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인구대비 DSLR 보유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일 겁니다.
일상을 가볍게 담는 '똑딱이'는 싸구려 취급을 받고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며,
조금이라도 담아볼 법한 거리들엔 미사일이라도 쏠 듯한 기세의 대포들이 진을 치죠.
난 그들이 사진을 찍는 사실까지 무어라 떠들고 싶진 않아요.
저 역시 즐겁게 사진을 찍곤 하니까. 완전 아마추어지만.
누구 말대로 사진을 찍어서 이렇게 올릴 곳이 없다면 이렇게 가열차게 사진을 찍어댈까...?
하는 생각 듭니다. 인터넷의 개인 홈피는 사실 어찌보면 개인의 과시욕을 전시하는 곳에
불과할 수도 있잖아요.
좋은 곳에 가서 좋은 그림을 담고, 좋은 식사를 담고, 멋진 인물을 담는 것.
나 혼자 보기 싫고 두루두루 널리 보자... 뭐 이런 심리 솔직히 없다면 거짓이겠죠.
그리고 그건 문제될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 길거리를 걷다가 난데없이 저를 향해 돌진하는(저를 찍는다는게 아니고) DSLR의 렌즈들을 보면
부담스럽습니다.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카메라에 나와 내 가족이 찍히는 것도 부담스러워요.
그들 사진의 액세서리나 행인 1,2로 취급받는 것도 그리 유쾌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담고 싶은 모습은 많으니...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다만... 최소한의 예의들은 좀 지켰으면 합니다.
오늘 SLR클럽에 갔다가 어느 분이 공감할 글을 올리셔서 적습니다.
그분은 모터쇼에서 레이싱 모델을 찍다가 상당한 비애감을 느낀 모양입니다.
피사체와의 소통따윈 없고 대상은 염두에도 없는 미친 듯이 터지는 스트로보에 눈이 피로한지
눈을 비비는 모델의 얼굴을 올리셨더군요.
자기 자신도 '이게 아니다'싶어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마구 셔터를 누르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는...
그 분은 자신부터 반성을 하고 최소한 남에 대한 배려는 해야하지 않냐는 의견을 피력하셨어요.
며칠 전 뉴스엔 강남 일대에서 도촬하는 무리들이 대놓고 사진을 찍고, 무리를 지어 항의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한다는 기사도 읽었습니다.
그들이 들고 있는 건 역시나... 날아가는 새도 요격할 법한 미사일 렌즈들이었어요.
멀리서 망원으로 특정 부위를 찍어대면서 '기획사에서 나왔는데 스카웃하려고 찍는거다'라고 변명한다죠.
난감할 뿐입니다...
우르르 몰려 다니면서 길을 다 막아버리고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
그리고 지나가려고 하면 인상을 팍팍 쓰면서 눈치를 주는 도대체... 납득이 안되는 사람들.
생각해보니 이 사람들은 이 사진들을 다 어디다 올릴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저처럼 자신들의 게시판에 올리겠죠. 아니면 까페나... 클럽이나.
누구나 배려없는 세상에 대해 말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배려없는 행동은 너무나 전방위적으로 퍼져 있는 것 같아요.
굳이 지하철 역에 '쩍벌남 다리 오므려라', '떠드는 진상들 네 집 안방이냐'라고 캠페인을 벌여도
안될 만큼 난감하기 짝이 없어요.
사진을 찍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피사체를 담는 것은 애정과 배려가 먼저 선행되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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