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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동안 듣고 본 '노쇼'에 관한 에피소드들.
어느 스시집, 인친분 일행 빼고 모조리 다 노쇼.
어느 빈티지 가전 쇼룸, 한 타임에 무려 6명이 노쇼.
어느 브레드 카페, 태풍 영향으로 손님이 아예 없어 일찍 문을 닫고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전화와서는 까눌레가 남아있냐,
남아있다면 1시간 후에 가겠다(저녁 8시까지 오겠다는 의미)고 해놓곤 결국 폐점 시간인 9시까지 연락도 안하고 오지도 않음.
노쇼는 어느 나라에나 다 존재하고 상습적인 인간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도 존재한다고 한다.
종종 어떤 이들이 노쇼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외국에도 다 존재하는 현상이라는 식으로 얘기하던데,
난 그 인간들에게 묻고 싶어.
그게 본질이 아니잖아.
노쇼가 우리나라만의, 썩어문드러진 국민성에 기인하는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흔한 경우라는 게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노쇼라는 행위 자체가 있어서는 안되는거잖아.
이게 본질 아닌가?
노쇼하는 인간들의 뇌구조가 난 무척 궁금하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심각한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게 정말 신기할 지경이다.
불가피하게 당일 사정이 생겨 못갈 수도 있다.
사실 난 이런 경우에도 전액은 아니어도 무조건 일정 비용을 치루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날의 예약을 위해 업장에선 식자재를 맞춰 준비했을테고,
그 예약으로 다른 손님들을 받지 못했을 테니까.
워크인 손님이 들어오면 문제될 것 없지 않냐는 사람도 있던데
애당초 불확실한 미래의 매출을 현재에 끌어와 억지로 맞추는 것만큼 궁색한 일이 없다.
아무튼,
당일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 예약한 업장에 가지 못할 경우,
아니면 그 이전에 이미 업장에 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
예약한 업장에 전화 한 번 하는게 뭐가 그리 어려울까?
전화번호를 누르면 손가락이 부러지기라도 할까?
아니면 미안한 마음은 그나마 좀 들어서 곤란해서 전화를 못하는 걸까?
설마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양심이 작동했다는 자기 위안을 삼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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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그런 사람을 본 적 있다.
당일 예약 취소 전화를 해놓고는 자긴 할 도리 다 했다는 듯 얘기하는 인간을.
예약 손님을 주로 받는 업장의 경우 당일 예약 취소는 노쇼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이미 그 인간 때문에 다른 손님들은 예약을 할 수 없었을테고,
당일 예약하는 손님은 상대적으로 훨씬 수가 적기 때문이지.
그래도,
전화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테지.
금전적인 손해야 어차피 노쇼하는 경우와 다를 바 없겠지만 최소한 연락도 없이 오지 않아 비어있는 테이블을 보는 더러운 기분보단 정신적으로 타격이 덜하겠지.
그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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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러한 말도 안되는 행위들이 개별적으로 산개되어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식빵 앞쪽에만 햄을 몰아 넣고 정작 포장을 열면 식빵 뒤쪽엔 아무런 재료도 없는 샌드위치,
아침 드라마에서 김치포기로 뺨을 후려치고 막장에 막장으로 치달아버리는 무안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
이런 샌드위치나 이런 드라마가 버젓히 가판대에 올라오거나 공중파로 방송될 수 있는 이 모든 상황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
상식적으로 저렇게 타인의 고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인간들이
과연 운전은 매너있게 할까?
약자들의 편에 서본 적은 있을까?
노쇼 행위 하나로 그 사람 자체를 너무 성급하게 일반화해서 속단하는게 아니냐고?
그럼 도대체 뭘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노쇼는 했지만 운전은 매너있게 할거야.
노쇼는 했지만 그는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아.
노쇼는 했지만 사실 본성은 참 착한 사람이야.
...
도무지 문장의 전후 맥락이 어색하다고 생각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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