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길의 퓨전 일식집 '티즘 (Teaism)'을 기억하는 분이 계실거다.
음식의 퀄리티도 높고 분위기도 매우 편안해서 우리가 종종 찾아 갔던 곳이고, 

특히 리움 미술관의 어린이 프로그램이 있는 여름/겨울 방학때면 어김없이 들르곤 하던 곳이다.
우리 민성이가 정말 좋아했던 곳.
하지만 갑자기 '물동이'라는 한식집으로 바뀌어서(물론 '물동이'의 음식에 대한 만족도는 대단히 높다) 우리의 아쉬움은 보통이 아니었고, 

종종 이 근처를 지나갈 때면 민성이가 티즘 얘기를 하곤 했었다.
그때 티즘에서 언제나 여유로운 웃음으로 단골 축에도 못끼는 우리 식구를 환하게 반겨준 매니저 분이 우린 아주 기억에 남았었다.

얼마전 이제 더이상 글을 올리지 않는 네이버 블로그의 안부게시판에 놀랍게도 티즘에서 매니저로 계시던 이미희 매니저님께서 글을 남겨주셨는데, 

역삼동의 프렌치 비스트로 '쉐 조세피나 (Chez Josephina)'에서 일을 하게 되었으며 언제 시간이 되면 들러달라는, 대충 홍보성으로 올린 글이 아니라 

정말 장문의 글을, 민성이에 대한 모습까지 소소하게 기억해 적어주신 진심의 글을 읽고 한 번 가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마침 좀전에 올렸다시피 

'만년필 구입'이 자신의 가장 큰 바램이었던 민성군이 스스로의 돈으로 만년필을 구입하겠다고 

역삼동의 '베스트펜' 오프라인 매장에 오게 되어 겸사겸사 쉐 조세피나에도 들렀다.
물론 하루 전 예약은 전화로 했었고.






아주빌딩(LG아트센터가 있는 빌딩 옆. 그러니까 역삼역과 그냥 붙어있다) 2층에 위치.
2층에 위치해있지만 정문 로비로 들어가면 반계단만 올라가면 입구다.
그리고 아주빌딩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쉐 조세피나' 발렛이 있으므로 이용하셔도 좋다. 2,000원.









입구가 환하고 예쁘다.









아주빌딩에 있는 이유가 있다.
아주그룹에서 운영하는 음식점.
아주그룹은 서교호텔도 운영하고 있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아주 편안하고 예쁘다.
정말 편안한 프렌치 레스토랑 딱 그 분위기.












우리는 12시도 되기 전에 도착.
당연히 손님이 없다.ㅎㅎㅎ
하지만 먹다보니 손님들이 여럿 들어오시더라.
미리 말하지만, 이곳은 아마도 직장인들에게 열렬히 사랑받는 곳이 될 가능성이 크다.
메뉴의 구성도 그렇고, 쾌적하고 아늑한 공간도 그렇고.









우린 먼저...ㅎㅎㅎ
베스트펜에서 구입한 민성이의 물건들을 주르르 한번 꺼내서 사진도 찍고 봤다.
물론 식당 내에서 사진촬영이 되는지 먼저 여쭤봤고.











메뉴판.
단품 식사가 가능하고, 코스도 가능하다.
코스는 38,000원, 50,000원, 80,000원 코스가 있는데 단품 메뉴를 조합한 거라 생각하면 된다.










좌측이 50,000원 코스, 우측이 80,000원 코스.









하지만 개인적으로 코스보다는 단품으로 잘 조합해서 드시는게 어떨까 싶다.
아니면 '쉐 조세피나 시그니처 스테이크 코스'(29,000원 /VAT 별도)를 주문하고, 애피타이저로 다른 단품들을 주문하는 것도 좋다.
쉐 조세피나 시그니처 스테이크 코스에는 기본적으로 '가든 샐러드, 등심과 안심 중 선택(170g), 커피'가 나오므로 구성도 좋고 뭣보다 양도 아주 괜찮다.
우린 그래서...
셋 다 '쉐 조세피나 시그니처 스테이크 코스'를 각각 주문했고 여기에 '에스까르고'와 '어니언 수프'를 하나씩 추가했다.









식전빵.
빵이 너무 맛있어서 정말... 잔뜩 먹었다. 버터는 직접 만든건데 블루치즈와 허브를 곁들여 정말 풍미가 진하다.
빵을 직접 만드는지 궁금했는데 서교호텔쪽 베이커리에서 반을 만들어 이쪽에 와서 구워낸다고.
근데 서교호텔 베이커리도 이렇게 훌륭한건가? 









