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일찍 와이프와 민성이와... 함께 용산의 건담 베이스에 다녀왔다.
민성이는 건담의 팬이다. 그래봐야... 아직 2002년 방영되었던 건담SEED 밖에 못봤지만.
이 메카닉 애니메이션은 기존의 메카닉이 상당 부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진 것과
달리 완전히 청소년 이상의 타겟을 겨냥한 복잡 다난한... 스토리다.
건담은 그 시리즈 종류도 너무 많고, 이를 년도로 표기하는 방식에 따라 분류하는 등 일반적인 메카닉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내용도 마찬가지... 선악이 분명한 메카닉물과 달리 이 애니메이션은 선악이라는 개념의 이분법적 논리보다는
환경에 지배당하는 인간들의 모습과 각자 나름의 신념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어찌보면 절대악도, 절대선도 없고, 분명한 것은 다원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혐오와 편견이 가져오는 비극을
정말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삐딱한 시선으로 본다면 간혹 평화를 위한 힘의 유지라는 부분이 일본의 군국주의를 연상케 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래저래 정세를 고려하여 우리나라 역시 평화를 위한 무력 유지를 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굳이 과거와 연계하여
선입견을 갖고 볼 이유가 없다. (게다가 그런 신념조차 철저하게 힘의 논리에 농락당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분명 민성이는 처음엔 건담의 그 화려한 액션을 보기 시작했을 것이다.
나도 그 이상을 바라진 않았다. 다만, 선악의 스테레오 타입이 너무 분명한 애니메이션의 일반적인 경향이 아닌 애니여서 어렵지만,
오히려 민성이가 보는 것을 권장했다.
나중에 민성이와 얘기하다가 알게 된 것이지만, 민성이는 분명히 전쟁이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 알았고,
서로를 혐오하며 복수하는 것이 얼마나 참혹한 비극을 재생산하는 지도 아주 조금은 느낀 것 같다.
뭐... 그걸 다 이해하긴 절대 바라지 않구...
예를 들어 처음엔 이자크를 나쁜 적...으로 생각하던 민성이가 나중에는 이자크 역시 친구를 위하는 '사람'으로 얘기한 것도 그렇구...

이제 50화짜리 2002년작을 마스터한 민성이는 건담 베이스의 모든 것이 즐거운 거다.
PS2 건담시드 연합군VS자프트 게임 소프트를 구입하고, 듀엘 건담 어설트쉬라우드 프라모델을 구입하고...
집에 와선 나와 게임을 하고... 애니메이션->게임->프라모델...
일본의 문화 컨텐츠가 얼마나 무섭도록 막강한 것인지 또다시 절감하고 있다.
우리의 문화 컨텐츠가 단순한 최종 생산물로 끝나는 것과 달리 일본의 문화 컨텐츠는 수도 없이 파생적인 부가 산업들을
생활 깊숙히 침투시킨다. 영화를 한 번 보고 극장문을 나서는 것과...
영화를 보고 다시 DVD를 보며, 그에 관련된 게임을 하고 집에서 프라모델을 만든다...
라는 것은 문화를 즐기는 그 능동적 행태의 레벨이 차원이 다르지 않을까...

예전엔 우리도 빨리 이러한 산업이 부흥되기를 바랬지만, 이건 어떻게어떻게해서
따라 잡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 잡소리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060419 _ 예쁜 와이프, 멋진 꼬마  (0) 2016.10.10
060414 _ 이작가와 박작가 ㅋㅋㅋ  (0) 2016.10.10
060315 _ 굴지의 S 대학의 행정기관  (0) 2016.10.10
060309 _ DivX & DVD  (0) 2016.10.10
060303 _ 답답한 일상  (0) 2016.10.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