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ne의 곡은 Warm on a Cold Night이나 Costal Love 같은 몇 곡만 좋아하는데 이번 신곡들은 하나같이 귀에 착착 붙는다. 워낙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영국산 듀오여서 별 얘기가 필요 없겠지만서도... 인스타엔 진작에 올렸는데 블로그엔 이제서야 올려봄.
HONNE - Day 1 ◑
HONNE - Me & You ◑
PAELLAS
Paellas
2017년 크게 주목받은 일본의 인디밴드. R&B, FUNK, New Wave적인 요소들을 두루 잘 조화시키는 밴드. 크게 드라마틱한 느낌없이 미디움 템포의 곡을 들려준다는 건 여러 일본 인디 밴드들과 비슷한 부분이긴한데 이들의 곡 분위기는 일본 밴드의 대체적 흐름과는 좀 동떨어져있다. 차라리 우리나라 밴드라고 하면 '아... 그렇구나'싶기도 할 듯. 하지만 듣다보면 일본 인디 밴드 특유의 서정성이 드러나기도 하고, 나만의 착각일 지 모르겠으나 Darlin' Song, Over the Night같은 곡에선 Fishmans의 흔적도 느껴진다. 아무튼 요즘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밴드.
PAELLAS – Shooting Star [Official Music Video]
PAELLAS "Echo" [Official Music Video]
PAELLAS - Together [Official Music Video]
PAELLAS-Darlin' Song (Reprise)
이 곡... 정말 들을수록 매력적이다. 곡 후반부에 이르러 클랩 사운즈와 함께 등장하는 리드미컬한 드러밍 파트는 가슴에 강력한 한 방을 선사
아들이 이번 주는 집에 못 온다고 말했었는데 금요일 저녁 전화와서는 집에 가겠다고 말했다.
우리야 오면 좋은데 일부러 무리하는게 아닌지 싶어 힘들면 안와도 된다고 말했지만 그리 힘들지 않다며 여느 때처럼 토요일 저녁 부천 소풍 터미널에 도착.
터미널에 도착한 아들을 차에 태우고 저녁 식사를 위해 서울로 나왔다.
서울로 나오는 경인고속도로, 양화대교, 합정동 일대는 정말... 아무리 토요일이라지만 간만에 느끼는 엄청난 교통량이었다.
어제 정말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그 설레는 광경을 보고 사람들 마음 속에 봄이라도 온걸까...
다들 걱정일랑 다 집어 치우고 나온 듯한 느낌.
실제로 낙관적인 정치적 이슈가 있으면 소비도 증가한다고 하지.
엄청난 교통 체증을 뚫고 페페로니에 도착했다.
난 사실 요즘 랑빠스81 이 격하게 땡기는데... 아들이 내 말 꺼내기도 전에 '엄마 아빠, 페페로니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바람에...ㅎ
이게... 심각한 얘기가 아니었는데... 표정이...ㅎ
아들은 전공필수인 수영수업에서 상급반으로 배정받은 뒤... 학년에서 가장 수영을 잘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교수에 의해 강습풀 권유를 받고,
금요일마다 라이프가드, 수영강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강습풀에 참여하고 있단다. 아들은 취미로 수영을 정말 제대로 배웠는데(선수를 위한 전문반 바로 전단계까지 약 2년간, 그리고 그 이후로도 종종) 지금 엄/청/나/게 도움이 되고 있나보다. 강습풀은 수영 실력이 있는 소수를 대상으로 진행하는데 약 7명 가량이라고 하며 1학년 중에선 단연... 탑인가보다. 힘은 들지만 워낙 수영을 좋아하는 터라 재밌게 참여하고 있나보다. 내년부턴 수영수업 조교로 한달에 30만원 정도 수입도 생긴단다. 난 아주 기쁜 마음으로 그만큼 용돈을 까겠다고 말했다.(ㅋㅋㅋ)
아들 사진도 찍었는데... 바로 옆에서 대충 찍었더니...ㅎㅎㅎ
아들이 머리도 너무 길어서 파마 컬도 막 다 풀리고... 여드름은 왜 또 다시!
