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 directed by Jaume Balagueró
2007 / approx 85 min / Spain

당연히 이 영화를 얘기하자면 최근을 기준으로 [Cloverfield]를 거론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둘 다 디지털 캠코더를 들고 찍는 이의 시점으로만 영화가 완전히 전개되기 때문이죠.
그간의 fake documentary와는 궤를 같이 하지만 형식미는 다소 다릅니다.
fake documentary가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어 이야기한다면, [Cloverfield]와 [[REC]]은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어온게 아니라, 그 자체가 다큐멘터리가 되는거죠. 그야말로 Documentary itself입니다.
하지만 모두 fake/거짓이라는 데 공통의 요소가 있을 뿐이죠.

[Cloverfield]가 알 수 없는 괴생명체에 의해 습격을 받고 애인을 구하기 위해 되돌아간 일행의 모습을 그저 담아내고 있다면,

[[REC]]은 보다 더 적극적으로 폐쇄된 공간에서 답답한 시선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카메라의 시선에 의지하여 공포감을 극대화합니다.
이 솜씨는 [Cloverfield]의 내공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것인데요.
알고보니 [[REC]]의 감독이 이미 2002년 그 한없이 찜찜한 결말의 안나 파퀸 주연의 공포영화 [Darkness]
(2002)를 연출한 감독이더군요. -_-;;;;

[[REC]]은 스페인의 한 지방 방송국의 '당신이 잠든 사이에'라는 프로그램의 리포터와 카메라 기자가
소방서의 야간 활약상을 담기 위해 소방서에 간 후 인터뷰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귀엽고 착한 몸매의 리포터가 소방서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한 집에서 구조 요청이 와서 출동한 팀에
합류한 이후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을 담은 영화죠.
이들은 어느 건물의 윗층에서 여자의 비명소리를 들었으니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출동합니다.
이미 경찰차가 한 대 와있고, 소방차도 구조를 위해 도착한거죠.
건물의 입주자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1층 로비에 모여 있었고, 경찰과 소방관들은 구조를 위해
윗층으로 올라가게 되고 거기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후 이들은 경찰, 소방관과 건물의 입주자들이 모두 정부 기관에 의해 완전히 건물에 고립되어 버리고,
꼼짝못하고 건물에서 나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지요.
그리고 건물에선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경찰들의 고립을 뚫고, 건물 내의 괴물체를 피해 건물을 탈출하기로 합니다.

이 영화는 [Cloverfield/클로버필드]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캠코더 화면으로 시점이 제한됩니다.
앵글의 차이만 있을 뿐 언제나 전지적 관점에서 상황을 캐릭터보다 먼저 파악할 수 있었던 관객들의
프리미엄이 송두리째 날아가버린거죠.
오히려 카메라 기사의 카메라 시점으로 고정되니, 오히려 캐릭터들보다도 더 시야의 제한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답답할 노릇이죠.
하지만 이 시각은 그닥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쉽게 몰입되고 적응도 빨리 되는 편이에요.(뭐 사람 나름이겠지만 말입니다)

이 영화의 공포가 여타 호러영화들보다 압도적인 것은, 단순히 카메라 시점으로 몰입되어 전해오는
공포에만 기인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4층으로 구성된 이 건물에 층별 두 가구가 살고 있으며, 이 가구들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구성되고
나중에 이들이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며 공포를 선사할 지를 아주 치밀하게 설치했습니다.
덕분에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생존자들이 어디로 움직이고 어디로 가야할 지를 명확하게 판단하고,
이러한 상황 판단은 더더욱 생존자들의 절박한 심정으로 몰입되도록 합니다.

물론 도대체 내가 왜 이들의 처절한 생존 몸부림을 봐야하는지 보다가 간혹 의아해지긴 하지만,
공포 영화가 가진 여러가지 공능 중, 가장 중요할 수 도 있는 나와 타자, 공간과의 관계에서 오는 공포를
따지고 본다면 이 정도의 공포를 주는 영화도 많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이러한 참혹극의 원인을 알게 되고, 불이 꺼진 상황에서 야간투시경으로 바라보며
진행되는 장면은 심장이 오그라들 정도의 공포감을 던져주기까지 합니다.
[블레어위치]의 마지막은 '그 따위'라고 생각할 수 도 있을 정도랍니다.

저처럼 어지간한 호러는 우습다... 어지간한 장면이 나와도 눈 하나 꿈적하지 않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저도 한 두장면은 정말 식겁했어요. ㅎㅎ


**
영화를 보고 생각나던데,
광견병에 걸린 개들은 대단히 강한 공격성을 갖지요.
그리고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린 사람도 침잠기까지는 대단히 흥분상태가 되잖아요.
이 영화에서의 증상은 조금만 삐끗하면 불가능한 상상 속의 전염병도 아닐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서워지더군요.

 


***
약간 얘기가 다른 부분이긴 한데,
Fake Documentary 중에선 기록될 만한 영화들이 제법 있습니다.
당연히 [This Is Spinal Tap](1984), [Man Bites Dog/C'est arrivé près de chez vous](1992).
이 두 편은 전혀 판이한 성향으 영화지만 컬트 대접 받고 있는 영화들이죠. [This Is...]는 로브 라이너 감독이 연출한 영화라는게

믿어지지 않기도 하죠.ㅋㅋ [Man Bites Dog]은 대단히 보는 이가 힘들어지는, 연쇄살인마의 곁에서 밀착취재하는 방식으로 취해져 있어요.
[Waiting for Guffman](1996),  [Best in Show](2000), [A Mighty Wind](2003) ㅎㅎ 크리스토퍼 게스트 감독은 이 방면의 거장이시죠.

ㅎㅎ 게다가 저 세 편의 페이크 다큐는 징그럽게 재밌어요. 최근 화제가 된... 페이크 다큐 중엔 이걸 또 빼놓을 수 없죠.
[Borat : Cultural Learnings of America for Make Benefit Glorious Nation of Kazakhstan](2006) 줄여서... 보랏.
암튼 이 정도... 제게 누군가 만약 왜 Woody Allen의 [Zelig]이나 Tim Robbins의 [Bob Roberts]등을 얘기안하냐고
하면... 할 말 없습니다.


****
음... 할 일은 일주일 밤을 새도 못할 만큼 많은데 정말 일하기 싫군요.
게다가 엄한 짓도 해야하고... 해야할 일에만 집중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별....
여튼 그런 핑계로 이런 영화 감상문이나 휙~ 써서 올리는군요. -_-;;;;
일해야죠. 이제.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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