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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6(국딩6)부터 고3까지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그걸 아직 버리지 않고 갖고 있다.

종종 읽기도 했지만 지금은 창고에 고이 누워있는데 그렇더라도 버리진 못할 것 같다.

예전에 종종 꺼내 읽었는데 그때마다 그야말로 이불킥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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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자가제본으로 책을 만들었다.

그것도 두 권 정도 만들었는데 몇 년 지난 뒤 보니 글도, 그림도 다 너무 창피해서 다 버렸지.

그러다 몇 년 전 거의 15년 만에 다시 연락이 된,

나보다 한 살 많았던 누나의 집에 갔을 때 내가 선물했던 내 책과 내가 선물했던 음악 테이프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책장에 꽂아 놓은 걸 보고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내 스스로에게 무척 미안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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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두 번 했는데,

그때 공연을 녹음해놓은 테이프도 창피하다고 버렸다.

그냥 독학으로 드럼을 익혔으니 내 스스로 흥분해서 박자가 조금씩 빨라지는게 고스란히 느껴졌고 그게 너무나 창피했다.

그때 만든 곡들의 악보는 아직 갖고 있지만,

그것 뿐이다.

여러분,

혹시 창피한 기억이라 생각하셔도 기록을 버리진 마세요.

요즘은 다 파일이지만 ssd와 hdd를 절대 믿지 마세요.

2중 3중 백업(크라우드 포함)으로 추억을 간직하시길.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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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얘기하니 기억나는데,

중학생때 교회를 다녔다.(고3까지만 다녔다)

그때 같은 학년의 여학생 K가 있었는데 워낙 세련되고 그야말로 쉬크한 매력이 있어 남학생들이 어떻게든 좀 친해보려고 안달복달이었지.

난 그냥 인사나 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K가 원래 살던 곳으로 다시 이사를 가 소식이 끊겼다.

좋아하던 친구들은 대단히 아쉬워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대 실기 시험을 치룬 절친을 맞이하러 모대학 정문에 서있는데 갑자기 내 등을 톡톡 건드리며 K가 아주 밝은 웃음으로 아는 체를 했다.

알고보니 삼수 중인 절친과 달리 K는 이 대학 회화과 학생이었고 자신도 후배의 실기시험을 응원하기 위해 나왔다고.

인사나 하고 헤어질 줄 알았는데 커피 한 잔 하자고 해서 인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그 뒤로 종종 만났다.

그냥 정말 친구로.

그러다 한 반 년 지났을 즈음,

K가 나한테 갑자기 '교환일기를 쓰자'고 했다.

그것도 새로 노트를 구입해서 쓰는게 아니라 서로 써오던 노트를 두 달 동안 바꿔서 거기에 자신의 일기를 쓰자는 거.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살던 나는 흔쾌히 그러자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두 달 교환일기를 썼다.

처음엔 타인에게 내밀한 내 이야기를 가감없이 드러낸다는 것이 정말 거북했는데 쓰다보니 그런건 전혀... 신경쓰지 않게 되더라.

K도 마찬가지였겠지.

지금도 그때 교환일기를 썼던 노트를 갖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뜸해지던 인연도 희미해졌지.

가끔, 그 친구가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아...

뭐야...

오늘 추억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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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얘기한 바 있고,

이미 잘 알고 계신 분들도 많겠지만 생각난 바 있어 또 올림.

긴자의 작은 서점 '모리오카 서점'(morioka shoten / 森岡書店)은 20년간 서점 직원이었던 모리오카 요시유키씨가 2015년 5월 오픈한 공간으로 1주일에 한 권의 책과 이와 연관된 작품등을 전시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첫번째 매장인 모리오카 서점 가야바 가게는 이전부터 이미 유명했다. 긴자점은 2015년 오픈)

정말 좁은 곳이지만 전세계에서 이 곳을 찾아오는 분들이 있고,

우리는 오픈한 지...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인 2015년 12월 이곳에 들러 책과 작품을 구입했었다(종종 사진에 올라오는 우리 방 벽에 걸린 그 작품을 이 사진에서 볼 수 있다. 이때 구입한 것이고 사진 속 보이는 분이 작가 에이코 우치코바)

2~3년 전부터 모리오카 요시유키씨는 국내에 여러 차례 방문하셨다.

서울서점주간이나... 기타 행사에 자주 참여하시더라.

이러한 서점 운영 방식이 모리오카 서점만의 방식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와 거의 동일한 방식의 운영을 한다면,

적어도 나라면 한 번쯤 이곳을 언급하긴 할 것 같다.

한가지.

모리오카 서점 긴자점이 입점해 있는 빌딩, 스즈키 빌딩도 정말... 인상적이다.

쇼와시대 건축물의 정점같은.

#森岡書店 #moriokashoten #모리오카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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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시장을 지나오다보면...

 

 

 

 

 

 

 

몇 년 째 맞닥뜨리게 되는 이 흉물.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쇼핑몰.

제대로 된 수익성 검토따위 없이 지어올린 쇼핑몰들이 적자에 허덕이다 이렇게 도심의 흉물이 된다.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지.

부평역에서 그 사람들 붐비는 길을 조금만 벗어나 부평시장 끝자락에 방치된 이 건물을 도대체 몇 년 째 보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