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tatouille](2007) directed by Brad Bird
2007 / approx 110 min / US
..........................................................................................................................................

오늘 오전 조조 9시...로 aipharos님, 민성이와 보고 왔습니다.
워낙 기대를 많이 했던 영화인데, 오늘 새벽 아래층이 너무 소란스러워서 정말 쌍시옷 욕만 하다가
잠을 설치는 바람에 아침에 aipharos님이나 저나... 정말 일어나기 힘들었답니다.
그럴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러다 영과관가서 자는 거 아닐까...하는 걱정도 했다구요.
어쨌든, 8시 20분경 영화관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달에만 벌써 세번째 극장 나들이인데요.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 [Transformers]
[Ratatouille]... 입니다. 셋 다 민성이와 같이 봤지요.
그러다보니... 다 아이들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였고, 그래서 번잡함과 소란스러움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조조를 봤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보던 롯데씨네마가 아닌 부천 현대백화점 내에 있는
부천 CGV 8에서 봤습니다.(더빙이 이곳에서 하더군요) 전 부천 CGV는 처음인데 롯데씨네마는
부평/인천 CGV와 달리 좌석간 간격이 너무 좁고 스크린도 작더군요. 다시는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전 두 영화는 그럭저럭 어떻게... 넘어갔는데 사실 오늘 [Ratatouille]는 뒷좌석의 몰상식한 인간들
때문에 상당히 열이 받더군요. 의자를 끊임없이 주욱...밀거나 치질 않나 쉴새 없이 떠들지 않나...
쳐다보고 눈치를 줘도 뭐... 전혀~ 그런 철판들은 어떻게 깔고 있는지 신기합니다.

최악의 몰입환경, 게다가 민성이를 위해 '더빙'상영을 보는 등... aipharos님의 말에 따르면 '이런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야말로 '걸작'입니다. 아... 전 Brad Bird의
이전 두 장편, 그러니까 [the Iron Giant/아이언 자이언트], [the Incredibles/인크레더블]을 미치게
좋아라하는데다 특히 [the Incredibles]는 걸작의 반열에 올려놓길 주저하지 않는데요.
이번 [Ratatouille/라따뚜이]는 그를 넘어서는 그의 최고의 작품이자 나아가선 현존하는 상업 애니
메이션 중 가장 놀라운 성취를 거둔 영화라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파리의 지하에서 음식 쓰레기나 먹고 연명하는 환경을 경멸하고 나름대로 놀라운 후각과 센스를
자랑하는 레미는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였던 구스또의 책까지 섭렵한 '생쥐'입니다.
레미는 우연한 기회에 운명처럼 구스또의 주방으로 이끌리게 되고, 그곳에서 이제 갓 입사한
음식엔 정말 소질없는 링귀니란 청년이 레미의 천재적 음식센스를 알게되어 이 둘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레미 덕에 당연히 링귀니는 최상의 음식을 선사하게 되고 기껏해야
냉동음식까지 손을 대던 '한물 간' 레스토랑 구스또는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됩니다.
다만, 문제가 있지요. 이미 고인이 된 구스또를 이어 주방장이 된 이는 이런 링귀니의 천재적
소질을 의심하게 되고, 나아가선 더 커다란 사실까지 경계하면서 그를 염탐하게 됩니다...

