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봤다.
민성이도 같이 가서 좋은 자리에 앉아서 나란히~ 봤다.
내가 도대체 뭘 기대한 건지 의아하지만, 기대한 만큼의 재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척 만족스럽게 봤다.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들이 과연 관객들에게 녹녹히 먹혀 들어갈 것인지는 보고 난 후 조금 의아하기도 했지만...
이 영화의 언더텍스트에 대해 너무나 많은 매체에서 이미 회자될 만큼 회자된 지라
어찌보면 의도된 대로 내가 감상을 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ㅋㅋ

그런데...
동호회나 여기저기 돌아보면 '박해일이 통신사를 빠져나오는 장면에서 너무 긴박감이 없다'
느니... '마지막 옐로우 에이전트가 넘 허접해보인다'느니... 이런 의견들이 종종 눈에 띄더라.
이런 글들을 보면서 아... 이렇게 길들여지는 것이 무섭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가 적정한 규모 이상의 영화를 대할 때 이젠 무조건 헐리웃의 블럭버스터들을 단순하게 스케일의 의미에서

비교 잣대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 블럭버스터들이 함유한 내적인 시나리오나 플롯의 구성까지 갖다대는구나...
그렇게따지면 온전한 블럭버스터의 모습을 갖추지 않은 이 [괴물]이란 영화가 기대를 배반 하는 영화가 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비교 자체가 못마땅하지만 말이다.

정작 내가 아쉬웠던 것은,
결정적 한 방...이었다.
사랑스러운 에피소드와 탄탄한 드라마를 갖고 있음에도 궁극에 내 가슴을 완전히 후려쳐버릴 결정적 한 방...이 없었다는게 아쉬웠을 뿐이다.
내가 말하는 결정적 한 방이란... 스케일로 날 밀어부쳐버릴 그런 것이 아니라,
시종일관 산만하고 어리숙한 진행으로 기우뚱거리다가 마지막 플라잉~씬으로 날 완전히 맛가게 만들어버린

[Survive Style 5+]나, 잔잔한 내러티브를 전혀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마지막에 완전히 코끝과 가슴을 후벼파는

할아버지의 드로잉스케치가 나오는 [녹차의 맛] 같은 드라마로서의 한 방... 말이다.
난 다른 감독은 몰라도 이 한 방...을 봉준호에게는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박찬욱과 봉준호의 신작 프로젝트의 베일이 벗겨진 지금...
이 한방을 정말 기대하고 싶다. 무리일까나...
누구나 좀 해주라.
김지운 감독도 좋고, 누구든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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