아들이 왠일로 알콜을 마다하고...
분다버그 진저 비어. (Bundaberg Ginger Beer)
나와 와이프는...
전에 합정동 빠사라 (Pasara)에서 정말 맛있게 마셨던 스페인 맥주 Cerdos Voladores.
아... 이 맥주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구나.
전용 잔은 처음 보는데 엄청 귀엽구나.ㅎ
이베리코 살치살이 조금 들어왔다고 하셧다.
살치살과 목살.
살치살은 어마어마하게 부드러웠고 목살은 역시나 고소했다.
로칸다 몽로에서도 이베리코 요리를 참 많이 먹어봤는데 몽로가 터프하게 내놓는다면 이 집은 무척 부드러운 느낌.
(스튜디오 측의 촬영컷이 아닙니다. 그냥 제가 스트로보없이 느낌만 보려고 찍은 컷이에요) 그동안 준비한 제품 촬영을 시작했다. 오늘 일단 1차 촬영을 했고 촬영은 금요일인 내일까지 이어진다. 당연히... 힘들었다. 발바닥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아. 하루 종일 거의 앉지 못했으니... 개인적으로 제품 촬영에 모델을 절대 쓰지 않는데 이번엔 모델 면접까지 봐가며 모델을 뽑고 촬영도 했다. 촬영 콘티까지 만들어서...ㅎ
판매가 이뤄지려면 6월은 되어야 가능하겠고, 결과물에 대한 아쉬움이야 한가득이지만 어쨌든... 마음 한구석은 아주아주 시원하다. 앞으로 인스타 개인 계정에 제품 사진을 올리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촬영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기뻐... 한 컷. (수고했어요, 다혜씨. 그리고 남편 돕겠다고 따라와서 고생한 와이프... 고맙고 미안해. 요구한 대로 세트 만들어주느라 고생하신 스튜디오 한실장님, 팀장님, 호준씨 고마와요)
토요일마다 즐거움을 주는 MBC 표준FM '노중훈의 여행의 맛'의 진행자 노중훈 작가의 새로운 팟캐스트 <여행사이에 책>. 이번 업데이트된 방송에는 <아이슬란드컬쳐클럽>의 저자인 김윤정 작가를 모시고 아이슬란드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풀어놓았다. 듣다보니 내가 기억하고 있는 아이슬란드는 무엇으로 연상되는지 궁금해서 곰곰히... 따져봤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되지만 그렇게 검색되는 결과는 내가 온전히 즐긴 아이슬란드 컨텐츠가 아닐테니... 내가 기억하는 몇가지 아이템들을 올려봄.
+ 아이슬란드 작가는 아니지만,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밴드인 Sigur Ros의 앨범 커버로도 사용된 Ryan McGinley의 작품이 먼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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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래전 PKM 갤러리 트리니티(지금은 없어진)에서, 이후에 리움(LEEUM)에서, 그리고 작년엔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또 전시가 있었던 빛의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 (Olafur Eliasson)' (세 번의 전시, 모두 다녀왔다)
덴마크 작가로 알려졌지만 그는 아이슬란드 국적을 여전히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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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이슬란드 작가는 아니지만 2014년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렸던 스칼렛 호프트 그라플랜드(Scarlett Hooft Graafland)의 작품들 중 유난히 기억에 남았던 건 볼리비아의 소금사막 사진등이 아니라... 바로 아이슬란드의 황량하면서도 쓸쓸한 정경 속에서 연출한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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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난 이 영화를 잊을 수 없다. 아이슬란드의 변두리, 하얀 벽에 둘러싸인 피오르드를 벗어나려는 주인공의 그 처연함. <Noi Albi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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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LG아트센터에서 있었던 <카프카의 변신>은 아이슬란드 극단인 '베스트루포트(Vestruport)'가 공연했다. 안타깝게도 난 이 공연이 기대만큼 인상깊진 않았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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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Room Song>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의 네오 클래식 / 일렉트로닉 뮤지션 Olafur Arna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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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말이 필요없는 Sigur Ros (전 그 정도로 좋아하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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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밴드는... 아는 분들이 그렇게 많을 거라 생각은 안드는데... PPPönk의 이 음반은 99년 자주제작으로 50장 배포된 CD-R버전의 EP였는데 이후 어느 해외 블로거가 뮤지션들에게 정식으로 허락을 받고 자신의 블로그에 이 음반의 음원을 공개했다. 나도 그때... 다운받아서 들을 수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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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비욕(Bjork)을 빼놓으면... 안되겠지.
