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의 12년만의 신작 <립반윙클의 신부/リップヴァンウィンクルの花嫁>을 보러 이화여자대학교 ECC 내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 (ART HOUSE MOMO)에 왔다.

아침 일찍... 서둘러 나왔다.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영화를 보면 4시간 2,000원 주차권을 주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

영화보고 나오면서 주차요금 찍힌 걸 봤더니 6,200원이더만...

 

 

 

 

이화여대의 본관시위는 오늘로 73일째.

이 얘기는 조금 아래에 하기로 하고.


일찍 도착해서 ECC도 한번 둘러보고 학교 앞 포장마차에서 오뎅과 튀김도 먹고.

 

 

 

 

 

 

 

 

거의... 백만년만의 이대 방문.

 

 

 

 

 

 

 

 

이화여대의 상징이 된 ECC.

도미니크 페로의 작품.

이해가 안가는게... 여기가 어째서 중국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가 되었냐는거.

 

 

 

 

 

 

 

 

그럴싸한 건물은 그 공간의 역사성과 개연성과 무관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럴싸...한 명분을 얻는다.

이런 건물들이 결국은 논쟁이 되던 공간의 역사성을 넘어서서 그 공간의 상징이 되는거지.

청계천이 그랬고 DDP가 그랬다.

청계천 공사 이전, DDP 건축 이전... 각계에서 이 공사들에 대해 그토록 비판적이었으나 정작 사업이 완공되고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 이후엔 평가가 바뀌지 않았나.

늘 이런 식이다.

차피 욕먹어도 일단 짓고나면 사람들이 다 좋아하게 되어있다는 심리를 뻔히 알고 있으니 대규모 토건사업이 정략적으로 이용되고 소모되는 면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ECC 얘기하면서 뭐 이런 얘기까지 하나 싶지만... 이 으리으리한 건축물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어서.

학생들이 왜 길고 긴 시위 대오를 유지하고 있는지 정말 이화여대 총장은 알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대학교가 기업의 놀이터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럴싸한 신관, 그럴싸한 기숙사, 편의를 위해 마련되었다는 각종 브랜드 카페, 은행, 편의점, 음식점.

모든게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들어섰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정작 기숙사 비용은 한없이 치솟고, 등록금은 그야말로 밑도 끝도 없이 계속 오를까.

왜 이 정부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했다고 떠벌이면서 학생들에겐 자신이 얼마나 가난한지를 증명하라고, 그러면 차등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하는거지?

 

 

 

 

 

 

 

 

날씨가 갑자기 싸늘해져서 한기까지 느껴진 일요일 오전.

ECC를 활보하는 이들은 거의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들.

 

 

 

 

 

 

 

 

사실... 그럴싸해보이는 ECC 건물을 보고 내부로 들어갔을 때 난 이 공간이 이케아 쇼룸같다는 생각도...-_-;;;

너무 고깝게 보는 것일 수 있으나 이해해주시길.

뭔가 황량함마저 느껴졌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우리도 중국인 관광객 코스프레를 해볼까?

 

 

 

 

 

 

 

 

 

 

 

 

 

 

 

빙글 한바퀴 돌고.

 

 

 

 

 

 

 

 

다시 건물 내부로.

아트하우스 모모는 3번 게이트 쪽에 위치해있다.

 

 

 

 

 

 

 

 

이화인들의 시위를 페이스북에도 밝혔듯, 난 지지한다.

이들의 지위가 단순히 자격없이 이대에서 공부하지 말라는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떠들어대는 수꼴 언론의 토끼 몰이를 난 경멸한다.

다만,

학교 곳곳에 붙어있는,


'우리는 어떠한 정치적 외부 세력과도 무관합니다'


라는 문구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왜 그런 말을 이렇게 강조하는지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씁쓸했다. 여러... 생각이 들었고.

 

 

 

 

 

 

 

 

바람불던 날.

 

 

 

 

 

 

 

 

 

 

 

 

 

 

 

 

 

 

 

 

 

 

아트하우스 모모로.

 

 

 

 

 

 

 

 

이와이 슌지의 12년만의 신작, <립반윙클의 신부 / リップヴァンウィンクルの花嫁>.

 

 

 

 

 

 

 

 

파라부트 미카엘 마룬 (Paraboot Michael Marron)

 

 

 

 

 

 

 

 

40대 중반이 되어가는 와이프,

이제 얼굴에서 나이가 보인다.



*

이와이 슌지의 <립반윙클의 신부>는 내겐 2시간의 러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몰입감을 줬다.

대단히 쓸쓸하더라.

그 한없이 쓸쓸한 이야기를 남겨두고 마지막에 보란듯이 웃으라고 만든 장면.

아무도 웃지 않더라. 당혹스러웠을 지도 몰라.


이 영화는 간단하게 감상을 적어야할 것 같다.



**

아트하우스 모모는 좌석간 거리가 상당히 좁은 편이었다.

나와 같은 슈퍼 숏다리도 다리를 편하게 펼 수가 없다.

사운드도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트 씨어터, 인디 씨어터답게 영화 시작되면 출입이 제한되는 점,

그... 지긋지긋한 기업광고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

팝콘 먹는 소리, 콜라 빨대로 쭉쭉 빠는 소리 듣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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