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어가서 가진 연주회에서 느꼈던 기분.
무대에 올라서서 내 앞에서 새하얗게 터지는 조명에 마치 죽었다 살아난 이들이 공통으로
경험했다는 찬란한 빛같은 느낌을 얻고, 스틱을 두들겨 대며 노래를 부를 때의 느낌.
솔직히 내 안에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도 귀에 꽂힌 이어폰과 공진하는 손가락은 어김없이 손잡이를 타닥타닥 두들긴다.
어쩌다 집에 오는 길에 보게되는 음악 학원을 보면 순간적으로 뛰어 내려 스틱을 잡고 싶었던 적이 정말 한두번이 아니다.
'넌 음악으로 성공할거야.'
'넌 분명히 이 나라 음악을 해방시켜줄거야.'(하하! 지금 다시 곱씹으면 난감한 과찬이었네요)
라는 말도 안되는 정말 과분한 친구들의 건배를 받으며 '정말 난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소라닌의 다네다처럼 '음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어'라고 자신만만했던 그런 시절이 정말 있었다.
하지만 정말... 나도 그걸로 끝이었다.
손에서 스틱이 떠난 지 오래고,
방탕한 시간을 보내고 카드 빚에 허덕이고 쫓기고... 집은 부도나고...
부모님은 이혼하시고... 어느날 갑자기 와이프와 민성이만이 아닌 어머님과 동생의 가장이 되어버리고.
그러다 세상에서 말하는 어른이 되어가고, 회사에서 인정받으려고 치열하게 노력하고, 다달이 올라가는 연봉에 우쭐해하고...
헤드헌터에서 연락오면 마치 내 자신이 하이 클래스가 된 양 우쭐거리고,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 거야'라고 혼자 자위하면서 살아 왔다.
아, 그래. 다들 그러지. 그렇게 사는게 당연한 거야.
그게 우습다면 그들이야말로 인생의 낙오자들이지. 낙오자들의 시덥잖은 변명이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래도 회사를 들어서면 느껴지는 죽도록 싫은 무언가와 집에 돌아오면 허기진 사람처럼
음악과 영화와 게임과 미술에 쫓겨 살다시피 달려 드는 내 자신은 결코 '나 자신'까지 속이진 못했던 것 같다.
맞다.
소라닌이 날 한방 먹였다. 하하~
이 두권짜리 책이 날 지독하게 센치~하게 몰아간다.
그게 원래 내 안에서 꿈틀꿈틀 거리던... 무언가를 살살 꼬득인 듯 해서.
오늘 저녁 집에 들어오면서 사무실을 우리 집 근처에 얻게 된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친구와 헤어지면서 aipharos님께 전화를 해서 도중에 만나 함께 집까지 걸었다.
저녁 준비를 시작한 aipharos님이 내게 말했다.
"당신 마음 다 알아. 어떤 기분인지, 어떻게 공감했는지, 다 알아. 그런데, 서운하지 않아.
나한테 다 말해도 돼." 라고.(소라닌을 읽은 분만 왜 aipharos님이 이렇게 말을 했는지 이해할 겁니다)
나... 정말 복받은 놈 아냐?
까짓 로띠의 공연, 몇 번이고 반복해주마.
그럼 끝도 멀어질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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