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416  성곡미술관 '독일현대사진 (Presentation/Representation)' → 서촌 한식/사찰음식점/채식식당 '마지 (MAJI)' 육식주의자도 흔쾌히

             → 서교동 '미카야 (Michaya) - 벚꽃빙수!!!!!!!'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3년.

3년 만에 가라앉았던 세월호는 인양되었지만 진실은 여전히 바다 속에 가라 앉아있다.

참담한 심정이다.

떠올리고 생각하면 '감히'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이어서 애써 기사도 혼자 보고, 혼자 읽고 그 누구와도 감정을 나누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수시로 날 짖누르는 답답함은 피할 길이 없다.

우린 언제쯤 이 참혹한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을까.

그 진실을 제대로 들춰낼 순 있을까...




3월 17일 전시 시작된 성곡미술관의 '독일현대사진 (PRESENTATION/REPRESENTATION)' 전시를 다녀왔다.

전시 오픈하자마자 다녀오리라 맘먹었는데... 이제서야 다녀왔다.

 

 

 

 

오랜만에 들르는 성곡미술관.

일요일 오전,

이 끝내주는 전시를 즐기는 분들은 거의... 없었다.

전시관을 통째로 전세낸 듯한 기분.

왜일까?

이토록 훌륭한 사진들을 만난다는게 그리 쉬운 일도 아닐텐데

 

 

 

 

 

 

 

 

성곡 미술관의 전시 역시 우리에겐 늘 관심의 대상.

 

 

 

 

 

 

 

 

꽃이 피고 초록이 푸르른 4월.

이 잔인하리만치 호사로운 날씨를 3년째 맞이하는 세월호 유가족, 실종자 가족, 그리고... 생존자들의 마음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한다.

팽목항에 다시 가고 싶다.

 

 

 

 

 

 

 

 

사진.

여러번 얘기했듯,

한국에서 예술하기 가장 힘든 분야가 '사진'이 아닐까...

너도나도 카메라 하나쯤은 들고 다니던 시절을 넘어,

이젠 고성능의 외피를 뒤집어쓴 스마트폰의 촬영 기능으로 인해 누구에게나 친근해진 사진이라는 매체는 특별한 창작 행위의 매개체로 인식되기 힘들다.

너나할 것 없이 사진을 찍으니 작가의 영역과 취미로 사진을 찍는 이들의 영역이 모호해지고,

고성능의 장비를 손에 쥠으로써 작가의 영역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사진은 늘 '상상'보다 '현실'과 훨씬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자연스럽게 작가가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을 작품을 통해 명징하게 드러내게 된다.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 그대로 실제의 모습을 구현하려는 다양한 시도들도 있겠지만,

사진의 대상이 되는 피사체(그것이 인물이든, 공간이든 무엇이든)에 대한 작가의 깊이는 사진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물론... 나같은 문외한에겐 컨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이 참으로 무리지만.

 

 

 

 

 

 

 

라우렌츠 베르게스 (Laurenz Berges).

탄광촌이었지만 이제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폐허가 된 마을에서 그는 공간에 쌓인 시간을 개념화하여 보여주려는 것 같다.

난 그의 인터뷰 중,

친숙함이 당신 작품에서는 어떻게 작용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 의미있게 느껴졌다.


'나는 촬영 대상이 내게 익숙할 때가 가장 좋다. 그렇지 않다면 장소가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하여 방문한다.

또 같은 장소나 공간을 다른 날, 다른 계절에 찾아가는 것도 좋아한다.

매번 무엇인가 바뀌어 있고, 빛은 언제나 바뀌어 있다.'

 

 

 

 

 

 

 

 

 

 

 

 

 

 

 

 

 

 

 

 

 

우쉬 후버 (Uschi Huber).

이 작품은 카니발을 앞두고 널판지등으로 가게를 보호하며 최소한의 동선만 허락하도록 작업한 거리를 촬영했다.

그러니까,

예외적 상황이 된 공간을 주제로 촬영을 한 것.

 

 

 

 

 

 

 

 

 

 

 

 

 

 

 

 

 

 

 

 

 

 

가장 인상적이었던 비프케 뢰퍼 (Wiebke Loeper)의 작품들.

