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s Labyrinth/판의 미로] Directed by Guillermo del Toro
2006, Mexico, 119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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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nos]는 누가 봐도 재능이 엿보이는 호러였습니다.
전 이 영화를 오래전 비디오 테이프로 봤는데, 그 당시 여느 영화들과는 다른 생경한 느낌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가 해외 영화제에 소개되면서 델토로 감독은 본격적으로 재능을 인정받고 헐리웃으로 픽업이 되지요.
그래서 만든 영화가 바로 [Mimic/미믹]입니다.
이 영화는 수많은 제3세계(전 이 말도 참... 웃기다고 생각하지만)의 능력있는 배우와 감독들이 헐리웃 시스템에
어떻게 함몰되고 망가지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증거 중 하나였습니다.
미라 소비노와 제레미 노덤을 주연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감독의 B 무비 정신과 헐리웃의 스펙터클이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서로 심통난 원수마냥 삐걱거리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영화였습니다.
더 기이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적 재미는 그럭저럭 괜찮았다는 거에요.
쓰디쓴 기억을 뒤로 하고 그는 2001년 [El Espinazo del Diablo/Devil's Backbone]을 연출합니다.
이 영화는 아시다시피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 자신도 무척 만족했던 영화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이 영화는 여러모로 보나 [판의 미로]의 서막을 알리는 영화라고 생각이 돼요.

그리고...
이 영화의 재기넘친 능력으로 인해 그는 다시 한번 헐리웃 입성을 합니다.
이런 스토리가 마치... Christopher Guest의 [Big Picture]같지 않나요??
그가 새로이 맡은 헐리웃 프로젝트는 바로 [Blade II]였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B 무비의 단골이 되어버린 듯한
웨슬리 스나입스의 파워 액션이 돋보이는 액션물이지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 기예르모 델토로는 아무 생각없이
헐리웃 시스템에 완벽한 적응력을 보여줍니다.
물론 결과도 좋았구요.
하지만 그는 헐리웃 시스템에 적응력을 기꺼이 보여주곤 [Blade III]를 팽개치고 자신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Hellboy]를 찍으로 튕겨 나갑니다.
B 무비에 대한 넘치는 애정과 재능이 흘러 넘치는 [Hellboy]는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물론 저 개인적으론
다소 많이 실망한 영화이긴 했습니다만...(현재 [Hellboy 2]가 프리 프로덕션 중이지요)

[Hellboy] 이후에 내놓은 영화가 바로 [판의 미로]입니다.
전 솔직히 이 영화가 이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난감해하신 분도 많으신 걸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라는게 개인적 취향에 많이 의지하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제 기준에서 이 영화는 정말 제게 2006년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이었습니다.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탐욕과 연민, 애증을 시대적 상황에 완벽하게 대치시키면서

영화적 카타르시스를 그야말로 극대화한 영화가 바로 [판의 미로]라고 생각을 해요.
많은 환타지처럼 이 영화는 동화의 틀을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동화들이 해피 엔딩을 노래하고 갖은 유혹을 하는 존재들을 극복해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죠.
[판의 미로]도 근본적으로는 그와 비슷한 플롯을 가져 갑니다. 판의 유혹은 정말 매혹적이면서도 달콤하니까.
하지만 스페인 내전의 이 엄청난 무게감은 이 영화가 마냥 환타지의 세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일탈을 가만 두지
않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영화는 명확하게 현실과 환타지 사이에 밸런스를 맞추게 되지요.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현실의 짖눌린 무거운 공기와 잔혹함으로 인해 환타지를 체험하고도 바로 현실로
돌아오는 롤러 코스터를 계속 타야만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기예르모 델 토로는 주인공 오필리아의 고민과 두려움을 더욱더 극대화해갑니다.
정말 영리한 영화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
기예르모 델토로는 거의 대부분 촬영을 기예르모 나바로에게 맡깁니다.
이번에 촬영상도 탔지요. 아카데미에서.  단... '외국어 영화상'을 타지 못했는데 이 건 개인적으로 무척 불만입니다.

***
이쯤에서... [판의 미로] 국내 한정판 DVD의 오픈 케이스를 올려 봅니다.
서플은 그럭저럭인데 케이스는 상당히 공들인 흔적이 납니다. 일러스트 북도 좋아요.
아무튼 무척 만족스러운 타이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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