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obi Seksu... 전혀 예쁘지 않은 여성 싱어 Yuki Chikudate만 일본인인... 슈게이징 밴드. 예쁘지 않다는 말은 일부러 썼다. 외국아덜은 Yuki를 엄청 좋아하니까. 움... 난 아니다. 게다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억양의 보컬도 영 아니다. 결정적으로... 야가 부른 곡은 영어로 나불거리는데도 거의 알아듣질 못하겠다. 차라리 일본어로 불러라.(일본어로 부른 곡이 있다)
본인이 2006년에 Pia Fraus와 함께 가장 필 꽂혔던 슈게이징 밴드 중 하나. 지나치게... 구두(shoe)만 바라보는(gazing) 음악이 아니라 적당히 팝적인 센스도 가미한 느낌이 좋아서 열심히 들었다.
그 중에서도 한 번에 귀에 쏙 들어왔다가 어지간해선 빠져 나가지 않는 곡. 이 곡이다. (물론 'Lions and Tigers'도 좋다.) 단순한 비트와 멜로디로 시작하다 점점 사이키델릭의 서프를 구사하고 절정감을 쭈욱~ 끌어가는 이 곡은 그야말로 슈게이징의 본연에 충실하면서도 팝적인 감각을 잘 살려낸 곡 같다. 무/엇/보/다! 이 곡의 리드 보컬은 Yuki가 아니라는 점!
요즘 너무 모던록/인디록/포스트록만 듣는 것 같아서... 클수마수에는 아무래도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옛음악이 잘 어울리니 간만에 아침에 듣고 있다. 아... 역시 CD를 듣는 건 이제 무척 번거롭다. Twinn Connecxion을 들으려고 하다가 걍 포기한다. ㅋㅋㅋ
Julverne는 Chamber Rock 그룹이다. 당시 Chamber Rock이라면 당근 Zamla Mammaz Mana...나 Henry Cow(영국), Univers Zero(벨기에)나 Stormy 6(이태리) 등과 같이 RIO (Rock in Opposition)과 같은 사회 참여적 성격이 매우 강한 그룹들이 주를 이뤘다. 그들이 함께 모여 음악을 통한 투쟁에 대한 여러 방법론적인 논쟁들은 아직까지도 문헌으로 남아 전해질 만큼 정열적이고 치열했던 것 같다.
Julverne는 날카롭게 날을 세운 여느 챔버록 그룹들과 다르게 오히려 Slapp Happy처럼
외피적으로는 클래식에 경도된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궁극에선 전위적 대중성을 끊임없이 모색했던 그룹 중 하나로 봐도 무방하다. Julverne의 [Em Ballade]는 그 중심에 있던 음반으로 전곡 모두 리메이크라는 점, 이 전 음반들에 비해 놀랄만큼
보컬 파트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 살롱 음악과 같은 유희적 요소가 극대화되었다는 점...등 주목할만한 변화를 무척 많이 담아내고 있다.
챔버록이 이런거야?라고 말하기는 참으로... 난감하지만(여느 챔버록 그룹의 음악을 들으면 Julverne의 이 음반은 싹~ 잊어버리게 될 거다) 유유자적 자전거를 타고 손을 흔드는 귀부인의 모습만큼이나 로맨틱한 음반일 거다.
'Kew Gardens' - Tudor Lodge from [Tudor Lodge](1971)
멋진 클수마수 연휴를 즐기려던 우리의 계획은 일단... 어긋나버렸다. 기가막히게도 22일 저녁부터 aipharos님께서 마법에 걸리셨고, aipharos님의 마법 통증은 2일 정도는 너무 힘들어 하기 때문에 그냥 오늘까지는 집에 있기로 했다. 누구보다 aipharos님이 안타까와 하고 속상해하기 때문에 벼른 만큼의 아쉬움을 표내긴 힘들다. 그래도 25일엔 가까운 곳이라도 나가보기로 했다. 걍 COEX에서 민성이가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스타워즈' 전시를 봐야할 것 같다. ^^
aipharos님, 넘 속상해하지 마세염. 그래두 22일부터... [천하장사 마돈나], [라디오 스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주르르 봤잖아요. 이번 연휴엔 완전 한국 영화 퍼레이드~
이 곡은... 1971년 영국의 Tudor Lodge란 포크 그룹의 유일한 음반인 동명타이틀 음반의 마지막 곡이다. 분위기가 제법 클수마수...다워서 처음 aipharos님과 연예하던 1997년 겨울... aipharos님의 비퍼 콜음악을 이 곡으로 바꿔줬던 기억이 난다.
이 음반은 당시 전세계 언더그라운드 그룹들에게 유행이다시피 했던 Gate-Folded 커버의 극한을 보여주는 음반이기도 했다. 그리 썩 좋아하는 음반은 아닌데...간혹 듣다보면 분위기가 맘에 드는 곡들도 종종 발견된다.
Pia Fraus의 2006년 신작 중 네번째 트랙인가...?의 뮤직비디오. 이걸 보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1970년 영국 Beggar's Opera의 전설적인(나한테만...해외에서 이 음반은 리뷰 스코어에 포함하지도 않는다) 데뷔작인 [Act One]의 커버! Marcus Keef의 커버 아트 중 Affinity, Tonton Macoute의 음반과 함께 가장 멋지게 느껴지는... 커버 아트. 앨리스 인 원더랜드... 비스무리...한 분위기.
from [Tide] by Polaris 2002.06.05 Release ............................................................................................................
Polaris의 2002년도 음반에서 '季節'의 방송용 버전입니다. 국내에도 두 장의 라이센스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당연히 매니어들의 사랑도 제법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방송용 버전보다... 러닝타임 10분에 이르는 원곡이 훨~ 좋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용량의 압박으로 인하여 방송용 버전 올립니다.
[Samme Stof Som Stof] - Under Byen 2006 / Denmark / Paper Bag
UNDER BYEN "Af Samme Stof Som Stof" (fra albummet "Af Samme Stof Som Stof")
덴마크의 8인조 그룹. 어쿠스틱 악기부터... 일렉트로닉스까지 확실히 요즘 추세인 하이브리드 음악 중의 하나. 하지만 그 감수성은 정점에 있지 않나...싶다. 과거 Fuschia가 포크를 미니멀로 쪼개어 버린 것과 달리 이들은 북구 포크의 전통 위에 일렉트로닉스와 미니멀리즘과 우울한 멜랑콜리를 겹겹이 살포시 포개어 놓는다. 변화무쌍한 7분 이상의 러닝 타임을 함께 걷다 보면 이들의 마력에 겉잡을 수 없이 빠져 들어가 버린다.
여성 보컬리스트인 Henriette Sennenvaldt의 출중한 외모 역시 많이 회자되기도 하는...
하여튼 2006년의 발견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Pram과 Broadcast, Sigur Ros등을 모조리 뛰어 넘기를 기대해 본다.
어제 밤에 전 처음 들었습니다. 힙합 나 멀어라~~ 하고, 힙합 문화... 오버하지마~라고 하는 저여서인지 이 좋은 곡을 이제서야 들었네요. ㅎㅎ
오늘 출근길에 듣는데 아주 좋네요
---몽환의 숲---
이 새벽을 비추는 초생달 오감보다 생생한 육감의 세계로 보내주는 푸르고 투명한 파랑새 술취한 몸이 잠든 이 거릴 휘젓고 다니다 만나는 마지막 신호등이 뿜는 붉은 신호를 따라 회색 거리를 걸어서 가다보니 좀 낯설어 보이는 그녀가 보인적 없던 눈물로 나를 반겨 태양보다 뜨거워진 나 그녀의 가슴에 안겨
창가로 비친 초승달 침대가로 날아온 파랑새가 전해준 그녀의 머리핀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아 순간 픽하고 나가버린 시야는 오감의 정전을 의미 이미 희미해진 내 혼은 보랏빛 눈을 가진 아름다운 그녀를 만나러 파랑새를 따라 몽환의 숲으로 나는 날아가 단 둘만의 가락에 오감의 나락에 아픔은 잊어버리게 내 손은 그녀의 치맛자락에
하늘에 날린 아드레날린 하나도 화날일 없는 이곳은 그녀와 나 파랑새만이 육감의 교감으로 오감 따위는 초월해버린 기적의 땅 쉿 몽환의 숲
하늘에 날린 아드레날린 하나도 화날 일 없는 이곳은 그녀와 나 파랑새만이 육감의 교감으로 오감 따위는 초월해버린 기적의 땅 쉿 몽환의 숲
얼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몰라 허나 한숨 자고 깨어봐도 여전히 니 품안이라는게 꼬집어봐도 꿈이 아니라는게 행복해 만족해 잠시 보이는 무지개 같은 사랑이라 해도 흩어질 저질 구름이라 해도 터질듯해 내 감정은 머리로는 못해 이해를 스위치가 내려진 세상이 정신 건강의 도우미 그녈 마시고 취할거야 번지수는 몽환의 숲
몽환의 숲에는 술 파는 곳은 없어도 맘만 먹으면 취할수 있고 나뭇잎은 하늘색 하늘은 연두색 눈빛은 보라색 오감의 현실과는 모든게 다 정반대지만 너무나 몽롱한 영롱한 그녀 눈빛속에 난 춤을 추고 지저귀는 파랑새 5계절 24달 아사달과 아사녀의 아픔따위는 없는 곳 몽환의 숲
하늘에 날린 아드레날린 하나도 화날 일 없는 이곳은 그녀와 나 파랑새만이 육감의 교감으로 오감 따위는 초월해버린 기적의 땅 쉿 몽환의 숲
하늘에 날린 아드레날린 하나도 화날 일 없는 이곳은 그녀와 나 파랑새만이 육감의 교감으로 오감 따위는 초월해버린 기적의 땅 쉿 몽환의 숲
아직 남은 얘기들은 여기 두고갈게 나는 다음달을 기약하며 아픈 가슴 추스린후 그리지 못하는 그림이라도 널 머리에 그리기엔 충분해 매일을 흥분에 차 보낼 모습이 눈에 훤해 다시 만날 날엔 파랑새는 보내지 않아도 돼 그전에 눈앞에 나타나 꽉 안아줄거야 오감의 세계에선 오 감히 볼수 없었던 너와 나 단 둘만의 Paradise
내 손목시계바늘의 끝은 시간의 흐름의 그늘에 몸을 가린채
숲에서의 5계절 24달을 사흘로 쪼개도 혼을 녹이는 마지막 키스 포개지는 입술 적시는 아침이슬 절대로 있을수 없는 이야기는 아닌 이야기 눈앞에 아른 아른거리는 아름다운 그대여 초승달이 뜨는 밤에는 파랑새를 보내주오 사랑하는 ma deer
어제 도착한 DVD...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는 제가 아직 보지 못했던 영화라 오늘 aipharos님과 함께 맘먹고 봤습니다.^^ aipharos님이 삼돌이 게임인 Viva Pinata에 엄청 빠져 계시므로... 과연 영화를 볼까?하는 의문은 들었지만 의외로 흔쾌히! 영화를 보는데 동의하시더군요.ㅎㅎ
Elliott Smith의 선율로 가득 차 있는 이 영화는,
사실 2003년에 자신의 목에 포크를 찍어 자살한 포크 뮤지션 Elliott Smith의 이야기만큼이나 보는 사람을 힘들게 합니다. [Chumbscrubber,the]나 [Pretty Persuasion]과 같은 미국의 중산층의 붕괴를 하이틴에이저의 삶을 중심으로 풀어 내가는 사실상... 서슬퍼런 블랙 코미디라고도 볼 수 있어요. 정말... 보는 시간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고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힘겨운 걸음걸이에 동참해야 한다는...거죠.
다만, [Thumbsucker]는 극단까지 걸어 가버리는 위 두 영화들과는 달리 현실과의 화해를 종용합니다. 사실상 그 화해라는 것이 지극히 교훈적이고 계몽적이며, 늘 회자되어 온 선에서 그치긴 하지만,
그래도 주인공 저스틴(Lou Taylor Pucci)의 환경과 힘겹게 소통하는,
변화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은 제법 설득력있고 묵직하게 보는 사람의 심장을 압박합니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Garden States]등의 성장 영화처럼 수도 없이 미국의 인디씬에서 반복되어 다루어지는 미국의 붕괴된 중산층 가정에 대한 아주 많고 많은 영화 중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하도 이런 영화들을 많이 보다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수많은 영화들이 그 영화들의 미장센이나 주제 의식과 함께 패키지로 마구 연상되어지기도 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들은 단지 미국의 중산층 이야기라기 보다는 점차 소통하기 힘들어지는, 그것도 수없이 소통을 준비하고, 소통을 공부하는 사회에서 도리어 소통과 격리되어 가는 지금 이 세대에 대한 이야기같아서 그냥 지나치기는 곤란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Thumbsucker]에서는 주인공이 토론 클럽에 가입해 있지요. 다른 이의 의견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즉흥적으로 반박하는... 논리적으로 무장이 되어 있어야 하는. 저스틴은 자신이 사회적 처방에 순응하고 이를 받아들임으로서 일종의 Placebo 효과를 나타내게 되며, 토론 클럽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물론 끝이 뻔히 보이는... 과정이지만요. 그는 토론 클럽에서 수없이 소통하는 법에 대해 배우고 공부한 것이지만, 결국 누군가의 말처럼 그는 소통하는 법은 싹 빼놓고 거세해버린 '괴물'이 되어 버린 겁니다.
이러한 답답스러운 모든 상황을 일거에 날려 버리는 것이 엄마에 대한 의구심 해소였다니... 궁극적으로 붕괴된 자본주의 중산층의 열쇠를 다시 가정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아 다소 억지스럽기도 합니다만, 역으로 그러한 일갈이 무조건 진부하다고 외치는 것 자체도 왠지 함정에 빠지는 느낌이 듭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구조적 모순과 근원을 찾아 다루는 것은 버거울 수도 있었겠죠. 아무래도 덩그러니 절망의 나락에 주변 인물을 방임하는 것이 어쩌면 현실적인 판단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씁쓸한 여운이 남겠지만...
어쨌든...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상당히 인상 깊습니다. 마치 [빌리 엘리엇]의 마지막 장면처럼 말이죠.
스포일러...에 대한 걱정으로 도통 얘기를 쓰질 못하겠네요. ㅎㅎ
재밌게 봤습니다. 화보집도 탐이 나네요. ㅎㅎ 이 영화는 DVD로 이제 출시되었는데 출시되면서도 8,000원이 안됩니다. 어우... 8,000원 정도는 투자해도 되지 않을까요? DivX으로 보셔도 영화가 맘에 드신다면야...말이죠.
** 이 영화의 출연진은 별들의 전쟁입니다. 저나 와이프가 무척 좋아하는 Tilda Swinton, 그리고 역시나 범상찮은 연기자 Vincent D'Onofrio, 원 세상에 글구 Keanu Reeves... 한창 줏가가 오른 Vince Vaughn, 자신의 이미지를 여기서 고스란히 복제한 Benjamin Bratt 등등... 주인공 Lou Taylor Pucci의 연기는... 놀라울 뿐입니다.
*** 동생 Joel이 극 후반부 거울 앞에서 하는 무술은... 아시다시피 태권도입니다. 흐...
중독성이 있네요. 어제부터 특히 세번째 트랙인 'Young Folks'를 엄청 들어대는데... 좀 전 aipharos님이 메신저로... 미국 드라마인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3 6화...에 이 곡이 나온다네요. 1999년에 스웨덴에서 결성된 3인조 그룹입니다. 들어보시면... 북구의 서늘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팍~ 느껴집니다. 스웨덴이야... 과거부터 지금까지 록의 강국 중 하나고... 북구 록 음악의 특징인 묘한 에코를 통한 공간감이 아주 자알~ 느껴집니다.
간혹 Guided by Voices나 Wedding Presents의 냉랭한 서정성이 팍팍... 풍겨져 오기도 하구요. Neo-Psychedelia의 아련한 오로라로 마구 절 뿜어 던져 버립니다. 그 맥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브리티쉬 슈게이징 그룹들과 맥을 함께 하겠지만, 이들은 비트팝과 북구 포크의 정취를 끌어안고 있어서 정말 묘한 느낌이 납니다.
Devil Doll의 2집 [Eliogabalus], Devil Doll의 진가는 솔직히 개인적으론 이 음반까지다.
그나마도... 나중엔 '도대체 내가 왜 이 음악을 좋아했던 거지?'라고 반문하기까지 했지만...
잡지를 보아하니... 곧 개봉할 뮤지컬 무비 [삼거리 극장]의 음악 컨셉은 Devil Doll...이란다. 물론 제작자가 Devil Doll의 분위기로 전편을 가득 채우는 것을 묵인할 리가 없고, 당근... 걍 컨셉'만' Devil Doll이 되겠지.
Devil Doll은 국내 및 일본에 아트록이라는 웃기는 장르로 분류된 이탈리언 록 뮤지션 Mr.Doctor의 프로젝트다.
