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나와 커피 한잔이 생각나 소격동/삼청동으로 이동하던 중,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가오 레이(Gao Lei)의 전시가 있는 걸 우연히 보고 들어갔다.
이 작품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뚜껑이 열리는 두뇌부.
그리고 뇌의 형상을 차용하여 미로를 구현한 복잡한 프린트.
실제로 잘 보면...
배경 프린트에서 길처럼 나아있는 것이 바로 이 미로의 출발과 끝을 알리는 길이다.
이상한 일이다.
이렇게 복잡다난한 길에 왜 처음과 끝을 두어 뭔지 모를 정답을 알려주는걸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이 가오 레이가 이번 전시에 의도한 주제인 듯 하다.
가오 레이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한건지 궁금해서 내려가 본다.
아라리오 서울관 이 공간은 이전의 구목욕탕 공간보다 전시공간으로서는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곡선 형태의 세라믹 절연체.
그리고...
샤워부스 같은 곳에 매달린 고문 도구(?)
우리가 그동안 여러 영화에서 보아왔던,
온갖 매달린 자에 대한 고문의 배경이었던 욕실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데... 몸통이라는 대상의 피사체는 있으나 없는 듯 하다.
투명 아크릴로 처리되어있으니.
전기 콘센트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이케아의 플레이트를 거꾸로 뒤집은 후 다양한 형태의 날물을 박아 놔버렸다.
영민한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구할 수 있는 오브제를 통해 이렇게 전복적인 표현을 할 수 있으니.
게다가 오브제의 원형은 그대로 두다시피 했고.
어떤 사건의 증거물을 보도 자료로 나열한 듯한 모습.
그러니까 가오 레이는 고도로 발달된 산업 사회에서 오브제에 의해 종속되고 세뇌되는 현대인들을 얘기한 것이 아닐까?
그리 생각하고 보면 겉핥기식이지만 이 작품들이 이해는 간다.
기가막히다.
난 이 작품이 정말 인상적이었어.
뜻밖의 전시를 잘 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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