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감독의 [D-War]이 8월 미국 1,500여개 극장에서 와이드 릴리즈 형식으로 개봉된단다.
너무 개봉 일정이 수도 없이 늘어지는 바람에 '이 영화 망했다...' 뭐 이런 말들이 엄청 많았다.
유난히 악담도 많았는데 그 대부분은 이전 [용가리]를 믿었다가 뒤통수 맞았던 이들의 악감정도
다분히 한몫 했을 것이다.

이해가 안가는 건 8월 전미 개봉이라면서 해당 사이트는 아직도 기본적인 동영상 서비스조차
개시하지 않고 있다는거다. 허... 참... 기본적으로 HD버전의 트레일러도 공개하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
덕분에 인터넷엔 출처 분명의 트레일러들이 넘쳐 난다.

분명한 건 출처가 분명하건 불분명하건 간에 이들 동영상을 보면 CG의 퀄리티는 분명히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 정도다. 다만, 러프 워크 프린트를 본 몇몇 해외 네티즌들과 베를린 프로모션
시사를 본 버라이어티 리뷰어들의 말에 따르면 역시... 내러티브는 재앙 수준이란다.

두가지...가 이해가 안된다.

첫번째는 왜 심형래씨는 director를 고집하는가...이다.
작가로서의 야심이 있는 것인지, 프론티어로서의 야심이 있는 것인지 무척... 혼란스럽다.
과거의 수많은 인터뷰들을 보아 왔지만, 거 인터뷰들에선 눈꼽만큼도 작가로서의 야심같은 건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새길을 개척하는 프론티어, 그리고 정점을 구축하는 테크니션의 메니지먼트
같은 걸 꿈꾸는 걸로 보았다.
[용가리]가 희대의 사기극... [성냥팔이 소녀의...]보다 더 심한 민중사기...라고 떠들어대고
사실 그 비난은 어느 만큼은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SF 괴수물로서의 본격적 시장공략 작품을
묘하게 애국주의와 연결시켜 호들갑을 떤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에도 정말 반 이상의 책임은 있다.
그렇다고 해도... [티라노의 발톱]등 심형래가 보여준 전작들에서 그 현장통제조차 안되고,
엑스트라의 표정관리 하나 못시키는 연출자가 돈이 좀 들어간 영화라고 해서 그런 미흡한 역량이
채워지리라... 난 생각 안한다. ([티라노의 발톱]에선 앵글 안으로 마이크가 들어오고... 도망다니는
군중들은 웃으며 장난을 친다)
그리고 그건 [용가리]에서도 역시 변함없었다.
난 그가 더이상 연출자가 아닌 제작자로서 작업에 참여하길 바랬다.
그 열정이면, 정말 그런 열정이면 제작사의 입장이 더욱 타당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도 그가 director다. 혹자는 누가 심형래 제작의 영화에 연출자가 되겠냐고 반문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우일 뿐이고, 해외에서도 얼마든지 연출을 맡을 사람들은 있다.
타이타닉 팀이 뭘 맡고... 어느 블럭버스터 스탭이 뭘 맡고... [누가 이발소를...]의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이런게 도대체 영화의 완성도와 무슨 관계가 있냐는 말이다.
그걸 언론홍보랍시고 흘려 보내는 것도 우습고, 관객들이 그런 사실을 접하고 '아... 그럼 이 영화는
잘 빠졌겠구나'라고 생각할 리도 없다. 그런 시대는 이미 끝났으니까.
트레일러, 그 찰나의 영상에서조차 제이슨 베어의 목적없는 연기와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 듯한
엑스트라들의 리액션은 분명 연출자의 몫이다.

두번째 의문은...
도대체 왜 우리나라 관객들은 이 영화에 이토록 애국적 가치를 부여하며 개봉조차 안된 영화를
옹호하는가이다.