해외에서의 인기보다는 아무래도 국내에서의 인기가 더 좋았던 듯...한 뮤지션이며 그 이유는 아무래도 그 당시(90년대 초중반) 베일에 가려져 있던 Mr.Doctor와 국내 방송인이자 시완레코드 사장인 성시완과의 개인적 친분 때문이었을 거다.
사실 나도 그의 2집인 [Eliogabalus]는 무척... 좋아했다. 그로테스크는 기본이고, 묘한 써커스 음악이 기괴한 밸런스를 이루는 그의 곡은 나름 탄탄한 구성도 갖추었고, 듣는
이를 얼빠지게 몰아가는 음악적 텐션도 훌륭했다. 그런데... 그 당시에 나도 그냥 거기서 스톱...이었다. 그에 대한 흥미는. [삼거리 극장]의 음악 감독은 Devil Doll의 광팬이라고 하는데,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부분이니까... 특히 3집 [Sacrillegium]은 정말 한숨만 나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지만 뭔가 컬트적이고 키치적인 음악을 찾던 사람들에겐 정말 독보적 존재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할 지위를 Mr.Doctor는 누렸다.
게다가 90년대는 사실상 80년대와 마찬가지로 국내에 '아트록'이라고 소개되었던 장르의 암흑기나 다름없었다.
몇몇 그룹들이 고군분투했으나, 선배들의 성과물에 비해 턱없이 초라하고, 그 깊이 또한 경박스러웠으니까. 그건 분명히 작법의 방법론적 진부함에도 있었고, 컨셉 앨범이라는 주제를 발전없이 차용한 구태의연함의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했다.
도리어, 난 지금이 70년대 선배들이 이뤄놓은 록 르네상스의 시대를 재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My Bloody Valentine같은 독보적인 그룹이 출현하진 않고 있어도, 오히려 수많은 그룹들이 나름의 다양한 시도들로 귀를 놀래키니까.
걍...
[삼거리 극장]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주절댔다. 우연찮게 최근에 소노 시온의 [기묘한 서커스]도 봤고...
* [기묘한 서커스]의 스테이지는 묘하게도 하드코어 컬트로 알려진 [Cafe Flesh]의 무대와 유사한 기운이 감돕니다. 흐...
전세계 500장 한정 발매'했던' 그의 1집 [the Girl who was... Death]
아쉬운 펜타포트록... 뭐 이제 걸음마 단계이니 이런 공연을 상상이나 해봤겠나...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헤드라이너들 쭉 뽑아서 하루 공연으로 이어버리면 딱...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그룹들도 있었구...(내 편견이겠지만 싸이나 넥스트는 넘 당혹스러움...)
요즘 신보들이 많이 밀려서 도통 신경을 제대로 못쓰다가 차근차근 들어보고 있다. 영화도 그렇고, 게임도 그렇고... 전시회도 말할 것 없고... 세상에 직장을 다니면서 문화 생활을 한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잠도 줄여야 하고... 체력도 뒷받침되어야 하고... 에혀...
하여튼... 1집도 기가막혔지만, 2집 역시 날 환장하게 만든다. 보스톤 출신의 남녀 혼성 2인조 캬바레 록~~ 그룹, Dresden Dolls. 복장도 금주법 시대의 캬바레 쇼걸들 복장을 하고 백치미를 풀풀 풍기면서 거기에 엄청난 퇴폐미를 마구마구 뿌리는 포스... 첫곡 'Sex Changes'부터 가슴을 벌렁벌렁하게 하는 건반과 드러밍의 엑센테이션! 멋진 음반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캬바레 록 스타일에 Theatre Rock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이들의 곡들은
근래 경험하기 힘든 연극적이며 회화적인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Sex Changes의 가사는 다소 비유적이긴 해도 상당히 직설적이다)
과거 메탈 매니어들은 열광했겠지만 내겐 고문같았던 로드러너 레이블...의 레이블을 달고 나온 이번 음반. 멋쥐다.
아마도 Vapnet의 데뷔작...
(우엉... Vapnet의 데뷔작은 마치 Radio Dept,the의 데뷔작을 듣던 신선함과 비슷)과 함께 한동안 자주 들을 것 같다.
이건 일본이나 영국, 미국의 유럽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이 아니다. 울나라에서... 것두 7월 28일~30일까지 3일간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록페스트인 것이다!
몇년 전... 역시 송도에서 수많은 록 매니어들의 기대를 안았던 트라이포트 록 페스트...가
말도 안되는 폭우로 중단되어버려 환불 요구 등등으로 시끌했던 적이 있다. 나도 역시 완전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가지고... 터벅터벅 집으로 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지금도 이 기획의 중심엔 초딩 동창 친구가 있다. 이제 최소한 록 뮤지션의 국내 섭외 능력은 이 녀석을 따라올 인간이 없을 것이다. 오아시스, 스매슁 펌킨스, 블러...등 도통 뮤비나 CD나 들을 수 있던 뮤지션들을 마구 데려오고,
그 외에도 에이브릴 라빈이나 라캉시엘등의 일본 뮤지션...등등 헤아릴 수 없는 공연을 기획한 인간도 이 녀석이다.
난 진심으로 펜타포트 록 페스트...가 잘 되길 바란다. 공짜표 때문이 아니다!!!!! 날 오해말라!!!
그런데... 정말 맘먹고 하는 거... 죽어라 SS501이나 천상지희가 좋다면 그런 분들은 열외라고 쳐도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일 고려도 좀 했으면 한다. 우리 록 문화가 저변도 탄탄하고 록 페스트도 선택권이 있을 정도로 성숙되어 있다면 이런 말 하지도 않는다. 울 나라에서 Placebo와 Franz Ferdinand등을 주루룩 볼 수 있는 건 이번이 사실 최초다. 이왕 최초의 축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어 한 판 즐기는 진짜 축제로 만들길 바란다. 언제까지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딸딸이나 치는 문화로 만들지는 않으리라...믿고.
가뜩이나 열받는... 요즘 울나라 음악계. 이번에 머 또... 범세계를 겨낭하고 만들었다는 5명의 비...어쩌구 개소리하고 있는 그룹도 도대체 신화, SS501 기타 등등들과
뭐가 다른 건지 난 도무지 도통 이해 못하겠다. 그래놓고는 울나라 음악이 경쟁력 있다는 둥, 세계적이라는 둥... 반상회에서나 할 소릴 거침없이 뿌사려 놓는 걸 보면... 기가막히다 못해 인간이 불쌍해 보인다.
꼭 록음악이나 일렉트로니카가 아니어도 좋다. 옷 거의 다 벗어 던지고 당췌... 음악 들으러 온 건지 원 나잇 스탠딩하러 온 건지... 저리 흔들어 대면 다 힙합퍼...가 되는 건지... 알 수 없는 부비부비스러운 이 닭살 문화만 파티 문화라고 떠드는
이 왕짜증 현실에서 정말이지 벗어나고 싶다. 아니, 솔직히 울 동생들이, 울 아이들이 좀 더 넓은 문화를 경험하며 최소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멋진 음악과 영화... 공연들만 보고 살아도 모래사장의 모래알 만큼만 경험하고 가는 걸텐데...
허구한 날 자신이 아는 게 다~라고 생각한다면... 어째 서글퍼진다.
3일권은 한정 판매가 모조리 매진됐다. 일반 판매는 15일부터 2차 라인업과 함께 나간다.
[re] 경솔한 생각.
쓰고보니 생각이 짧았던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건 매니어들만의 딸딸이 차원은 분명 아니다. 나도 그렇고... 이런 공연이 국내에서 실현되기 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이들에겐 페스티벌 기간이 바로 부활절 주간이고, 인천의 송도야말로 성지가 될 것이니까.
집에 오던 중 갑자기 생각해보니... 영 실수한 것 같아 이리 정정한다. 뭐 읽는 분도 별루 없는 거 잘 알지만... 하지만 애초에 적었던 나의 경솔한 글도 내 머릿 속에 있던 것인 만큼 그냥 내버려둔다.
잘 한다. 일본 록밴드인 Coaltar of the Deepers... 국내에서 사실상 마지막 공연을 했던 수퍼 그룹 Smashing Pumpkins의 오프닝을 맡아 미국 진출이 실제로 가시화 되었던(하지만 성사는 흐지부지되었던...) 이들은 그 정도의 실력을 분명히 들려준다. 시부야 케이의 올망졸망 발랑발랑한 세련된 감수성에서 거침없이 그라인딩되는 육중한 헤비 리프가 온탕과 냉탕을 넘나 들듯 마구 뿜어나오는 이들의 음악.
실력도 실력이지만, 분명한 것은 확실한 라이팅과 센스가 기가막히게 돋보인다는 점이다
일본의 문화는 편견없이 접하고, 상당히 호감을 갖고 있지만 적어도 음악만큼은 그리 썩 내키지 않던 나도 이들의 음악엔 환호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오버그라운드니 언더그라운드니...의 소모적 담론을 가볍게 뭉게 버리는 초월적 컨섭의 이들 음악은 한 번쯤 꼭 들어볼 만하다.
1. [Akron/Family] - Akron/Family (Young God)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네명의 젊은이들. 그들이 2년간 녹음한 곡들을 모아 발표한 데뷔 음반이 바로 본작이구요. 물론 많은 분들께서 이들의 음반을 들어 보셨겠지만... 전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이미지들로 가득합니다.
지독하게 개인적인 읊조림 속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싸이키델릭 포크의 유산들.
2. [Apollo Sunshine] - Apollo Sunshine (Spin Art) 2001년 보스턴에서 결성된 3인조 네오 싸이키델릭 밴드 Apollo Sunshine의 신명나는 유머러스 환타지 한 판입니다.
한번 듣고 필이 팍 꽂히는 건 아니지만 듣다보면 어느 틈에 고색창연한 사운드 디자인에 흠뻑...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뭣보다 두번재 트랙 'Ghost'는 압권! Essex Green같은 그룹을 생각나게 하는 복고적 사운드.
3. [I Sold Gold] - Aqueduct 전 야들이 좋습니다. 마냥 말랑말랑한 인디 팝 같은 느낌도 있지만, 이렇게 자연스러운 멜로디 라인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게 아닙니다.
80년대의 신스팝부터 락과 팝의 트랜드를 명쾌하게 꿰뚫으며 재현된 이들의 음반은 결코 만만한 내공이라고 보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도 50선 안에 넣는 것은 오버다...라고 하신다면야 할 말이 없지만서두...전 좋습니다.
오프닝 트랙에서 두번째 트랙으로 넘어가는 트윈 콤비의 매력!!
4. [Wilderness] - Archer Prewitt (Thrill Jockey) 사실 커버 점수가 50%는 차지하는 것 같구요.ㅎㅎ... 그렇다고 하더라도 바로 이런 음악이 팝적인 감수성이 미려하게 녹아있다고 해야할... 음악이 아닌가 싶네요. 매끈하게 감성을 넘나드는 키보드와 황량함이 더해지는, 그래서 도리어 따스한 느낌마저 드는 보이스. 제대로 만든 인디팝.
5. [Boduf Songs] - Boduf Songs (Kranky) 분명히 2005년을 빛낸 음반 중 하나. 엄밀히 따지자면 근대적 의미의 록음악을 신랄하게 해체/재구성하는 트랜드에 절대적으로 부합된 음반. 개인의 창작 영역의 시각을 끌어안고 침잠의 세계를 곱씹어 보다.
6. [The Best Party Ever] - Boys Least Likely To,the 발랑발랑 튀는 오프닝 트랙. 영국의 60년대말 비트팝을 연상시키는 트랙들. 비트팝과 록, 포크를 한데 버무려 만들어낸 그럴듯한 무스 크림! 멜로디 라인의 유려함은 거의 60년대 전설의 비트팝 그룹인 Twinn Connexion,the에 필적할 만함!!!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재기발랄한 듀오.
7. [Tender Buttons] - Broadcast 영국 버밍햄 출신의 브로드캐스트의 2005년작은 여러모로 제겐 아쉬운 음반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들의 두장의 정규작을 최고의 베스트로 꼽고 있기 때문에 2005년작에 거는 기대도 남달랐답니다.
이미 전 이들을 Pram과 함께 최고의 인디 일렉트로닉 밴드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들의 사운드는 언제나 미니멀합니다. 기타는 독백하고, 키보드는 반복적이며, 노이즈는 불현듯 다가와 언제 다가왔냐는 듯 황급히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그 뒤로 다시 무미건조한 트리쉬의 보이스가 남지요. 이들의 사운드엔 독일의 형식주의와 실험주의 음악들의 영향이 고스란히 베어 있습니다. 이들의 미니멀한 테크놀로지는 영국적 유산물이라기 보다는 사실 독일 선배들의 유산이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할 것 같네요.
듣다보면 Emtidi의 느낌도 들고... 우주적이고 탈개인적인 이들의 읊조림은 나른하면서도 팽팽하게 이어지는 텐션과 비트로 구조적 완성미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감이 남긴 하지만, 그건 아마도 제가 이들의 변화의 진정한 의도를 아직도 제대로 알아 채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요. 다크 서클(ㅋㅋ) 앰비언트의 백미!
8. [First Lights Freeze] - Castanets 이런 음반이 나오는 걸 보면 지금의 록씬은 분명히 기로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70년대 록 르네상스 시절이 그랬던 것처럼... 수퍼 히어로가 단명하거나 부재한채 음악적 관습이 파괴되고 쉴 새 없이 경계를 넘나들던 그 때와 말이죠. 이 그룹의 커버 일러스트는 이들의 음악이 소구하고자 하는 지점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 것 같네요.
9. [Clap Your Hadns Say Yeah] - Clap Your Hadns Say Yeah 평론가나 유저나 거의 모조리 Bloc Party를 선정했다면 '객관적'으로 Bloc Party는 즐길 가치가 있는 밴드라는 거겠죠.
그런데 전 도대체 다수에 의한 선택으로 판단 하는 객관적인 것이 과연 무엇의 산물인 지 당췌 몰겠습니다...
ㅎㅎ 헛소리는 이만 하구요. 괜히 말 걸어질 건 다 관두고... 전 이 음반 자주 들었습니다. 사실 Bloc Party는 마음에 들 때까지~ 들어보려고 했지만 결국 정을 못 붙였답니다. 하지만 야들은 아주 쉽게 정붙이고 제법 엉덩이 붙이고 자주 들었죠.
10. [Clor] - Clor Devo와 Pavement에서 영향을 받은 일렉트로 듀오라... 대충 그 음악이 어떨지 마구 상상이 가지 않습니까?
이들의 음반이 50선에 뽑혔다는 '정신나갔어'라고 손가락질 할 분이 계실 지도 모르지만, 전 이 음반의 7번 트랙 'Dangerzone' 한 곡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 정말이지 이 그루브한 일렉트로니카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가 않네요.
이런 곡에 이따위 진부한 수사를 쓰고 있다뉘... 역시나 80년대의 신스팝의 자양분을 왕창 흡수한 채 말 그대로
미국적 인디의 감수성을 살짝 얹어 놓은 이들의 음악은 2005년의 수확 중 하나!(야들은 영국아들입니다)
11. [The Ape Of Naples] - Coil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Coil의 2005년작. Nurse With Wound에도 몸담았었던 John Balance가 생존해있었을 때 작업된 곡들. 그래서인지 들으면 들을 수록 묘한 침잠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이 당연한 걸까요. 'Fire Of The Mind'나 'Tattooed Man'을 들으면 지워지기 힘든 스산함, 과연 이렇듯 넘치는 아날로그의 정서들이 묘하게도
디지털의 기호 속에서 구현되는 기괴한 희열이란...
12. [The Golden Morning Breaks] - Colleen 탁월한 재능을 가진 프랑스 여성 Schott의 두번째 음반이자 2005년 인디 일렉트로니카 시장에서 건져 올린 보석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풍부한 서정성으로 채워진 인스트루먼틀은 충분히 목가적이기도 하고, 개인적이기도 한 공간을 잘 짜여진 공간감을 통해 구현해내고 있습니다. Schott의 음악적 공간은 인간과 인간이 파장으로 연결된 동일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3. [Exquisite Corpse] - Daedelus 발표하는 음반마다 호평받아온 Daedelus의 네번째 음반입니다. 그들의 음악에서 흔히 발견되는 꼴라쥬 에디팅이 이번에도 예의 위력을 발휘합니다. 반복적인 비트에 실려 넘나들어오는 서정적인 선율들... 그리고 살짝 덧입혀진 건반들이 이번 음반에도 나즈막히, 하지만 압도적으로 다가옵니다.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디 일렉트로닉스의 블루칩!
14. [Cripple Crow] - Devendra Banhart Devendra Banhart의 음악은 자기 자신이 직접 그린 커버 아트부터 시작,
일관된 자기 자신의 미적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하고 있다는 느낌이 아주 강합니다. 이번 음반의 커버는 그간 그가 직접 드로잉해왔던 것에서 더 나아가 얼뜻 밤에 보면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의 음산함
(-이거야말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갖가지 선입견의 파편들이 형상화된 것이지만 말이죠)이 느껴지는 압도적인 비주얼이 압권입니다.
