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도가 아니다.
정부 주도의 사법 기관이 시행하는 것도 아니므로 사실 이건 제도가 아니다.
그런데 편의상 걍~ 영파라치...라고 부르는 것 같다.
뭐 어쨌거나... 한 건당 1만원이라는 유혹이 수많은 네티즌을 유혹하는데 성공한 듯 하다.
20일 만에 35,000건이라니... 헐헐...
웃기는 얘기지만, 가접수(국내 유통사에서 정식으로 위임하지 않은 영화) 해당 영화에 대해서도 '사전협의'하라며
종용하는 이 웃기는 씨네티즌과 '일송'이 고약하지만... 사실 그렇게 간단히 단정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나와 aipharos님은 DVD를 구입한다.
이래저래... 신경쓰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많아서 예전에 음반 구입할 때처럼 미친 짓은 못하지만,
그래도 가급적 좋아하는 영화들을 구입하고 있다.
[여고괴담 2 UE]버전이 겨우 19,000원에 팔리는 걸 보면, 사실 우리나라 DVD 시장은
미래의 트랜드를 위해 적자를 보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고가는 사업이 되어버린 현실을 절감할 수 있다.
점점 묻혀버리는 타이틀이 많아지고, 출시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도 생기고...
완전 초저가의 판권 불명의 리핑 타이틀이 마구 생겨나고,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구분이 불가능한 이 혼잡한 DVD 시장.
Sell through인지 Rental인지의 개념도 혼재된, 그야말로 카오스+패닉 상태인 한국의
DVD 시장은 분명 DivX 화일 다운로드 때문인 것이 맞다.
조그마한 땅덩이에 오밀조밀 붙어 있는 집들은 전국을 하나로 묶는 놀라운 고속 인프라가 가능하게 되었고,
그 결과 전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놀라운 다운로드 스피드! 700mb가 1~13분이면 다운로드되는...
그러니 다분히 개인적 향유와 소장의 적극적 행태로 반영되는 DVD 구입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렇다고 불법 다운로드의 데이터량을 그대로 부가 판권 시장의 피해액으로 환산하는 불도저 개발 시절의
무뇌아적 정량적 분석은 코웃음만 나온다.
어쨌든...
나도 DivX 화일을 본다.
얼마전 www.dvdprime.com에 어느 회원님께서 DivX 유저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DivX화일도 보면서 DVD도 구입하는 입장에선 사실 판단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다만, 그 회원님의 글에서처럼, DivX화일을 보는 것을 자랑인 양 떠들지 말라는 말은 절대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예전부터 얘기한 바지만,
난 DivX 화일의 긍정적 효과로는 문화적 빈부 격차를 해소시켜주는 촉매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LD를 모을 때만 해도 테리 길리엄의 [Monty Phyton and the Holy Grail]이나 린지 드림의 [Cafe Flesh]같은 영화들은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 애호가들의 부러움을 받았다. 그들은 실제로 내게 카피를 부탁하면서 온갖 친절을 베풀기도 했고,
내가 카피해주는 테이프로 영화 축제를 기획하는 단체도 있었다.(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DivX 의 만연은 조금만 노력하면 이러한 영화들을 모조리 자신의 집, 책상 위에서 해결이 된다.
다운로드 받아보고, 재수가 좋으면 자막도 있고. 화질도 VHS와 비교가 되지 않는... 양질의 비주얼을 말이다.
난 그래서 DivX을 일견 환영했다. 물론, 나만이 갖고 있고, 흔히 볼 수 없는 영화를 갖고 있다는 것은 제법 우쭐댈 만하긴 했다.
(솔직히) 하지만, 그렇게 혼자 우쭐대봐야 함께 공유하지 못하고, 생산하지 못한 영화들은 정말...
허무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나도 열심히 업로드를 했다.(ㅋㅋ)
그런데...
