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까지이지만 더 미루다간 보고 싶은 이 전시를 놓칠 것 같아 와이프와 관람했다.
오늘도 훈련이 있는 아들을 옥련국제사격장에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갑작스레 전시를 보기로 하는 바람에
아들에겐 그냥 혼자 가줘요~라고 말하곤 부랴부랴 오픈 30분 전에 도착. (오전 10시 오픈)

 

 

 

 

일류, 아니 초일류, 아니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 빌딩들이 늘어선 태평로.
하지만 우리에겐 양아치 대표 기업 중 하나로 기억될 뿐.
집에서 사용하는 삼성 완제품이라곤 오래된 레이저 프린터 하나.
물론... 내 pc, 아들 pc, 어머님 pc에도 모조리 삼성 메모리가 달려 있지만...

 

 

 

 

 

 

 

 

 

날씨는... 좋더라.
아직 10시도 안된 일요일 오전 서울은 참... 한가롭다.

 

 

 

 

 

 

 

 

 

상당히 주목받는 작가 '엘름그린 & 드라그셋 (Elmgreen & Dragset)'의 '천 개의 플라토 공항 (Aeroport Mille Plateaux)' 전시.

 

 

 

 

 

 

 

 

 

Aeroport
Mille
Plateaux

 

 

 

 

 

 

 

 

 

거대한 boarding pannel이 서있다.
홍콩, 드레스덴, 코펜하겐, 생 트로페...
응? 그런데 카르타고, 엘도라도라니...?

 

 

 

 

 

 

 

 

 

전시 초기에 보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보러 왔다.

 

 

 

 

 

 

 

 

 

아무튼 오랜만인 삼성 플라토 미술관.

 

 

 

 

 

 

 

 

 

너무나 유명한... 로뎅의 작품이니 말이 필요없지.
좌측 아트샵으로 가는 방향을 'Duty Free'라고 적어놨다. 센스.ㅎㅎ

 

 

 

 

 

 

 

 

 

공항의 안내 방송이 흘러 나온다.

 

 

 

 

 

 

 

 

 

카트를 밀고 수화물을 실어 출국수속을 받고 싶지만...

 

 

 

 

 

 

 

 

 

만지시면 안됩니다. 당연한 소리...ㅎㅎㅎ

 

 

 

 

 

 

 

 

 

보딩 패스.
ED...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첫 이니셜.

 

 

 

 

 

 

 

 

 

이렇게 이름을 찍을 수 있습니다.ㅎ
나 혼자 왔다면 이거 안했겠지만 와이프와 왔으므로 해야합니다.ㅎㅎㅎ

 

 

 

 

 

 

 

 

 

이 작품의 제목이 '여행자'다.
랩으로 돌돌 말아버린 블랙 코미디.
대충 이 전시가 어떤 느낌일지 감이 온다.
로맨틱한 공간으로서의 공항 생각일랑 접어야한다는거지.

 

 

 

 

 

 

 

 

 

Gate 21-69.

 

 

 

 

 

 

 

 

 

보안검색대.
공항은 나에겐 설레임의 공간이다.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또는 내게 여행자로서의 수많은 기억을 간직했던 곳으로 다시 떠나는 공간이기도 하며,
동시에 재회의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출발의 설레임, 또는 재회의 설레임의 공간으로서의 공항에서 누구도 예외없이 지나쳐야할 공간이 바로 보안검색대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설레임은 나의 신상 일체와 내 몸을 스캔하는 행위로 시작되어 교환되기 시작한다.

 

 

 

 

 

 

 

 

 

벨뷰.
그런데...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의 말대로 이렇게 보니 공항과 미술관은 묘하게 비슷한 구석이 있지 않나?
내가 갈구하는 설레임을 위해 적정한 규제와 통제를 따라야한다는 것.

 

 

 

 

 

 

 

 

 

모던 모세 (Modern Moses), 2006
성서 속의 모세가 구유에 누워 강물을 따라 띄워져 유대인의 선지자가 되었다면(맞나? 가물가물하다)
현대의 모세들은 자본의 폭력 (때론 개인의 무책임에 의해) 공항에 버려진다.
버려진 아이 위로 ATM이 놓여있다.
생명이 자본 아래로 종속되고 자본의 권위와 흐름을 따라 생명이 부유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작품은 지독하리만치 비정해보인다.

 

 

 

 

 

 

 

 

 

잠들어있는 아이의 모습은 천사같다.

