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s On A Scandal] directed by Richard Eyres
2006 / UK / approx 92 min

 

 

먼저... 이 영화는 이태리 출장 갔다가 돌아오던 KAL 비행기 안에서 봤습니다.
갈 때 탄 에어프랑스에서는 한 편도 빠짐없이 제가 다 본 영화 뿐이었는데, KAL에서는 제법
못 본 영화가 두세편 있는 것 같더군요. 일본영화이고 감상도 올렸던 [우동]도 있더군요.

사실 조그마한 화면과 아무리 다들 잠에 빠져 조용하고 어둑어둑했다지만 기내에서 영화에
집중하기란 전 사실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두... 이 영화는 제법 집중하면서 봤어요.
곧이어 보던 [선한 독일인]은 도중에 포기했지만...
저는 이렇게 기내에서 보고, 와이프는 혼자 집에서 봤습니다.

감독인 Richard Eyres는 언제나 평균 이상의 영화를 내놓는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빌리 크러덥을 끌어들여 만든 코미디물인 2004년작 [Stage Beauty]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고,
노벨상 수상자인 아이리스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Iris](2001년)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요.
여기서 Richard Eyres와 [Notes on a Scandal]의 Judi Dench는 이미 협연한 바가 있어요.
전 개인적으로 Richard Eyres의 83년작인 [Ploughmn's Lunch,the]를 보고 싶었는데... 아직 보질
못했네요. 예전부터 관심을 두던 영화인데.
게다가 영화 오프닝에 보니 바로... 알겠던데 제가 좋아하는 현대 음악가이자 미니멀리스트인
필립 글래스가 이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담당했더군요. 덕분에 이 영화는 비교적 정적인
카메라 워크가 돋보이지만 가변적인 음악으로 인해 나름대로 캐릭터의 감정을 따라 올라가는
역동적 이미지를 포착합니다.

주연 배우들인 두 영국 여배우이자 세계적인 배우인 Judi Dench와 Cate Blanchett의 연기는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최상입니다. 기내에선 이 영화를 더빙과 영어로 보여줬는데 처음엔 더빙으로
보다가 도저히 집중이 안되어 1/3 정도 지난 후부터는 그냥 영어로 봤습니다.
더빙으로 보면서 배우의 연기를 가늠해보기란... 정말 쉽지 않더군요.
Cate Blanchett은 여신같은 분위기입니다. 아... [반지의 제왕]에서의 그 여신같은 분위기보다 오히려
더 여신같아요. 제가 본 그녀의 모습 중 가장 아름답게 나오는 것 같구요.
분위기가... 정말 너무 좋습니다.

 

 

이야기의 대략은... 이래요.
학교 선생인 노년의 바바라는 자신의 일기를 꼬박꼬박 적어가는 깐깐한 선생님입니다.


학생들을 위엄으로 다스리고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하지요.
어느날 쉬바(케이트 블랜쳇)라는 매력적인 미술 여선생이 전근을 옵니다.


그리고 학교의 기운도 제법 봄기운을 타고 넘어가지요. 이 매력적인 여선생에게 골을 바추는 청춘도
등장하고 그녀를 둘러싼 학생들의 싸움도 벌어지고, 학교의 남자선생도 관심을 보이고...
쉬바를 둘러싼 공기가 제법 혼탁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러다 쉬바의 결정적인 실수를 바바라가 목격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의 바바라의 행보입니다. 바바라는 이를 약점으로 삼아 쉬바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이어나갑니다.

하지만 바바라는 애시당초 돈독한 우정이니 이런 건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녀는 표독한 소유욕에
집착하는 외로운 할머니에 불과해요. 바바라와 쉬바의 우정이 그리 간단히 넘어갈 리가 없습니다.

이 영화는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소 불쾌할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쉬바의 부도덕한 일탈은 바바라의 호러블하기까지한 캐릭터로 인해 완벽하게 상쇄되어
버리고 철저히 쉬바도 피해자로 그려지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꼰대스러운 시각에서
바라본 것일 뿐입니다.
그건 쉬바의 '부도덕'이라기보다는 답답한 일상에서, 평온한 듯 보이는, 우리들이 가족이라고 안위하고
만들어낸 허상일 수도 있는 평온함으로 둘러싸인 가정에서 뛰쳐나온 '일탈'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물론 이런 일이 실제 개인에게 닥쳤을 때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마는)

아주 작은 몸짓 하나가 일상의 평온함과 나른함을 송두리째 뒤집어 버릴 수 있습니다.


어쨌든 바바라는 사실 외로운 사람입니다.
그녀가 왜 그렇게 외로운 지는 아무런 설명이 없어요. 물론 그런 설명은 굳이 필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우리가 사는 세상,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면서 현재의 나를 존재하게 하는 이런저런 요소들을
꺼내 보는게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요.
바바라는 외롭기 때문에 자신의 품 속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놓치기 싫습니다.
거기엔 이해와 관용과 포용이 아니라 독선과 아집과 가학만 남을 뿐이죠.
그리고 그러한 요소들로 긴 세월에 걸쳐 축조되어 온 '위선의 집'이 든든하게 지어 집니다.
그 집은 허위와 위선과 공포로 점철된 일반인들의 집들 따위와는 비교가 안되게 튼튼한 법입니다.

Judi Dench가 열연한 바바라는 바로 그러한 현대인의 가학적인 이기심, 역시 언제나 회자되는
소통할 수 없는 현대인들에 대한 서글픈 초상입니다.
배우들의 열연과 잘 매듭지어진 시나리오, 미니멀리스트 필립 글래스의 현대 음악이 잘 어우러진
수작입니다.

즐겁게 감상해보시길...

**
개인적으로 케이트 블랜쳇이 맡은 '쉬바'는 자꾸 힌두교의 Shiva 가 생각나서 무슨 연관이 있나...
궁금했어요. 알다시피 Shiva는 파괴와 생식의 신...이죠. 뭐 전투의 신이라고도 하고.
어찌 억지로 끼워맞출 수는 있긴 한데 크게 관련은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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