아무리봐도 비틀즈의 [Sgt.Pepper' Lonely Hearts Club Band]와 영국의 전설적인 트래디셔널 포크록 그룹인 (본인도 엄청나게 좋아했던)
Incredible String Band의 [Hangman's Beautiful Daughter,the], 영국의 싸이키델릭 그룹으로 Fairfield Parlour의 전신이었던
당연히 음반을 채우고 있는 음악들 역시 트래디셔널 포크의 자장 아래서 노골적인 Acid Folk의 향연으로 점철되어 있구요. 차후에 길게 얘기할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15. [Some Cities] - Doves Doves의 데뷔앨범을 당시의 CDNow에서 출시되자마자 받아 들고는... 얼마나 애지중지 하면서 즐겨 들었는 지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합니다.
boxer의 사진들이 인상적이었던 inner를 보면서 남들은 거의 모르던 이 그룹을 혼자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유치한 으쓱...거림까지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 이들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버렸습니다. 그리고 Beta Band처럼 분명한 자신들의 오리지낼러티를 확고히 했지요. 2005년작인 [Some Cities]엔 그들의 따뜻한 감성이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오히려 다소 감정 과잉이라고 여겨지기까지 하던 데뷔작의 선율이 그대로 살아 있으니 전 정말... 좋았답니다.
트랙은 두고두고 곱씹어도 질리지 않는 Doves만의 전형적인 멜로디와 텐션을 선사해줍니다.
16. [Beauty & The Beast] - Edan 아... 전 힙합 매니어들에게 죄송합니다만... 힙합을 정말 듣지 않습니다. 작년에도 개러지 랩 그룹들의 음반이나 찾아 들었지 그 외엔 사실 CD구매는 아예 꿈도 못꾸고... 다운로드를 받다가도 장르가 힙합이면
걍 휴지통으로 듣지도 않고 바로 들어가 버리거든요. 그런데 Edan은 제 귀를 트랙이 계속 넘어갈 때까지 붙잡아 두고 있더군요. 힙합을 잘 듣지 않게 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제가 이 수많은 힙합퍼들을 구분할 수 있는 식별 능력이 거의 없어졌다는 것도 이유가 될 거에요. 어느 순간인가부터 제게 힙합은 아티스트마다 개별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기 보다는 뭉뚱그려진 매너리즘처럼 잘못 인식되기 시작했거든요
('잘못'인식되었다고 말씀 드립니다) 그러니까... 제 개인적으로는 힙합 역시 형식과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까...생각된 거죠. Edan은 그런 면에서 딱...인 것 같습니다. 진정한 록 비트와 힙합의 믹스 앤 매치 같구요.
적절한 샘플링과 세련된 편곡은 단연 압권입니다.
17. [The Back Room] - Editors 음악적 대안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모두가 다 '포스트-록'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이것도 정말 머리 부셔져 버릴 답답한 상황일 것 같네요.
Editors를 그런 시대에 우직하리만치 선형적이고 아날로그 적입니다. 곡의 내러티브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영국 버밍햄 출신의 이 청년들은 하지만 전형적인 록 음악에 진솔한 감성을 담아내어 만만찮은 희열을 전해 줍니다. 여지껏 돌아가셨느냐... 이제 돌아가지 말라는 고속도로 광고와 달리, 이들은 모두가 효율성 향상과 대안을 얘기할 때 우직하게
전형적인 방식으로 희열을 전달합니다. 그리고 그런 방법론이 꽤 멋지고 설득력있게 다가오지요.
18. [Leaders Of The Free World] - Elbow Elbow의 데뷔작도 DHL로 받아들고 좋아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맨체스터 출신의 이들은
이제 자신들만의 아이덴터티를 확고히 구축한 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만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사실 그렇게 지지를 받고 있는 그룹은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이 음반도 데뷔 앨범이나 2004년 작과 마찬가지로 앞뒤 생각없이 '정말 좋다'란 말이 튀어나올 정도의 음반은 여전히 아니랍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은 나도 모르게 한번 더 찾게 되는 이상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별 것 없이 나즈막하게 끌고 나가다가 툭툭 던지듯이 떨궈지는 비트를 주워 담는 그 이상한 기분. 이들의 음악은 그런 맛이 있어요.
19. [Talk Amongst The Trees] - Eluvium 매튜 쿠퍼의 세번째 감동입니다. 전 Eluvium의 음악을 들으면 정말 형언하기 힘든 감정들이 제 심장 속에서 발화되어 타오르는...느낌이 들어요. 이 음반의 첫곡이자 10분이 넘는 대곡 는 그간 제가 들어왔던 수많은 일렉트로닉스 뮤지션들의 계보를 빨리감기를 돌린
영상매체 마냥 마구 헤집고 관통해 옵니다.
크로노스 쿼텟과 클라우스 슐츠의 협연에서 전달되어 오던 관념적 이탈에서부터 브라이언 이노와 에디 쟙슨이 지향했던
유토피아적 지향성... 모든 것이 뒤섞여 머리 속을 지나 팔딱이는 심장까지 꿰뚫고 내려 옵니다. Fennesz의 음반을 들을 때보다 오히려 더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제 스스로 진정 시키지 못할 만큼의 딱... 그만큼의 격정을 선사했던 이 음반.
제겐 2005년 최고의 음반 중 하나랍니다.
20. [Forgiveness] - Engineers 런던 출신의 드림팝 그룹 Engineers의 데뷔작. 딱... 런던의 그 을씨년스러운 날씨만큼이나 우중충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들. 분명 5% 이상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구석에 쳐박아버리기엔 제법 아까운 감성들. 하지만 그만큼 다음 음반이 기대되지는 '않는' 그룹.(그런데 왜 50선에 넣은거야?)
21. [Lost and Safe] - Books,the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작과 같은 신선함은 분명히 덜 하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2005년작은 여전히 매혹적입니다. 음악이라기보다는 책상에 앉아 가볍게 소품을 정리하면서
흥얼거리는 것이 다인 것 같은 이들의 음악들은 분명히 곡의 내러티브가 존재함에도 그 존재감보다는
모두가 잘게 쪼개어진 분절음처럼 다가오는 느낌이 생경한 음악입니다. 언제나 그렇게 느껴지니까요. 전형적인 뉴욕의 탈근대성 무브먼트와도 일맥상통하는 듯 합니다. 아무래도 닉자무토와 폴 드 종의 어쿠스틱 악기에 대한 열정과
이를 디지털라이징으로 재구축 하면서 축조되는 현대적 이미지가 아직도 유효한 모양입니다.
22. [The 12 Songs] - Evens,the 이안 멕케이란 이름만으로도 벌써 5할은 따고 들어가는 The Evens. 이들의 음악은 Fugazi의 명성과는 아주 무관하게도 도리어 몇몇 Surf Rock의 선율과 String Driven Thing등의
포크 그룹들과 그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 이안 멕케이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만든 음악이라고 보기엔 the Evens의 음악은 한곡 한곡 전혀 만만하게 넘어갈 만한 곡이 없습니다. 군데 군데 Fugazi나 Minor Threat등의 기운들이 베어나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던 포크의 연장선 상에 있는 이 음반은 2005년 주목할 만한 음반임이 분명합니다.
23. [EP] - Fiery Furnaces 피치포크의 이상한... 정말 골때리는 필자 한 명은 세상을 두가지의 이분법적 사고로 나누고 있더군요.
Fiery Furnace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좀 거시기할 정도로 과장된 표현인 것 같네요. Fiery Furnaces가 워낙 엄청난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만큼 반박도 많았어요.
뭐 이런 건 철저히 유명세 덕이라고 봐야겠지만 말이죠.
어째... [Rehearsing My Choir]보다 [EP]가 더 시끄러웠던것 같지만,
전 이들의 2003년작인 [Gallowsbird's Bark]만큼의 쇼크 음반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이들도 다소 답답하긴 할 거에요. 첫 음반에서 모조리 보여줄 걸 다 보여준 후
높아질 대로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는 것... 이것만한 부담도 없지 않을까요. 물론 어디선가 본 인터뷰에서 Eleanor는 그런 부담감에서 자유롭다고 얘기한 걸 본 기억이 나긴 하지만요.
24. [10th Avenue Freakout] - Fog 코너 오베스트나 벡...같은 뮤지션 만큼의 인지도는 아니지만, 전 개인적으로 앤드류 보더의 재능을 가장 높이 평가하고 있답니다.
물론 그의 음반은 언제나 그리 썩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Ninja Tune에서 발표한 석장의 음반 모두
2003년작 [Ether Teeth]외엔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구요. 트립합의 리듬 위에 구축된 앤드류 보더의 음악 건축은 대단히 주관적이고 내향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여느 뮤지션들이 결국에는 대중을 향해 발산하는 극적 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Fog의 앤드류 보더는 이를 점점 자신만의 세계로 극도로 가둬갑니다.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인 자신이 짜놓은 영역 안에서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계획 된 대로 삐걱거리는 감성마저 모두 계획된 느낌이 들어요. 어쩌면 그래서 앤드류 보더는 저평가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게다가 그의 음악을 둘러싸고 있는 팩터들은 대단히 불균질하다는 느낌도 들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앤드류 보더의 음악을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그의 무덤덤한 보이스도 좋구요. 그리고 천천히 잠식당하는 감정의 옭죄임도 즐길 만하구요.
25. [Oceans Apart] - Go-Betweens,the - 호주 출신의 뉴웨이브 그룹. 아마 저와 비슷한 나이이신 분들 중 팝송을 열심히 들었던 분들이라면 이들의 그룹명이 절대로 낯설지 않을 거에요. 그리고 당연히... 이들이 그들과 같은 그룹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실 것이구요. 89년에 해체하여 2000년에 데뷔작이자 제법 둔중한 충격을 주었던 [The Friends of Rachel Worth] 이후 세번째 음반입니다. 여전히 Robert Forster가 이끌고 있구요. 2006년 신보도 나왔던데, 전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앞으로도 좋은 음악 기대합니다. 화이링~
26. [Demon Days] - Gorillaz 결성부터 무지하게 시끄러웠던 고릴라즈. [탱크걸]의 작가로 알려진 제이미 휴렛에 치보 마토의 미호 하토리, Dan the Automator의 나카무라
(그는 뉴욕을 근거로 활동하고 있는 저명한 힙합 프로듀셔입니다),
탐 탐 클럽의 티나 웨이머스, 이젠 전설 속으로 묻혀가는(해체한 건 아니라도) Blur의 데이먼 앨번...
이 놀라운 멤버들(몇명 빠졌지만 양해바람)이 모여서 발매한 음반이니 당연히 기대를 한 몸에 받지 않을 수가 없겠죠. 덕분에 이들의 음악은 국적 불명, 장르 불문의 복합 구성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무래도 Dave Albarn의 음악적 영향과 댄 나카무라의 믹싱이 주도적으로 드러나는 느낌은 강하지만 말이죠.
(이건 딱 제 취향이란 뜻과 일치하는 말입니다) 혹자는 이들에게 실망하는 경우도 많지만, 전 정말 딱~ 입니다.
반복적인 프레이즈와 Blur의 음반들에게서 느꼈던 뉴웨이브와 브릿팝의 진득한 냄새까지. 거기에 적당한 힙합 비트. 전 딱 좋았답니다.
27. [Stars of CCTV] - Hard-Fi 이 음반이 50선에 올라가다뉘... 어이없는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싶지만... 전 정말로 이 음반을 많이 들었습니다. 글쎄요... 뭐라고 할까여. 제가 Marion등의 그룹을 좋아하던 딱 그 시절...
90년대 중후반의 브릿팝 씬의 냄새가 폴폴 올라와서 그럴까요. 영국 미들섹스 출신의 4인조 그룹인 Hard-Fi의 고개를 끄덕이며
장단을 맞출 정도의 비트와 영국 록 특유의 쉴새 없는 코러스 라인이 인상적입니다. 음악적으로 진일보하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음악은 결코 아니지만 아주 오랫동안 제 리스트에 올라와 있던 음반.
28. [Outside Closer] - Hood 제게 2005년 최고의 음반이 뭐였냐고 물어본다면 전 단연코 영국 출신의 포스트-록 그룹인 Hood를 꼽습니다.
물론... 그 어느 매체에서도 이 음반을 크게 주목하진 않았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제겐 정말 2005년 최고의 음반이었습니다. 제가 오래도록 딱... 원하고 있던 음악 그 자체였으니까요. 미디움 비트의 반복, 그리고 인디 일렉트로닉의 감성에 멜로트론을 연상케 하는 스트링 이펙트, 무미건조한 듯한 보이스.
그리고 단번에 살짝 흘러넘치듯 적절히 폭주하는 텐션. 정말... 딱이었답니다. 무엇보다 두번째 트랙 'Any Hopeful Thoughts Arrive'의 점진적인 구성과 마치 선배 그룹들인 Comus의 음산한 반복 프레이즈를 연상케하는
'End of One Train...' 단번에 필이 꽂히는 전형적인 라디오 버전 수퍼 트랙 'The Lost You'...
뭐 하나 뺄 곡 없는 이들의 음반은 단연코 저의 2005년 베스트 오브 베스트랍니다. 저만큼 Hood의 2005년작을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면 정말 반가울 것 같습니다
29. [Oh You're So Silent Jens] - Jens Lekman 머.. 이 음반이 비록 정규음반은 아니지만서두, 이 음반으로 저는 2005년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이상하게도 따악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이 음반들.(물론 그게 캐롤이라는 말은 아니지여) 꼭 크리스마스는 아니더라도 모닥불 피워놓고
모여 앉아서 담소를 나누며 맥주 한 잔 하는 그 분위기가 자꾸 연상되거든요. 스웨디쉬 음악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묘하게도 음악에서도 그들의 따스함 속에 묻어 나는 차가운 공기의 여운들이 고스란히 느껴진 답니다. 이 음반... 다 좋아요. 별 다섯개를 다 줘도 모자르죠. 'Rocky Dennis Farewell Song'에 이르면 얄미울 정도로 감칠맛나는 편곡이 넘 사랑스럽구요,
하지만 이 음반의 진짜 백미는 바로 열두번째 트랙인 'A Sweet Summers Night On Hammer Hill'입니다.
그 막장의 분위기란... 분위기가 무르 익을 대로 무르익은 바의 한 가운데에서 음악을 듣는 듯한 그 느낌 말입니다.
30. [Jesu] - Jesu Justin K. Broadrick은 한마디로 난 인물이죠. Godflesh, Nampalm Death와 같은 굵은 족적을 남긴 메탈 음악을 주도하더니,
이후엔 케빈 마틴과 GoD라는 하드코어 펑크(실험성이 강한)를 시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는 Techno Animal에서 다크 앰비언트 구현해내고 있지요.
결국 Justin K. Broadrick은 진정한 진화형 뮤지션임이 분명합니다. 그의 음악들은 결코 제 자리에 있지 않아요. 게다가 시대적 요구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머리가 굳어가는 뮤지션에게 이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하는 생각이 들면 대단하지 않나 싶습니다. [Jesu]는 그가 전곡을 작/편곡했습니다.
이 음반엔 Techno Animal의 다크 앰비언트적 성향과 Napalm Death 시절의 퍼즈톤이 슬로우코어의 느낌으로 변주되면서,
다분히 Explosions in the Sky나 Mono의 음악적 분위기도 종종 발견됩니다. 하여튼 Broadrick이 아니면 구현되기 힘들, 시대적 트렌드에서 핀트가 어긋나 존재하는 이들의 음악은
[Music for Egon Schiele] Performed by Rachel's 1996 / 47:05 min / Quaterstick Label. ....................................................................
2003년에 이들이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 와서 이 음반을 연주했다는 사실도 난 몰랐다. 뒤늦게 땅을 쳐봐야... 이미 늦은 일. 다시 오길 바랄 뿐이지.
Egon Schiele
에곤 실레는 누구나 잘 알고 있듯, 28세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 화가다. 에곤 실레 소개 클림트만큼이나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화가. 소녀, 여성들의 노골적인 누드를 뭐라 형언하기 힘든 이미지의 드로잉으로 표현했던 에곤 실레(Egon Schiele)의 그림들은 지금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화가 중 한 명인 듯하다. 클림트의 제자였고, 그와 마찬가지로 '빈 분리파'였던 그의 그림은 천재들의 우울함과 교만함이 함께 보인다. 우쭐한 천재의 그림 속에서 언뜻 언뜻 내비치는 우울함을 지울 수가 없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와이프는 힘들고 무거워 보인다고 한다)
[Second Self Portrait] Rachel's
Rachel's
레이첼스는 인디록이나 포스트록을 듣는 분들에겐 제법 익숙한... 컨템포러리 앙상블이다. 그들의 여러 음반 중 유독 96년 작인 본작 [Music for Egon Schiele]가 회자되는 것은 이 음반이 사실상 그들 음악 세계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고, 이 음반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에곤 실레의 초상의 심연을 상상 속에서 가장 잘 펼쳐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올린 곡은 다섯번 째 곡으로, 유난히 자신의 초상을 많이 그렸던 에곤 실레의 여러 초상들을 보고 얻은 감흥으로 만든 곡 중 하나이다. (이 음반에는 자화상에 관한 곡이 연작으로 세곡 들어 있다) 전 곡을 다... 들어보면 에곤 실레의 그림이 다가오는 듯하다...라고 말하면 사실 거짓말이고, 에곤 실레의 우울함과 무거움이 뉘엿뉘엿 저무는 해질 녘의 느낌이 다가온다. 거부할 수 없는 서정미를 갖고.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Calla의 신보가 나왔다. 1999년 데뷔작 [Calla]를 발표한 이후 네번째 음반이자 2년 만의 음반인 4집 [Collisions]는 그저그런 평가를 받았던 3집 [Televise]와는 달리 평단으로부터 비교적 호평을 받고 있다.