민성군은 '달팽이요리'가 있는 곳에선 반드시 달팽이 요리를 먹는다.
이건 나나 aipharos님이 먹는게 아니라 순전히 민성이가 먹는거.
이곳의 달팽이 요리는 '더 레스토랑'이나 '차우기'등과는 또 다르다. 올리브오일에 버섯을 올려서 깊은 풍미를 잘 살려냈는데 역시나... 민성이 눈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운다.









대박은 이 어니언 수프. 
(아무래도 우리에겐 좀 넉넉하게 양을 주신 것 같긴 하다)
레스쁘아의 어니언 수프, 욘트빌의 어니언 수프를 눌러버리는 어니언 수프.(개인적인 취향이다)
지나치게 걸죽하지 않고, 오랜 시간 끓이고 식히고를 반복해서 내온 깊은 맛이 아주 일품이다.
꼭 드셔보시라. 









완전 사랑스러워. 어니언 스프.









'쉐 조세피나 시그니처 스테이크 코스'엔 가든 샐러드가 기본으로 나온다.
질좋은 올리브 오일에 비네거가 좀 강한 소스. 이게 아주 상큼하고 뭣보다 야채의 선도가 아주 좋다.









내가 선택한 안심 스테이크.
가니쉬가 프라이드만이라고 우습게 보지 마시라.
저 프라이드의 완성도도 좋지만, 저 스테이크... 두께도 아주 좋고 양도 나쁘지 않다. 
적어 보일 수 있겠지만 그건 저 접시가 너무 커서 문제라는거.ㅎㅎㅎ









미디움 레어인데 약간 언더쿡. 하지만 전혀 문제가 안된다.
도대체 어떻게 숙성을 시킨건지 모르겠는데 육즙이 거의 없는데 너무나 부드럽고 식감이 좋다. 
소스를 전혀 찍지 않아도 충분히 맛을 느낄 수 있고.









대박이었던 등심...
불맛 제대로에 기가막힌 식감과 입에 감기는 최고의 맛을 선사한다.
이 정도 등심을 이 가격에 먹다니. 그것도 강남에서.ㅎㅎㅎ 
안심도 좋지만 등심은 거의 환상이다.

아... 이곳에 와규 코스가 있는데, 와규는 물론 기본적으로 맛은 있는데 아무래도 한우로 대체될 것 같단다.

그리고 또하나 이 스테이크는 그냥 아무것도 안찍어 먹어도 좋지만...









곁들여지는 이 소스가 보통이 아니라는거.
좌측은 페퍼소스에 크리미한 느낌을 좀 준 것이고, 우측은 홀그레인을 올리브오일등과 함께 섞었다.
개인적으로 스테이크는 그냥 좋은 소금에 찍어먹는게 최고이고, 홀그레인은 너무 강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올리브 오일, 

그리고 알 수 없는 다른 재료와 섞으니 고기의 맛을 누르지도 않고 풍미를 잘 살려주는 느낌이 들더라. 
아... 정말 좋더만.









커피.
라꼼마의 커피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진하고 무게감있다. 좋아좋아.









서비스로 내주신 크레페.

너무나 부드럽고 기본에 충실한 크레페라 먹다가 이미희 매니저님께 여쭤봤다. 도대체 쉐프가 어디 계시던 분이냐고.

예전에 '화수목' 전성기 때 계시던 분이라는데 보통 내공이 아니신 듯.
물론, 우리가 파인 다이닝에서 보던 놀랍도록 창의적인 메뉴는 이곳에 없다.
하지만 '쉐 조세피나'는 분명히 컨셉이 다른 곳이다. 충실한 맛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이 담긴 곳이고, 실제로 음식의 맛과 가격에서 그 컨셉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정도로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떠한 메뉴로 변화를 줄 지가 관건이 되겠지만, 위치도 그렇고 아마도 앞으로 직장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을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
토요일 점심엔 브런치가 있다.
그리고 점심때는 프랑스식 덮밥도 메뉴로 나오던데 정말... 궁금하다. 한 번 먹어보고 싶어.
직장인들을 위한 메뉴같던데 가격도 15,000원.
한끼 식사로 과한 가격이지만 매일 똑같은 점심에 질린 분이라면 도전하실 만 할 듯.

**
가면 이미희 매니저님 외에도 중년의 프랑스인 스텝이 계시다.
이 분은 '다니엘'이란 분인데 예전 '비손'에 계시던 분.
'비손'과 '티즘'이 같은 계열이었던 터라 이미희 매니저님과 함께 이곳으로 오신 듯.

***
이미희 매니저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놀랍게도... 이미희 매니저님은 우리 동네 이웃분이시라는...
아마 걸어서 10분 안에 위치해 있는 곳에 사시는 듯.
얼마나 웃었는지.ㅎㅎㅎ
그리고 이미희 매니저님, 정말 감사드려요.
오늘 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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