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가 맺어지면 뭔가 공정한 경쟁을 위한 '평평한 시장'이 마련될 것이고,

그것은 부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착각하는 수많은 나같은 '서민'들을 보며 이래저래 만감이 교차한다.
오바마가 지금 비준 예정인 한미 FTA가 마치 대단히 미국측에 불리한 듯 말을 하며 상정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이 악재로 작용해 마치 지금 당장 FTA 비준을 해야한다고 이 틈을 타 떠드는 분들을 보면 솔직히 정말... 답답하다.

아담 스미스가 옹호하며 설파한 자유무역의 환상은 이미 전세계 구석구석에서 깨지고 또 깨졌음에도 아직까지 수많은 국가가 이 '자유무역'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가진 자들의 장난질(여론 호도) 덕이 크다.

자유무역협정이 이뤄지면 미국이 한국의 수출을 위해 시장을 개방하고 자유화하여 결국 상품과 서비스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벽들을 무너뜨려줄 것이라고 지지자들은 얘기한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상품과 서비스의 쉬프트 이펙트로 일어나게 될 실업율 상승, 자국의 주권 실효, 수많은 예에서 볼 수 있는 임금하락등을 완전히 무시한 견해다.
여지껏, 아니 NAFTA만 봐도 알 수 있듯 자유무역협정은 말이 좋아 자유무역협정이지 사실상 독소조항이 너무 지나쳐 선진국 제품을 거의 일방적으로 개도국 시장 오픈으로 유도하는 불균형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니까 자본, 상품, 서비스의 흐름이 상호양국의 적정한 상품 요구 수준을 전제 조건으로(반드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아닌가) 이동이 시작될 경우, 개도국의 경우는 거의 전시장에서 선진국이 이미 못받아놓은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상당수 공산품의 경우 이미 한국의 수준도 높아진 상황이라 그닥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할 수도 있으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자유무역협정이 맺어질 경우 상호국의 일부는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다수 잃을 수 밖에 없다.
경쟁력이 약한 산업 부문은 상대국에게 시장을 내줘야 하기 때문인데 이럴 경우, 만약 공정한 거래 조건으로 상호 양국이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되더라도(불가능한 얘기지만) 미국등 선진국의 경우 한국과는 비교도 안되는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줘 근로자들의 경제적 쇼크를 완충해준다.

NAFTA의 경우 미국과 멕시코의 소득격차를 줄인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으나, 이후 10여 년간 이 격차는 10% 이상 오히려 증가했다.

(자꾸 중남미 타국에 비해 멕시코의 10년간 실질국민소득 상승율이 1.8%가 매우 높은 것이라 말하는 전문가들이 있는데 이런 기계적인 분석이 바로 숫자의 함정 그 자체일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멕시코의 실질국민소득은 겨우 1.8% 증가했다...
알다시피 당시 멕시코의 대통령은 역시 2MB와 같은 CEO출신인 비센테 폭스(Vicente Fox)였는데 그는 놀랍게도 울 2MB와 같이 2000년 당선 당시 7% 성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다.(실질 성장율은 결과적으로 1.6%에 그쳤다)
NAFTA 체결 직후 향후 몇년 간 오직 미국과의 접경지역들만 일명 마킬라도라(부품을 수입해 값싼 노동력을 이용, 제품을 조립 및 수출하는 지대) 공장만 큰 성공을 거뒀는데, 중요한 것은 기업은 부를 축적했으나 근로자들에겐 그 혜택이 아예 돌아가지 않았으며, 오히려 노동시간의 증가, 이로인해 이미 치안이 부재한 상황에서의 근로자 실종 사건만 줄을 이었다.
그나마 마킬라도라 공장들은 이후 중국과의 경쟁에서 완전히 패퇴, 결과적으로 무려 2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가장 답답한 것은 현재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 사태로 미뤄보아도 미국과 한국은 결코 공정한 협상을 할 수 없음을(특히 2MB 정부에서, 물론 노무현 정부 역시 이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국민에게 보여줬음에도 아직도 뭔가 동등한 종류의 협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민들인데, 이것이 왜 어리석은 기대인지를 알려주는 실례를 인용해본다.

1996년 멕시코산 토마토의 대미수출이 증가하기 시작하자, 플로리다의 토마토 재배업자들은 의회를 압박해 클린턴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멕시코가 토마토를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낌새가 보이면, 미국은 덤핑 혐의로 반덤핑관세를 부과할 수 있었다(잘 아시는 수퍼 301조같은).