사실 내 입장에선... 이들의 1집부터 4집까지를 다 듣고 있지만, 이들의 음악은 변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를 완성시켜 나간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다.
Calla - Swagger
4집 [Collisions]
이들의 음악은 어찌 들으면 무기력하면서 몽환적이다. 끊임없는 반복되는 무덤덤한 기타 연주가 로우 레벨의 미디움 템포와 묘한 언밸런스를 이루면서 하염없이 지속된다. 이들의 음악엔 시작이 어디고, 끝이 어딘지 모를 뫼비우스의 띠같은 내러티브를 갖고 하염없이 전진한다. 난 그런 Calla의 음반이 좋다. 이번 음반은 전 곡 어느 한 곡 뺄 곡이 없지만, 현재 귀를 잡아 끄는 곡은 바로 5번 트랙인 이다. 들어보시라...
자... 드뎌 마지막입나다. 하루에 한 다섯장씩 올려봤는데 워낙 관심 밖의 글이고, 이런 글을 꼬박꼬박 올리는 것도 결례인 듯 하여 어제 하루 쉬고 오늘 아침에 15장 다 써서 올려 버립니다.
36. [Florida] by Diplo -먼저 이 음반은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음반이라는 점을 확실히 말하고 싶다. 내겐 2004년의 BEST 50선에 들어갈 만 하지만, 혹자는 이 음반에 대해 대단히 모호한 평가를 하기도 하며,
AMG에선 별셋(다섯 만점), Pitchforkmedia에선 7.0(10점 만점)점 정도의 보통 이상의 평가를 받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Diplo란 설마...했던 'Diplodocus'의 줄임말이다. 본인이야 아들 민성이 덕분에 진작에 디플로도쿠스를 연상했지만
실제로 그 줄임말인 걸 알고 혼자 키득거렸던 기억이 난다. 디플로도쿠스는 몸이 기가막히게 길었던 공룡의 이름이다. Diplo는 그룹이라기 보다 솔로 프로젝트라고 봐야 정확할 것인데, 그는 Tricky나 DJ Shadow(Lightshine 레이블의 히어로)의
장점을 끌어 오면서 대단히 하이브리드적인 음악적 포용력을 추구하고 있다. 이 음반 [Florida]는 실제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Florida의 단상등을 곡으로 표현 하고 있는데,
이 음반엔 Trip-Hop, Electronica, Rap 그리고 현악 앙상블이 그로테스크 하고 마이너 코드에 얹혀 시종일관 불길한 사운드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본인도 이 음반에 100% 호평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첫곡 [Florida]에서 다가오는 이국적인 서정성과 이 음반의 재기넘치는 비트, 그리고 이질적으로 곡을 둘러 싸고 있어서
되려 생경한 느낌마저 주는 현악 사운드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50선 안에 포함시켰다.
(물론 이 글이 50선이 될 지 60선이 될 지... 100선이 될 지는 나도 모르겠다) 또한 이 음반이 21세기를 위해 적어도 Amp의 [Stenorette]만큼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필청의 일렉트로니카로 뽑았다.
Diplo 'Florida'
37. [Now Here Is Nowhere] by Secret Machines 택사스 댈러스 출신의 커티스 형제가 주축이 된 시크릿 머신즈는 댈러스 출신이지만
현재 뉴욕 인디록 씬의 한 중추를 이루고 있는 그룹이기도 하다. 애당초... 이들은 그들의 데뷔 EP인 [Septemmber 000]를 통해 뉴욕 인디록 씬의 최고 기대주 중 하나로 떠올랐었다. 데뷔 EP에서 독특한 포스트 펑크 사운드를 들려 주었던 이들의 정식 데뷔작인 [Now Here Is Nowhere]에 대해 혹자들은
평범하고 지루하다고 폄하하는 분들도 있으나 개인적인 느낌은 BEST는 못 된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록 음악이 지닌
70년대의 둔중한 헤비한 중량감, 그리고 레드 제플린을 연상시키는 드러밍과 베이스는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엔 충분하다고 본다. 이들 역시 미국의 록음악이라기 보다는 되려 영국의 록 사운드에 더 근접한 느낌을 주는데, 이것은 미국의 단선적인 곡구성과
발성의 창법보다는 영국식 록사운드의 외피가 보다 더 세련된 느낌을 주며 도회적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시도가 뉴욕 씬에서 두드러지고 있고, 그들의 음악에서 짙은 먹물 냄새를 지울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러한 바다 건너 음악들 간의 이종교배가 어쩌면 또다른 새로운 음악을 생산하는 든든한 자양분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38. [Fabulous Muscles] by Xiu Xiu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출신의 Xiu Xiu의 2004년작 [Fabulous Muscles]는 이들 음악의 결정판이다. 이런 음반이 나오면 으례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고 입을 모아 얘기하지만, 이들의 디스코그라피를 미루어 볼 때 이 음반이 최고의 정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미안하지만, Xiu Xiu에게는 기대 이상의 '오버'음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이니까. 전작도 만만찮은 평가를 받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제이미 스튜어트의 격정과 분노의 보컬 과 시도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조밀조밀하게 엮여 있지 못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 는데, 이번 음반은 제이미 스튜어트의 분노 섞인 보컬과 팽팽하게 전개되는 다소 즉흥적 이고 강렬한 일렉트로 비트가 멋지게 직조되어 상당히 전체적인 밀도가 높은 음반이 된 듯 하다. 포크와 일렉트로닉, 그리고 익스피리멘털이 혼재된 본작은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는 다양한 오브제들을 끌어모아 유기적으로 밀도있게 구성한 2004년도의 걸작 중 한 장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앞으로도 Xiu Xiu가 이러한 진보적 음악 실험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지켜보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전술했듯이... 이 음반은 그들의 디스코그라피를 들여다보면 유난히 '오버'된 음반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39. [Joy Shapes] by Charalambide -31~35번째 음반을 언급하며, 현재 록씬에 부는 복고 바람이 단지 80년대의 신스팝등만 을 불러내는 것이 아니며, 70년대 초반 전세계를 강타했던 아트록, 프로그레시브록까지 함께 불러내고 있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지금 소개하는 Charalambides는 현존하는 그룹 중 가장 강력한 70년대의 German Psyche 의 족적을 따라가는
그룹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휴스톤에서 1991년 카터 부부에 의해 결성된 이들은 아방가르드, 프리 재즈와 folk을
자유롭게 넘나드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스폰지처럼 흡수해왔다. [Joy Shapes]는 이러한 이들의 음악적 실험이 정점에 오른 음반으로, 수많은 선배 그룹 들을 연상케 한다.
이태리의 Pierrot Lunaire의 두번째 걸작인 [Gudrun](1974), Saint Just의 데뷔앨범 [Saint Just](1973),
독일의 아방가르드/싸이키델릭 그룹이었던, 윤이상씨의 따님인 윤정씨가 보컬로 있었던 Popol Vuh의 대표작 [Hosianna Mantra](1971) 프랑스의 대표적인 아방가르드 그룹으로 David Allen과 Gil Smith가 버티고 있었던 Gong의 여러 음반들을 모조리 연상케 한다. 특히 21분 여에 이르는 탑트랙 는 불길하게 엄습하는 크리스틴 카터의 흐느낌에 가까운 보컬과 전방향적으로 평행선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듯한 일렉 기타의 잔향과 클라우스 슐츠의 키보드를 연상시키는 미니멀적인 선율이 관념적 사유를 가능케 하는 놀라운 곡이다. 네번째 곡 역시 일상에서 평화로움을 찾기 힘든 도시인들의 모습을 풍자, 밤에도 시끄러운 소음을 통해
안정을 찾는(영화제목이 기억이 안나네요. 어딜가나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등을 틀어놔야 잠을 자는... 이 영화 제목이 가물가물합니다)듯한
과도한 노이즈의 분출, 그리고 일시에 노이즈를 거두는 대비를 통해 음악적인 설득력을 시험해 보고 있다. 어쨌든 이 음반은 2004년을 대표할 만한 익스피리멘털 포스트 록의 정형으로 기억될 수작임에 틀림없다. * 톰 카터는 본인이 무척 좋아하는 Bardo Pond의 즉흥 세션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40. [The Lost Riots] by Hope of the States -영국 서섹스에서 2000년에 결성된 5인조 그룹 Hope of the States의 본작을 2004년의 음반으로 선정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해외 유명 음악 잡지를 뒤져봤더만... 이들의 음반에 거의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했던
No Ripcord조차도 이들 의 음반을 열 손가락 안에 끼워 넣지 않았다. 물론 본인도 이들의 음반을 열 손가락 안에는 끼워넣을 순 없더라도,
이 음반은 미국의 피치포크가 5.6점(10점 만점)을 줄 정도로 아둔한 음반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미국의 피치포크가 이들을 혹평하는 것은... 어쩌면 이들의 그룹명이 앨버트 도이치가 1948년 미국의 정신 건강 상태을 조롱하여
논쟁의 불씨를 제공했던 'The Shame of the States'에서 따와서는... 아니겠죠???) 물론 이 음반은 정말 과도한 감정 과잉으로 점철되어 있다. 바른 생활 사나이들임을 자처할 만한 시적이고 낭만적인, 너무나 낭만적이고 도덕적 이어서 킥킥 웃음이 나올 정도의 가사와
시종일관 진지하고 감동을 유발하는 듯한 이들의 편곡은 사람에 따라 되려 짜증이 날 수도 있겠다. 가히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그룹이었던 Camel의 후기 범작 [the Stationary Traveller]에서
(남들은 걸작이라지만 난 이게 어째서 걸작인 지 이해가 안간다) 감동의 도가니탕 으로 몰고 갔다던
후반 기타의 처절한 절규...가 바로 이들의 란 곡에서 재현된다. 뿐만 아니다. 란 곡에선 듣는 이가 민망할 정도로 숙연한 스트링과 강렬한 록음악도 듣는 이에 따라선 거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의도한 대로 곡을 이끌어내는 곡 구성과 편곡은 보통이 아니다.
일정하게 평탄한 기조를 이루다가 점진적으로 증폭되며 절정부분에서 지속적으로 동일한 프레이즈를 반복하고, 이후에 급진적으로
다운템포되면서 자연스럽게 페이드 아웃되는 이들의 뻔할 뻔자 곡 구성은 이상하게도 진부하다기 보다는 놀라울 정도로 설득력 있게 들려진다. 다양한 편곡 역시 결코 혹평받을 수준의 그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 음반이 이들의 데뷔작임을 생각해보면 이건 놀라우리만치 완벽에 가까운 음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의 음반은 반드시 들어봐야할 2004년의 수작 중 한장이다. * 영국의 유명 잡지 NME(New Musical Express)는 2004년의 음반 50장 중에 본 앨범을 선정했다.
드뎌 이 음반 야그를 꺼내게 됐다. 이전에도 한 번 북구 그룹들의 우수함에 대해 살짝 언급한 바 있는데, 이 4인조 그룹 역시 스웨덴 그룹이다. 아마 2004년도에 발매된 음반 중 본인의 BEST 5 안에 들어갈 만큼 사랑하는 음반이 바로 본작인데 이들에 대한 정보는 생각보다
무척 찾기 힘든 편이다(피치포크나 올뮤직닷컴에도 없다)게다가 이 음반은 엄밀히 말해서 2003년에 발매된 음반이니 2004년의 베스트에 넣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국제적으로 이들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4년이고,
본작도 당연히 2004년에서야 해외에 알려졌으므로 순전히 본인의 횡포에 의해... 2004년의 베스트로 선정했다
(NME나 Metacric도 똑같이~ 이 음반을 2004년 베스트 10 안에 선정했으니... 뭐 나만 그런건 아니네요^^) 이들의 음반을 듣고 처음에 느꼈던 것은 와이프 홈피에도 예전에 올렸었지만 Jesus and Mary Chain의 몽롱하면서도 단선적인 느낌,
My Bloody Valentine의 환각 적인 음색에 달콤한 서정미를 살짝 얹은 듯한 느낌이었다. 단번에 내 귀와 가슴을 사로잡은 이 음반은 이후 내 BEST 음반 중 한 장이 되었고, 이번에 글을 쓰면서 찾아본
해외 리뷰(NME와 Drowned in Sound)에도 나와 다를 바 없는 느낌들을 다들 얻은 듯 하다. 스웨덴의 인디그룹의 데뷔앨범이 이렇게 몽환적이고, 달콤하며, 풍요롭고,
서늘한 북구의 서정미를 실어 들려주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걸작에 대한 강박관념 따윈 일체 느껴지지 않는, 엄숙주의에 대한 동경 따윈 찾아볼 수도 없는, 그야말로 음악에 음악만을
실어 날려 보내는 이들의 음악 사랑이 바로 가슴 깊이 와닿는 이 놀라운 음반은 2004년의 최고작 중 한 장임이 분명하다.
The Radio Dept - 1995
42. [Medula] by Bjork -Bjork(비욕)에 대해선 본인이 떠들어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정도를 넘어서 상당한 팬들에게 거의 '전지전능'에
가까운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아일랜드 태생의 이 위대한 뮤지션은 이미 12세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음반을 낼 정도로
음악적 재능을 발휘했으며, 역시 전설이 된 그룹 Sugarcubes를 통해 자신의 음악 철학을 구현하기에 이른다. 솔로로 데뷔한 90년대 초반 그녀는 록 역사상 기념비적인 음반들을 황당하리만치 즐비하게 쏟아내며
최고의 아방가르드 팝 아티스트(Avant Pop)로서 독보적인 위치 에 오르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Dancer in the Dark]에도 직접 주연을 맡아 출연하여,
예의 그 기묘한 복합적 이미지를 거장이자 기이한 감독이기도 한 라스의 손에 의해 독특하게 재현되는 경험까지 하게 된다. 사실상 현존하는 최고의 뮤지션 중 한 명이며, 93년작 [Debut]이후로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아방가르드와 클래식, 일렉트로니카, 팝의
결코 현학적이지 않은 진중한 이종교배는 듣는 이를 비장미에 잠겨 숙연케하기도, 놀라운 희열을 안겨다 주기도 한다. 그녀의 2004년작 [Medula] 역시 그러한 시도의 연장선 상에서 해석될 수 있으며 특히 이 음반은 그간 일렉트로니카가 근간을 이루던
그녀의 음악이 보다더 자신의 아우라를 뿜어낼 수 있는 바로 자신의 '목소리' 위주로 시도된 첫번째 음반이라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이 음반은 시종일관(사실 언제나 그랬지만) 비욕의 목소리로 채워져 나간다. 도무지 형언하기 힘든 보이스로 듣는 이를 내면의 세계로
침잠시키며 기괴한 선율의 굴곡을 따라가게 만드는 이 놀라운 음반은, 여지껏 그녀의 디스코 그라피 중 가장 내면적이며 주관적인 음반이다. 간혹 이 음반에 팝적인 훅이 소멸되었다고 지적하는 국내/외 평이 있지만, 언제 까지나 반드시 팝적인 훅이 가미되어야 한다는 보장도 없고,
그러란 법도 없으며 팝적인 훅이 반드시 비욕 음악의 특징이었다고 규정지을 수도 없기에, 본인은 이러한 내면 세계로의 다이브가
그녀 음악 세계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도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녀는 언제 진보해야 하는 지 아는, 현명한 뮤지션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43. [Logic Will Break Your Heart] by The Stills 그룹 사운드라는 건 여러가지의 의미가 있겠지만,
각 포지션 별로 서로의 개성과 능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가는 생산적인 과정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개개인의 솔로 플레이보다는 곡 전체가 화학 작용을 주고 받으며 평면적인 곡에 각양각색의 융기가 생기고
이것이 파동이 되어 청자의 귀와 가슴으로 자연스럽게 파고 들 때 감동도 생기는 것이라고 난 믿는다. 작년 NEXT의 음악을 듣다가 정말 짜증이 나서 입에서 튀어나오는 욕을 주체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안그래도 진작에 신해철의 음악적 능력에 대해 지독하게 회의적이었던 본인은 NEXT의 해체 인터뷰시
'더이상 라이벌이 없는 상황에서'란 말에 조소를 금치 못했고 그가 발매한 테크노 음악이 '알맹이없는 뮤직 인텔리즘의 극치'라고
정의했기에 이번 그의 컴백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사탄의 신부>라는 우스운 제목으로 허섭한 연주와 텅빈 멜로디를,
완전히 따로 노는 연주로 일관하는 것을 보고 이만큼 시대 착오적인 음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요사이 국내에도 주목할 만한 인디그룹들이 나오고 있으며, 특히 '네눈박이 나무밑 쑤시기'는 비록 해산했지만
놀라운 연주력을 들려주며 이 그룹의 구성원들이 각각 또달리 필드에 나가 어떤 활동을 할까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룹 사운드라는 것이 가진 유기적인 의미에 대한 고찰보다는 지나치게 음악적 엄숙주의에 빠져 '걸작에 대한
강박관념'들이 서서히 드러나는 감이 없지 않은 듯 하다. 그런 음악적, 작가적 엄숙주의에 대한 해결책이나 다름없는 음반이 바로 캐나다 그룹인 The Stills의 음반 [Logic Will Break Your Heart]다. 시종일관 급격한 텐션 한번 없으면서도 이토록 귀에 달라붙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것도 보통 능력이 아니며,
굳이 멋을 부리지 않아도 이렇게 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 그룹 소개는 Drowned In Sound 지에 멤버들과의 인터뷰 내용까지 실려 있어서 이번엔 Drowned In Sound를 링크했습니다.
