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다니구치 지로의 '도련님의 시대'를 읽었다. 생각이 많아지고... 할 말도 많아지는 책이더라. 비록 아직 1권 밖에 읽지 못했지만 말이지.
타인의 평가가 내 잣대가 될 순 없으나 왜 이 책을 걸작이라고 말하는지는 단번에 알겠더라.


안중근 의사에 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는 건 알았는데 이렇게 비중있을 줄은 몰랐고, 그 에피소드 또한 적잖이 충격적이어서 놀랐다.
5권까지 다 읽으면 꼭... 생각을 정리해봐야지.

 

 

 

 

 

<도련님의 시대>를 본 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었다. 워낙 내용 자체가 재밌어서 단숨에 읽어나갔는데 그러다보니... 배가 고파졌다.
늦잠을 자고 싶어하는 와이프를 온갖 짓으로 괴롭혀 결국 깨워버린 후 씻고 집을 나왔다.
토요일, 막히는 서울로 들어갈 맘은 없으니 집에서 2km도 떨어지지 않은, 그럼에도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중식당을 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집에서 가까운 곳이니 차는 두고 걸어서 슬슬 다녀오기로.

 

 

 

 

 

 

그런데... 겁나 덥다.-_-;;; 아 덥다.
뭐냐 4월 초의 이 지치는 듯한 더위는.


아무튼 부평시장을 지나 걸어가면 인천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는 중식당 '복화루'가 나온다.
그 전에...
이 사진을 보면 오래된 옛 시장통이라고 해도 믿지 않을까?

 

 

 

 

 

 

 

 

복화루는 부평시장 안에 위치해있다.
당연히 주차도 불가능하다.

 

 

 

 

 

 

 

 

 

 

 

 

 

 

난 처음 가는 중식당에 가면 늘 볶음밥을 주문한다.
복화루의 볶음밥은 평범하다.
계란후라이도 바싹 튀겨내듯 내는 곳과는 다르게 순하게 올렸다. 가운데를 터뜨리면 노른자가 흘러내리는.
평범하다지만 아쉬울 건 그닥 없다.
다만 한가지. 먹다보니 생각보다 기름이 많이 느껴지더라.
그리고 볶음밥의 간 자체는 정말 강하지 않은데 이상하게 자꾸 입안에서 짠 맛이 느껴져 왜 그렇지?란 생각을 했는데 같이 나온 짬뽕 국물이 짜다.(난 볶음밥엔 계란국!이라고 늘 주장하는 사람인데...ㅎㅎㅎ) 저 짬뽕 국물이 처음 입에 들어가면 그닥 짜게 느껴지지 않는데 뒷맛이 짜다.

 

 

 

 

 

 

 

와이프가 주문한 간짜장.
이 간짜장은 진심 맛있었다.
양도 든든하거니와 춘장에서 올라오는 독특한, 거부감들지 않는 고소함과 감칠맛이 정말 좋더라.
이 정도 간짜장이면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생각이 날 것 같아.

 

 

 

 

 

 

 

군만두.
군만두를 직접 만드시나보다.
서비스로 주는 군만두와는 많이 다르다.

 

 

 

 

 

 

 

 

피를 두껍게 빚어 살짝 튀겨내시는 듯 하다.
기름에 푹 담근게 아니라 볶듯이 튀겨냈다고 해야하나?(뭔 소리야...)
만두소도 든실하고 다 좋다.
다만... 만두소에 육즙이 거의 없어 조금 퍽퍽하게 느껴지긴 하더라.
그래도 좋아!ㅎ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하고 나왔다.
식사 도중에 복화루의 사장님, 아들분과 인근에서 상점을 하시는 손님의 대화를 들었다.
부평시장 끝, 대로변 쪽의 샘소나이트 매장에 빵집이 들어오는데 월세가 500이란다.  서울의 괜찮은 자리도 아니고 시장통 끝의 대로변이라고 해봐야 한달에 월세 500을 낼 정도의 빵을 팔기란 결코 쉽지 않을거다.
복화루 사장님 모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손님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다.
그 중 한분이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
'건물주가 돈이 정말 많아서 이 돈주고 들어오라면 들어오고 말라면 말라는 식이에요'라고.


건물주가 돈이 많으니 욕심을 적당히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더 돈독이 오른단다.
씁쓸하다.
젠트리피케이션과 관계없는 욕심의 결과일 뿐인 이런 현상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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