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 집에 와 휴식을 취한 아들을 일요일 저녁 기숙사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좀 가벼운 옷을 챙기고 기숙사에 있는 두꺼운 옷은 갖고 올 생각으로.
아들 학교로 출발하기 전 합정동 다이닝바 페페로니 (Peperoni)에 들러 함께 식사와 알콜 한 잔.
날씨가 무척 을씨년스러웠다.
곧 4월 중순인데 저녁 기온이 2도...
언제 와도 훌륭한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
분위기도 무척 좋아요.
고작 세번째 방문인데 여러번 온 듯한 느낌적 느낌.ㅎ
와이프가 3박 4일간 집에 있어서 정말 행복해했다.
이런저런 소소한 얘기 중.
난 운전해야하니까... 소프트 드링크.
분다버그 레몬라임.
단맛이라곤 1도 없어서 꽤 좋았다.
와이프와 아들은 가쿠 하이볼 한 잔씩.
산토리 위스키에 진저 비어.
웰컴디쉬.
찰랑찰랑합니다.
식욕을 돋구어주는 웰컴디쉬.
이날은 육식으로 끝을 보기로.ㅎ
등갈비 소금구이.
숯불에 구운 등갈비와 꽈리고추 구이.
고소하면서 완벽하게 잘 맞는 간.
훌륭합니다.
이베리코 목살을 주문했는데 이 날은 버크셔가 나온다고 하셨다.
버크셔에 페퍼소스, 그리고 졸인 사과.
페퍼소스를 무척 좋아하는데 기가막히게 잘 어울린다.
졸인 사과도 역시 잘 어울리고.
한 세덩이 있어도 혼자 다 먹을 것 같아.
그리고 드디어 주문한 트러플 감자튀김.
페페로니에 오면 테이블마다 이 메뉴가 줄줄이 나가는 걸 봤는데 왜 그런지 알겠더라.ㅎ
근래 먹어본 감튀 중 최고.
예전 프랩(Prep)에서 트러플 오일을 발라 마무리한 감튀가 기가막히게 맛있었는데 페페로니 셰프님이 프렙 메뉴를 함께 만든 분이시기도 해서 메뉴의 연관성이 있는 듯.
저 케첩도 그냥 평범한 맛이 아니에요.
양갈비.
아들이 정말 오랜만에 훌륭한 양갈비를 먹었다고 만족.
뼈에 붙은 살 한점 안남기고 싹싹.
우거지 파스타.
아들이 춘천에서 제일... 아쉬운 것이 정말 맛있는 파스타를 먹기 힘들다는 거라는데.
그래서 파스타를 주문했다.
우리야 프렙에서 한 번, 페페로니에서 한 번 먹어봤지만 아들은 처음.
그런데,
언제나 우거지 파스타는 맛있었지만 이 날 따라 더더... 맛있었다.
오일리한 느낌이 쫀쫀하게 잘 흡착된 느낌.
아들은 왠지 모르게 예전 라꼼마의 고등어 파스타같은 느낌(맛이 아니라)이 났다고 하던데 무슨 얘긴지 알 것 같았다.
아들, 더 먹을 수 있겠어?
채끝 하나 더?
네, 그래주시면 좋지요.
그래서 채끝 등심.
기가막히게 구워내신다.
차콜로 이렇게 늘... 변함없이 잘 구워낸다는게 난 결코 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이 집은 항상 이 수준을 유지한다.
아들이 어찌나 잘 먹던지...
자기가 요즘 먹고 싶었던 딱 그런 맛의 스테이크라고.
다 먹고 일어나려는데...
가지구이를 내주셨다.
우린 한 번 맛봤던.
고기와 간장소스, 잘 구워낸 가지.
아쉬움이 없다.
정말... 잘 먹었어요.
+
이렇게 잘 먹고 춘천으로 출발.
조금씩 빗방울이 내렸는데...
어느 정도 가다보니 점점 이게 눈인지 비인지 알 수 없는 굵은 빗방울+눈으로 변해서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몰아치더군.
거기에... 정말 한치 앞도 안보일 정도로 자욱한 안개까지.
요 몇 년 새 운전하면서 겪은 최악의 기상.
조심조심... 아들 학교 기숙사에 도착.
두꺼운 옷을 받아서 아들과 다시 작별.
집에 돌아오니... 어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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