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시간.
언제나처럼 임부장님은 사무실 직원들이 모두 구내 식당으로 내려가 먹고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부장님만 당번서는 것 같아 직원들이 거의 강제로 당번제를
만들었는데도... 부장님은 나중에 내려와서 식사를 하셨습니다.
제가 식사 후 올라와서 '부장님, 어서 식사하세요. 이럼 뭐하러 당번제해요... 얼른 식사하세요.'
라고 닥달하니까 부장님이 예의 그 웃는 얼굴로 '내려 갑니다~'라고 말씀하시곤 식사하러 내려가셨습니다.

그런데.
그 부장님 모습이 마지막이 되었네요.
점심시간 끝날 무렵, 송차장님이 허겁지겁 119를 찾으시더군요.
도대체 누가 쓰러진건지 몰라서 물으니 다급히 '임부장님'이라고 하시더군요.
사무실 옆 전시실로 뛰어가보니 부장님이 소파에 누워 계셨습니다.
다리가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저희 이사님과 얘기 나누고 계시던 중 갑자기... 기침을 좀 하시더니 누우셨답니다.
구급차가 오고...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그때까지도 의식도 멀쩡하시고 말씀도 또렷하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4시 30분.
병원에 함께 간 송차장님, 사장님으로부터 말도 안되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대동맥 파열로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고 사실상 돌아가셨다고 봐야 한다고.
이미 의식은 없으셨고, 그냥 산소호흡기만 달고 있지만 몇시간 안에 돌아가실 거라고.
겨우... 3시간 만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녁 7시 20분 돌아가셨습니다.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 나고, 분하기도 하고... 너무 답답한 심정이 오고 갔습니다.
부장님과 부딪힐 때도 있었습니다. 제가 원래 싸가X없고 강성이다 보니...
그럴 때도 있었죠. 너무 일만 하시는, 정말 너무 일만 하시는 부장님이 오히려 답답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당신을 위해서 단 한번도 사리사욕을 챙기는 걸 전 본 적이 없어요.

제 자리가 부장님 바로 옆자리로 나란히 붙어 있어서... 누가 뭐래도 얘기를 많이 나눌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이렇게 가시다뇨. 죽어라 고생만 하시고... 아들, 딸 결혼하는 것도 못보고 돌아가시다니요.
사모님께선 아침에 멀쩡하게 출근한 남편이 싸늘한 시체로 변한 걸 보고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오늘 아침, 회사에 와서...
옆자리를 보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저세상에선...
일하지 마시고, 편히 쉬세요.
정말,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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