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ther Man,the/웨더맨] directed by Gore Verbinski
2005 / US / approx 101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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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배우 마이클 케인(Michael Caine)이 나오고,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포스터가 매우
인상깊었던 [Weather Man,the(이하 '웨더맨')]은 끝내 국내 개봉되지 못하고 DVD로 직행했습니다

뭐... 앞으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텐데요. 그나마 DVD 시장이 HD시장으로 바뀌면 과연... 나와주기나 할지 궁금합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고어 버빈스키입니다.
고어 버빈스키의 재능이 가장 드러났던 영화는 [the Ring]이었다고 생각합니다.
[Mousehunt/마우스헌트]... [Mexico/멕시코]를 거쳐 [캐러비언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누가 뭐래도 [the Ring]의 미국판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일본 원작의 황량함이 제법 잘 살아있는 멋진 리메이크였습니다.
물론... 전 캐러비언의 해적은 관심이 없어요. 아들 민성이는 너무너무너무 좋아하지만,
전 아무리 정을 붙이려고 해도 도무지 재미를 못느끼는 영화가 바로 캐러비언의 해적이거든요.
이번에도 해적들은 어김없이 돌아옵니다만... 전 관심 0입니다.

어쨌든 고어 버빈스키는 캐러비언의 해적 1편으로 대박을 치고 이 영화를 연출했습니다.
이미 캐러비언의 해적 2~3편이 모두 계약된 상황에서 의외의 선택을 한 샘이에요.
위에 말했듯이... 캐스팅은 정말 훌륭합니다.
명우 마이클 케인이 공력 절정의 연기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the Matador], [Infamous],
[About Schmidt]의 호프 데이비스도 역시 니콜라스 케이지에 전혀 눌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 줍니다.

그리고 만사에 의욕이 없고 불만이 가득해보이는 그의 딸 쉘리 역의 제미닌 데 라 페냐(Gemmenne de la Pena)

역시 정말 멋진 연기를 보여줬어요.
극본을 쓴 스티븐 콘라드는 얼마 전 윌 스미스 주연의 [Pursuit of Happyness,the/행복을
찾아서]를 공동 각색한 이로 유명새를 탔지요.

영화는 시카고의 지방 방송국에서 기상캐스터로 있는 스프리츠(니콜라스 케이지)가 전국구 방송이자

출세의 척도인 'Hello America'의 오디션을 받는 내용입니다만... 사실 스프리츠는 적당한 유명세를 탄 인물임에도

2주에 한 번 꼴로 milkshake, 치킨등의 패스트푸드 세례를 받기도 하고,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이혼한 전처는 꼴보기 싫은 남자와 살고 있고, 사랑하는 딸은 소아 비만으로 모든 일에 의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멀쩡한,

거의 유일하게 정상처럼 보이는 아들도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정신과 상담이 국내와 달리 보편화되어 있지만 여기선 계속 아들 마이크가 계속 괜찮냐는 말이 나오지요)
무엇보다 스프리츠가 힘든 것은 고작 지방 방송국의 기상캐스터인 자신과 달리... 아버지인 로버트는 32세에 퓰리쳐상을 받은,

미국의 국보로까지 칭송받는 저널리스트랍니다.
게다가 인격적으로도 정말... 훌륭하지요.
스프리츠는 이혼한 와이프와 다시 재결합하고 싶어하고, 두 아이들에게 언제나 충실한
아버지이고 싶어하며, 무엇보다 훌륭한 아버지에게 정말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그렇습니다. 스프리츠의 인생의 목적이란 건 이런 거에요.
결국 자신을 위해 과녁을 활을 겨누는 행동 따위는 아무 것도 없이,

그저 쌓아 올려진 목표를 갖고 과녁의 주변부를 맞출 뿐인 허망한 섬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목표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이가 이 모든 것을 이루어도 아무 것도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는 어떻게 될까요.

이 영화는 스프리츠의 삶을 통해 이제 일상적으로 보편화된 우리 시대의 목적의식과 물질화된 소통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스프리츠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자신의 위선적 도덕을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하는 척 하고 모든 것을

다 이상적으로 꾸리려고 기를 씁니다만, 이 모든 것을 다 한 손에 움켜 쥘 수는 없는 법이었어요.
아버지 로버트가 그런 그에게 말합니다.

"This Shit Life, We Must Chuck Something. We Must Chuck Them In This Shit Life"

이 엿같은 세상에서 우린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고.
거창한 위로가 아닌, 정말 가슴 속에 진 짐을 덜어주는 저 말 한마디가 얼마나 와닿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인생을 사는게 어느 누구 하나만의 일은 아니겠죠. 자신을 꽁꽁 감싸두고 대외적 명분과 목표를 내세우고

 마치 그게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정신없이 달려가지만 그 뒤엔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음을 뒤늦게 깨닫는 것이 현대인입니다.

그리고 딱하게도 그건 소통할 수 없는 현대인들이 구체적으로 구현해낸 상상 속의 환타지인거죠.

이 영화 정말 좋습니다. 꼭 한 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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