뻔한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천재적인 쉐프의 자질을 가진 생쥐...라는 설정 외엔 사실 뻔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이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ㅎㅎ
전 이 영화를 '음식' 영화라고 예상했었어요. 우리의 입맛을 잡아 끄는 놀라운 프랑스 요리들이
마구 화면에 펼쳐질 거라... 생각했었죠. 하하~
이런 예상은 무참하게 빗나갔습니다. 이건 음식 영화가 아니었어요.
물론 주가 된 음식만큼은 놀라울 정도의 디테일로 표현되고, 아스파라거스등의 식재료도 놀랍도록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하지만 거기까지... 이건 음식영화가 아니였습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레미가 자신의 운명과 맞닥뜨려 조금씩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링귀니는 철저한 조연에 불과하죠. 이건 레미의 이야기일 뿐이에요.
엄밀히 말하면 링귀니는 자신이 아직도 뭘해야할 지 모르는 청년일 뿐이고, 나중엔 그저 구스또의
후광을 받는 정도일 뿐입니다. 콜레트가 그에게 호감을 느낀 것도 사실 어리숙함에서 나오는
놀라운 음식솜씨...(이건 철저히 오해지만)로 인한 그만의 아우라!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에 반해 레미는 달라요. 레미는 처음부터 자신의 열악한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명확한 목표 의식을 갖고 있었어요. 다만, 뭘해야할 지 몰랐고, 그리고 그걸 알 수도
없었죠.(도대체 어떻게 생쥐가 '난 인간 세상에서 최고의 요리사가 될거야'라고 생각할까요)
레미는 자신의 꿈을 링귀니의 몸을 빌어 이뤄냅니다. 그것도 기발한 방식으로 말이죠.
이에 의하면 링귀니는 그야말로 Puppet에 불과하죠. 심하게 말하면...거의 구체관절인형 수준이죠.
하지만 레미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링귀니입니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여기 있는 것 같아요. ^^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꼭 보시길 바랍니다. 정말 강추하는 영화에요.
다만... 아이들이 많은 시간은 피해서 보시길...

**
콜레트...의 목소리는 Janeane Garofalo(재니언 가로팔로)가 맡았습니다.
허허... 오랜만이네요. [Stay]에 나온 이후론... 전 처음입니다.
물론... 전 우리말 더빙으로 보는 바람에 도대체 원래 성우들의 목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었지만...

***
[Ratatouille]는 Brad Bird의 오리지널 스토리입니다. 그의 재능에 놀라울 뿐이에요.
그의 차기작은 아마도 첫 실사영화인 것 같은데요. James Dalessandro의 원작을 각색한 [1906]
이란 영화가 될 거라고 하네요.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1906년 대지진을 소재로 했답니다.

****
네이버 지식검색에... '라따뚜이란 음식이 정말 있나요?'라는 글이 있고, 그 답변엔 '없다. 다만
영화는 있다'란 말도 안되는 답변이 달려 있더군요. ㅎㅎ
라따뚜이는 프랑스 니스 지방에서 유래한 농부들의 음식입니다.
이것저것 채소를 올리브 오일에 익힌 뒤 마늘이 곁들여진 토마토를 이용해 소금과 후추로 맛을
내는 요리랍니다. 구글에보니... 적절한 레시피와 와인 서브까지 다 나오더군요.
aipharos님은... 벌써부터 고민이랍니다... 어떤 맛인지도 모르는 음식을 민성이가 해달라고
조르고 있으니... 게다가 전 레시피도 찾아 놓고 말이죠. ㅋㅋ

 

 

 

*****
이 영화에서 마지막 냉혹한 음식 비평가인 Anton Ego의 캐릭터는 상당히 설득력 있어요.
그의 방이 절대부감으로 보여지는데... 완전히 관모양이더군요. ㅎㅎ 게다가 그가 타이핑을 치는
타이프라이터의 모습도 해골을 연상케하더군요. 위치는 완전히... 파이프 오르간치는 듯한
모습이구요. 평가 하나에 음식점을 죽이고 살리는...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음식 비평가들을
대단히 신랄하게 구체화했더군요.
그 덕분에... 마지막 Ego의 '라따뚜이'에 대한 비평은 그야말로 제가 요즘 본 그 어떤 영화의
메시지보다 묵직하게 와닿더라구요.


******
영화를 보고 나와서 현대백화점 옥상의 하늘공원을 갔습니다.
비가 약간 내리는 바람에 하늘공원엔 저희 식구뿐이었는데요. 물안개가 낀 것처럼 뿌연 모습이
무척 좋았습니다. 전 디카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못찍고, aipharos님이 Minilux로 찍었는데...
빨리 보고 싶네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