이런 DivX의 장점이 허무의 섬...(L'isola di niente)이란 사실을 알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릴 그룹들이 많아지고, 경쟁적으로 최신작을 '신속하게' 리핑하고 배포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양을 무지막지하게 초과한 엄청난 정보를 맞닥뜨리게 된거다.
하루에 30편 이상의 영화가 리핑으로 뉴스그룹에 배포되고, 이를 받느라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로 좀비가 되는 인간들이 속출하기 시작한거다.
결국 다운로드 받은 엄청난 양의 영화들을 선별해야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됐다.
사람들은 한정된 시간 안에 봐야할 영화들을 선별해 먼저 보기 시작했고,
당연히 그 선별의 기준은 보다 더 오락적이고, 잘 알려진 영화들 위주였다.
어느 순간엔가 공유 게시판들은 최신작 업로드를 게시하는 글들로 가득 차 버리게 되었고
DivX이 아니면 구해서 보기도 힘든 영화들은 또다시 예전처럼 관심의 밖으로 밀려나 버렸다.
물론 이런 영화를 구해 보는 분들이 계시긴 하겠지만, 잘 알려진 웹하드 업체들의
프로그램을 뒤져보면 사실 그런 영화는 찾는 분도 거의 없을 뿐더러 찾기도 힘들다.
결국 우린 신속한 정보와 보더리스의 정보를 갈망해왔지만, 정작 그 정보가 우리에게
쏟아졌을 때 또다시 정보의 양질을 판단하기 위해 다른 정보에 의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생각했던 초기 DivX의 유용성은 그것으로 끝났다.
지금 내게 남은 DivX의 유용성은, 한정되고 척박한 국내 영화 유통 시장에서 도무지 볼 수 없거나,
제때 볼 수 없는 영화들을 만나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DVD로 구입이 망설여지는 영화를 미리 감상하고 DVD 구입으로
연계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없는 것 같다.(아니... 이 정도면 충분한건가??)
난 영파라치가 언제까지 유효할 지 모르겠다. 애당초 목적이 불순했고, 말도 안되는
단속 규정으로 반발을 사고 있으며, 역고소의 가능성도 있다.
난 디지털 다운로드를 거부할 수 없는 트랜드로 인식하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믿는다.
어차피 나도 다운로드를 위해 팝폴더, 토토디스크, 네오폴더, 폴더플러스에 돈을 내고 있지 않는가?
수많은 다운로더들이 돈을 웹하드 업체에 지불하며 다운로드를 한다.
이점을 감안하면 디지털 다운로드의 유료화도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물론 과금 정책과 추진협의체를 일관화하는 것이 문제가 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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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건 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DivX 화일을 받아놓고, 이걸 소장용이니 몇편을 갖고 있다느니 떠드는 건 자중했으면 좋겠다.
난 한때 국내에서 가장 리핑을 잘한다는 모릴그룹 사이트의 회원이었으나, 탈퇴했다.
이유는?
DivX 리핑을 하면서, 자기들 릴이 가장 좋다고 자화자찬하며, 마치 최고의 소장용 릴을
리핑한다는 듯한 그 분위기에 더이상 적응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게시판엔 자기가 모은 DivX화일이 벌크통으로 쌓여진 사진을 찍어 올리고, 다른 이들은 '오!! 대단하시네요. 엄청납니다.'
'고수시군요!'등...의 감탄들을 쏟아내면서, 자신들이 영화를 너무너무 사랑하고 좋아한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DVD 얘기가 나오면 '난 DVD 한번도 구경 못했어요'라며 운영진 중 한명이라는 사람이 자랑스레 키득거리는
꼴을 보니... 더이상 있기가 싫었다.
분명 개선되어야 하지만, 현재의 산업 구조에선 영화가 만들어지려면 투자가 되어야 하고 투자를 위해선
자본의 순환이 필연적이다. 이 룰을 무시하는 것은 자랑이 아니다.
그리고 그러면서 영화를 사랑하네 어쩌네...하는 말 자체가 우습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