여러 역사적 사건들이 있겠지만 집단의 철학과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준 사건들 중 상당수는 내부고발로부터 밝혀진 경우가 많다.
미국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었던 워터게이트 사건은 이른바 '딥스로트 (deep throat - 포르노 필름 제목이 아님...ㅎ-_-;;;)'라고 불리우는

내부고발자로부터 비롯되었고(30년이 지난 후에야 FBI 부국장이었던 마크 펠트로 밝혀졌다

- 관련영화 <All the President's Men>), 내부고발자에게 벌금의 10~30%를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도드프랭크법이 만들어지게 된

엔론 회계부정 사건 역시 엔론의 부회장 셰런 왓킨스의 폭로로 일반에 알려지게 되었다.(관련영화 <Enron : the Smartest Guys in the Room>(2005))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기업과 정치인들이 조세피난처인 케이맨군도나 버진아일랜드등에 페이퍼 컴패니를 설립하여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 역시 알려지지 않은 내부고발자의 엄청난 문건을 통해 밝혀지게 되었는데 문건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하드드라이브가 배송된 것이었고 그 안에는 책 50만원 분량의 거래내역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이 자료의 일부를 뉴스타파쪽에서 받아 용기있는 보도를 해오기도 했다. (관련 영상 <뉴스타파 조세피난처의 한국인>)
담배회사가 중독성을 높히기 위해 니코틴 함량 및 과도한 화학물질을 넣고 있다는 사실 역시 한 담배회사의 임원의 용기있는 내부고발로 알려지게 된 사실이다.

(관련영화 <the Insider>(1999))
멀리 갈 것도 없이 국내에서도 삼성의 변호사였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비자금, 관계로비등을 폭로하였으나 이미 삼성공화국이었던 한국에서 

되려 온갖 보복에 시달린 적이 있으며(덤으로 노회찬 의원까지...), 감사원의 내부 비리를 폭로한 이문옥 검사관,

보안사의 불법사찰을 양심적으로 폭로한 윤석양 이병등 많은 사례가 있다.

 물론...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가 턱없이 부족한 한국에선 용기있게 비리를 밝힌 이들이 결과적으로 조직의 보복을 받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답답한 마음뿐이지...  다시 해외의 사례로 눈을 돌려 근래에 가장 큰 파장을 불러왔던 사례를 꼽는다면 누가 뭐래도

브래들리 매닝 (미육군 일병)의 미국외교/군사문서 유출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매닝은 줄리언 어샌지의 위키리스크에 무려 72만건의 비밀문서를 넘겼으며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으며 한국 역시 그 파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줄리언 어샌지 관련 영화로 <the Fifth Estate>가 있으나 이 영화는 평가가 상당히 엇갈리는 편인데다가 감독이 Bill Condon이어서 링크는 걸지 않는다) 
한가지를 더 꼽는다면 NSA 소속 시스템 관리자였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정부가

일반 대중에 대해 무지막지하고 무분별한 대규모 통신감청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사건인데 바로 이 영화 <시티즌포>가 이를 다룬 영화다.

영화는 암호화된 e-mail을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로라 포이트라스 (Laura Poitras)에게 보내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알아보니 당시 로라 포이트라스는 정부의 대중에 대한 감시를 소재로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하더라.
로라 포이트라스는 변호사 출신이며 가디언지의 탐사 컬럼니스트인 글렌 그린월드와 함께

미국의 지배력이 적게 미치는 홍콩에서 스노든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다.
이 영화는 이들이 스노든과 홍콩에서 처음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 내용을 바탕으로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폭로하는 과정을 담는다.

이 영화가 그 어느 다큐멘터리보다 강력하고 오랜 여운과 함께 수많은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이유는

단순히 스노든이라는 용기있는 내부고발자의 고발 내용을 추적했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911 이후 패이트리엇법을 발동하여 합법적으로 대중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는 당위성을 확보한 미국 정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통해

일반 대중들에 대한 무차별적 통신감청을 행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그닥 생경한 이야기가 아니지않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무분별한 감청 대상에 개인간의 메신저 서비스까지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많은 이들이 '텔레그램'으로

집단 이주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니까 말이지.(물론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우리에겐 그닥 충격적이지 않은,

(사실 개인의 자유를 권력으로 속박하고 감시하는 이런 부조리한 짓이야말로 가장 충격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야함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대규모 통신 감청 내용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앞으로 자신에게 다가올 불이익을 예상하면서도

이를 용기있게 밝히게 된 스노든의 단단한 지성과 철학 때문이며 그가 던진 외면할 수 없는 묵직한 화두 때문이다.

지금 우린 인터넷을 아우른 정보기술의 발전을 통해 아이러니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괄목할만한 발전은 각 서비스마다 약간의 능동적 폐쇄성을 포함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자기 과시적이며 적극적인 자기 표현을 기반으로 한다.
나와 연결된 사람들은 올려진 정보를 통해 내 삶의 외피를 스캔할 수 있으며, 나 역시 타인의 사고와 삶의 방식을 피상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다.
글을 올리는 이가 자신의 사고 또는 삶의 모습을 특정 대상들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를 허용하는 동시에

자신은 타인의 감시와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고 존중받아야한다는 아이러니가 동시에 존재하는거지.
이러한 아이러니로부터 정보화 시대의 개인적 자유에 대한 역설적인 갈망은 누군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지극히 보편타당한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점점 더 고전적인 물리적 공간보다 네트워크 공간에 나의 삶과 사고가 투영되기 시작하면서

우린 우리 의지대로 네트워크에서 사라질 권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물리적 공간에서 지내온 삶과 기억이 시간에 의해 희석되고 물리적 공간의 거리에 따라 지워지는 것과 달리

네트워크에 남아있는 또다른 나는 시간이 지나도 검색어 몇번에 의해 쉽게 드러나고 내 의지로부터 벗어난 데이터로 존재해버리기 때문이지.
앞으로 정보 서비스가 더욱 확장되고, 지금처럼 네트워크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질 수록 우리의 네트워크 Ego는 더욱 내 삶의 많은 부분을 투영할 것이고,

특수한 또는 불법적 목적을 가진 이들에게 쉽게 노출될 가능성도 많아질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네트워크 사회에서 고전적 의미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작동하게 되는걸까?

스노든은 영화 속에서 교통카드와 체크카드를 통해 한 사람의 라이프 패턴을 읽어내고, 그 비슷한 공간과 시간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연결 역시 패턴으로 만들어 빅데이터로 만드는 과정을 아주 간단하게 얘기한다.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린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 삶을 송두리째 스캔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
얼마전 중국의 노트북 업체들이 백도어를 설치해놨다는 기사도 우린 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의 삶이 부당한 목적으로 타인에게 노출당할 기술적 요인은 충분히 이미 갖춰져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당한 시도에 대해 우린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또다른 제2, 제3의 스노든을 마냥 손가락 빨면서 기다려야하는걸까?
많은 걸 생각하게하는 영화다.
작년 한해 해외에서 격찬받은 영화임에도 아직 국내에서 개봉되지 않았으며,

일반 대중에 대한 통신감청이나 사정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이 나라 꼬락서니를 보면 이 영화는 국내 개봉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러니... 알아서 챙겨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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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이 내가 그토록 경멸하는 또다른 독재자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건 정말...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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