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New Trolls의 공연이 LG아트센터에서 있었다.
난 사실 이탈리언 록을 거의 다 들쑤시며 들어왔지만, 결국 내가 아직까지 엄지손가락을 추켜 올리는
뮤지션은 Opus Avantra와 Il Balletto di Bronzo, Fabrizio de Andre, Pierrot Lunaire,
Reale Accademia di Musica, Latte E Miele(1집만) 정도...인 것 같다.
나머지는 다... 저 멀리 저 머어어~~얼리... 내 기억에서 지워졌다.
New Trolls는 국내에서 [Concerto Grosso Per 1]의 'Adagio'가 기이하게 대박을 치는 바람에
서울음반에서 부랴부랴 LP로 발매했던 기억이 난다(뭐... 이것도 저작권 분쟁이 있었지만).
그런데 덩달아 [Concerto Grosso Per 2]까지 히트를 치자, 결국 1,2를 합본으로 묶은 더블CD가
국내 라이센스 된다. (이걸 다 놓친 시완레코드는 얼마나 화가 치밀었을까. )
그런데... 아는 사람은 알지만 New Trolls는 원래 그런 클래시컬 록 그룹이 아니다.
이들은 엄청난 헤비 록 밴드였다. 시완에선 이들의 헤비록 시절 음반을 발매했지만 반응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한국인들이 원한 건... 'to die~ to sleep~~'이런 클래시컬 록이었지 날선 기타리프의
헤비락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그 정도 헤비락은 영국 언더그라운씬에 널리고 널렸다.

 

이번 공연엔 Nico를 비롯한 정예 멤버가... 오셨단다.(비토리오 데 스칼시가 온게 놀라울 뿐이다!)
이제 그들의 나이도 60이 다되었거나 넘었을 거다.
사실 난 그래서 이들의 공연을 보러갈 생각도 안했다. 그나마 남은 환타지가 아작날까봐.
4일 공연은 내 걱정대로... 엉망이었던 모양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오케스트라의 문제가 컸단다.
그런데 5일 공연은 작살이었단다. 갔다 온 사람과 오전에 메신저를 했는데 일생일대의 감동적인
콘서트였다고 한다. 크어~!
공연이 11시가 넘어서 끝났고(크로노스 쿼텟은 9시 30분에 끝났다. ;;;) 사인회 및 사진까지...
새벽 1시에 나왔다니... 말 다했다. 정말. 그 정도로 감동의 도가니탕이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난 과거의 추억이나 연주할 줄 알았더니 [Concerto Grosso Per 3]의 초연이 있었다고 한다.
허어... 점점 조금씩 안간 걸 후회하게 된다. ㅎㅎ

게다가 Latte E Miele의 드러머도 내한했었고, 공연 이후에 여러 설왕설래 중에 내년엔 Latte E Miele
가 내한할 지도 모른다는 야그가 오고 갔단다.
그러니 생각나는데... 시완에서 야심차게 출시했던 Latte E Miele의 1집 [Passio Secondum Matheo]는
당시 2만장이 판매되었다. 전혀 패션과 무관한 언더그라운드 록 음반이 극동의 쥐꼬리만한 나라에서
2만장이 팔렸다는 쇼크 그 자체였다. 당시(71년) 이태리에서 팔린 그들의 음반 숫자보다 많았다!!;;;;
이 소식을 들은 Latte E Miele의 멤버들은 엄청 감동과 쇼크를 동시에 먹고 재결성을 계획했었다.(정말이다)
그게... 아마 93년인가...94년인가의 일이다.
그들이 온다면 난 기꺼이 공연장을 찾겠다.
밀라노 음악 스쿨의 우수한 학생들이었던 그들이 학교를 때려치우고 나와 발표한 마태수난곡.
이렇게 말하고 나니 다시 들어보고 싶어진다. 듣지 않은 지... 7년은 넘은 것 같은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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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전도연, 공효진...
난 이 사람들을 보면 구도자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과 영 동떨어져 자신만의 월드를 구축하고 있는 자폐적 선인이 아니라, 쉽게 닿을 듯 하면서도
쉽게 말해 레벨이 달라 보이는 사람들 말이다.
뭐 이 사람들이 화장실도 안갈거야... 뭐 이런 식의 숭배말고.
전도연이 [밀양] 캐스팅을 수락하기 전에 이창동 감독과 나눈 이야기와 일담은 별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은근히 자신만의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자들의 여유와 다른 시선의 마인드가 느껴졌다.
그래서... [밀양]도 보고 싶고, [우아한 세계]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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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 여성국제 영화제엔 보고 싶은 영화들이 줄줄이... 소개된다.
아... 정말이지 가고 싶다.
회사고 나발이고 다 집어치우고 죽치고 앉아서 영화를 보고픈 마음이 가슴에서 요동친다.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내가 그래봐야 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달콤해 보이는 지 모르지만
이번 프로그램엔 내가 평소에 보고 싶었던 영화들이 주루루... 소개된다.
이럴 땐 옛날 프랑스 문화원과 독일 문화원을 혼자 돌아다니며 영화를 보던 기억이 생각나고
그때가 부럽기도 하다. 그땐 돈도 더 잘 벌었는데. ㅋㅋㅋ
그 당시 독일문화원 멤버들 중에 봉준호도 김홍준도 박찬욱도 있었다니... 헐헐... 나같은 독고다이가
그런 걸 알 리가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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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즐거운... 주말이다.
주말이 없다면 벌써 2층에서 뛰어내렸을거야. ㅎㅎ
내일은 민성이에게 완전 포커싱된 나들이... 2층버스(ㅠ.ㅠ), n타워의 아트토이전과 저녁...이다.
민성이가 아트토이전을 생각보다 더 많이 가고 싶어해서 다행이다.
문제는... 이 녀석의 기침 소리. 탈없이 다녀올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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