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봤다.
어제 신혜씨와 만난 자리에서도 [D-War]얘기가 나왔으니... 지긋지긋하기도 하고 말이다.
100분 토론에서 진중권씨가 신랄하게 얘기했다는데, 내 짐작으론 인간 심형래와 영화에 대한 비판보다
아마도 관람논객이나 반대편 토론자의 의견때문이었을 거라 생각되었다.

김조광수씨가 충무로와 심형래의 발전적 협업의 비전에 대한 질문에 대해, 심형래씨가 제작자로서의
능력은 이미 보여줬으니, 향후 더 좋은 연출자를 쓰는 방법에 대해 얘기했다.
내가 오래전부터 궁금해했고 이 게시판에도 남겼었던 얘기지만 나도 예전엔 그런 생각을 했다
도대체 심형래씨는 왜 제작자로서 만족을 못하고 연출까지 하는 거야?... 이런 생각.
그런데 이런 오랜 내 스스로의 의구심은 얼마전 극장에서 [D-War/디워]를 본 후 싹... 사라졌다.

내게 너무나 쉽게 풀려버린 그 의구심의 정체는...
심형래씨는 절대로 연출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없으며, 설령 넘긴다고 하더라도 결코 자신의 논지를
명쾌하게 관철시키는 이에게 맡기지 않을 것이고,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영화 곳곳에 드러내는 이 개연성이고 뭐고 얘기할 가치조차없는 구조는 모두가 CG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고, 그리고 그 결과물을 자신 개인의 사유물론 전유하고 있는 그의 마인드를 처절하리만큼
느끼고, 그는 절대로 연출자에게 연출을 맡길 수 없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충무로와의 향후 협업이 이루어지면 연출을 타인에게 넘길 수 밖에 없겠지만)

그리고 내가 바로 얼마 전에 쓴 글에,
난 [D-War/디워]같은 유사 헐리웃 전략의 영화가 우리나라 영화계에 대안적 모색이 되리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으며, 만약 방법이 있다면 헐리웃 시스템의 일부로서 기능하던지, 아니면 국내 영화사의
기술적 엔지니어링을 해결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부분도 진중권의

'영구아트가 이뤘다는 기술적 성취에 대해서도 분명히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내가 알기론 [디워]에 사용된 CG기술은 [디워]에 밖에 쓸 수 없다고 들었다'

라는 얘기를 듣고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아... 나도 소프트웨어를 안다고 깝죽거리면서 차마 이런 문제를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구나...
즉, 나 스스로도 수많은 십자포화의 최소한의 면피용으로 'CG는 나쁘지 않아'라는 말로 나 스스로도
모르게 은근슬쩍 그 부분을 넘어가 버렸다는 생각도 들었고.
손쉽게 기존 시스템에서 마이그레이션을 할 수 있거나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없다면, 체계적으로
모듈화 되어 있지 않다면 사실 그 기술은 '팔아먹거나', '이용해먹기' 힘든 상품이다.
다른 적용 대상에는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나 '이미 해봤기 때문에' 보다 속도가 빨라질 뿐...인 거다.

**
하재근이라는 사람...
김천홍같이 자신의 논조가 명확한 사람보다 더 난감해보였다.
가장 황당한 것은 하재근이라는 사람에 대한 네티즌들의 한심스러운 응원의 메시지다. 별... 참...
우리 [디워] 옹호론자들, 별 짓을 다한다. 이젠 아무 것도 보이는게 없는 모양이다.
평론의 기본도 모르고 천박한 동정심으로 애국심에 호소하면서(스스로) 자신의 줏대도 이리저리
갈아타는 저런 사람의 논리를 동정하고 감싸안는 옹호론자들의 머리가 궁금했다.