44. [The Decline of British Sea Power] by British Sea Power 의아하긴 한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이 음반에 대해 만점을 줬다.(허... 이 잡지가?) 오스틴 크로니클이 만점이 준 것은
이햐가 가고 No Ripcord가 90점을 준 것은 되려 생각 보다 점수가 적은 듯 한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이 음반에 만점을 주다니 말이다. 어쨌든... 대단히 조롱하는 듯 들리는 이 그룹의 그룹명(영국의 해군력이라니...)은 기가막히게 부연 설명하고 있는
음반 제목만큼이나 재미있다.(아... 이들은 영국 브리튼 출신의 그룹이다. 딴 나라 아그들이 아니다) 다소 문학적인 표현으로 보이기도 하는 그룹명과 음반 제목답게 이들은 핵시설, 체코 소설가등에 대해 노래하며
도스토예프스키와 찰스 린드버그의 범주를 넘나드는 전형적인 먹물 냄새나는 그룹이기도 하다. 이 음반도 사실 2003년 발표된 음반이지만 이 음반을 본인이 유독 늦게 접했고, 들어보니 필이 팍 꽂히는 터라
내 맘대로 2004년 BEST 50에 집어넣었으니... 혹 이에 대해 이의가 있으시면 쪽지나 댓글로 테러하셔도 무방하다 (우히히~) 2004년엔 마치 레드 제플린이 그리워서 음악하는 듯한 The Secret Machines가 상당히 놀라운 반응을 얻었는데
(사실 난 레드 제플린을 닮았다고 느낀 트랙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이 그룹은 누구누굴 닮았다기 보다는
The Secret Machines처럼 순수한 록음악에 대한 열망이 그대로 표출된 음반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화제가 되었던 음반이다. 사실 이 음반에 대한 평가를 익히 듣고 알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끌리지가 않아
들어보지 않았던 것인데 뒤늦게 듣고는 진작 들을 걸...이란 생각에 좀 후회가 되긴 했다. 현재 여러 평론가들이 작금의 트랜드세터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탄하기도 하던데, 시대를 규정할 만한 기념비적인 음반이나,
트랜드세터가 나오지 않고 있는 현재 음악씬은 사실 그러한 몇몇 특정 그룹을 기다리기보다는 이러한 음악들이 과거와 현재를 접목하며 나름의 시도를 통한 변증법적인 진화 과정을 거쳐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음악이 나오리라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 중 British Sea Power 역시 어느 정도의 자양분을 공급하는 그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5. [A Grand Don't Come For Free] by The Streets 영국 버밍햄 출신의 백인 청년 Mike Skinner의 1인 프로젝트인 the Streets의 기념비적인 음반이다. 혹자는 the Street을 에미넴과 비교하곤 하는데(같은 백인이며 랩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미안하지만 이건 터무니없는 비교에 불과하다. 물론 the Streets의 음악에도 흑인 특유의 다운비트가 곡을 누빈다. 그리고 명쾌한 래핑이 떠나질 않는다.
다만, 래핑의 방식은 또다른 거라지 랩의 신성이자 천재인 Dizzee Rascal 과도 다르며, 에미넴과는 더더더더더더욱 다르다. 이 글을 읽는 분께서 에미넴의 팬이시라면 정말 죄송하지만,
The Streets가 얘기하는 가사와 곡을 관통하는 하이브리드적 실험과 재현 능력은 에미넴과 비교할 것이 아니다. 그는 하릴없이 청춘을 허비하는 영국의 청년들에 대한 초상화를 가사에 담아 넣고, 이를 방관자적 자세로 관조하면서
되려 더더욱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놀라운 문학적 사유를 가능케 한다. 뿐만 아니라 R&B, 일렉트로니카, 힙합등이 깡그리 일관적인 비트 속에 녹아든 표현력은 가사가 지닌 에너지를 무리없이 증폭시켜준다. 비록 the Streets가 미국 시장에선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으나 그 이유는 전적으로 기존 Hip-Hop의 틀에서 변화를 모색하기 힘든
경직된 미국의 시장 자체의 문제이지 결코 이 음반의 보편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영국은 늘 미국의 자양분도 자신들의 토양에 맞게 변종시키며 진화시키고 있는게 아닐까. 그리고 이런 시도는 결코 쉽게 그치지 않을 것 같다. the Streets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천재 래퍼인 Dizzee Rascal의 음반을 들어봐도 쉽게 알 수 있듯이 말이다.
46. [Showtime] by Dizzee Rascal -괜히 이제 약관도 안된 나이에 두장의 음반을 폭풍 속으로 몰아버린 이 영국 런던 출신의 어린 흑인 뮤지션을 주목하는게 아니다. 그는 the Streets의 마이크 스키너가 '거라지 랩'의 미래라고 표현했으며, 미국의 유명 음악 웹진인 Pitchfork에서도
대중 음악사적 거장들의 이름을 언급하며(피트 타운젠트, 모리세이등) 그들만큼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뮤지션 이름 링크 참조) 이제 바랄 것은 이 진정한 천재 뮤지션이 마약에 쩌들어 요절하지 않고
the Streets의 마이크 스키너와 함께 거라지 랩을 진보시켜줄 것을 바랄 뿐이다. 지금 소개한 이 Dizzee Rascal의 거침없는 래핑은 미국의 힙합퍼들이 구사하는 래핑과 달리 정말 누군가 얘기한 것처럼
기름기가 쏙 빠진, 싸이프레스 힐등을 고속탈수기에 넣고 돌린 듯한 담백함이 느껴진다.(아마 Weiv 리뷰였던 것 같다) 거기에 Rascal의 곡들은 단순하고 명확한 샘플링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래핑의 테크닉은 이미 단점을 지적할 곳이 없을 정도로
원숙하고 폭발적이다. 다만, 아직 the Streets의 마이크 스키너가 보여주는 한 단계를 넘어선 듯한 전지적인 느낌마저 드는
사회적 통찰력은 부족한 듯 하나, 이것은 단지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이므로 그의 재능이라면 쉽게 극복하리라 믿는다. 자... 그의 놀라운 2집 [Showtime]을 들어보시길.
그리고 절대로 그의 놀라운 역사적 데뷔작 [Boy in da Corner](이것도 2004년작)을 꼭 들어보시길.
47. [Abattoir Blues] by Nick Cave and the Bad Seeds 닉 케이브는 또다시 사랑을 노래한다. 그렇다고 전작인 [Nocturama]를 생각했다간 첫곡에서부터 이단옆차기를 당한다. 첫곡 는 사랑에 대한 노래라기 보다는 대상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강력하다.
코러스와 통속적인 리듬이 닉 케이브의 찌든 보이스와 함께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1984년 데뷔 음반을 발표한 후로 쉴새없이 달려온 그가 음악적 변화를 반드시 모색해야 할 시점에서 발표한 2004년작 [Abattoir Blues]는
전작의 실패를 가볍게 뛰어넘는 곡들로 온통 가득하다. 진득진득할 '뻔'한 블루스 리듬에 실려 진중하게 다가오는 이나 장난기마저 느껴지는 보이스에 난데없이 직선적으로 터져 나오는 등 모든 곡들은 Nick Cave의 한계까지 몰아부친 자신의 음악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결과물 들이다. 천상 아티스트일 수 밖에 없는 Nick Cave가 앞으로도 어떤 사운드를 들려줄 지에 대한 일종의 지표가 되기도 한 본작은 무엇보다
그가 매너리즘에 빠진 재탕 음반이 아닌 새로운 음악적 결과물을 가지고 돌아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 하다.
유난히 많은 그룹들이 70년대 아트록/프로그레시브 애시드 포크록과 정신적 교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특히 포스트 익스피리멘털 록 씬에 팽배한 분위기인 것 같은데 지금 소개하는 Excepter의 음반 [KA] 역시
독일의 스패이스 아트록(Space Art Rock)의 대표적 주자였던 Faust와 프랑스의 Space Rock 그룹인 Gong(David Allen과 Gill Smith가 이끌었던)
그리고 나아가선 독일의 Walter Wegmuller의 [Tarot]음반과도 상당히 유사성이 있다. 이 음반은 전체적으로 싸이키델릭의 모호하고 불분명한 사운드에 노이즈가 오버더빙 되어
심리적인 불안정을 유발하고 있는 가운데, 역시 정확하게 가사 전달이 되지 않는 주술적이고 부유하는 보이스를 덧입혀
대단히 혼란스러운 카오스 상태의 음악으로 정제하지 않은 채 방치해놓고 있다. 사실 이러한 실험적 사운드는 분명히 의도적인 것인데 미국 브룩클린 출신의 이들은 인간의 사회,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유기적 관계를 심리학적 분석에 따라 재분할하고, 최악의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맞이할 혼돈과 이를 극복하며
자연히 발생하게 되는 혼란 속의 질서에 대한 실험을 맘껏 해내고 있다. 불을 끄고 볼륨을 높인 후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자신의 형상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stoned되어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음악은 간혹 유체이탈의 경험까지 유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극히 주관적이나 카오스 이론에 대한 심층적인 음악적 표현의 정점이란 생각이 든다.
49. [The Concretes] by The Concretes -유독 2004년의 BEST 50엔 영국, 미국 외에 스웨덴과 캐나다 그룹들이 많은데, 지금 소개하는 The Concretes 역시 스웨덴의 인디록 그룹이다. 이 그룹은 과거 이들의 대선배 그룹인 Keers Pink의 북구적 낭만성을 그대로 계승한 듯한 스웨디쉬 인디팝 그룹이다. 멜로디는 단순하고 쉬운 듯이 보이나, 그 속엔 따스하면서도 이면에 우울한 서정미를 숨기지 못하고 있고,
각양 각색의 악기들은 가공되지 않은 듯한 원초적인 사운드를 들려 준다. 어찌 들으면 이런 사운드는 밋밋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들의 매력이라면
이 음반을 몇번 반복해서 들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쉽게 중독된다는 데에 있다. 빅토리아 베리먼의 나즈막한 분위기의 보이스는 무미건조한 듯 들리기도 하면서 악기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더더욱 매력적이다. 시간을 내어 반드시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음반임에 분명하다.
50. [The Futureheads] by The Futureheads -자... 이제 드뎌 50장째 음반이다. 그 많은 음반 중에 50장을 추린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같다.
당연히 좋은 음반들이 누락되었고, 그 멋진 뮤지션들이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난 괜히 미안해진다. 마지막으로 올리는 음반은 영국 선더랜드 출신의 록그룹 the Futureheads이다. 역시 2004년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받은 그룹이다. 개인적으로 몇몇 트랙에선 조금 과장해서 Boo Radleys의 느낌마저 풍기는
(안다. 말도 안된다고 돌 던지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 하지만 난 이상하게 Boo Radleys가 기억났다) 국내에선 유난히 이 음반에 대해 조용하던데, 뭐 물론 국내 음악 평론가들의 취향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음악사적인 트랜드세터로서의 역할을 해야 명반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다소 의아할 정도로 이 음반에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음반은 물론 본인의 베스트는 아니나 하이브리드의 홍수 속에서 록음악으로서의 순수성이 소멸해가는 것에 대한 은근한 역습이다. 물론 이 음반 자체도 순수한 록 음악으로서 기능하느냐고 한다면 선뜻 그렇다라고 답하기 힘들겠으나
이 음반이 들려주는 건강한 발랄함과 재기넘치는 프레이즈는 흥겨움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가볍게 사운드에 몸을 맡기고 흔들어 보자. 스트레스 좌악~ 풀리게. 같은 곡은 놓치지 않아야 할 트랙이다.
이외에도 누락된 안타까운 음반들이 많은데...
[The Unrelenting Songs of the 1979 Post Disco Crash] by Jason Forrest -이 음반은 절대 놓쳐서는 안될 인디 일렉트로닉의 수작이다. 이 음반이 빠진 건... 순전히 실수! 다 쓰고나니 기억이 나다니...
[Map of What Is Effortless] by Telefon Tel Aviv [Me First] by The Elected
[Hope and Fears] by Keane [Riot on an Empty Street] by The King of Convenience
[Who Killed the Zuton Fever] by The Zutons
[The Libertines] by The Libertines
[Ultravisitor] by Squarepusher [Underachievers Please Try Harder] by Camera Obscura
31. [Espers] by Espers -2004년의 록음악 씬의 특징이라면 '복고'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장르 전반에 걸쳐 복고주의 경향이 대단히 뚜렷했는데, 일반적으로 80년대의 신스팝이나 네오 포크를 차용하던 범주에서 보다 확장되어,
작년엔 본격적으로 70년대의 아트록, 프로그레시브 록, 애시드 포크록등이 기운이 넘실대기 시작했다. Dungen은 이미 그들의 앨범 [Ta Det Lugnt]에서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라운 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을 재현해냈고,
Essex Green은 이미 열심히 70년대 브리티쉬 포크록을 차용하여 재창조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포스트 록이나 익스피리멘털 음악들은 엄밀히 말해서 70년대의 진보 음악의 범주에서 그리 벗어나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이렇듯 70년대의 진보음악을 끌여 들여 차용하는 것이 음악적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히는 뮤지션들의
가시적 해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음악의 순수성을 찾으려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지금 소개하는 Espers 역시 이러한 복고적 성향이 두드러진 그룹이며, Essex Green과 함께
가장 완벽하게 70년대 브리티쉬 포크를 재현한 그룹인 것 같다. (이들이 브리티쉬 애시드 포크를 완벽히 재현하고 있지만, 그룹의 리더인 Greg Weeks 는 미국 뉴욕 로체스터 토박이다) 개인적으로 대단히 정말 대단히 좋아하는 그룹이며, 이들의 음악은 어줍잖게 흉내내는 차원이 아닌,
깊은 마음 속에서 길어낸 아늑한 느낌을 전해주는 몽롱한 Acid Folk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다. 해외의 리뷰에선 이들을 Donovan이나 Fairport Convention등과 비교한 경우가 있던데,
사실 Donovan이나 Fairport Convention 뿐만 아니라도 이런 애시드 포크는 당시 영국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즐비했다. 다만, 한 두장을 내고 명멸해 간 수없이 많은 그룹들과 비교해도 결코 그 음악적 깊이가 뒤지지 않는
진중함을 드러낸 Espers의 이 음반은 가히 2004년의 록음악씬의 경향과 미래를 한 번에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그리고 반드시 빼놓지 말아야할 것은 이들이 프랑스의 궁중 포크 그룹인
Avaric(해외 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놀라운 음악적 완성도를 들려준다)과 너무나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팀 버클리나 닉 드레이크의 보이스를 연상시키면서 과거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즐겨 쓰던 음악 재생 장치인
멜로트론까지(악기가 아니라 재생장치임) 다루는 Greg Weeks의 놀라운 재능을 꼭 확인하시길...
