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 영화 보신 분들만... 보세요. 뭐 스포일러라고 할 게 없는 영화지만...
중반에 부라퀴의 앞잡이격인 행동대장쯤되는 캐릭터가 도사가 환생한 '잭'이라는 골동품 가게 주인의
가게를 찾아 갑니다. 잭은 공중부양으로 좌선을 하던 도중 이런 낌새를 채지요.
그 장면 바로 다음에 행동대장이 철문을 그대로 통과하며 들어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옆에 있던 할머니는 자기 눈을 의심하며 자신도 따라해보다가 부딪히죠.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그럼 이후엔 잭과 그 행동대장이 불꽃튀기는 대결을 하던지, 아니면 잭이 자리를 피하던지...
뭐 그런 장면이 나와야지요. 그런데 이후에 그 어떤 설명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후부터 이상하게 잭이 다른 사람으로 변하여 주인공 남녀를 도와주지요.
그것도 몰래몰래 말입니다. 주인공을 도와준 후 주인공이 사라지면 다시 잭의 모습으로 바뀌는 거에요.
전 도무지 이해가 안갔어요.
도대체 잭과 그 부라퀴 행동대장 간에 뭔 일이 있었길래...
그전까지 주인공의 전생에 대해 주인공에 대해 주절주절 떠들던 사람이 난데없이 다른 사람 행새를 하며
이들을 도와주는 건지 말입니다.
전혀 그럴 이유가 없거든요.
만약 제대로 된 연출자라면 이런 의구심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부라퀴 행동대장이 잭의 골동품
가게를 찾아내어 철문을 '유유히 통과'하여 들어가는 장면과 잭이 공중부양으로 좌선하다가 행동대장이
찾아오는 낌새를 알아채는 장면을 모두 들어 냈어야 합니다.
그래도 도대체 왜 잭이 그 뒤로 다른 사람 행새를 하며 도와주는 지는 당췌 설명이 안되지만, 최소한
의구심의 폭을 좁힐 순 있죠.
이 장면들을 그대로 둔 이유는 그야말로 뻔합니다.
공들인 CG 장면들을 날려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죠. 문을 통과하는 기술, 몰핑기법... 다 날려버리기
아까운 거죠.
기가막힐 노릇입니다.
이 영화는 그냥 이래요. 철저히 CG를 위해 모든 영화적 요소들이 가차없이 처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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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전 너무 화가 나는 것은.
지금 좋은 영화 한 편 만들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하며 좌절의 벽과 씨름하는 영화 감독들이 상대적으로
느끼는 자괴감과 냉소입니다.
영화의 미학적 가치가 비주얼에 의해 압도당하고 난도질당하는 것은 이미 [Transformers]를 통해 목도한
바 있지만 [디워]처럼 모든 영화적 가치가 일방적으로 희생당하고, 대중이 이를 동정과 연민의 잣대로
이해하고 감싸려하는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전 심형래씨가 이렇게 영화라는 미디어를 우습게 가벼이 여기고 난도질하며 떳떳하게 충무로에 빈머리
휘날리며 입성하는 것이 화가 나는 겁니다. (충무로를 옹호하자는게 아니에요)
만약 심형래씨가 영화가 부족한 만큼의 영민한 처세를 보여줬다면 저 역시 보다 유연하게 그를 바라봤을
거에요. 이 영화의 논쟁이 터지기 전, 저 역시 그의 결과물이 잘 되었으면 한다...라는 입장이었잖아요.
하지만 영화 시사회 인터뷰에서 그가 내뱉는 말, 쇼프로에서 그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나 졸라 힘들었다고
울먹거리는 말, 그가 생각하는 영화관따위는 조금도 없는 이 황당하리만치 어이없는 그의 발언들을
접하면서 그가 어떤 마인드로 영화를 대하는지 알게 된 순간, 그에 대한 경멸만 남은 것 같습니다.
영화는 뮤직 비디오가 아니고 게임도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