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to Yuma] directed by James Mangold
2007 / 117 min / US
Cast : Christian Bale, Russell Crowe, Logan Lerman, Ben Foster, Peter Fonda
어제 오랜만에 영화를 봤습니다.
1957년 Delmer Daves의 걸작을 리메이크한 James Mangold 연출, 크리스천 베일과 러셀 크로우
주연의 [3:10 to Yuma].
여느 똑똑한 감독처럼 James Mangold도 헐리웃 시스템에서 자신의 작가적 야심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는 지를 깨닿고 있는 것 같습니다.
97년 퇴물로 불리던 실베스터 스탤론을 재발견하게 했던 [Cop Land],
안젤리나 졸리의 우울한 연기가 시종일관 지배했던 [Girl, Interrupted] 그리고 로맨스인 [Kate & Leopold]
를 통해 드라마를 잘 뽑아내는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더니, 평단의 평가가 극단으로 나뉘었던 스릴러 영화
[Identity]를 발표하고는 난데없이 Johnny Cash의 음악여정을 담은 [Walk the Line]으로 극찬을 받습니다.
그리고 올해 발표한 영화는 생뚱맞게도 걸작 서부영화의 리메이크였죠.
워낙 평단의 평이 좋았던 터라 저도 기대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대단히 만족했구요.
어떻게 러닝타임이 흘러간 줄 모르겠습니다.
시종일관 긴장감을 잃지 않고, 감상적인 로드 무비로 흐르지도 않고, 영웅이 넘쳐나는 웨스턴을 답보하지도
않았습니다.
극악무도한 악당인 러셀 크로우는 사실 가정의 품이 그리웠던 과거를 안고 있고,
크리스쳔 베일은 러셀 크로우 입장에서 보면 시기어린 가족의 가장이지만, 정작 본인은 한쪽 다리를 남북전쟁
에서 잃고 외다리로 살면서 가족들의 궁핍함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무능에 몸부림칩니다.
결국 러셀 크로우를 붙잡은 핑크턴(현상금사냥꾼?)들은 정해진 날 오후 3시 10분 유마 역에 러셀크로우를
데리고 가서 기차를 태워야 하고, 돈이 궁핍한 크리스천 베일은 호송을 맡게 됩니다.
이렇게만 보면 이 영화는 처절한 액션이 난무하는 웨스턴 같지요.
그런데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원작에서보다 더 강하게 벤 웨이드(러셀 크로), 댄 에반스(크리스천 베일)의
관계를 결핍된 가족의 시각에서 파고 듭니다.
이 영화에서 벤 웨이드의 그림이 세 번 등장합니다.
간략한 스케치인데, 첫 번째엔 나뭇가지에 홀로 앉은 새, 두번째는 벌거벗은 여인의 뒷모습, 그리고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그린 그림은 결전을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댄 에반스의 모습입니다.
결국 벤 웨이드는 댄 에반스와 그의 혈기왕성하면서도 용감한 아들 윌리엄을 보며 자신이 저버린 가족의
신념에 대해 생각하게 된 듯 합니다.
마지막 댄 에반스의 모습은 누가 봐도 자신이 원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듯 하죠.
그리고 벤 웨이드의 결단 역시 자신이 가족대신 꾸려왔던 기억과의 결별과도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댄 에반스는 오히려 벤 웨이드보다 더 가부장적이고 마쵸적입니다.
가족의 안위와 평안을 자신의 의지와 희생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전형적인 아버지상이죠.
그리고 댄 에반스와 벤 웨이드의 결말은 예상한대로 흘러갑니다.
분명 영리한 오락 영화면서도 이 영화는 곱씹을 여지가 많습니다.
청교도적 윤리와 약육강식이 분명히 공존했던 아이러니의 세상에서 마지막 결전은 씁쓸한 엔딩으로 치닿지만
우직한 신념이 남긴 조그마한 희망도 함께 남겨줍니다.
그건 아들 윌리엄의 몫이죠.
추천하고 싶은 영화.
**
이 영화의 캐스팅은 호화롭기만 한게 아니라 내실도 튼튼합니다.
피터 폰다가 거친 세월을 안고 핑크톤을 이끄는 바이런 맥클로이역을 맡았고,
러셀 크로우와 크리스천 베일의 연기는 두말 할 나위없이 훌륭합니다.
게다가 냉철하면서도 이지적인 버터필드 역은 댈러스 로버츠(Dallas Roberts)가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했어요. 그의 꾹 다문 입은 대사보다 수없이 많은 상황을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크리스천 베일의 아들로 분한 윌리엄 에반스 역의 로건 레먼(Logan Lerman)은
어린 나이에 자신만의 아우라가 확실히 뿜어나오더군요. 분명 주목할 배우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벤 웨이드의 심복인 찰리 프린스 역의 벤 포스터도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지요.
아무튼... 배우들의 열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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