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코파(KOFA)에서 1.14(일)에 감상한 단편섹션2에 상영된 세 편의 단편 영화에 대한 아주 간략하고 어줍잖은 감상.
2017, 김현, 19분
전교 회장 출마에 나서는 희은.
그녀와 그녀 일행에 의해 중학교 때 극도의 괴롭힘을 받은 경험이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고교 진학도 포기한 소현.
희은은 학교도 포기한 소현의 어머니에게 찾아가 무릎을 꿇은 뒤 '소현이가 살아 있어서 내가 살아 있을 수 있다. 소현이가 꼭 학교를 다시 나와야한다'는 말을 하며 소현 어머님의 손에 돈을 쥐어준다.
애당초 첫 장면부터 희은이 말하는 '소현이가 살아 있어서 내가 살아 있을 수 있다'는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교화적 언사가 아니라는 것 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에 보여지는 장면들은 꽤 충격적이다.
희은은 회장 출마의 변을 학교 방송으로 얘기하면서 '자신을 숨기고 참는게 지긋지긋할 정도로 힘들다'라고 말을 한다.
희은뿐 아니라 우리들 대부분도 마찬가지.
소비를 해서 자신을 증명하거나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야하고-나를 포함-, 경멸과 혐오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타인에 대한 경멸과 혐오는 거대한 사이비 집단 지성이 되어 삶의 다양한 갖가지 표식들을 다 지워대고 한두개로 일원화시킨다.
이 답답하도록 거대한 폭력은 무리에서 탈락하면 패배자라는 파시즘적 사이비 철학이 잘못된 교육을 통해 강요한 결과일거야.
난 그렇게 봐.
그래서 교육이 정말 모든 것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문제를 우린 정말 극복할 수 있을까?
2017, 전두관, 30분
매우... 웰메이드의 느낌이 강한 단편 영화.
고은민씨가 열연한 혜화...라는 인물은 회사에서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샐러리 우먼 중 하나.
대부분의 조직 생활에서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것처럼 그녀 역시 부당한 상사의 요구를 받거나 부당한 친절을 강요받는다.
그녀가 생리불순, 도벽을 앓고 있는 것은 그닥 놀랄 일도 아니다.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영화 장면장면을 다...말해야할 것 같다.
연출자의 의도가 대단히 명확한 편이라 뭉뚱그려 얘기한다는게 참... 쉽지 않고, 그리 얘기할라치면 어줍잖은 내 글솜씨로는 내 생각을 전달할 방법이 없다.-_-;;;
다만, 한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안고 있는 감정이 대단히 강렬하게 와닿는다는 점.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도 꽤 많은 편인데 이들의 합이 상당히 좋다.
특히 주연을 맡은 고은민씨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
간혹 이렇게 출연배우들의 합이 자연스러운 영화를 보면 연출자의 디렉션이 얼마나 훌륭한 걸까...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현장을 보고 싶은 욕심도 막 생기고.ㅎ
이 단편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마시길.
세련된 카메라, 조명은 물론이고 훌륭한 연기와 단단한 내러티브를 만끽할 수 있다.
2017, 김수영, 24분
<여고괴담> 영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공미나, 투명인간 취급받는 존재감 0인 맹주리.
영화는 이 두 등장인물의 관계를 역전시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이 역전되는 상황이 통속적인 클리셰들을 상당히 벗어나있다.
그러니까 애당초 이 영화가 취한 소재와 형식은 전형적인 <여고괴담> 클리셰에 가까운데 등장인물에게 독특한 설정을 부여함으로써 이야기의 생맹력을 획득했다고할까.
난 사실 이 영화 속에서 맹주리뿐만 아니라 공미나 역시 '능력'을 얻게 된 것이라고 봤다.
전교1등 공미나는 자신이 그토록 이겨내고 싶어했던 생리적 현상을 완전히 극단적으로 해소하게 된 능력을 얻은 것이고(그것이 공미나에게 악몽같은 현실이라고 할 지라도),
맹주리는 우리가 흔히 주인공에게 기대할 수 있는 그럴듯한... 그 많은 능력 중 하필이면 왜?라고 할 정도의 소소한 능력을 거머쥔다.
맹주리에게 주어진 능력은 우리같은 일상의 사람들에겐 대단한 능력이겠지만 진학을 목표로 하는 고등학생들에겐 그저 '신기한 눈요깃거리'정도겠지.
이 부분에서 정말... 씁쓸함을 느꼈고 동시에 연출자의 영민함도 느껴졌다.
이 단편 영화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보시길.
+
공미나 역의 김혜준씨는 지금... JTBC의 <그냥 사랑하는 사이>라는 드라마에서 이준호씨의 동생 역으로 출연 중이라고.(와이프가 말해줌)
++
이 영화를 더더욱 그로테스크하게 만들어 준 선생님을 열연한 배우도 분명 낯이 익은데... 아직 정보를 못찾았다.
아마 다른 분들도 배우 얼굴을 보면 아실 분이 계실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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