벌써부터 기사의 댓글로 올라오는 '형래횽, 시나리오가 개판이라도 전 영화관에서 보렵니다.'라는
글들로 도배가 되는 걸 보면 이토록 편협한 잣대를 서슴없이 휘두르는 현실에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장르적 특성 때문에? 이런 괴수물은 심형래씨가 꾸준히 열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는 이미 장인이다...라고?
그래서 시나리오가 개판이든 뭐든 이건 영화관에서 세번은 볼 거라고?
나조차도 이 영화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왜 이 영화는 나오기도 전부터 이토록 일방적인 옹호를
받냐는 거다.
굳이 장르 영화의 외피를 따진다면 우리나라에선 거의 모두가 취약 장르 아닌가 싶다.
제대로 된 스릴러...보기가 하늘의 별따기고, 공포영화는 몇년 째 제자리 걸음이고, 몇년 묵은 장맛이
베어나오는 그윽한 멋의 코메디는 이제 보이지도 않고...
이 수많은 장르에서 고군분투하는 감독들의 노력은 도대체 어떻게 인정받는 것인지 궁금하다.
도대체 왜 이토록 우리나라 사람들은 별의별 사안에 애국심을 결부시켜서 얘기하고 싶어 하는지 너무
궁금하다. 차를 사도... 애국심, 영화를 봐도 애국심, 음악을 들어도 애국심...
이번 칸 영화제에서의 미디어의 그야말로 갈 때까지 간 '밀양'관련 '~카더라' 기사들을 보면서 씁쓸했던
것이 나 혼자만일까? [밀양]은 칸 영화제 기간 동안 현지에서 정말 단 한 번도 황금종려상 후보로
거론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선 마치 황금종려상이 바로 눈 앞에 있는 듯한 보도로 열을
올렸다. (끝까지 황금종려상 후보로 거론된 영화는 [4개월, 3주...]와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뿐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그렇게 싫으면 왜 스크린쿼터라는 폐쇄적 장치를
옹호하느냐'라고 날을 세운다.
영화를 바라보고 판단하는 시선과 이를 산업으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시선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스크린쿼터가 모든 걸 해결하는 만능이라는 생각은 우매하며, 그건 최소한의 자국 문화의 보호 장치일
뿐이며, 사실은 그 이상의 구체적인 플랜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저예산 영화의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상영관의 마련등)
영화가 차지하고 있는 문화적 파급력이 분명히 현 상황에서 타 문화산업에 비해 월등하다고 볼 때
이 시장을 고스란히 개방하여 거대 자본의 쓰나미를 맞는 것은 분명히 문화 속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다만, 과거의 스크린쿼터는 한국 영화가 힘을 내면서 양산해낸 또다른 문제, 한국 영화 간의 배급 편중
현상을 저지할 수 있는 효과가 전혀 없으므로 이를 보완할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일방적인 규제(민노당에서 발의한 것같은)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제2, 제3의 완충적인
인프라의 확충으로 해결해야 함이 옳다고 믿는다.

우리는 무척 혼란스러운 가치관으로 뒤범벅되어 진흙탕같은 사고의 바다...에서 헤매는 것 같다.
스크린쿼터 얘기가 나오면 '폐쇄주의자'라고 욕을 하고, '외제차타면서 무슨 스크린쿼터'라는 무개념의
글들이 홍수를 이루는가 하면, 특정 영화에는 알 수 없는 옹호심리에 애국심리까지 더해져 무슨 영화
한 편으로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하는 듯 밀어 부치는 이 이상한 군중 심리는 정말이지 지겹다.

언제나 하는 소리지만 난 섵불리 오래전 인터넷으로 인해 문화적 다원성이 보다 더 확보되고, 수많은
담론이 오고가며, 그야말로 진보성을 조금씩 획득하리라 생각해왔었지만, 지금의 이 수많은 이해불능의
현상의 기저엔 분명히 인터넷의 속성들에 기인함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황색 저널리즘의 횡포가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또다시 중심에 선 저널리즘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역설적으로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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