32. [Bows and Arrows] by The Walkmen -아무래도 과거에 음악듣던 버릇이 있어서 인지 난 미국 록음악보다는 영국 록음악을 훨씬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Pixies나 Pavement등을 통해 미국의 인디 록 음악씬이 얼마나 탄탄한 지도 알았고, 그 뒤론 미국의 인디 록도 즐겨 듣게 되었지만,
그래도 난 지금도 영국의 록음악들을 편애한다. 그런데 근래 미국 뉴욕의 음악씬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지금 소개하는 The Walkmen이나 Strokes나 Interpol등은
모두 영국 록음악이라는 느낌이 확실한데 이들이 모조리 미국 뉴욕 출신의 그룹들이라는 거다. 미국의 인디 록씬은 확연하게 네오 거라지 록과 뉴욕 기타 록씬으로 갈리는 듯 한데, 위에 언급한 이들은 모조리 영국적 감수성을 끌어 안고,
그 표현 방식을 미국의 단선적 이고 다소 촌스러운 록음악이 아닌, 모던하고 메트로폴리탄적 감수성을 표현하기
딱 좋은 영국 록음악의 외피를 두르고 있다. 덕분에 이 그룹들은 누가 들어도 영국 그룹일 거라는 확신을 갖게 하며,
이러한 특징으로 이들은 자존심 센 영국의 음악 잡지에도 매우 호평을 받았다. The Walkmen은 Strokes나 Franz Ferdinand처럼 거친 질감의 기타 사운드나 댄서블한 리듬은 찾을 수가 없다. 다만, 이들 The Walkmen은 되려 영국의 70년대 언더그라운드 록음악(프로그레시브)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여느 뉴욕 씬과 달리 수려한 건반 연주도 놀라운 흡입력을 발휘하며, 보컬의 터무니없이 진지한 보이스 컬러와 감정을 선동하는 듯한
드러밍은 가히 뉴욕씬의 최고급이라고 할 만한 퀄리티를 들려 준다. 개인적으로 뉴욕 씬의 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며, 2004년 작인 [Bows and Arrows]도 좋지만
이 전 작인 2002년 작 [Everyone Who Pretended to Like Me Is Gone]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완성도를 갖고 있다. 어쨌든... 이제 뉴욕씬의 음악이라면 어느 정도 그룹의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그렇게 무리는 아닐 듯 싶다.
The Walkmen - The Rat (Official Video)
33. [Good News For People Who Love Bad News] by Modest Mouse 이 음반이 이제 등장한다. 사실 지금 소개하는 순서가 순위의 의미가 강했다면, 이 음반은 진작에 올려졌을 것이 분명할 만큼 본인의 애장 음반이기도 하다. 메이저 레이블로 스카웃 될 때까지도 이들은 인디 록씬의 '희망'이었고, 메이저 레이블 로 스카웃된 후에도 이들은
상업적인 사운드와 전혀 타협하지 않은 채 여전히 변함없는 음악적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사실 본인이 영국의 록음악을 지독하게 편애하면서도 결코 미국의 인디 록씬을 무시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Modest Mouse, Pixies, Pavement, Flaming Lips, Mercury Rev, Elf Power등등등...과 같이 무수히 많은 그룹들 덕분이다. 극소수의 그룹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그룹들이 미국 록의 기저에 깔려 있는 컨트리 록의 혐의에서도 자유로우며,
무엇보다 미국 록의 단점일 수도 있는 단선적인 곡구성을 담백하게 구성하면서,
무언 중에 선동적인 감성적이고 건강한 멜로디를 구사하고 있다. Modest Mouse의 본작의 1~3번 트랙으로 이어지는 이 놀라운 건강함은 들어도 들어도 들리지 않는 매력을 갖고 있다. 메이저 레이블인 Epic을 통해 2004년작인 본작을 발표하면서도 결코 무뎌지지 않는 그들의 인디적 감수성... 그저 한없이 부러울 뿐이다. 게다가 모두가 바보가 되어버리고 있는 이 이상하기 짝이 없는 지금의 미국을 통쾌하게 조롱하고 있는 음반 제목만 보더라도...
이들은 결코 흔한 딴따라가 아니다.
Modest Mouse - Float On
34. [Final Straw] by Snow Patrol -듣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영화 한 편을 머릿 속에서 만들게 되는 음악들이 있다. 스코틀랜드의 4인조 그룹인 Snow Patrol은 바로 그러한 그룹이다. 이들의 음악은 미국의 인디록과 상업적인 록음악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진솔하고 순수한 감수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와 동시에 결코 촌스럽지 않은 멜로디 라인을 들려주는 그룹이다. 첫곡 에서부터 언젠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낯익은 멜로디가 포근하게 실려 들여온 후 에서 들려지는 단순하 리프의 직선적인 록음악은 영리하게도 듣는 이의 귀와 가슴을 만족시킨다. 이렇듯 평범하게 들리는 록음악이 두고두고 사람을 오디오 앞에 붙잡아 놓고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든 멜로디를 마구 날려주려면
어느 정도의 음악적 내공을 갖고 있어야 하는 지도 무척... 궁금해진다. 적당히 비트있고, 적당히 감상적인... 그러면서도 결코 촌스럽지 않은 이 그룹은 2004년의 보석과도 같은 음반 중 한 장이다. * 다섯번째 트랙인 는 제가 좋아하는 야구 게임... EA Sports가 만든 MVP Baseball 2004에도 수록된 곡이다. 뭐... 이 게임에서부터 이 곡은 기가막히게 잘 어울렸다(한 게임이 끝나고 다음 날 일정을 넘어가기 전 메이저 리그 팀들의 로고가
빠른 속도로 점멸 훼이드 아웃되며 이 곡이 시작된다. 크아~ 멋진 연출이다)
Snow Patrol - Spitting Games
35. [Smile] by Brian Wilson -솔직히 말하자면 난 이 음반에 전적으로 박수를 칠 수는 없다. 이 음반은 그간 내가 선호하는 음악의 범주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전형적인 미국 팝음악에 가깝다고 봐야 하니까.(그것도 60년대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음반을 듣지 않느냐...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거다. 난 지금도 이 음반을 듣고 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몇번 반복해서 듣고는 한다. 때로는 들려오는 선율보다, 이 곡을 만든 사람의 비하인드를 알고 더 매료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아마 이 음반은 내게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브라이언 윌슨은 바로 그 유명했던 미국의 Surf'Rock 그룹인 Beach Boys의 멤버였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영국의 비틀즈와 걸작 퍼레이드를 벌일 즈음, 브라이언 윌슨은 바로 이 음반 [Smile]을 준비하고 있었고
실제로 라는 곡까지 거의 다 만들어 놨었다. 게다가 라는 싱글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고, 이 음반의 데모를 들어본
레오나드 번쉬타인 같은 위대한 작곡가는 같은 곡이 20세기의 중요한 곡으로 위치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브라이언 윌슨은 Beach Boys에서 쫓겨난다. 이 놀라운 팝 싱어 송 라이터의 능력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게다가 설상가상 [Smile] 테이프는 화재에서 유실되어 버렸다. 결국 브라이언 윌슨은 회심의 프로젝트를 포기했고, 그로부터 수십년이 흐른 2004년. 드디어 브라이언 윌슨은 자신이 애당초 희망하고자 했던 대로 [Smile]을 완성했고, 2004년의 가장 위대한 음반으로 미국의 거의 모든 음악 매체를 통해 찬사를 받게 된다. 이 음반에는 미국 팝 음악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멜로디로 들려줄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들려주는 이 음반은, 라이벌이었으나 결코 넘을 수 없었던 거대한 벽 비틀즈에 좌절하며
자신을 채찍질했던 브라이언 윌슨의 작가적 고집이 그대로 담아있는 음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 역시 이 음반을 자꾸 듣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제대로 받아들이지는 못한 채 말이다. * 브라이언 윌슨은 2001년 그를 기리는 수많은 뮤지션들과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26. [Pink Abyss] by Shalabi Effect 샬라비 이펙트는 해외에서의 놀라운 인지도에 비해 국내에서는 터무니없이 알려진 바가 없는 그룹 중 하나다. 포스트 록 그룹들(혹은 익스피리먼털 그룹들)이 대안적 음악으로 종종 활용하곤 하는 오리엔털리즘은, 그들이 자신들의 곡 속에 재현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피상적이거나 선정적이어서 단순한 음악적 아이디어의 인용에 그치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자라고 음악공부를 한 Sam Shalabi, 그리고 Anthoy Seck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Shalabi Effect의 음악은 즉흥적인 프리 재즈의
improvisation과 상대적 음계를 다루는 인도 음악이 지닌 공통된 접점을 찾아내고 이를 자신들의 음악에 투영하는 작업을 해내는 그룹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두번째 곡인 에서 들려지는 스네어 드럼의 브러쉬 터치와 함께 끈적거리면서도 음산하게 다가오는 여성 보컬의 보이스,
그리고 그 속에 다이브한 기타의 노이즈(마치 스티브 라이히의 음악을 듣는 듯한)가 팽팽한 정중동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매력은 한번 듣고 나면 정신이 묘연...해지는 정신적 환각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두 엄지 손가락 다 치켜 올려도 모자랄 2004년의 걸작.
27. [Power Out] by Electrelane 도통 들어본 적도 없는 희한한 분위기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Electrelane. 영국 브리튼에서 결성된 여성 4인조 그룹인 이들은 Breeders, Tori Amos, Liz Phair,Indigo Girls, Helium등... 통상적으로 남성 지배적인 하드코어 펑크씬에 맞서는 Riot Girl Scene(라이엇 걸 씬)의 대표적 주자이기도 한 Electrelane은
레즈비어니즘을 폭발시켜주는 역할을 한 인디 레이블 'Mr.Lady'를 통해 배출된 최고의 그룹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아름다운 네명의 여인들인 이들은, 록이 결코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음악으로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약에 취해 읊조리는 듯한 보이스에 반복되는 기타 프레이즈, 그리고 간혹 정신을 확 깨게 만드는 성가곡 또는 노동요를 연상시키는
정말 묘한 분위기의 곡에, 간간히 끼어드는 로우 펑크 스타일의 곡들이 이 음반엔 그야말로 전진배치되어 있다. 사실 이런 음반이 터무니없이 저평가받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그런 평론가들의 고리타분한 사고와는 달리 이들은 이미 인디 록씬의
수퍼스타로 등극해 있으며, 수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인디 록씬의 실력자들이다
28. [Seven Swans] by Sufjan Stevens -이 음반은 이래저래 할 말이 많은 음반이다. Sufjan Stevens는 'The 50 States'라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공공연하게 말을 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50개 주를 돌면서 각 주에 맞는 음반들을 발표하겠다는 뜻이며, 실제로 그는 첫번째 음반인 [Greeting from Michigan...]을 통해 미시거 주에 대한 애정을 담아 발표한 바 있다. 그의 프로젝트대로라면 이후엔 다른 주를 노래한 음반이 나왔어야 하는데 이 친구가 마음이 느긋...한 것인지
이 음반은 전작 [Greetings from Michigan...]에서 제외된 트랙 들로 채워진 일종의 '자투리' 음반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음반을 절대로 '자투리'음반이라고 부르기 곤란하다는 데 있다. 개인적으로 전작보다 본작이 더 애착이 가며, 보다 더 곡 자체가 풍요롭고 생기있다. 사실 예전같으면 '미발표 모음집'등으로 불리울 만한 이 음반이 높은 평가를 받은 1집보다 되려 더 정이 가니... 이 음반의 완성도를 가늠하고도 남을 만 하다. 평화로운 앨범 재킷만큼이나 이 앨범에는 때론 우수어리고, 때론 정겨우며, 때론 애잔한 포크 음악들이 가득하다. 197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포크 음악이 네오 포크의 경박함을 거쳐 과거를 바라보며 미래의 대안을 모색하는 단계에까지 온 지금,
Sufjan Stevens는 Devendra Banhart, Iron & Wine등과 함께 가장 주목해야할 뮤지션임에 틀림없다.
29. [A Foreign Sound] by Caetano Veloso -1968년 역사상에 남을 걸작이라고 칭송받는 동명 타이틀 [Caetano Veloso]를 발표한 이후
그는 브라질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으로 인하여 감옥에 갇히게 된다. (브라질의 감옥 생활은 헥터 바벤코 감독의 근작 [Carandiru/카란디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감옥 생활 와중에도 민중들의 들끓는 분노와 야유를 가라 앉히기 위해 브라질 정부는 음반 취입을 허가했고,
그 결과 1969년, 이른바 흔히 화이트 앨범이라고 불리우는 또다른 동명 타이틀 음반이 발표되게 된다. 어쨌든 이처럼 민중의 사랑을 받으며, 노래를 시로 만들고, 시가 민중을 울리는 힘이 될 수 있었던 브라질의 민중 거장 카에타누 벨로주의 2004년작 [A Foreign Sound]는 세월의 흐름과 관계없이
자신의 예술 세계를 지켜온 거장의 나즈막하고도 사람의 가슴을 가볍게 어루만지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사실 이 음반은 전곡이 다 리메이크 곡이며 그 와중엔 커트 코베인의 Nirvana의 음악도 있는데 일단 들어보면 도무지 이해못할 정도로
놀랍게 편곡한, 아예 다른 음악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정도면 리메이크라고 부르는 것이 대단히 민망하며, 카에타누 벨로주에겐 외국의 음악일 수 밖에 없는 이 음악들을
이토록 놀랍게 창조(이건 재해석이니 재구성이란 말이 어울리질 않는다)하다니... 그저 한없는 경외감이 생길 뿐이다. *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걸작 [그녀에게]를 보면 도중에 어느 저택의 풀장 앞에서 앉아서 기타를 치며 사람들에게 란 노래를 들려주는 이가... 바로 카에타누 벨로주입니다. 이 장면은 정말... 숨도 못쉬고 영화 속으로 몰입된, 그리고 그 이후로 바로 놀라운 배우들의 동선이 이어진 장면이었습니다.
30. [Dead Cities, Red Seas & Lost Ghosts] by M83 -M83은 프랑스 천문학자 Lacaille가 발견한 바다뱀자리 은하를 일컫는다. 천문학계에선 상당히 주목받는 천체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지금 개인적으로 꼽은 M83은 특히... 울 여섯살 짜리 아들 민성이가 몇번을 듣고 좋다고 계속 얘기한 음반이기도 하다.(흐~) 지난 번 Nouvelle Vague를 소개하면서 프렌치 일렉트로니카가 대단히 업커밍되었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M83 역시 니콜라스 프로마쥬와 앤서니 곤잘레스라는 프랑스계 2인으로 이뤄진 일렉트로니카 듀오이다. 기본적으로 이들의 음악은 프랑스의 사실상 가장 최초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이라고 볼 수 있는 쟝 미쉘 자르(Jean Michel Jarre-그 유명한 모리스 자르의 아들)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이 음반을 BEST 50에 꼽아야할 지...는 사실 좀 고민을 했다. 다른 음반들은 그냥 잡히는 대로 적어 넣었으나 이 음반은 그 정도의 수준이라고 보긴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의 유수 음악잡지에선 베스트10에도 뽑힌 음반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음반을 꼽은 이유는 M83의 음반이 기본적으로 Jean Michel Jarre 이후로 프렌치 일렉트로니카에서
단절된 음악을 통한 색채 미학의 영감을 다시 재현해 냈다는 점 때문이다. 쟝 미쉘 자르의 [Zoolook]같은 음반에서 보다시피 그의 음악은 격동하는 일관된 비트에 음색 하나하나가 대단히 회화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서,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눈을 감은 머리 위로 방 하나 가득 영속의 선들이 이어져 가며 그림을 만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M83의 음반이 그러한 성격을 상당 부분이나마 되살려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M83의 음악은 이러한 쟝 미쉘 자르의 영향에 대단히 혼돈스럽고 노이지한 My Bloody Valentine의 음악적 영향을 잘 배합하여,
선배의 아류가 아닌, 스스로 독창적인 2000년대의 포스트 아티스트로서 자리 매김한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Manitoba나 Four Tet보다 더 선형적이며, Air보다 혼돈스러운 M83의 음반은 Fennesz, Max Richter등과 함께 올해 가장 주목되는 일렉트로니카의 유망주이다.
21. [Thunder, Lightning, Strikes] by The Go! Team -영국 브리튼 출신의 이 기괴한 그룹은 2004년을 빛낸 정말 보석과도 같은 음반이자, 서브 컬쳐에 대한 진한 애증의 21세기식 헌정 음반이다. 영국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미국적인 팝콘 컬쳐를 연상시키는 듯한 TV의 액션/첩보 스릴 드라마들의 팡파레들이 마구 터져 나오고,
Jackson 5의 멜로디 라인을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복고 바람도 도무지 거부할 수가 없다. 조악한 느낌마저 주는 사운드의 음질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수많은 싸구려 B급 영화와
촌스러운 TV 드라마들의 잔상들은 이 음반을 2004년의빛나는 보석 중 하나로 끌어안고 뒹굴고 싶은 희열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음반이 단순히 복고주의적 성향의 음반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the Go! Team은 우리 시대의 문화를 이루고 기저를 관통하고 있는 서브컬쳐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을 갖고 이 음반의 사운드들을 창조시켰다. 처음엔 '천박한 문화'라고 얘기되었지만 후에 재평가받았던 '블랙스플레테이션' 이나 싸구려 첩보 영화, 그리고 작위적 이데올로기로 범벅을 한
TV 첩보물들을 시대를 이해하고 정신을 이해하는 '진정'에서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뮤직비디오도 만만치가 않다.-_-;;
The Go! Team - Grip Like a Vice (OFFICIAL VIDEO)
22. [Venice] by Fennesz-오스트리아 비엔나 출신의 기타리스트 크리스티앙 페네즈. 2002년 오스트리아의 감독 Gustav Deutsch(구스타프 도이치)의 영화 [Film inst] (이 영화는 무성영화 초기 30년 간의 활동사진들에
대한 앤솔로지이다)에 Werner Dafeldecker등과 함께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던, 전방위적 멀티 아티스트이다. 청자의 공간을 비타협적으로 장악하는 이 놀라운 앰비언트 사운드. 이 사운드는 아무리 들어도 과거 70년대 독일의 진보 음악 그룹들이었던
Neu!나 CAN을 떠올리게 하며, 나아가선 모던 록에 있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명그룹 My Bloody Valentine을 떠올리게 한다. 음반의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점차 70년대의 독일 아방가르드 록 그룹인 Faust와 의 음악적 교집합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렇듯 이 음반은 과거의 진보 음악 그룹들의 내러티브를 그대로 계승한 느낌을 주지만, 결코 수구적이거나 수동적인 음반이 아니다. 크리스티앙 페네즈는 과거에서부터 내려져 온 음악적 내러티브를 노이즈와 앰비언트 사운드를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이라기보단
재구축하는 과정을 수행했으며, 그 결과 이 걸작 음반 [Venice]는 한 척의 배가 유유히 강물을 흘러
드넓은 열린 음악의 세계로 접어드는 음악적 희열을 이룩하고 있다. 한 번 들어선 그 진가를 알기 힘든, 결코 Tray에서 빼지 말고 들어볼 것.
