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연기가 흡인력이 있다. 정말.
아사다 마오가 기술과 기술 사이를 대충 얼버무리며 알맹이없는 기술 전시에 그친다면
김연아는 하나의 잘 짜여진 작품을 보는 느낌이다. 이건 너무 큰 차이다.
어차피 기술 점수가 가장 중요하니 만큼... 마오의 트리플 엑셀은 그 위용을 당분간 발휘하겠지.
하지만 피겨 스케이팅을 스포츠라기보다 퍼포먼스로 바라본다면 사실 마오와 김연아는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감히 말하겠다.

 

박태환
난 수영을 모른다. 오래전... 수영 자세까지 제대로 배우고 도전했으나 엄청난 '팔질'(스트로크)에도
불구하고 고작 3m를 전진했던 아픈 기억... 게다가 다니던 교회의 여학생들이 그 모습을 다 보고
있었다는 정말 아픈 기억으로... 그 뒤로 수영장엔 얼씬도 안한다.
그런데 이 17살짜리의 역주는 놀라웠다.
다분히 한국적이다. 우하~(나쁜 뜻이 아니다) 그가 얼마나 자연스러운 영법을 펼쳤는지 따위는
난 잘 모른다. 그건 저기 수영 강국으로 상당수의 국민이 나름 수영 전문가들인 호주에서나
통할 얘기고, 난 그가 50m를 광폭주하는 드라마틱한 이미지로만 그를 기억했다.

 

이강석
쇼트 트랙만으로 동계올림픽 강국 운운하는 지나가던 개도 웃을 웃기는 작태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준
우리 이강석의 세계선수권 500m 금메달.
나에겐 단신의 시미즈가 미친듯이 질주하여 스타팅하는 모습이 생생하고, 그간 울나라의 히스토리를
긁어나간 배기태등의 유수의 쇼트 러너들이 기억나지만, 이강석이란 사람은 뉴스에서 처음 접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의 얼굴도 잘 알지 못한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국적을 떠나 이런 말도 안되는 척박한 토양에서 저런 레벨에 오르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땀과 재능이 필요했을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게 정말 정상적인 현상일까?
경쟁이 이미 보편화되고, 오히려 권장되는 사회에서 저들의 먼 뒷발치에서 병풍이 되어버린, 아니,
솔직히 병풍도 되지 못하는 엄청나게 많은 선수들의 좌절과 탄식은 단지 그들이 '무능'하기 때문에
받아도 되는 당연한 결과일까?
어르신들께서 이런 논평을 하시더라. 척박한 토양을 딯고 일어난 정신력의 쾌거라고.
니미럴... 무슨... 또다시 '하면 되잖아. 환경 탓 하질 말어'라는 잣대의 재탕인가.
도대체 언제까지 한두명의 불세출급 천재들에게 기대어 다수를 싸잡아 보편화시키는 이러한 실수를
언제까지 반복하려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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