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706 홍대 문구샵(stationery shop) '오벌 (OVAL)' → 망원동 소품샵 '817 워크샵 (817 Workshop)' → 서교동 스페인음식점 '빠사라 (PASARA)'
요 며칠동안 두번 방문했던 서교동의 점심 한정 일식집 '아스노카제 (あすの風)'는 저녁 5시부터 스페인 음식점 '빠사라 (PASARA)'가 된다.
물론 공간은 다르다. 아스노카제는 긴 테이블과 4~6명이 앉는 테이블 하나뿐인 옆 공간이고,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이 '빠사라' 공간. 바로 옆 공간이라고 보시면 된다.
아스노카제의 점심이 무척 만족스러워서 저녁 스페인 음식은 어떨까... 궁금해 들렀다.
PASARA (빠사라)
'Esto tambien pasara (이또한 지나가리라)'
쥔장 정세영 주방장께서 업장 이름을 잘못 지었다고...
그래서 너무 휙휙 지나간다고 웃으며 말씀하신 업장명.
혹시라도 가실 분은 반/드/시 사전에 전화 예약을 하고 들르시길 바람.
그냥 들어가셔도 되긴 하는데... 일단 전화를 해보시길.
다섯시 입장.
실제론 이 사진보다 매우... 더 어둡다.
불을 다 킨 건가? 싶을 정도로 어두운 편.
음악 소리도 크지 않아서 편안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술 한잔하기 딱 좋은 듯 싶다.
요즘은... 술 한잔 하려면 어딜 가도 시끄러운 편이라.
와이프 좌측에 보이는 건 드라이에이징 하우스.
하몽이 잘...잘... 익어가고 있다.
와이프가 '여기 있는 사진들, 다 같은 작가 사진같아'라고 했는데...
맞았다.
이날 우리 식사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정세영 주방장님과 얘기하면서 보냈는데,
정세영 주방장님의 본업은 사진작가.
이외에도 우리가 궁금해서 여쭤본 탓에 정세영 주방장님의 일대기를 재밌게 들을 수 있었다.ㅎ
정말 유쾌하게 대해주신 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집 알려주신 노중훈 작가님께도 감사를.
첫번째,
감바스 알 아힐료 (Gambas al AjillO)
이 메뉴가 사실 대중적인 음식이라고 보긴 힘들다는데... 어째 울나라에선 분식집에서도 감바스를 내는 경우가 꽤 있지.
솔직히 말해서 내 한번도 감바스를 제대로 먹은 적이 없다.
스페인은 가본 적도 없으니 현지의 감바스가 어떤지 알 지도 못하고,
울나라에서 몇 번 먹은 감바스는 너/무/나 맛이 없어서 속만 잔뜩 상했던 기억 밖에 없지.
그래서... 주문했다.
다행이야...
완전 맛있어.
처음으로 제대로 먹은 감바스.
다음에 먹게 되면 간은 현지식으로 쎄게 주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감바스 특성상 올리브 오일이 철철 넘쳐 나는데 저걸 막 퍼먹게 된다.
레몬의 상큼함과 버섯, 마늘의 맛이 아주 고급지게 어울린 훌륭한 맛.
거기에 새우머리가 이 음식의 킥...인 것 같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사장님께서 내주신 와인 한잔.
감사합니다.^
두번째,
해물 빠에야 (Paella de Mariscos)
일단 보기에도 맛있어 보인다.
빠에야는 조리법도 상당히 다양하다고 들었는데 해물 빠에야...라면 해안가인 카날루냐 지방의 레시피인 듯 싶다.
저 노릇노릇한 색감은 원래 샤프란으로 인해 나오는 색감이어야하는데 샤프란 가격이 너무 비싸니...
사실 빠에야 가격이 사악한 건 샤프란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알기론 요즘 샤프란 넣는 집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대체로 강황이나 안나토로 대체.
그러고보니 빠사라에서 샤프란을 넣는지는 모르겠네.
원래 빠에야가 엄청 기름진 음식이라는데, 빠사라의 빠에야도 기름지긴 마찬가지지만 타협은 분명히 하신 듯 하다.
실제 주방장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고.
하지만 정말 제대로 맛있게 먹었다.
이 정도 빠에야를 내는 집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게 먹었지.
다 먹은 뒤 우리나라 누릉지같은 '소까라다'를 긁어먹으면 아주... 고소함이 그냥.
세번째,
엔초비 파스타 (Espoqueti Con Anchoas)
처음 입에 넣고 내가 기대한 맛이 아니어서 사실 매우매우 당혹스러웠다.
난 엔초비를 워낙 좋아해서 엔초비 파스타는 올리브오일에 풀어 강불에 면과 함께 확 볶아내는 스타일을 선호하는데,
이 파스타에선 약간 간장이 들어간 듯한 묘한 맛이 나는 거다.
혹시 장을 쓰셨냐고 여줘보니 엔초비를 안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와인에 넣어 끓이셨다고.
아... 우린 그냥 해주셔도 되는데...
물론 우리가 기대한 엔초비 파스타가 아님에도 이 파스타는 상당히 맛있었다.
파스타라기보단 국수에 가깝다고 해야할까?
양도 넉넉하게 주셨는데 먹을 수록 이게 꽤 중독성이 있어서 적지 않은 양이고, 이미 감바스와 빠에야를 먹었음에도 싹싹 비울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맛있게 먹었다는 말이지.
내주신 또르띠아.
소스 올려지지 않은 또르띠아 그 자체가 아주 고소한 것이 훌륭하다.
와인마신 뒤 맥주도 한잔 했는데 이 녀석, 바르셀로나 맥주.
Cerdos Voladores (세르도스 볼라도레스 - 돼지 날다...라는 의미)
이 맥주 엄청나더군.
사실 난 이 녀석이 대동강PA 드래프트 비어보다 좀 더 맘에 드는 것 같다.
대동강PA보다 조금 덜 화사하지만 맛이 상당히 밀도있게 딱... 잡혀주는 것이 완전 훌륭.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맥주병을 집에 들고 왔다.ㅎ
그냥 집에 오기 섭섭해서 리치몬드 제과점 성산본점에 들렀다.
사실... 권형준 대표께서 새로 내시는 치즈 파운드를 먹으려고 간건데... 아뿔사...
치즈 파운드는 홍대점에서만 내고 계시다고.ㅎ
근데 처음 먹어보는 메뉴인 가운데 상단, 앙금빵 바로 아래에 보이는 '상큼 애플 브리오슈'는 진짜... 맛있었다.
완전 상큼하고 적당히 달달한 것이 딱... 여름의 맛이었어.
+
그냥... 전부터 궁금했지만,
한국에서 대자본없이 요리로 돈을 번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일까...싶다.
정세영 주방장은 하루에 한명도 손님이 없는 날도 있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직원을 쓴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고,
설령 직원을 쓰더라도 숙련된 사람을 쓴다는건 더더욱 힘든 일일 것이고,
예측이 되지 않는 운영이라면 식자재를 대량으로 구입할 수가 없으니 매출에서 차지하는 식자재 비용의 파이도 높을 수 밖에 없을 것이며,
갑자기 손님이 들이닥치면 혼자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 그냥 돌려보내야하는 손님들도 있을 것이다.
결국 몸은 축나고... 돈은 벌리지 않고.
과연 이 모든 악숙환을 '요리에 대한 열정'만으로 버틸 수 있을까?
++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이제 다시 출근.
평일의 여유는 이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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