영화 램스를 떠올리는 분들도 계실텐데 이 영화는 내 본다본다하고 아직도 못봐서... 패스.
루카 과다니노 감독의 2009년작 <Io Sono L'Amore / I Am Love / 아이 앰 러브>, 2015년작 <A Bigger Splash / 비거 스플래쉬>와 작년(2017)에 공개된 <Call Me by Your Name>, 이 세편의 영화는 '3부작'이라고 불러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공통된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이 세편의 영화에는 통속적 개념으로 금기된 대상 - 유부남/유부녀/동성/미성년...- 에 대한 등장인물의 강렬한 성적 욕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강렬한 성적 욕망은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카메라를 따라 스크린에 끈적끈적거릴 정도로 투영되는데 이런 이유로 루카가 공개해 온 세 편의 영화는 원초적인 섹슈얼리티가 대단히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
이 영화 속에도 육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카메라는 여전하다.
영화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에 넘실대는 섹슈얼리티 덕분에 이 정적인 드라마 속에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되지.
전작 <A Bigger Splash>가 치정을 다룬 스릴러에 가까운 격정을 담았다면 이 영화는 훨씬 더 단순한 화법으로 '사랑'에 집중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사랑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17세 소년이 자신의 별장을 찾아온 젊은 미국인 학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사랑 이야기.
영화는 17세 소년 엘리오가 미국인 학자 올리버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느끼는 성적 욕망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영화의 이야기는 이게 정말 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기억되는 건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사랑이 젠더적 구분이 전혀 쓸모없는 일상의 사랑 감정과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대단히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때문인 듯 싶다.
영화를 보다보면 내가 종종 아들에게 '여자 친구도 사귀어서 같이 시간을 보내봐'라고 말했던 사실이 무안해질 정도로 말이지.
나도 모르게 연인=이성이라고 규정하고 말해왔다는 사실이 정말로 무안해질 지경으로 이 영화는 그냥 사람에 대한 사랑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말하자면 엘리오 역을 맡은 티모띠 샬라메의 놀라운 연기를 빼놓고 얘기할 순 없을 듯 싶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길게 고정된 테이크에서 화면 한쪽을 메운 엘리오의 표정은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들 정도의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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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Paolo Sorrentino(파올로 소렌티노)와 같은 다른 이태리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루카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보통을 훨씬 상회하는 지적 수준과 경제적 여력을 갖추고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등장 인물들은 교양 수준의 끝을 보여주는데 주인공인 17세 소년 엘리오(티모띠 샬라메)는 최소 3개 국어 이상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바흐를 피아노와 기타로 '변주'하며 연주할 정도의 음악적 소양은 물론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인문학적 수준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게다가... 다시 한번 얘기하겠지만 어마무시하게 인간적으로 훌륭한 부모를 두었고.
엘리오 식구가 여름마다 휴가를 보낸다는 이태리 북부 '어딘가'의 별장의 고풍스러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집은 삐걱삐걱거리는 마루바닥과 세월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나무문을 갖춘, 커다란 건물 앞뒤로 맞바람이 불면 건물 안의 커튼들이 찰랑찰랑 거리며 주변 정광을 끌어안는 말도 안될 정도로 고풍스러운 집.