그는 1854년 선박 사환의 신분으로 배를 타고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난 칼 모글린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글린은 금을 발견해 부를 쌓은 후 미혼인 누이들을 오스트레일리아로 데려왔으며 정기적으로 고향에 편지와 선물을 보내며 유대감을 지켜나갔다.

뢰퍼는 모글린의 편지에 대한 가상의 회신인 컬러사진에서 독일 북부의 항구도시 비스마르의 현재와 통일의 정치적 과정이 가져온 변화를 알린다 - 성곡미술관 전시설명 인용.

 

 

 

 

 

 

 

전혀 아무 연관도 없을 법도 한 이 세개의 연작이 왜 이렇게 눈길을 잡아 끄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작품들은 정말... 갖고 싶었다.

 

 

 

 

 

 

 

사진작가는 늘 보이는 것 이면의 무언가를 담아내길 원한다.

비프케 뢰퍼의 컬러사진들을 보면 단언할 수 없지만 희미하게 연상되는 정치적 메시지를 거부할 수 없다.

 

 

 

 

 

 

카린 가이거 (Karin Geiger)

 

 

 

 

 

 

 

 

카린 가이거의 사진은 도시 근교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에 담긴 이 모습들이 연출된 것인지 우연한 상황을 포착한 것인지 모호하다.

 

 

 

 

 

 

 

 

 

 

 

 

 

 

 

 

 

 

 

 

 

클라우스 괴디케 (Claus Goedicke)

 

 

 

 

 

 

 

 

 

 

 

 

 

 

그리고...

 

 

하이디 슈페커 (Heidi Specker) 

 

 

 

 

 

 

 

 

하이디 슈페커는 토마스 만(Thomas Mann)의 '마의 산 (Magic Mountain)'을 읽고 다보스를 여행할 생각을 했단다.

작품 속에서 의도적으로 내러티브를 갖고 시작하기로 한 그녀는 엘시(Elsi)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알프스의 모습을 담아냈다.


 

 

 

 

 

 

 

엘시라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사진과 쓸쓸해보이기까지하는 알프스의 정경은 하나의 일관된 흐름을 갖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준다.

 

 

 

 

 

 

 

 

 

 

 

비프케 뢰퍼의 작품과 함께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들.

 

 

 

 

 

 

 

 

 

 

 

 

 

 

 

 

 

 

 

 

 

니콜라 마이츠너 (Nicola Meitzner)

수년간 아시아의 대도시에서 정기적으로 작업해왔단다.

작품을 배열한 방식 역시 대도시를 상징하는 듯 하다.

 

 

 

 

 

 

 

 

 

 

 

 

 

 

 

 

 

 

 

 

 

 

 

 

 

 

 

 

 

 

 

 

 

 

 

 

그리고 꽤 익숙한 이름, 마티아스 코흐 (Matthias Koch)

이 작품은 2006년작으로 '1944년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해안'이란 작품.


코흐는 자신의 사진을 통해 역사적 공간과 선택한 대상들이 시골이나 도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자리잡았는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 성곡미술관 전시설명 인용.

결과적으로 코흐는 국가적 상징물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는 듯 한데,

이는 비프케 뢰퍼가 하나가 다른 것으로부터 자라나는 것을 더이상 허용하지 않는 블랙홀에 대해 얘기하는 방식과 대척점에 선 듯 하면서도 묘한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 독일항공부,

현재는 연방재정부.

 

 

 

 

 

 

 

알브레히트 푹스 (Albrecht Fuchs).

예술가들의 초상 사진으로 유명해진 그.

이 사진은 바로... 레이먼드 페티본 (Raymond Pettibon)

 

 

 

 

 

사진 속 인물은 다니엘 리히터 (Daniel Richter).





+

무척 인상적인 전시였는데,

신관까지 전시가 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

도록을 구입했는데

도록의 품질이 매우... 훌륭하다.

알고보니 국내 제작된 작품집이 아니라 독일에서 제작된 작품집.

이 전시 자체가 세계 순회전이다보니 공통된 작품집을 배포하는 것 같다.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집이니 가능하면 구입하셔도 후회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아... 표지가 비프케 뢰퍼 (Wibke Loeper)의 작품.

 

 

 

 

 

 

 

 

 

 

 

 

 

 

작품집이 영문이어서 그런지 대략의 전시 내용을 담은 한글 인쇄물을 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