그러나 멕시코는 토마토를 덤핑으로 수출하지 않았다.(그럴 수도 없었다)

멕시코가 원가 이하로 토마토를 판매했다고 제소당한 이유는 가격이 의도적으로 그리고 일방적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괜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가격을 인상하게 되었고, 결국 미국 소비자들과 멕시코 재배업자들은 손해를 입게 되었다.

반면 플로리다 토마토 생산자들은 멕시코 토마토와의 경쟁을 감소시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 중에서 (조지프 스티글리츠)


난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숫자놀음하여 마치 한미 FTA가 한국의 장밋빛 미래를 비추리라고 떠들고, 그야말로 이에 부화뇌동하는 이들을 보며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다.
물론 '자유무역협정'이 그 본래의 의도대로 상호 양국간의 공존을 위한 목적을 갖고 맺어진다면 반대할 근거가 희박해진다.

대안적인 경제체제를 말하기도 힘들다.
다만 지금과 같이 말도 안되는 독소조항을 곳곳에 심어 두고 국가대표 유도부와 이소룡 흉내내는 중학생의 대결과도 같은 경쟁 조건을 '규제가 없다'는 구실로 평등한 조약이라고 떠드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그리고 주머니에 쥔 돈도, 사회적 안전망도 부족한 현실에서 반드시 상품과 서비스의 흐름으로 야기될 실직의 위험이 자신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안심하는 이들도 난감할 뿐이다.
(물론 선진국도 FTA로 인해 실직이 발생한다. 그 경우는 개도국에 비해 미비하지만... 아직도 유럽이나 미국은 높은 실업율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를 실시하려고 기를 쓰는 기득권 세력의 목적은 다른게 없다.
이미 적정한 시장 경쟁력을 갖춘 일부 대기업들, 내수 시장 독식에 이어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수많은 상대국의 보호 장벽에 전전긍긍하던 그들에겐 엄청난 부의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하준 교수가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말한 것처럼 미국의 경우는 이미 거의 모든 산업부문에서 우월한 상대적 지위를 차지하고 무조건 규제를 철폐하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이런저런 자국 산업의 보호조약을 통해 경쟁력을 서서히 강화시켜야 하는 개도국의 기회를 철저히 박탈한다.
누군가 이런 말을 인터넷에서 줄창 하더라.
기업이 부를 획득하면 그 기업의 부가 다시 피고용자의 몫으로 분배될 것 아니냐고.
묻고 싶다. 그렇듯 부를 창출할 기업은 붕괴될 기업에 비해 훨씬 적을 것이며, 자본가와 국가가 획득한 부는 결코 국민에게 분배하는 것에 인색할 것이라고.
그것은 여지껏 굳이 FTA가 아니어도 산업혁명 이후부터 자본가가 근로자를 착취한 과정이며, 자본가의 권력이 점점 더 소수의 수퍼 자본가들에게 집중화되는 현대에는 더욱 눈에 띄게 부의 불균형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게다가 '개혁'이라는 거짓말로 자행되는 2MB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는 말 그대로 '민영화'가 중심이다.
방만한 경영과 높은 임금, 유휴인력등이 목적이 아니라(실제로 감원 예정이 없다고 한다) 이들은 황금알을 낳는 이 공기업들을 어떻게해든 잡아 삼켜서 이윤을 확보하고 이를 독식하고 싶을 뿐이다.
이런 도덕성을 가진, 미국 쇠고기 수입 협정에서 보듯 이미 협상력은 모두 포기한, 오로지 자신들의 사리사욕에 미친 2MB 정부의 지금 작태로 보면 절대로 최소한의 공정한 FTA는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미국 쇠고기 수입의 과정을 보면, 이를 반대하면서 FTA는 찬성한다는 논리도 이해는 가나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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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전술한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는 장하준 교수가 처음 밝힌 것이 아니다.
온갖 보호 장벽으로 차근차근 사다리를 올라간 후 다른 나라에게 성장의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사다리를 걷어 차 버리는 것에 대한 얘기는 쉴러와 스티글리츠등도 저서에서 언급한 바 있으나 원래는 19세기의 독일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영국이 온갖 관세와 보조금으로 경제적 우위를 확보한 뒤엔 상대국에 대해 일방의 자유무역을 강요한다고 강력히 비판하면서 '사다리를 걷어 차 버렸다'라고 말한 것이 그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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