 

 

 

 

 

 

 

 

 

애당초 전시 첫 머리부터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은 'This Space Can't Be Yours'라고 전제한다.
플립보드가 넘어가도 저 말은 변하질 않는다.
위치만 내려오고 올라갈 뿐.

 

 

 

 

 

 

 

 

 

 

 

 

 

 

 

 

 

Donations.

 

 

 

 

 

 

 

 

 

 

 

 

 

 

 

 

 

아... 신발 한짝... 알이 하나 없는 안경, 셔틀콕, 영수증...
그닥 필요없는 것들이 마치 쓰레기마냥 쌓여있다.
이 작품의 제목이 'Donations'란다.
잔인하다.

 

 

 

 

 

 

 

 

 

출국 대기실.

 

 

 

 

 

 

 

 

 

 

 

 

 

 

 

 

 

Inverted Bar (뒤집힌 바), 2014

 

 

 

 

 

 

 

 

 

바가 존재하지만 뒤집혀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바로 위엔 출국대기실 전체를 다 볼 수 있는, 사실상 거의 사각이 없는 거울이 달려 있다.

 

 

 

 

 

 

 

 

 

 

 

 

 

 

 

 

 

그러니까,
공항은 나와 같은 대부분의 이들에겐 설레임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엄격한 통제와 규제가 존재하는 곳이다.
개인의 설레임을 위해 지나치리만치 엄격한 통제가 전제되는 곳.
그곳이 공항이고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이 생각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근미래상이라는 듯 하다.

 

 

 

 

 

 

 

 

 

안타깝게도 Gate 23으로 출국하긴 다 글렀다.
애시당초 보내줄 마음이 없는거지.ㅎ

 

 

 

 

 

 

 

 

 

아니면 이미 떠난 뒤 무너져버렸을 지도 모르지.

 

 

 

 

 

 

 

 

 

투시된 가방, 그리고 그 앞은 소지가 금지된 목록들.

 

 

 

 

 

 

 

 

 

출국을 기다리는 와이프.

 

 

 

 

 

 

 

 

 

 

 

 

 

 

 

 

 

또는 EXIT.

 

 

 

 

 

 

 

 

 

이 공간은 무척 인상적이다.
공항의 오브제를 최대한 잘 구현해낸 전시물과 달리 이곳은 상당히 아슬아슬한 구조물의 느낌이다.

 

 

 

 

 

 

 

 

문들이 있지만 문고리가 없거나, 아니면 이렇게 두 문이 연결되어 잠겨있거나,

 

 

 

 

 

 

 

 

아니면 열린 문 뒤로 또다른 문이 잠겨있거나,

 

 

 

 

 

 

 

 

 

 

 

 

 

 

 

 

사진에 반사되어 나와있듯 문이 갈라져있기도 하다.
일등석 라운지라는 곳 역시... 자물쇠로 아주 굳게 잠겨있다.
개인의 편의 역시 자본의 잣대로 서열을 구분하는 현실을 비판했다고 느낄 수 있으나
문이 안에서 잠긴 것이 아니라 밖에서 잠겼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저 일등석 라운지라는 곳은 이곳을 통제하는 이의 허가없이는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읽혀질 수 있다는 거.

 

 

 

 

 

 

 

 

난 이곳에서 개인과 개인의 감정이 규제에 의한 엄격한 통제를 통해 포획당하고 기만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입국.
미수취 수화물 (Uncollected), 2005
찾아가지 않은 수화물이 빙빙 빙빙 돌아간다.

 

 

 

 

 

 

 

 

저 뒤로는 공항에 도착한 사람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보여진다.

 

 

 

 

 

 

 

 

 

 

 

 

 

 

 

 

 

 

 

 

 

 

 

 

 

초침은 더디게 힘겹게 움직이지만 분침은 테이프가 붙어있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결국 이 공간은 인위적인 통제를 의해 물리적 시공간 자체가 포획되어있다는 것처럼 느껴진다는거.

 

 

 

 

 

 

 

 

 

전시가 인상적이어서 두번은 더 들어갔다 나온거 같다.

 

 

 

 

 

 

 

 

 

면세점.ㅎ
아트샵으로 가는 길을 '면세점'이라고.

 

 

 

 

 

 

 

 

 

 

 

 

 

 

 

 

 

대단히 인상적인 전시.
근래 본 전시 중 단연 기억에 남을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