23. [Nouvelle Vague] by Nouvelle Vague -Joy Division, Depeche Mode, Tuxedomoon, the Clash, Public Image Ltd., Dead Kennedys, Sister of Mercy, XTC, the Cure, Killing Joke, the Undertones 등... 이 그룹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는 분...? 물론 공통점이 없다. 다만, 이 들의 곡들이 단 한장의 음반에 깡그리 재해석되어 들어가 있다는 점을 빼면 말이다. 거의 모든 그룹들이 영국의 1978~1981년 사이의 그룹들이라는 것도 독특하지만, 이들이 이 음반을 통해 재해석한 곡들의
면면은 입이 벌어질 정도로 흥미롭다. 음악적 완성도를 따지기 이전에 이렇듯 완벽하게 새로운 음악으로 재창조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모든 곡들을 보사노바 스타일로 모조리 재구성했으며 거기에 프랑스의 샹송을 듣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나긋나긋하면서도
때론 격한 감정으로(격한 감정마저도 우아한!) 풀어놓는 보컬리스트의 보이스도 매우 사랑스럽다. 이러한 라운지 음악을 자주 들으면 느끼하고 지겨울 법도 한데, 어쩌다 들으면 하루 종일 입에서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도 만만치 않은 듯 하다. 누벨 바그...라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영화사의 커다란 획을 그은 일종의 사조를 그대로 인용한 건 욕심을 좀 부렸다는 느낌도 들지만... * PIL의 곡을 리메이크한 <(This Is Not)A Love Song>은 필청의 곡! 원곡은 울나라 박진영도 샘플링으로 이용한 적이 있음. 어우...
24. [Franz Ferdinand] by Franz Ferdinand -자... 여기 The Arcade Fire와 함께 작년 록 음악 씬을 평정한 겁없는 신인이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이 4인조 그룹은 평단과 대중의 완벽한 만장일치 Two Thumbs Up! 으로 작년 한해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원래 Franz Ferdinand는 19세기 후반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태자를 지칭한다. 오스트리아-헝가리계의 황태자(대공)였던 프란츠 페르디난드는 전세계를 누비며 돌아다니며 사냥을 즐기며 사냥 전리품,
동물 박제 트로피를 모아댄(그가 평생 죽인 동물이 무려 30만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사냥광이었다. 프라하에서 유명한 Zamek Konopiste(꼬노피슈체 성)의 소유자이기도 했던 그는 세르비아의 사라예보에 갔다가
보스니아의 청년에 의해 암살되어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는데 직접적인 동기가 된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과연 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 출신의 4인조 그룹이 프란츠 페르니난드의 이름을 아무 의미도 없이 빌어썼을까? 화려한 싱글 을 들어보면 그 대답을 알 수 있다. the Strokes, the White Stripes를 잇는 네오 거라지 록의 보배.
Franz Ferdinand - Michael (Official Video)
Franz Ferdinand - This Fire (Official Video)
25. [Dios] by Dios -난 이 그룹이 정말 좋다. 이렇게 촌스러운 표현만큼 이 그룹에게 잘 어울리는 것도 없을 지 모른다. 앨범 커버를 보면, 한없는 감상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이제 막 지평선 너머로 떠오른 태양만이 빛나는 이 한없이 화사하면서도 고즈넉한 커버의 이미지처럼, 이들의 음악도 보석처럼 빛난다. 첫곡 의 소탈한 사운드부터 마지막 곡 의 낭만적인 마무리까지, 이 음반은 소박한 록 사운드로 가득하다. 무엇 하나 새로울 게 없는 음악들이지만, 무엇이 제대로 만들어내는 그룹 사운드인지 절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좋은 곡들로 가득 차 있다. 케빈 모랄레스와 조엘 모랄레스 형제가 이끄는 캘리포니아 출신의 이 그룹의 밝은 미래를 기쁜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와 그리고 첫곡 는 필청의 곡들이다
16. [Time Table] by 3호선 버터플라이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대표 록그룹이다.(서태지가 아니다) 세간에선 언더그라운드의 올스타라고 하지만, 오버그라운드에서 제대로 된 그룹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시피 하므로
(NEXT의 신보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사실상 이들이 허클베리 핀과 함께 한국을 양분하는 그룹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전 음반들까지는 반신반의하던 본인도 본작에서 시도된 다양한 음악들과 릴테입을 통해
아날로그의 질감을 만들어내려 한 새로운 도전 정신등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곡은 이전과 달리 축축하게 폐쇄적인 옷을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은 듯한 생동감이 넘쳐 나고 있으며, 곡 하나하나의 완성도 또한 뛰어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에 선뜻 엄지손가락 둘 중 하나는 나도 모르게 뒷춤으로 슬쩍 감추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 음반의 이질적인 부자연스러움이다. 이상하게도 자꾸 '작정하고 만든' 느낌이 강하다. 남상아의 보컬도 좋고, 성기완의 사운드도 좋으며, 휘루의 해금도 다 좋은데 이게 모조리 다 체화된 음악이 아니라 강제로 새옷을 끼어 입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겠지? 앞으로 더 기대된다.
뮤비는 서비스...랍니다.
17. [Kasabian] by Kasabian -영국 레체스터 출신인 Kasabian의 음악은 곰곰히 들어보면 사실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다. 더 냉혹하게 말하자면 이 음악은 진부한 편곡으로 구성된 클리셰 덩어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난 Kasabian의 곡을 오늘도 들었다. Kasabian의 그룹명은 다들 잘 아시겠지만, 희대의 살인마이자 사이비 종교의 교주 였으며 그 유명한 테이트양 살인사건(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와이프)을
지시한 찰스 맨슨의 (매릴린 맨슨이란 그룹명도 매릴린 몬로와 찰스 맨슨의 합성어임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죠) Family 일원이었으나 후에는 법정에서 증인이 된 Linda Kasabian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흥미있으신 분은 찰스 맨슨 법정 재판 증언을 한 번 보세요. 보러 가기) 어쨌든 이 기묘하게 인도 음악의 향취가 솔솔 풍기면서 일렉트로니카의 기운도 살짝... 거기에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착착 감기는 맛깔스러운 멜로디 라인으로 무장한 이 음반은 2004년 영국 록씬의 수확 중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은근히 쿨~한 그룹 멤버들의 면모도 주목할 만한, 기대주! ** (로만 폴란스키가 아내인 테이트를 잃고 극심한 혼란기를 거쳐 만들어낸 영화가 바로 1971년작 [Macbeth]입니다. 이 영화는 폴란스키의 영화 중 가장 어둡고 광기어린 영화이기도 하구요. 제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Julie Taymore감독의 [Titus]와 함께 가장 광기어린 세익스피어 작품의 영화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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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Scissor Sisters] by Scissor Sisters -자... 80년대 중반에 사람을 환장하게 만들었던 퀴어 그룹 Frankie Goes To Hollywood의 대표곡인 가 절묘하게 녹아들어간
이들의 를 들은 분이 계시다면, 이들의 외모만으로 음악 자체를 무시했다가 크게 후회한 경험이 있는 분도 분명히 계실 것이다. 이들의 본작은 그야말로 70년대~80년대의 선배 그룹들의 곡들을 패러디함으로써 선배들에 바치는 오마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뉴욕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이들이 빌리지 피플의 2000년대 버전 정도의 의상을 입고 서있는 점을 봐서 어떤 패러디를 통한 풍자나 가치전복적인 무언가를 기대했다면 사실 좀 실망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The Bee Gees, Duran Duran, Queen, Village People, David Bowie, 그리고 심지어 Pink Floyd의 음악까지 마구 섭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EltonJohn에 치우치고 있는 이들의 음악적 성향은 초반의 키치적인 상상력을 깡그리 무너뜨려버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을 그냥 맘 편히 먹고 즐기기로 작정한다면 그 만족감은 제법 알싸~한 맛을 준다. 각양 각색의 70~80년대 펑키 디스코 편곡과 묘하게 공존하는 그루브함은 단순한 복고주의적 향연에서 그치지 않게 곡의 생명력을 확장시켜주는 역할도 톡톡히하고있다. 흥겨움에 몸을 실어 보시길!
뮤비는 역시 써어~비스... 플레이 버튼을 누르세용
19. [Antics] by Interpol -드뎌 나왔다. Joy Division의 추종자들에게 둘도 없이 더할 나위없는 최고의 그룹 'Interpol'. Interpol이란 그룹을 얘기하려면 사실 수도 없이 많은 그룹 이름들을 즐비하게 열거해야 한다. 하지만, 단 하나의 그룹으로 얘기해보라면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Joy Division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Interpol과 Joy Division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뭐... 사실 본인은 이들의 데뷔작인 [Turn On the Bright Lights]를 들었을 때 분명히 영국 그룹일 거라 생각했다가 미국 그룹이어서 한 방 먹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건 the Strokes에 이어 두번째 이단옆차기를 당한 건데, 이들이 모두 미국보다는 영국의 기타록에 훨씬 가깝다는 걸 보면 일단 수긍이 간다. Interpol의 두번째 음반인 [Antics]에 대해선 평단의 반응이 우호적이지만 전작 만큼은 아니다라는 것이 대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음악 전문지들이 2004년을 결산하며 이들의 음반을 그해의 음반으로 끼워 넣은 것을 보면,
이들의 음악이 이젠 대중과의 소통에서 명확한 접점을 찾아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본인의 생각이지만, 많은 이들이 이들의 데뷔작과 비교하면서 '데뷔작만 못하다' 라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언 커티스가
다시 무덤에서 일어나 스테이지 위로 올라온 듯한 폴 뱅크스의 보이스를 통해 받은 충격이 조금 무덤덤해졌다는 것, 그리고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간혹 원숙함과 자가복제의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이 그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2집인 [Antics]의 전곡은 1집과 필적하거나 어쩌면 그 이상의 완성도를 보증하고 있다. 결코 빼먹지 말아야할 2004년의 베스트 중 하나.
20. [Last Exit] by Junior Boys -2004년의 캐나다는 장난이 아니였다. 물론 캐나다가 원래 록의 강국임은 지난 번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2004년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모두 끌어 안으며 각 장르 별로 수작 음반을 쏟아냈다. (2004년에 스웨덴, 노르웨이, 스코틀랜드,캐나다가 없었다면 음악듣는 재미의 6할은 날려 버렸을 거다) 제레미 그린스팬과 조니 다크로 구성된 이 '골때리는' '패셔너블 펑키 일렉트로닉 댄스 듀오'는 마치 80년대의 무미건조한 뉴웨이브 시절로 듣는 이를 워프시켜준 듯한 사운드를 들려 준다. 그렇다고해서 혹자가 얘기하듯 이들의 음악이 80년대를 풍미했던 Human League(영국의 뉴웨이브 그룹)와 비슷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물론 본인도 Human League를 무척 좋아했지만, 그들의 음악과 달리 Junior Boys의 음악들은 되려 생뚱맞을 지 모르나
Hall & Oates의 곡 분위기와 유사하다. 보컬의 목소리가 의외로 은근히 소울의 냄새가 진하며,
리듬과 비트도 과도한 브레이크 비트 사이에 펑키한 매력이 솔솔 풍겨나오는 등, 오히려 흑백 듀오로
80년대를 아작냈던(국내에선 상대적으로 인기 꽝이었던) Hall & Oates와 비슷한 것이라고 해야 겠다. 어쨌든, 90년대 초중반 일렉트로니카 씬을 휩쓸던, 갈 때까지 가보자고 작정하고 덤벼드는 레이브 비트로 덕지덕지 옷을 기워입고
과도한 그루브로 자신을 소진시키던 일렉트로니카에 식상한 대중들에게 새로운 일렉트로니카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음반은 마땅히 50장 중 한 장으로 손꼽힐 만하다. 과거를 바라보고 미래를 얘기할 수 있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오늘부터 2004년을 빛낸 음반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지난 주엔 워낙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터라… 정리를 해서 올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세상엔 정말 놀라운 음악들이 즐비…하다. 우리나라에도 작년 한 해를 빛낸 음반들이 있다. 비록, 대중 매체를 통해 거의 다뤄지지 않았고, 그 중 한 그룹은 아예 음반 달랑 한 장 내고 해체를 하기까지 했지만… 오늘부터 틈틈이 올라갈 약 50여장의 2004년 BEST 중엔 한국 음반도 몇 장 있을 것이다. 내 바램은, 이런 음악들이 주류 음악으로서 인정받는 걸 기대하는게 아니다. 그저 다양한 음악들이 공존하고, 많은 사람들이 문화적 다원성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분위기가 공존하길 바랄 뿐이다.
1. [No Cities Left] by the Dears the Dears의 놀라운 역작이다. 작년을 휩쓸어버린 the Arcade Fire처럼 이들 역시 캐나다 출신이다. 캐나다는 누가 뭐래도 록의 강국이다. 과거 Seguin, Harmonium, Klaatu, Symphonic Slam등의 선배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그렇고, 이들에겐 미국적인 직선적인 록음악에 영국과 프랑스의 향취가 공존하는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1995년 몬트리올에서 결성된 이들의 세번째 음반인 2004년작 [No Cities Left]는 우수어린 보이스, 어쿠스틱과 노이즈, 공간을 대위적으로 채워나가는 능력이 모두 발휘된 걸작이다. 싸이키델릭과 록, 포크를 장르 불문하며 관통하며, 간혹 곡의 이국적인 향취를 자극하는 여성 보컬리스트의 목소리까지…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이 녹아 들어간 역작.
2. [Ta Det Lugnt] by Dungen 황당하리만치 놀라운 스웨덴산 마스터피스.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스웨덴 역시 록음악씬은 만만치가 않다. 북구 언더그라운드를 뒤흔들었던 ‘November’, 그리고 90년대의 Anglagaard, Anekdoten등 이들의 록음악은 북구 특유의 서정성에 실험적인 시도를 접목한 그룹들이 많았다. 이들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Dungen. 마치 70년대의 싸이키델릭과 헤비 록이 살아난 듯한 착각을 주면서도 그 사이사이 현대적 감각과 장르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그루브로 중무장했다. 본인은 이들의 세번째 음반인 본작만을 접해봤는데, 그들의 이전 음반도 무척 궁금해질 지경이다. 장중한 헤비 올갠, 공간을 장악하며 유영하는 퍼즈 기타, 둔탁하고도 원시적인 드러밍. 게다가 때때로 황량하게 들려오는 색소폰 소리. 후반부로 갈수록 점입가경의 무아지경에 빠지게 되는 이 음반은 누가 뭐래도 2004년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대표하는,
나아가 2004년 록음악 씬을 대표하는 음반 중 한 장임이 분명하다.
3. [Two Way Monologue] by Sondre Lerche 노르웨이 출신의 이 약관의 젊은 싱어 송 라이터는 두 장의 음반으로 이미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 소개하는 [Two Way Monologue]는 이미 NME, All Music Guide, Metacritics, Pitchforkmedia등을 통해 2004년의 음반 중 한 장으로 선정되었다. 나 역시 이 음반을 사랑한다. 적당히 포크와 팝의 선율을 잘 버무려 스트링의 서정미로 깔끔하고 정겹게 포장한 이 음반은
분명히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Anti-Folk의 어떤 음반들처럼 무언가 재해석을 하려고 한 음반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음반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진솔함과 정겨움이 있다. 한없이 침잠했던 Nick Drake나 Duncan Brown의 음악과 달리
그의 음악은 Eliott Smith의 우울한 정겨움에서 ‘정겨움’만을 따오고는 간혹 Fabrizio De Andre와 같은 독특한 악곡 구성으로 곡의 지리함을 날려 버린다. 특히 이 음반은 한 곡 한 곡의 편곡이 대단히 사려깊게 이루어졌는데, 덕분에 곡의 후반부로 가면 가슴 속에서 차오르는 벅찬 따스함을 마다하기 힘들 것이다.
