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rce Code/소스 코드]
directed by Duncan Jones
2011 / US
Jake Gyllenhaal, Michelle Monaghan, Vera Farmiga, Jeffrey Wright

[Moon/문]으로 재능을 만방에 떨친 던컨 존스가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들고 돌아왔다.
그 정도 저예산으로 그 정도의 SF 스릴러를 찍어냈으니 헐리웃에서 모셔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어찌어찌하여 이 영화를 보기 며칠 전에 우연찮게 민성군에게 '슈레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를 조금 자세하게 해주었는데
이게 결과적으로 민성군이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도와준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뭐 사실 이걸 몰라도 이 영화를 보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영화 속에서 어느 정도 충분히 설명이 있으니까.

사실 평행우주론을 이야기하지만 이 영화는 그의 전작 [Moon/문]과 그닥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변주하는 것과 다름없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실존하는 제 1현실 속에서 반복되는 삶을 살아야하는 [Moon/문]에서의
설정과 같이 [소스코드]에서도 주인공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되는 [Groundhog Day/사랑의 블랙홀]같은 세상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스스로의 삶을 선택한다는 것이니 말이다.
이이상 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과학적 근거가 얼마나 합리적인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어차피 양자역학이나 이런걸 관심갖고 뒤적거린지 오래되기도 했고.

하지만 이 정도 이야기를 이렇게 쉽고 적당히 설득력을 주면서 짧은 러닝타임 안에 표현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영화 속의 결말에 대한 복선은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신기루 현상과 비슷하고,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상대방에게 느끼는 애정과
연민, 그리고 시간의 반복으로 인한 학습의 효과는 빌 머레이의 [Groundhog Day/사랑의 블랙홀]에서,
시간의 반복 속에서 계속 되는 시행착오는 [Retroactive/레트로액티브]등등에서 낯익은 모습등 사실 [소스코드] 속에는
단지 사망한 자의 뇌 속에 물리적으로 잔재한 8분간의 세상 속으로 다이브하는 것이라는 설정만 다를 뿐 새로운 모습이랄 건 없다.
이런 익숙한 이야기들 속에서 능숙한 솜씨로 인간의 존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평행우주론에 대해서도 설득력있게
이야기하면서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는 건 그가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충분히 갖췄음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실 영화가 대부분은 열차의 객실 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대게 이런 영화들은 일반적인 경우 시선이 높은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공간이 더 협소하게 보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소스코드]는 그들에겐 흔할 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생경한 2층 통근열차를 배경으로 하여 시선이 다소 높아지더라도 그닥 답답하지 않은 느낌도 고스란히 전해주고,
쓸데없이 '감각적인 척'하지 않는, 상대적으로 매우 정적인 촬영을 통해 이 영화가 액션의 코드에서 벗어나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싹틔우는 것에도 소흘히 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비극을 향해 치달아버리는 객실 내의 모습을 이토록 살갑게 그려내는 반면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 베라 파미가가 연기한 '굿윈'이 등장하는 제1현실 세계는 그야말로 칙칙하기 짝이 없다.
주인공이 굿윈을 모니터로 바라보는 그 장면은 마치... [Moon/문]에서 와이프의 영상을 바라보는 모습과도 비슷하지 않나.
이런 의도적인 배치를 통해 이야기가 결말을 향해 가는 동안 관객들은 모두 실오라기같은 희망을 주인공에게 이입시키고
잠시 그 절정의 순간에서의 스틸 프레임에서 말없는 애잔함을 느끼셨을 것 같다.
스릴러 속에서 전달되어오는 자연스러운 드라마적 한 방이라니.

*
잘 아시다시피 던컨 존스는 저 유명한 글램록의 거성 데이빗 보위의 아들이다.

**
미쉘 모나한은 안그래도 아름답다고 생각해왔지만 이 영화에선 유난히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감독은 미쉘 모나한에게 자연광 비스무리한 조명을 던지고 그녀를 적절히 클로즈업해서
단순히 상호작용하는 존재가 아니라 생명을 지닌 존재로 정확히 어필한다.

***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토록 허술한 기폭 장치가 등장하기는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뭐 사실... 폭탄을 설치한 이가 동일 공간에 있을 수도 있으므로 무조건 시그널에 의해서
작동하도록 만들었을 수도 있다 싶긴 하지만... 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결말대로라면 애당초 주인공이 몸을 빌렸던 원래의 그 사람은 어떻게 된거지?

 

 

 

 

 

 

[I Am Number Four/아이 앰 넘버 포]
directed by D.J. Caruso
Alex Pettyfer, Timothy Olyphant, Dianna Agron, Callan McAuliffe, Teresa Palmer
2011 / US