 

***
시민논객...중 진중권에게 질문한 한 여성 대학원생.
[300]과 [디워]의 내러티브를 비교하던데, 비교 대상을 비교해라.
[트랜스포머], [300]은 나도 바로 전 글에 썼듯이 내러티브가 단선적인 것이고, 근본적으로 애당초
복잡할 일이 없다. 최소한 후차의 시퀀스가 전자와 적법한 인과관계는 갖고 있다.
게다가 관객에게 설명할 일도 없다.
하지만 [디워]는 Korean Legend라고 떠들면서 외국인에겐 정말 생소한(실제로 해외 프리미어시사에서
거의 모든 외국 평론가/기자들이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 설명이 필요한 플롯을 완벽하게 갈아
마셔버렸다.
게다가 이런 내러티브라면 애들도 만족할 거라고?
누가 그렇게 장담하나.
초딩 2학년인 내 아들조차 '이무기 나오지 않는 장면은 지루했다'라고 얘기하고,
이런저런 장면이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고 정말 설파하는데, 이게 전체관람가이므로 이따위 개허접
내러티브여도 무관하다고??????

 

****
충무로가 심형래를 소외했다, 멸시했다...는 것에 대해 김조광수씨가 좋은 지적을 했다.
용가리로 무너진 사람이 300억 이상을 들여서 영화를 만든다면 그건 심형래라는 사람 이전에 그런
사람에 대해 충무로는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라는 말.

 

*****
500만 관객이란다.
난 지금 심형래나 [디워]라는 영화보다 더 화가나는 건 이를 추종하는 수많은 세력들이다.
평론의 영역을 '자신이 이해할 수 있거나 없거나'로 타격 대상으로 삼아버리는 천박하고 저열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쌍시옷 욕을 숨기기 힘든 발상과 떳떳함에 치가 떨린다.
뒤집어 얘기하면,
어차피 비리없는 놈 없잖아. 그렇게 해쳐먹어도 일단 대통령만 되면 경제하나는 확실히 살려줄거야....
라는 개 쥐똥같은 무뇌적 개념으로 수많은 폭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명박을 지지한다는 35%의
사람들과 사람의 생명따위는 행위자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인해 굳이 구할 필요도 없고, 구해줘봐야
테러리스트들의 배만 불린다는 논리로 '죽어도 싸다'를 외치는 수많은 네티즌들과 [디워] 옹호론자들의
논리는 지독하게도... 유사한 면이 있다.
그리고 그 근간을 이루는 심리란 치졸한 보수주의라는 거지.
지긋지긋해...

 

******
마지막으로 이제 더이상 [D-War/디워]관련 글은 쓰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웃겨...)하며...
얼마전 심형래씨가 '왜 나만 갖고 못살게구냐'는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이런 사람이 이런 마인드로
만든 영화가 이렇게 맹종에 가까운 추종을 받다니... 다시 한번 난감하다.
그는 [주라기 공원]을 이번엔 끄집어 내면서 '모기의 피에서 공룡의 DNA를 갖고 공룡을 만들고
쫓고 쫓기는게 다다'라고 얘기했다.
난 이제 인간 심형래가 싫다. 이따위의 논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말들을 거푸 토해내면서
'난 네티즌들의 글을 보며 힘을 얻는다', '난 충무로로부터 멸시와 경멸을 당했다'
는 개소리나 해대는 그가 이젠 경멸스럽다.
다시 얘기하지만 [디워]는 스토리가 단순하다는게 문제가 아니다!
이건 스토리가 '아니다'라는게 문제인거다. (진중권씨는 서사구조가 없다...라고 표현하더군)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서 설명이 없고, 각각 별개의 에피소드가 약 2~3분씩 쪼개어져 88분간 상영
되는 느낌이었단 말이다.
한국 영화니까 애정을 갖고 용기를 주라는 개소리에 대해서도, 이미 이전에 글을 올렸지만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그런 이중잣대로 들이대면 너희들이 그간 흘러보낸 수많은 좋은 한국 영화들은
왜 그렇게 홀대하고 관심조차 주지 않은거냐.
그럼 왜 이 영화는? SF라서? 우리나라의 왜소컴플렉스와 비슷...한 거 헐리웃 블럭버스터의 상징
이다시피 한 SF를 '우리 기술로 만들어서 미국 1,500 개봉관에서 개봉한다고??'
기가막힌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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