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다.

팟캐스트 녹음을 하자고.

당연히 거절했다.

겸손도 겸양도 아니고 내가 마이크 앞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언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재주도 없고,

그럴만한 컨텐츠를 갖고 있지도 않다.

무엇보다... 버벅댈 것이 뻔했다.

오래 전 라디오에 종종 나가던 그 시절이 벌써 25~27년 전이다.

스튜디오가 어떻게 생겼는지 머리 속에서 희미하게 잔상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그런데 팟캐스트 녹음이라니.

그러니 거절했다.

그런데...

부탁하신 분이 평소에 타인에게 누를 끼치는 걸 극도로 꺼리는 분이시라,

오죽하면 이렇게 부탁하실까 싶어 끝까지 거절하지 못했다.

결국... 3.13 (수) 저녁 7시 20분쯤...

연남동의 스노우핑거 뮤직컴퍼니 스튜디오에서 팟캐스트 녹음을 진행했다.

1주 분량이면 좋으련만 2주 분량을...

 

 

 

 

 

도착하니 이미 다른 게스트 분께서 녹음하고 계셨다.

트립풀 프라하의 저자 윤다혜 작가님

걱정이...

난 책을 낸 사람도 아니고

더더욱 여행작가도 아니고...

 

 

 

 

 

 

 

드디어 녹음...

신기하게 긴장되거나 떨리진 않더라.

다만... 이 팟캐스트 프로그램에 누를 끼칠 것 같아 걱정만 한다발이었지.

진심...

 

 

 

 

 

 

마이크 세팅

 

 

 

 

 

 

 

그렇게... 45분 정도씩 두번에 걸쳐 총 1시간 30분 녹음을 끝냈다.

노중훈 작가께서 정말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갈 거라 호언장담하셨는데 그 장담대로 녹음 시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만...

남는 건 무안함.

여행에 대한 이야기, 정보를 기대하고 듣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가구업체 사람이 나와서 되도않는 소리를 하고 있으니...

짜증나는 분들 분명히 계실 듯.

그리고...

대본이 없다.

편집도 없다.

녹음이라지만 사실상 생방송이지.

그게 가장 부담이 됐다.

워낙 얄팍한 사람이다보니 진행자의 질문에 바로바로 위트있는 대답을 내놓아야하는데 전혀... 그러질 못했다.

예를 들면,

'어떤 매력 때문에 회화를 더 선호하세요?'

라고 질문하셨는데

그럼 내가 평소에 느낀 회화의 매력에 대해 얘길해야하잖아.

근데...

'아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사진도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회화를 더...'

이런 바보같은 대답을 날린거지.

ㅎㅎㅎ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문화라는 것이 대단히 마이너...취향이라 이에 대해 핑퐁처럼 왔다갔다하는 대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가 뭘 많이 안다는 얘기가 아니라...)

특히 대본이 없는 경우라면 더더욱.

나의 총기없음을 원망했다.

그리고 점잖빼다보니 들어갈 때를 잡지 못하겠더라.ㅎㅎㅎ

아무튼...

이런 완전 초대형 너프 캐릭터를 커버하시느라 개인기로 극복하신 노중훈 작가님과,

여행책방 사이에의 조미숙 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한다.

내가 출연한 팟캐 방송(팟캐는 방송이란 단어가 적절치 않은 걸로 알지만... 암튼)은 난 못들을 거 같아.

듣게 되면 머리를 쥐어 뜯으며 쥐구멍을 찾을 거야 아마도.

아!

물론 창피함을 걷어내면 내게 즐거운 추억이 하나 만들어진 건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