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ighty Wind]
Directed by Christopher Guest
2003 / 91 min / US, PG-13 r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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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기가막히게 재밌는 가짜 다큐멘터리(Mocumentary) 한 편이 있습니다.

전설적인 포크 뮤지션인 어빙 스타인블롬이 죽자 그의 아들 조나단은 아버지를 추모하는
대규모의 추모 콘서트를 준비하게 됩니다.
이 콘서트를 위하여 생전에 어빙 스타인블롬이 총애해 마지않던 메인 스트릿 싱어즈, 뉴 메인 스트릿 싱어즈, 포크맨,

그리고 최고의 포크 듀오였던 미치와 미키등의 출연이 확정되어지고 이들은 속속 모여들어 추모 공연을 각각 준비하게 되지요.

하지만 문제는 미치와 미키의 '미치'(유진 레비)입니다.
미치와 미키는 듀오로서만이 아니라 연인 관계였지만, 심각한 다툼 뒤에 헤어졌고, 미키는 이미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어 있었거든요.

이 영화는 흔히 말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Mocumentary)입니다.
제이미 리 커티스의 남편이기도 한 Christopher Guest 감독의 필모를 잘 살펴보면 96년 [Waiting For Guffman]부터

이러한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차용한 영화들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즐겁고 재밌게 본 영화 중 한편인 [Waiting For Guffman]도 흥미롭지만,

2000년에 발표한 [Best in Show](국내 DVD발매-베스트 쇼)와

2003년작인 [A Mighty Wind] 역시 결코 만만찮은 페이크 다큐멘터리로서의 내공을 지닌 영화랍니다.

사실 Christopher Guest는 케빈 베이컨과 제니퍼 제이슨 리, 그리고 고인이 된 J.T.월쉬 등을 불러 들여 만든 데뷔작 [the Big Picture]를

제외하곤 일반적인 극장편에선 그리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만, 유독 이러한 페이크 다큐멘터리에서는

아마 최고의 재능을 갖고 있는 듯 보입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 해서 레미 벨보의 [Man Bites Dog]같이 사람의 심기가 뒤틀리는 사건을 좇는 형식도 아니고

마치 프레드릭 와이즈먼의 씨네마 베리떼의 전형을 좇는 것처럼 너무나 태연자약하게 시침 뚝떼고 진짜 다큐인양 폼을 잡지요.

(그래서 더 배꼽을 잡게 하지만)

아마도 이러한 영화를 그가 계속 만들어내는 것은 분명, 84년에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롭 라이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This Is Spinal Tap!]의 강력한 영향이 아닐까 생각이 된답니다.

이 영화는 'Spinal Tap'이란 3류 그룹의 좌절과 성공(??)을 다룬, 정말 시치미 뚝...떼고 만든 페이크 다큐거든요.
이 영화가 허구임에도 전개 방식의 진실성이 얼마나 강력했으면, 몇몇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그 해의 다큐멘터리로 선정하려고 추천했을까요.

어쨌든 이 영화에 Christopher Guest가 출연하면서 그 인생에 큰 전기를 마련해 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가 이후로 페이크 다큐의 장르에서 보여주는 비범함이 이를 증명하고 있거든요.

제가 본 가장 재밌는 Mocumentary인 [Waiting For Guffman]은 한 지방도시의 뮤지컬을 진행하면서

현존하는 최고의 뮤지컬 디렉터인 Guffman이 온다는 소식에 들떠 열성적으로 준비하는, 어찌보면 좀 어리버리한 마을 주민들의

진한 열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Best in Show]에선 도그쇼라는 우리에겐 좀 생소한 소재를 들고 역시 사람 냄새나고 좀 어리버리한

캐릭터들이 자신의 일상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에서 웃음과 유머를 찾아내는 것이죠.
그런데 이 영화 [A Mighty Wind]는 크게 보면 이러한 전작의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여 집니다만

또다른 커다란 축의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그건 바로 '미치와 미키'라는 캐릭터죠.

미치와 미키라는 캐릭터는 제법 이 영화에 볼륨감을 주고, 영화를 조금 더 윤택한 드라마로 완성시키도록 도와 준답니다.
유진 레비와 캐서린 오하라가 만들어낸 이 놀라운 과거 최고의 포크듀오는 그 자체로서 충분히 독립적인 플롯을 갖고

어빙 스타인블롬 추모 콘서트의 가장 중요한 극적 요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전의 Christopher Guest의 작품들 역시 주축이 되는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참여시키면서 극적 요소를 배가시킨 점에는

다를 바가 없지만, 이 영화에선 미치와 미키라는 존재는 단순히 극적 요소를 배가시킨 것에 지나지 않고,

영화를 감정적으로 대단히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는 거에요.

덕분에 이 영화가 들려주는 포크 선율은 단순히 우스꽝스러운 과거의 포크 음악이나 꼰대들의
향수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유쾌한 유머와 함께 전달되는 정겹고 애틋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방법론의 발전은 Christopher Guest가 앞으로 이와같은 페이크 다큐를 더 찍을 지는 모르지만,

진부하거나 전작을 마냥 답습하지만은 아닐 것이란 기대도 갖게 해줍니다.
왜냐하면, 막연하게 의사다큐의 형식을 빌어 소재를 장난치거나 우스개 거리로 만들지만은 아닐 것이란 확신을 갖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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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옥같은 포크 송은 모두 창작곡입니다.
잘 아시듯 Christopher Guest의 영화적 지기인 미치로 분한 Eugene Levy, 감독인 자신,

그리고 과거 'We Are the World' 앨범에도 노래로 참여했던 전력이 있는 배우 캐서린 오하라...등이 직접 작곡한 노래들이지요.
Folksmen과 Main Street Singers는 실제로 있는 그룹이냐고요?
그건 아니랍니다. 이들은 일종의 프로젝트 그룹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캐서린 오하라와 유진 레비는 정말 기가막힌 최고의 포크 듀오를 재현하는 느낌을 줍니다.
캐서린 오하라의 노래 실력에 전 상당히 놀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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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국내에 DVD로 출시가 되었습니다. 저역시 국내 출시본으로 갖고 있는 거랍니다.
하지만 거의 팔리질 않았다고 하네요.
그리고 제 기억으론 과거에 이미 WAF에서도 이 영화가 릴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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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레비와 캐서린 오하라...등은 Christopher Guest의 세편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에 모두 출연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진 레비는 각본도 Christopher Guest와 늘 함께 쓰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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