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거의 만나지 않는 나는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친구들의 우정'을 볼 때마다 내가 뭔가 인생을 헛 산 것인가?하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했다.

자신에게 '진정한 친구(밑도 끝도 없이 진정한 친구라고...)' 한 명만 있어도 그 인생은 실패하지 않았다...는 말도 이곳저곳에서 참... 많이도 접했다.

나이 먹을수록 '도대체 친구가 뭐지?'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나는 세간에서 얘기하는 기준에 따르면 인생 완전 헛 산 꼴인거야.

게다가 드라마적 재미를 떠나 (나도 재밌게 보긴 했으니까) 신모 PD의 드라마에선 늘... 우정과 사랑을 동치시키는 수준을 넘어 티격태격과 소심한 일탈을 추억으로 곱씹는 동지애를 우정이라고 환치시키는 장면이 줄창 등장했다.

등장인물들의 소란스러운 과거 회상 장면을 난 심드렁...한 표정으로 볼 수 밖에 없었지.

하지만... 내 심드렁한 심기와 상관없이 드라마 속 그들은 참으로 자주 만나더라.

만나서 함께 밴드 활동도 하고, 서로를 도닥여주고...

그게 아니꼽다는 의미가 절대로 아니고(설마...) 궁금한거야.

저 드라마 속에서 오랜 시절 우정을 이어가는 저들은 대사 외엔 어떤 대화들을 할까.

추억은 어느 정도 곱씹으면 단물신물 다 빠질텐데 그럼 무슨 얘기를 할까.

서로의 취향, 기호가 다를텐데 그러한 이야기도 함께 나눌까?

그런 이야기없이 서로의 근황과 생활만을 갖고 꾸준히 정서적 교감을 지속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이런 생각들.

대인관계가 서툴기 짝이 없는 나는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드라마 극본 너머에 있는 저들만의 끈끈한 bondage를 나로선 파악할 수 없는 것이지.

그러다 오늘 아침에서야 소설가 김영하씨의 '살아보니 친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더라구요'라는 글이 담긴 피드를 읽었다.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잘못 생각했던거죠.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쓸데없는 술자리에 시간을 너무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각기 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 걸, 잠을 자거나 음악이나 들을 걸. 그냥 거리를 걷던가.

20대, 젊을 때에는 그 친구들과 영원히 같이 갈 것 같고 앞으로도 함께 해나갈 일이 많을 것 같아서 내가 손해보는게 있어도 맞춰주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은 많은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더군요.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 기울이고 영혼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게 중요한거예요.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에 안나고 정확한 내용 인지도 확신할 수 없지만 요시모토 바나나가 어릴 때 친구도 안만나고 책만 읽었대요.

작가의 아버지가 요시모토 다카아키라고 유명한 학자인데 일본같은 사회에서 친구없이 지낸다는 건 좀 위험한 일이다. 아이가 이상하다. 주변에서 걱정을 하니까 그가 이렇게 말했대요.

친구라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애가 그냥 책을 읽게 내버려둬라. 인간에게는 어둠이 필요하다고 했다는거예요.

동감이예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어둠이예요.

친구들 만나고 낄낄거리고 웃고 떠들면서 세월을 보내면 당시에는 그 어둠이 사라진 것 같지만 실은 그냥 빚으로 남는거예요. 나중엔 언젠가는 그 빚을 갚아야해요.

 

 

이 글을 읽어가는 순간 '유레카'를 외치고 싶었어.

내가 고민했고 주변에 얘기했던 나의 친구관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거든.

유명인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해주니 기분이 좋았다는게 아니라,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여럿 있을거라는 생각이 위안이 되더라.

난 지금처럼 큰 줄기의 취향 정도는 공유할 수 있는 분들을 어쩌다 만나 이야기 나누고,

그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지금 정도의 관계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엔 '우리가 남이가~'라는 오지랖이 없지만, 상대방에 대한 사심없는 진심의 응원이 가능하거든.

난 우정을 이야기하는 분들을 비난하려고 이런 어줍잖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이자 덕목이라고해서 남에게도 똑같은 가치와 덕목이 되는 건 결코 아니라는 걸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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