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Nelson] directed by Ryan Fleck
2006 / US / 106 min

3월 1일 영화 세편을 봤군요.
속이 안좋아서 어디 나갈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이 좋은 날... 원없이 영화만 보고 있습니다.
조금 전 [Half Nelson]을 봤습니다. 해외에서 상당히 평이 좋았던 영화이고, 영화의 완성도에 비해 상영관을
잡지 못해 고작 5만불...정도의 수익을 올리는데 그쳤다는 그 영화죠.
무엇보다 Ryan Gosling의 명연도 얘기가 많이 회자 되었습니다.
이 영화로 Ryan Gosling은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죠. 물론 상은 Forest Whitaker가 탔지만요.

브룩클린의 흑인 슬럼가의 학교 역사 선생님을 맡고 있는 주인공 던은 학생들에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교육을
시키는 훌륭한 선생님이지만 밤에는 싸구려 마약과 술에 취해 나뒹구는 상반된 생활을 위태롭게 이어나갑니다.
어느날 우연히 그는 이러한 모습을 제자인 흑인 소녀 드레이에게 들키게 되고, 드레이는 던의 삶 속에 묘한 파장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Ryan Fleck이 2004년 만들었던 19분짜리 단편 [Gowanus Brooklyn]이라는 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입니다.

단편에서 선생님의 뒤를 캐는 제자의 모습을 담았다면 이 장편에선 서로가 서로에게 교감을
던지면서 위태한 삶 속의 실날같은 희망 한 올...붙잡는 의지로 서게 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던은 이상주의적이면서도 무기력합니다. 그의 책장에 꽂힌 책들도 이를 대변하고, 그는 대립을 통한 화해와
이상을 갈구하면서 이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 자신 역시 즐겨 하는 이야기를 '변증법'이라고 툭툭 던지곤 합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이상적 사고와 달리 단 한 명의 사람조차 변화시킬 수 없는 무력한 지식인의 절망과 좌절을 보여줍니다.

조금도 무겁고 어두우며 힘겨운 공기를 걷어 낼 기운조차 없는, 자신의 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싸구려 마약의 힘을 빌면서,

타인과의 관계가 깊어지고 상처받길 두려워하는 미약한 존재임에 스스로 절망할 뿐입니다 .
그런 던의 손을 잡고 일으켜주는 13세 소녀 드레이도 마찬가지죠.
그녀는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고민과 판단을 스스로 해야만 합니다.

영화의 중간중간 던은 부시의 정책을 비판하지만 의도적으로 대단히 공허한 울림처럼 스쳐 갑니다.
그건 수많은 지식인들이 수많은 투쟁의 역사를 거쳐 일궈왔다고 자부하는 미국이 사실은 추잡하고 더러운
음모와 오욕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고(실제로 아이들이 영화 중간에 실제 미국의 역사를 얘기하는 장면이 나오죠),
이로 인해 그 수많은 지식인들이 그릇된 이데올로기에 조금도 저항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듯한
패배감과 좌절감이 아주 깊이 베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치유하는 것이 얼마나 길고 지리하며, 아프고 통속적이기까지 한 가도 동시에 드러내고 있죠.

감상 따윈 싹 날려버리는, 끈끈한 엔딩의 여운이 오래도록 적셔지는 영화입니다.
꼭... 한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
라이언 고슬링이야 그렇다치고... 드레이 역의 샤리카 엡스(Shareeka Epps)의 연기도 정말 좋았어요.
이 꼬마는 이 연기로 5개의 연기상을 거머 쥐었습니다.^^

***
이 영화엔 유난히도 Broken Social Scene의 곡들이 많이 흘러 나오더군요.
전 이들의 2002년작을 제일 좋아합니다. 다행히... 2002년작 [You Forgot It in People]에서 두곡이
발췌되었습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Stars and Sons' by Broken Social Scene

 

 

'Shampoo Suicide' by Broken Social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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