그러니까... 영화를 보며 우리 나이론 고2? 정도 되었을 주인공이 이렇듯 고풍스러운 집에서 바흐를 연주하며 책을 읽고,
가끔 동네 친구들과 자연이 마련해준 호수와 강에서 수영을 하고, 1차 세계대전 이후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건물들이 가득한 시내와 집을 자전거로 오가는 이 정경이 난 그저 어마어마하게 부럽기만 했다.
거기에... 성인이라 부를 정도의 인성 끝판왕 주인공 부모까지.
아니 또 왜 그래야해...라고 힐난하실 지 모르지만 우리 주변의 청소년들을 한 번 생각해보면-심지어 그들이 대단히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한다고 해도- 이런 풍요로운 정서적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아 물론 이 역시 그저 영화 속 주인공일 뿐이다...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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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엘리오는 17세다.
우리의 17세와는 개념이 다소 다르겠지만 책임과 도덕적 양심때문인지 올리버는 처음엔 엘리오의 구애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난 이 영화의 원작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원작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엘리오의 적극적인 구애는 17세 소년과 성인 남성의 사랑이라는 구조를 좀 더 쉽게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만약 올리버가 엘리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다면 영화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물론 이 영화 속엔 사랑의 책임과 상처에 대해서도 언급되어진다.
올리버는 자신에게 구애하는 엘리오의 사랑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민하고,
엘리오는 이성 친구인 마르챠의 불안한 마음은 아랑곳없이 자신의 이성애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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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색이 바로 제임스 아이보리 (James Ivory)다.
<전망 좋은 방 / A Room with a View>, <모리스 /Maurice>의 바로 그 제임스 아이보리.
어제 인스타에는 2010~2011년 곡들을 몇 곡 올렸는데... 블로그엔 2009년 일렉트로닉 음악들 몇 곡을. (물론 일렉트로닉 장르에 집어넣기 모호한 곡들도 있지만 가급적... 장르에 걸치는 곡이라도 걸어봄) 애플뮤직 듣기 전엔 매년 음악 정리도 잘 해놓은 편이어서 이런 글을 올리기도 참 편한데 애플 뮤직 듣기 시작한 이후엔 도무지 정리를 하지 않으니 내가 무슨 곡을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ㅎ
그럴 줄 알았지만 결국 내 몫으로 자연스럽게 넘겨진 일들을 처리하다보면 이런저런 '칭찬'도 그닥 기쁘지 않다.
특히 이번 부스 작업하면서 내 정신이 몇 번은 가출한 것 같아.
다음 주 촬영이 끝나면 무조건 서울 사무실을 낼거다.
이젠 더 미룰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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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를 만들고 난 후 나이 지긋한 꼰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부스가 너무 넉넉해 보인다고 물건을 더 집어넣어야하는거 아니냐고 한마디씩 던진다. 대체로 남자들이다. 물론 난 들은 척도 안한다. 울나라 아재들의 디자인 감성은 그야말로 대체로 구리다. 건방진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특별한게 아니라 그들이 너무 구린거다. 예전엔 그들의 그런 시선을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더이상 참기 힘든 그들의 진짜 구린 특징은 자신들의 시선을 타인에게 대단히 싸가지없는 방식으로 강요한다는데 있다.
당연히 내가 개무시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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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면 결혼 20주년이다.
와이프에게 20주년엔 유럽에 가자고 했었는데 유럽은 커녕 어딜 놀러갈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오르내림(OLNL)의 'Oh Yeah'를 올린 적 있는데 개인적으로 오르내림(OLNL)이 가진 보이스의 힘을 믿는 1인임. 와이프는 오르내림의 목소리가 가사를 듣게 하는 힘이 있다고 하던데 나 역시 그 말에 공감한다. 수줍은 듯 어색한 듯, 어느 공간에도 쉬이 섞이지 못하고 부유하는 흔들리는 성장기의 심정이 그대로 반영된 그의 곡들은 듣는 이로 하여금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비록 아직은 그의 곡들이 서로 비슷한 느낌도 있지만 밀도있고 대단히 몰입감있는 클라이맥스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할 줄 아는 그는 앞으로 자신의 단점들마저 잘 극복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구입한 지도 꽤 되었고 구입해서 바로 읽은 책인데 찾아보니 이 책에 대한 간략한 감상 또한 올리지 않았다.
