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일찍 일어나 준비한 뒤,
바로 큰 동생이 묻혀 있는 여주에 갔다.
여주의 공기는 정말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매섭게 춥더라.
그래도 오랜만에 편히 쉬고 있을 동생을 찾았다는 마음에서인지 편했다.
실제 볼 순 없어도 이렇게 기억할 수 있는 곳에 동생이 묻혀있다는건.
다음에 또 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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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용인 고기리에 위치한 '고기리 장원 막국수'로 왔다.
오전 10시 10분 경 도착했는데 대기번호 5번.
가만 생각해보면... 이 집이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끊임없이 사랑받는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 집의 음식이 훌륭한 것은 분명하다.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몇 년째 이렇게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이 단지 그때문만은 아닐거란 생각이 들어.
고기리 장원막국수는 쉽게 올 수 있는 곳에 있는 곳이 아니다.
차가 없으면 정말... 들르기 힘든 곳인게 사실.
그렇다고 대단히 멋진 뷰포인트를 확보한 곳도 전혀 아니고 각양각색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메뉴가 마련된 곳도 아니다.
이젠 다들 들기름 막국수를 알고 있지만 여전히 메뉴판엔 정식으로 올라있지 않고,
메뉴판에만 한정한다면 이 집의 메뉴는 물막국수와 수육(소/중), 어린이 메뉴, 사리 추가 정도이니...
게다가 이 집의 음식 간이 강렬해서 한번 먹으면 바로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자극적인 임팩트를 주는 곳도 아니지.
그런데 도대체 어째서 이렇게 몇 년동안 꾸준히 손님들이 밀려 들어올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집은 수많은 식당 자영업자 분들께 시사하는 바가 매우 많은 집이란 생각을 감히 해본다.
아무리 음식 맛이 좋아도 마냥 늘어지는 웨이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방문한 손님들의 재방문 의사에 피로감을 주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길고 긴 웨이팅은 음식을 여유있게 즐길 수 없도록 방해하는 심리적인 훼방꾼이기도 하지.
아울러 대기 도중에 벌어질 수 있는 어느 정도의 클레임과 불상사도 식당 입장에선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대기 손님이 많아지면 스텝 인력의 한정된 자원도 배분시켜야 한다.
관리되지 않는 웨이팅으로 욕먹고 얼굴 붉히는 경우를 내 어디 한두번 본게 아니니...
그런데 많은 분들께서 아시다시피 고기리 장원막국수는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한 방식의 대기 등록/알람 시스템을 갖췄다.
찾아온 이들이 마련된 태블릿에 전화번호와 이름, 일행 수를 입력하면 알아서 저장이 되고,
손님의 카톡으로 입장 가능 시점을 알려주는 시스템이지.
그리고 대기 후 들어오면 친절한 스텝들께서 자리를 안내해주시고,
무엇보다 몇 번을 방문해도 거의 다름없는 한결같이 잘 관리된 음식의 맛을 보증한다.
이게 뭐 대단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고기리 장원막국수만큼 언제 들러도 한결같이 일관된 맛을 경험케해주는 곳은 내 경험상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얼마전 방문한 평양냉면의 성지같은 그 곳,
나 역시 정말 좋아하는 그 곳도 들를 때마다 맛이 들쑥날쑥하지 않던가?
그 맛의 변화라는 것도 광화문 국밥처럼 주방장의 의도에 의해 개선되어가는 과정에서의 맛 차이가 아니라 변화되지 않은 레시피에서 드러나는 차이인 경우가 어디 한 둘이던가.(이게 어케 쉬운 일일까 싶다만...)
한가지 이유를 더 들어본다면,
분업화된 쥔장 부부 중 영업과 홀을 담당하신 김윤정 대표님의 적극적인 마케팅.
내... 수많은 식당들의 블로깅,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봐왔지만 그 어느 곳도 제대로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애를 먹고 있었고,
적어도 내 관점에서 보기엔 대체로 일방적인 피드를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특히... 자신의 일상을 자신의 업장 소식과 함께 올리면서 일방적인 홍보 컨텐츠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리려는 분들은 좀 봤어도 김윤정 대표님처럼 이렇게 고기리 장원막국수의 음식 자체를 거의 9할 이상 분량의 컨텐츠로 소비하면서도 변함없는 피드백을 받는 경우를 난 거의 본 적이 없다.
이게 가능한 건 김윤정 대표의 솔직하면서도 일정 정도의 선을 지켜내는 내용의 글들이 담백하고 위트넘치는 글 솜씨로 표현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막국수 가격이 올해도 똑같다는 말을 풀어내는 글을 보면 이건 단순히 별이 다섯개 장수돌침대...라고 들이대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니까...
이 집은 기본적으로 음식만 맛있는 집이 아니고,
여러가지 의미에서 다른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는거.
말이 너무 길었네...-_-;;; (죄송합니다)
일단 수육 중자.
보기에도 보들보들... 맛있어 보인다면 딱 그 맛입니다.
돼지기름에 튀기듯 구어낸 별미 녹두전을 지금 먹을 수 없다는건 아쉽지만,
수육은 변함없이 먹을 수 있지.
어머님과 와이프는 물막국수 각각.
이 집만의 풍미가 있어요.
고요한 듯 하면서도 저 한 그릇의 음식 안에서 정교한 정성을 느낄 수 있지.
들기름 막국수.
난 예전에도 말했지만 들기름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는다.
강원도 음식 잘한다는 집에서 들기름에 뭘 구워내오면 내가 잘 먹지 못하기도 했으니...
근데 난 이 들기름 막국수를 정말로 좋아한다.
자주 먹을 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 뿐이지.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들기름 향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난 왜 이 음식에 이렇게 감탄을 하는걸까.
왜 줄어드는 양을 확인하면서 아쉬워하는걸까.
아니... 여기에 육수를 부어 먹어도 되는거야?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지.
지금은 당연히 부어 먹으면 그 고소함이 퍼져나오듯 휘감겨오는 기분에 행복해하지만.ㅎ
그냥 가긴 아쉬워서 비빔막국수도 하나 더.
아아아...
비빔막국수를 처음 들렀을 때 어머님께서 주문한 걸 한 젓가락 먹어본게 다였는데...
정말... 맛있구나.
우래옥 비빔냉면 먹고 쇼크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만한 쇼크를 받았다.
개인적으론 더 맘에 들어.
잘 먹고 나와선 바로... 집으로 왔다.
도로가 새로 뚫려 거의 60km 가량 거리인 고기리 장원막국수와 우리집 거리가 45km정도로 확... 줄었다.
집에 오는 시간도 40분 정도 밖에 안걸리고...
집에 와서 차 한잔 마신 뒤 (로네펠트 레몬스카이 Ronnefeldt LemonSky),
1시간 20분 가량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지금은...
나가기도 싫고,
밥먹기는 귀찮고...
그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버거킹에 주문넣고 기다리고 있네.ㅎ
버거킹 주문넣고 보니 아들 생각이 나서,
아들에게도 버거킹 하나 보내줄까...해서 전화했는데 아들은 구정 연휴 휴식때문에 일요일도 오후까지 훈련이고,
이제 훈련이 곧 끝나면 선배들과 저녁먹고 영화보러 간단다.
혼자 기숙사로 들어가지 않고 다같이 식사하고 영화도 본다니 마음이 편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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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리 장원막국수 김대표님과 처음으로 인사를 했다.
정말 반가와해주셔서 감사했고,
또 이렇게 짧게라도 인사를 나누니 정말 반가운 마음.^
정말 예쁘세요, 김대표님!
와이프랑 계속 그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