원작을 읽어보질 않았으니 이 영화 속에서 설명하고 있는 설정만 인지할 수 밖에 없다.
로리앤 행성이 모가디언(?)인가에게 멸망한 것 같긴 하고 특별히 능력있는 9명을 수호자와 함께
지구로 피신시켰는데 그 모가디언인들이 이들을 죽이기위해 지구로 와서 '순번에 따라' 차례차례 살해한다.
넘버4인 주인공은 이제 다음 죽을 차례인데 야가...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조금씩 인지하기 시작하고
또 아름다운 여성과 사랑에 빠지면서 더이상 도망가기를 거부하고 모가디언들에게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 대략의 줄거리.
D.J. Caruso가 중박 이상은 치는 감독이지만 이 영화는 사실상 흥행 실패한 터라 앞으로 후속이 이어질 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현재로선 후속작에 대한 언급도 거의 없고.-_-;;;
전형적인 [Twilight/트와일라잇]류의 영화인데 솔직히 말하면... TV 드라마 러닝타임만 좀 늘렸을 법한
[트와일라잇]에 조금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에 비해 그나마 이 영화는 재밌게 봤다.
물론... 당췌 납득이 안가는 설정들은(왜 차례로 죽어?등등) 이해할 수 없었지만...-_-;;;
사실 이런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각양각색의 능력들은 미드 [히어로]나 심지어
중국의 무협지들에도 나오는 것과 그닥 다르지 않다. 그게 외계인이라는 것 뿐이지.
게다가 기껏 수호자라고 붙여준 로리앤 무사들의 능력은... 어이구... 정말... 그냥 멘토였나보다.
그래도 생각보다 액션 장면은 즐거웠기 때문에 영화를 본 시간이 아깝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
주인공 남녀의 매력은 아주... 괜찮다.
남자인 Alex Pettyfer는 또다른 하이틴 환타지물 [Beatly]에도 등장하는 등 주가 완전 상승인 듯 하고,
여자 주인공이자 애인으로 등장한 Dianna Agron은 유명한 미드 'Glee'에도 등장했더라.(안봐서 모름)
넘버 6로 인상적인 등장을 한 Teresa Palmer는 호주 출신의 배우.



 

 

 

 

 

[13 Assassins/13인의 자객]
directed by Takashi Miike
2010 / Japan

Yakusho Koji, Yamada Takayuki, Masachika Ichimura, Tsuyoshi Ihara, Goro Inagaki

감독이 '타카시 미이케(みいけたかし)'다.
모르는 분들도 없을 만큼 유명한 감독이고, 또 다작을 하는 감독이기도 하고,
동시에 신체훼손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오디션]을 기억하는 영화광들 많으시리라.
근래 그의 작품 중 재밌게 봤다면 개인적으로는 [자토이치]를 꼽겠다.
아무튼... 장르불문, 소재불문에 표현의 성역따윈 개나 줘버리는 타카시 미이케의 필모를 기억한다면
이 영화는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평범한 축에 속한다.
노리츠구의 잔혹한 심성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만 살짝 타카시의 흔적이 있을 뿐 이런 영화는 서부 웨스턴에서도,
근대의 아시아에서도, 2차 대전을 그린 영화에서도 종종 등장하곤 하는 폭군에 대한 암살 기도의 전형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타카시 미이케 감독답게 암살을 위해 지어진 마을 속에서 갇힌 동선을 따라 내달리는
처절한 살육전은 대단히 혼란스럽지 않고, 공간과 공간의 동시간성이 이질적이지 않도록 잘 조율되었음을
누가봐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13인의 자객들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를 다 살려내는 것은 진작에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결전에서
하나둘 쓰려져가는 모습을 보면 이 터무니없는 결전에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Biutiful/뷰티풀]
directed by Alejandro González Iñárritu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2010 / Spain / Mexico

Javier Bardem, Maricel Álvarez, Eduard Fernández, Cheng Tai Shen

그의 영화 속에는 항상 각기 다른 인물들의 병렬적인 삶을 좇는다.
엄연히 다른 준거집단에 속하는 이들의 삶이 정교하게 얽히고 전혀 관계없는 듯 보이는 개인의 비극이
다른 이의 일상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보여주며 개인의 비극은 반드시 사회적 부조리에서 비롯됨을 이야기한다.
아마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세계화라는 핑계로 자행된 거대한 부조리가 어떤 방식으로
한 나라 한 나라의 구성원들을 기존의 사회적 안정으로부터 분리시키고 해체하는 지에 대해 분명한 이해가 있다고 확신한다.
[Sea Inside/씨 인사이드]에서 나를 쥐고 흔든 하비에르 바르뎀(Javier Bardem)의 명연이 빛나는 [Biutiful/비우티풀]은
스페인의 슬럼을 중심으로 사회의 최하부에 위치한 이들이 빈곤과 피폐함 속에서 생명을 붙잡고 살아가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제 더이상 빈곤이 개인의 사회적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빈곤이 허울좋은 세계화를 통해 어떻게
수평적으로 이동하는지를 분명히 인지하고 본다면 이 영화가 던져주는 이야기는 보다더 절실하고 고통스럽게 느껴질 것 같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개인의 빈곤은 전적으로 개인의 능력탓이라고 몰아가고 낙오되는 이들에 대해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작금의 추세라고 보면 이렇듯 꾸준히 세계화의 폐해에 대해 솔직한 눈으로
사회의 하부를 바라보고 드러내는 영화들은 사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이렇듯 했던 이야기들을 무수히 반복하고.
하비에르 바르뎀이 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최소한의 인간적 양심, 그리고 자신의 양심과 생존 사이에
매일매일 자기 모순에 빠지는 모습, 그리고 지켜야할 자신의 아이들을 위한 모습은
대부분의 우리들이 지금의 세상에서 요구받고 있는 무수한 에피소드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더더욱 절절하게 와닿았다.
마지막, 남겨진 이들의 삶에 대해 더 큰 연민을 갖게 되는 드문 영화 중 하나.
그리고 감독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절절히 느끼게 되는 영화 중 한 편.


*
영화제목 'Biutiful'은 예상하시듯 Beautiful을 잘못 적는 영화 중 한 모습에서 비롯된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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