책에 대한 간단한 감상은 대체로 페이스북에 올린 것 같아...
그래봐야 얄팍한 소감 정도지만 기록의 차원에서 블로그에도.
60~70년대의 유러피언 언더그라운드 락 (European Underground Rock) 문화를 문헌으로 가장 잘 정리한 곳은 영국도 아니고 독일도 아니고 이태리도 아니다.
그들도 나름 여러 음악 잡지나 출판물을 통해 산발적으로 이에 대해 다루긴 했지만 이를 국가별, 장르별로 구분하여 해당 뮤지션들과 그 앨범들을 정리하고,
나아가 앨범 커버 아트 디자이너 혹은 디자인 그룹까지(Keef, Roger Dean, Hipgnosis등) 정리해낸 건 일본인들이다.
바로 European Rock Encyclopedia 시리즈.
잡지 Marquee 의 Special Edition이기도 했던 Encyclopedia of British Rock / ブリティッシュ・ロック集成.
이 시리즈가 단순히 브리티쉬 락 시리즈뿐 아니라 이탈리언 락 집성등등 상당히 많았고 거의 대부분 구입했었다.
지금은 절판이 되었는데 일본 사이트 뒤져보면 여전히 구입이 가능한 곳들이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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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전혀 상관없는 음악책 얘기를 한 이유는 일본인들의 정리벽이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얘기하기 위함.
기본적으로 출판/인쇄 수준이 세계 최정상 수준인데다가-암부를 정교하게 표현하는 인쇄물을 위해 일본에서 잉크를 수입해야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학문적 정리, 고증에 대단히 집착하는 편이어서인지 발상지와 유행지가 일본이 아님에도 이를 학문적으로 집대성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얘기들어보니 음악뿐 아니라 요리쪽도 비슷한 모양이다.
자신들을 또다른 유럽인 정도로 착각하는 일본인들도 은근... 있는 것 같고 - 일본은 아시아가 아니라 유럽에 가깝다며!-
이들의 프랑스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보니 프렌취 퀴진에 대한 이해도와 문헌 정리가 오히려 프랑스 뺨을 때릴 정도인 경우가 대단히 많다고 한다.
일본의 세계적 요리 학교인 쓰지 시즈오 요리교육 연구소의 연구 주간이기도 한 저자 야기 나오코는 미슐랭 가이드 도쿄 출판과 함께 도쿄와 오사카등의 음식점에 쏟아진 무수한 미슐랭 스타를 통해 미슐랭 가이드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이에 앞서 프렌치 퀴진의 역사를 가스트로노미의 관점에서 세밀하게 접근하여 깊고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책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된 것은 프랑스의 가스트로노미, 즉 '음식문화'인 것이지 프랑스 요리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출발한다는 얘기.
음식에 관심이 있건 없건 간에 야기 나오코가 풀어내는 프랑스 요리의 역사적 변화 과정은 한 번 곱씹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말로만 듣던 프렌치 퀴진의 거성 카렘에 대한 이야기를 한 챕터를 다 쏟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를 읽다보면 어떻게해서 프랑스 요리가 궁중 속에 확립되었고,
어떻게 대중의 음식점으로 변화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요리사가 인정받는 직업인으로 자리잡고 이에 대한 비평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국 출판 제목은 다분히... 미쉐린(한국은 미쉐린으로 표기하기로 했음) 가이드 서울이 상륙한 이유로 원제를 보다 대중적으로 어필하기 쉽게 바꾼 느낌이 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어 추천할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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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나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상륙은 시기상조였다고 생각한다.
미식 문화를 즐기는 풀 자체가 대단히 협소한데다가 비평의 다원성,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들어온 느낌이 강하다.
여전히 배달 음식과 프렌차이즈가 외식 문화의 거대한 축으로 작동하는 나라에서 서양식 기준의 음식점 평가 기준이란건 사실 납득하기 힘든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