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pharos 이유미님과 1998년 5월 23일 결혼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결혼하기 전, 난 떳떳하지 못한 행동으로 나와 인연을 맺던 한 사람을 사실상 배신했고,
더군다나 치기로 얼룩 진 무절제한 생활로 주변의 인연들까지 대단히 많이 잃었다.
그래서 제법 주변에 사람이 많았던 나와 aipharos님의 결혼식은 내 지인들이 상당수 불참해서 무척 썰렁했다.


창피한 얘기지만 이러한 부끄러운 시간도 명백히 나의 한 부분이므로 피할 마음은 없다.
분명한 건 내가 누군가에게 대단히 큰 상처를 줬고, 그 부분에 대해 내가 떳떳하고 솔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aipharos님은 내가 경제적으로, 부유하던 시기가 아니라 그 시기를 지나서 가장 힘들었을 때 나와 만났다.
그리고 절대로 aipharos님이 짊어질 필요가 없었던 비난을 덕분에 다 짊어지기까지 했다.
그 예전 인연에 대한 배신은 철저히 나의 문제였음에도 이 문제가 aipharos님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는 듯
몰아가는 분위기를 aipharos님은 묵묵히 감내했다.
사람들은 '배신자'인 나를 통해 aipharos님을 판단했고, aipharos님은 그 비판을 정말 감수하며 내 옆에
있었다. 난 그걸 지금도 잊지 않는다.

지금 내가 맺고 있는 적지만 소중한 인연들, 물론 중요하지만,
내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은 당연히 aipharos님과 부부의 연을 맺은 거다.
우린 이제 만으로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서로 변함없이 사랑하고 이해하며 살고 있다.
희안한 일이다. 사람들은 무릇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뿐이라고 하는데 팔푼이라고 해도 할 말없지만
내 마음은 정말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음악, 영화, 전시, 공연, 사진등 취미를 공유할 수 있어서 그 문제에 대해 늘 함께 말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며,
민성이의 육아 문제에도 거의 이견이 없다는 것도 축복이다.
서로의 성격은 터무니없이 다르지만 워낙 이해심많은 aipharos님 덕에 나도 많이 느끼고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사실... 서로 싸울 일은 거의 없다.
의견충돌하더라도 오래 가지 않고 깨끗히 사과한다.


그래서 난 내 인생에 내가 잘한 유일한 건 '결혼'이라고 확언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에겐 평범하지만 빛나는 마음을 가진 민성이가 있다.


서로가 전혀 모르는 남으로 만나서 '가족'을 꾸리고 아이가 생겨서 이제 10년이 되었다.
전통적인 가족의 이데올로기따윈 나와 관계없다. 굳이 그런 허상의 가족 이데올로기에 매몰되고 싶은
마음도 눈꼽만큼 없다.

그보다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사랑하며 살 수 있는 것.
그게 이렇듯 시간이 흘러도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aipharos님 이유미에게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할 뿐이다.


사랑합니다.
이유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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