4. [Faking the Books] by Lali Puna 일렉트로니카. 2004년의 일렉트로니카는 어찌 보면 위기의 한 해였을 수도 있다. 난다 긴다하는 일렉트로니카의 대선배들이 컴백을 했지만,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 거리며 시대를 내다보는 안목을 모조리 날려버린 터라 이들의 음반은 발매 족족 욕을 먹었다. 하지만 2004년의 일렉트로니카는 Junior Boys, Fennesz, Max Richter등과 Lali Puna의 선전으로 수렁에 빠질 수도 있었던 한 해를 건져냈다. Lali Puna는 그 중에도 주목할 만한데,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무엇 하나 새로울 게 없다. 익숙한 클랩 핸즈 소리, 그리고 여러가지 소리들을 글리치 기법으로 쪼개어 낸 것, 익숙한 앰비언트 브레이크 비트등 우리가 기존의 일렉트로니카에서 모두 접해왔던 것 이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ali Puna의 음악이 주목받는 것은, 이들의 음악이 Broadcast, Pram등이 시도하고 있는 자연 친화적인 일렉트로니카(그룹의 형태는 전형적인 록그룹 포메이션을 띄고 있으면서)의 정점에 이르렀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보컬리스트 팔레리 트레벨라흐는 이 전자 음악의 샘플링 속에 인간적인 감성을 불어 넣어주며, 그 차원을 넘어 곡 자체를 사색적인 것으로 이뤄내기까지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전작인 2001년작 [Scary World Theory]를 더 좋아하지만, 이 음반도 결코 빠질 음반이 아니다.
5. [Madvillainy] by Madvillain - Madlib과 MF Doom의 프로젝트인 Madvillain의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걸작. 영국의 백인 거라지 래퍼인 the Street, 그리고 신동이자 엄청난 기대를 한 몸에 다 받고 있는 Dizzee Rascal과 함께
2004년 힙합계를 완전히 삼등분한 이들이 바로 Madvillain이다. 힙합을 싫어하진 않아도 그렇게 즐겨 듣지는 않는 나로서도 이 음반이 주는 엄청나게 비대하고 심대한 왕성한 식욕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라임보다도 뒤를 받치는 놀라운 샘플링이 되려 더 ‘아트’한 걸작. 재밌는 것은 the Street, Dizzee Rascal과 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는 거다.
6~10번까지입니다. 번호는 아무 의미없습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50장으로 될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나라 음반도 세장 정도 들어가는데...
6. [Sung Tongs] by Animal Collective 첫곡 가 2분 42초 정도 가량 사람을 환장하게 몰입시키는 선율을 들려준다. 무언가 역동적인 민속음악을 섞어낸 듯한 느낌의 첫곡은 이들의 음반이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세의 과시라고도 느껴진다. 사실 이렇게 포크와 인디적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그룹들은 한 둘이 아니다. Olivia Tremor Band, Of Montreal등등 셀 수도 없이 많은 그룹들이 인디적 상상력 에 포크와 싸이키델릭을 결합하여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2004년의 록음악씬을 가만 뒤돌아보면, 유난히 70년대 초반의 전세계적인 록르네상스 시절의 음악들과 유사한 뿌리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Animal Collective도 마찬가지이다. Essex Green이나 Devendra Banhart처럼 대놓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의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음악은 아니지만,
Animal Collective의 음악 역시 또다른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기 보다는, 기존의 오브제들을 끌어 모아 자신들이 표현하고자하는 바를
자연스럽게 빚어낸 것이며, 그 결과물이 바로 본작이다. 실험적이면서도 결코 생경하지 않은, 정겹고 이국적인 선율로 꽉 채워져 있는 본작은 2004년의 중요한 수확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7. [The Arcade Fire] by The Arcade Fire 말이 필요없다. 캐나다산 순도 100% 알짜배기인 이 음반은 분명 2004년의 최고작 중 하나이다. 다른 건 다 필요없다. 오히려 이 음반에 대해선 할 말이 별로 없는데, 그 이유는 이 음반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놀랍도록 진솔하고, 음악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진지함을 풍부한 감성과 타고난 센스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멜로디에 실어 우리들의 머리와 가슴으로 쉴 새 없이 선율을 나르는... 이 음반은 이유불문하고 반드시 들어야 할 명반이다. 우리에겐 언제쯤 이런 여유롭고 자유로운 걸작이 나올까. 인텔리즘의 영역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한정된 이들을 위한 한정된 음악으로서가 아닌, 자연스럽고,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수작을 언제쯤 만나게 될까
8. [La Maison De Mon Reve] by CocoRosie French Electronic의 선두라면 아무래도 Air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Lost in Translation]에도 그들의 음악이 나오며, 국내의 여러 감각적인 트랜드를 강조하는 CF에도
그들의 음악은 도무지 끊이질 않는다. 여지까지의 일렉트로니카가 비트에 중심을 두었다면, Air의 음악은 그야말로 무중력 상태로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몽환적인 신비로움을 강조하고 있다. 뭐 사실 이런 건 특별한 것이 아니다. 유난히 록음악이 취약했던 프랑스에 그나마 생명력을 갖고 있던
대선배 그룹들 Helloween이나 Mona Lisa, Atoll등의 그룹들의 키보드 선율이 거의 30년이 흐른 지금의 Air와 비슷하다는 것은,
그만큼 프랑스인 들에게 흐르는 정서적 역사가 일관되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말이 길어졌는데, 오페라 성악을 공부한 시에라와 작곡 공부를 한 비앙카 캐서디 이 두 자매로 구성된 CocoRosie는
여느 프렌치 일렉트로니카 그룹들이 그러하듯이 대단히 패셔너블하다. Air나 Phoenix(Dior Homme의 디자이너인 에디 슬리메인이 지원하는!)와 달리
이들의 패션은 대단히 파격적인 Funky 스타일이며, 가치전복적 이다. 음악도 만만치 않다. 분명 인디 포크적인 냄새가 폴폴~ 나는데, 이러한 나른한 감상을 결코 용납치 않는,
브레이크 비트와 전자음이 쉴 새 없이 곡의 볼륨을 두텁게 한다. 기존의 프렌치 일렉트로니카의 패션쇼용 음악에서 다소 벗어난 듯한 독창적인 시도로 분명히 기록될 만한 음반이다.
9. [Newborn] by Boy In Static 알렉스 첸은 미국에서 피아노, 비올라등을 현악 오케스트라 학교를 다니며 배웠다. 그러던 중 그는 CPU가 제어하는 전자음악에 대한 매력을 깨닫고, 기타와 다른 대중 악기들을 독학하여 스스로 Boy in Static이라 연명하곤
데모 테이프를 거쳐 음반을 발매한다. 2004년 11월에 발매되어 아직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음반까지는 되지 못했지만,
이 음반은 분명히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물론 다소 감정의 과잉이 넘치는 부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련한 현악 위로 수면 위로 점차 올라오는 듯한 반복적인 멜로디는
마치 감정의 홍수가 되어 감상하는 이를 휘감아 버리는 것처럼 정적인 격정을 불러 온다. 2004년 일렉트로니카의 흐름 중 하나가 일반적인 그룹 사운드의 형태에서 전자음악과 그룹 사운드의 절충을 모색하는 것이라면,
이 음반은 2004년을 정리하는 의미로서 가장 적절한 답안을 내놓았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타이틀 트랙인 의 노도와도 같이 청자를 휘감는 강력한 감정의 설득을 경험해보시길.
10. [Rejoicing in the Hands] by Devendra Banhart 앨범 제목인 [Rejoicing in the Hands]는 원래 데벤드라 밴허트가 그림책으로 내려고 했던 책제목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음반의 커버, 속지 그림 모두가 그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다. 데벤드라...라는 이름도 그의 부모가 지어준 실명으로 인디언 추장이 이름이라고 하고, 그는 미술교육을 받고 집도 없는 홈리스였고,
지금도 크게 다를 것은 없다고 하니, 이쯤되면 가히 히피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이 된다. 그의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음악은 분명 포크와 로우-파이로 충만한 과거로의 여행과도 같은 음반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아니다. 올해 겨우 스물 넷인(1981년생) 그의 음악은 마치 영국의 걸출한 70년대초 싸이키-포크 그룹들의 음악을 듣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런 분위기는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 정치적, 사회적 암울함으로 인해 현실에서 도피해 히피가 되었던
수많은 젊은이들의 정신적 안식처로서의 싸이키-포크를 재현한다는 것은 결코 맘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데벤드라 밴허트 자신의 삶이 곧 이러한 정신과 유대관계를 맺고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마냥 발랑발랑한 네오 포크의 선율에 질려 버린 이라면 반드시 들어봐야 할 음반이며, 2004년의 음악계를 풍성하게 차려준 대표작 중 하나다.
11. [The Blue Notebooks] by Max Richter -맥스 리히터의 음악은 딱히 장르를 얘기하기 곤란하다. 사실 이제와서 장르를 얘기한다는 것도 우습다. 장르란,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나눠 놓은 것 뿐. 현재는 갖은 장르를 넘나들면서 합종연횡하는 것이 대세가 되다시피 했으니까. 하지만 맥스 리히터는 단순한 하이브리드 플레이어 정도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는 어려서부터 클래식 음악을 접했고, 에딘버러 대학과 로얄 아카데미 음악 학교를 수료했다. 게다가 그가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뮤지션은 바로 세계적인 미니멀리스트인 Philip Glass다.(본인도 무척 좋아하는) 그는 이후 Piano Circus의 멤버로도 활동을 하는데 이 그룹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앰비언트의 대가
Brian Eno(이전엔 아트록 뮤지션으로 Roxy Music등등에서도 활동했던)와 필립 글래스만큼 인정받는 미니멀리스트인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그가 크로노스 쿼텟과 함께 한 은 거의 죽음이다!!!), 현대음악가 Arvo Part(제가 Heiner Goebbels만큼 좋아하는 현대음악가가 Arvo Part이다)등... 정말 살떨리게 놀라운 뮤지션들이 포진되어 있었던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 이후에 그는 영국의 혁신적인 일렉트로니카였던 The Future Sound of London(FSOL)의 작업을 도와주면서
일렉트로니카와 현대음악이 교류하는 접점을 지속적으로 실험해보기에 이른다. 맥스 리히터의 성향은 위에서 열거했듯 다분히 현대음악적인 클래식의 성향이 강하지만, 그가 The Clash같은 펑크 그룹이나
Pink Floyd등의 아트록 그룹들을 좋아하고, 이후 점점 CPU가 제어하는 전자음악에 깊이 심취하게 되면서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기묘한 일렉트로니카 세계를 열어가게 된다. 그가 영향을 받은 그룹 중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이 바로 Kraftwerk인데, 이 그룹은 독일의 전자 그룹으로 사실상 테크노의 효시가 된 그룹이며, 아트록 을 듣는 이들에겐 제법 인지도가 있는 그룹이다. 어쨌든, 이렇게 다양한 음악적 취향과 탄탄한 음악적 깊이가 결합되어 이뤄진 [The Blue Notebooks]는 놀라운 음악적 희열을 안겨다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마치 Klaus Schulze의 사색적 전자음악과 Arvo Part의 비장한 현대음악이 혼재 되어 있는 듯한 이 놀라운 음반은 2004년 일렉트로니카 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걸작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12. [올랭피오의 별] by 허클베리 핀 -자... 드뎌 한국 그룹의 음반이 나오기 시작한다. 2004년의 한국 음악씬에 대해 또 얘기하는 건 이제 손가락이 피곤해서 더는 하지 못할 것 같다.
사실 개인적으로 한국 록음악 씬에 좌절해 있다고 봐도 무방했으나, 2004년엔 몇몇 음반들이 상당한 완성도로 발표되었다. 물론... 이 음반들은 거의 대부분 참담한 판매고를 올리며, 전혀 대중 매체의 관심조차 끌지 못했지만, 조금씩 조금씩 이런 그룹들이 나온다면
한국의 록씬이 그다지 암울하지만은 않을 거라 희망을 가져 본다. 허클베리 핀은 3호선 버터플라이와 함께 사실상 한국의 록씬을 대표하는 양대산맥 이라고 봐도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3호선 버터플라이와 다르게 허클베리 핀에게선 보다 더 인디적 감수성이 강하게 느껴지기는 한다.
그리고 어떤 면에선 보다 더 '아마추어'적이다.(이 말이 나쁘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이들의 2004년작 [올랭피오의 별]은 사실 작년 한국 록씬의 거의 독보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것이 분명 그들의 네임 밸류에 기인한 감도 없지 않으나, 분명 작년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기타 사운드는 사운드의 맥을 천천히 짚어 나가기 시작했고 <헤이 컴>같은 곡에선 상당히 탄탄한 멜로디 라인과 원숙한 편곡을 들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솔직히 어느 정도 과대평가의 혐의는 있다고 느껴진다. 다가오는 2005년엔 더더욱 멋진 음반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13. [네눈박이 나무밑 쑤시기] by 네눈박이 나무밑 쑤시기 -할 말이 정말 많은 음반이 나왔다. 몇몇 이들이 내게 작년 2004년을 빛낸 음반 중 왜 Nastyona를 빼놓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었다.
요나의 카리스마가 번뜩거리는 Nastyona의 음반은 분명 한국 록 음악계에서 보기 드문 진중하고 아트 편향적인 음반임은 분명하나,
난 그 음악이 지닌 지나치게 수세적이고, 회귀적인 사운드가 그리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어쩌면 한국의 편향된 음악 시장에서나 나올 수 있을 법한 '대안적인 음악'의 한 형태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사실 그런 의미에서 [네눈박이 나무밑 쑤시기]의 음악은 보다 더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 당연하다. 전형적인 싸이키델릭 음악을 구사하고 있는 있는 이들은 와우와우 페달과 재지한 스타일에 격정적인 엇박의 비트와
브레이크를 넣어가며 공간을 완전히 장악한다. 사운드의 볼륨과 음장감이 변변찮은 사운드 엔지니어링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임 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두번째 곡인 를 들어보면 단번에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클럽 공연 당시에도 인기가 없었으며, 1집이자 마지막 음반인 본작을 내곤 해체해버렸다. 척박한 한국 록 음악 시장에서 거의 횃불같은 음반을 내놓고는 그냥 사라져간... 비운의 그룹이자 전설의 그룹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 '네눈박이 나무밑 쑤시기'는 벌레 이름이라고 한다. 허허허~)
14. [1st Album] by 가리온 -참... 일찍도 나왔다. 거의 5년인가 6년을 기다린 것 같다. 예전 신촌의 클럽에서 이들이 활동할 때 그때부터 내 개인적으론 이 나라의 거의 유일한 힙합의 얼터너티브라고 믿어왔던 이들. 하지만 음반을 발표한다는 얘기는 한해 두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고, 난 이들을 양치기 소년으로 규정할 수 밖에 없었다. -_-;; 결국 작년에 발매된 이들의 데뷔 앨범은 예의 놀라운 라임,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샘플링등 그들의 재능을 그대로 드러낸 음반이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린 탓인지 보다 더 높은 퀄리티를 기대했던 내겐 사실 완전히 만족스러운 음반은 아니었다. 이들의 놀라운 래핑을 감상할 수 있는 곡들이 즐비...하지만, <자장가>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내가 이들을 좋아하는 것은 이들의 음악이 그 흔한 있는 '척'하는 음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괜시리 어지간히 래핑하다 갑작스레 모두 입을 모아 합창을 하는 듯한 촌스러움도 없다. 말초신경 자극적인,
서브컬쳐를 가장한 저열함으로 똘똘 뭉친 섹스와 폭력에 대한 가사도 아니여서 좋다. 힙합을 좋아하면서도 의외로 가리온을 모르는 분들이 있던데, 절대로 지나쳐선 안되는 음반이다.
15. [Non-Linear] by MOT -사실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상당히 놀랐다. 대부분의 한국 록음악이 한국적 감수성의 큰 울타리 밖으로 좀처럼 발을 내딯지 않는 것과 달리 이 음반은 적어도 울타리의 문을 열고 밖으로 몇걸음은 내딯은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론 Trip-Hop의 리듬 라인에 음반 제목처럼 상당히 비선형적인 음소들, 그리고 듣는 이의 마음 속으로 침잠하는 가사들은
이 음반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과 이 두명의 멤버들이 나름대로 뮤지션으로서의 고뇌와 철학을 잘 반영하지 않았나...하는 믿음을 가게 한다. 물론, 이들의 음반이 너무 지나치게 치밀하고 숨쉴 틈 조차 없어서, 그들의 아름다운 곡인 <자랑>에 이르러서 조차도
마냥 편안하게 곡에 몸을 맡길 수 없는 것은 가장 큰 단점이겠지만(동시에 장점일 수도) 작년에 나온 거의 유일한
한국의 포스트 록 성향의 음반이라고 봐도 무방하기에 난 이 음반에 가장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렇지 않은가? 사실 우린 나라에선 인디라고 하지만, 해외에서의 인디란 어떤 시대적인 흐름을 제시하고
미래를 겨냥하는 조향타같은 역할을 하는 음악들이 즐비하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마냥 부러워만 했던 나에게 MOT은 아쉬운 면은 많더라도 목마른 갈증을 해소시키는 단비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2집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