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출근해서 일을 하면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집에선 어머님 앞이라 참아왔던 감정이 회사에서 터져 버렸다.
결국 점심시간 이후에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화요일엔 동생의 금융조회, 휴대폰 패턴 해제, 통신사 통화기록 조회등등을 하며 하루를 보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명현이가 떠나기 전의 여러 상황등을 어느 정도 혼자... 알게 되었다.
명현이가 얼마나 여리고, 착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힘들고 아팠는지를 하나하나 알게 되었다.
형으로서 너무나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화요일이 되어서야 동생 휴대폰 잠금해제를 한 뒤, 평소에 명현이가 정말 친하게 지냈던 친구, 선후배와 연락을 하게 되었고 그들과 함께... 울었다.
그리고 명현이가 다른 세상으로 떠난 사실을 알고 난 후 명현이 휴대폰으로 길고 긴 글들을 남겨준 따뜻한 이들의 카톡 메시지등을 봤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정말 힘들더라.
수요일에도 도무지 회사에 나갈 자신이 없었다.
상심에 빠져 계신 어머님을 모시고 어디든 나가고 싶었다.
명현이에게 가고 싶었으나 명현이가 묻혀 있는 곳을 가면 닥쳐올 감정의 무게를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어머님 모시고 나왔다.
과연 전시는 과연 볼 수 있을까...싶은 생각을 했지만 겉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전시를 보겠다는 핑계로.
그리고 점심은 어머님 좋아하시는 청진옥에서 해장국사드릴 생각으로.
그런데...
양화대교 건널 때 쯤 되니 어머님 좋아하시는 스시를 사드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어머님께 스시효 가시죠...라고 말씀드렸더니 비싸다고 싫다하시더라.
하지만 이미 내 맘은 굳어진 상태라 와이프가 바로 전화걸어 예약하고 행선지를 광화문 스시효로 틀었다.
결과적으로 정말... 잘 왔다.
요즘 통 식사를 못하시던 어머님께서 그나마 이곳에선 좀 드셨다.
우동만 남기셨을 뿐.
스시효. (sushihyo)
안효주 선생님의 스시야.
오랜만이다... 정말...
광화문점은 두번째.
오픈은 오전 11시 40분.
우린 오픈 시간되자마자 들어감.
예약을 늦게 하는 바람에 main 홀도 아니고. 안쪽 홀.
뭐 어때.
내... 늘 절감해왔지만 와이프는 진심 아름답고 착한 사람이다.
요즘 식사도 잘 못하시고...
그래도 정말 좋아하시는 스시집에 오셔서 그나마 좀 드셨다.
보람이 있더라.
지라시 정식을 먹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오랜만이니 그냥 스시A 코스로.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인 전채.
첫번째 스시 플레이트.
반갑구나, 스시야.
참치뱃살, 아부리한 가리비, 성게알...등등.
뭐 말이 필요할까.
맛의 질이 완전히 상향평준화되어있는 곳.
다만 성게알은 입에서 터지는 맛이라기보단 지나치게 부드러운 맛이란 생각이 들더라.
내가 뭘 몰라서 하는 소리.
기가막힌 맑은 국.
아... 이거 정말 좋더라.
질좋은 굴, 드릎, 송이버섯에 유자청.
코끝이 기분좋게 킁킁...거리게 되는 기가막힌 향.
계절요리로 나온 '삼치구이'.
내... 많은 생선요리를 먹어봤지만,
스시효의 삼치구이 레벨은 보통이 아니다.
이렇게 기름지고 쫀득하면서 부드러운 삼치구이라니.
놀라운 맛이다.
그리고 일종의 셔벗 역할을 하는 초회.
롯뽄기의 아카사카 탄테이에서 먹었던 그것과 비슷하게 상큼한 맛.
그리고 두번째 플레이트.
저... 왼쪽의 갑오징어.
두툼하면서 저렇게 크리미하기까지한 갑오징어라니.-_-;;;
이곳의 장어스시야 뭐 그 부드럽고 감칠맛을 잘 알고 있지만... 저 전복.
질좋은 소금이 올려진 저 기가막힌 전복...
폭신폭신하면서도 탱탱하다.
그리고 제첩으로 맛을 낸 미소.
뭐... 기가막히지.
그리고...
가츠오부시향이 장난이 아닌,
면의 식감이 상당했던 아주 만족스러운 우동.
클리어.
마지막으로 아주... 땡기는 맛이 일품인, 뒷맛이 깔끔한 아이스크림.
잘 먹고 나왔다.
어머님께서도 정말 간만에 맛있게 드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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