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Back/웨이백]
directed by Peter Weir (피터 위어)
2010 / Austrailia

Ed Harris, Jim Sturgess, Colin Farrell, Saoirse Ronan

피터 위어 감독님.
수많은 걸작들이 있지만 특히 내겐 [the Cars that Ate Paris/파리를 삼킨 자동차들]과
[Picnic at Hanging Rock/행잉록에서의 피크닉]으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준 감독님.
과작하는 감독님이신지라 전작 [Master and Commander/마스터 앤 커맨드] 이후로 무려 7년만의 신작이다.
물론 이 영화는 Slawomir Rawicz(슬라보미르 라비츠)의 베스트셀러인 'the Long Walk'를 각색한 대작인데다가
촬영팀을 무려 National Geographic팀과 함께 구성하여 지난한 대자연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라
제작 기간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지만 정말 과작은 과작이신 듯.
배경이 된 자전적 소설의 진위 논란은 제법 시끌시끌했다.
2차 대전 이전에 러시아에서 스탈린의 공포 정치에 의해 정치범으로 몰린 주인공이 사이베리아의 수용소를
몇몇 일행들과 함께 탈출하면서 무려 6,500km 이상을 걸어서 인도까지 가게 되는 여정을 담은 슬라보미르 라비츠의 책은
50만부 이상 팔리는 히트를 기록했고, 많은 여행가들에 의해 그 여정을 검증받기도 했지만 또다른 인물이 이 이야기의 내용은
사실에 근거했으나 라비츠의 경험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서는 등... 아무튼 그 진위논란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듯 하다.
피터위어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영화 제목을 'the Long Walk'가 아니라 'the Way Back'으로 변경했고,
여기에 소설 속에 등장하지 않는 논픽션등을 부가하여 이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란다.
이 영화를 전적으로 실화로 믿는 분들이 의외로 많이 계시던데 참조하셨으면 하는 바램.
난 국내에도 번안되어 출시된 이 책을 읽어보지 못해서 어디까지가 소설과 같고, 어디까지가 다른지 잘 모르지만
책과 영화의 차이 중 가장 궁금한 건 영화 속의 시얼샤 로난(Saoirse Ronan)의 존재 유무인데 아직 찾아보질 않았다.
시얼샤 로난의 역할은 그야말로 이 영화 속의 오아시스같은 역할인데 이게 또 그닥 현실적인 소재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으니까.
물론 영화 속에서의 그녀는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쟁쟁한 선배들(에드 해리스, 콜린 파렐, 짐 스터지스)에
조금도 밀리지 않는 아우라를 뽐내지만 말이다.

이런 곁가지 이야기를 차치하고 영화 얘기만 하자면,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당연히 자유와 생명에 관한 인간의 지난한 의지를 확인할 수도 있고.
내셔널 지오그라피팀이 보여주는 서사적인 대자연의 광활함 역시 압도적이었는데 그건 데이빗 린의 가슴을 치며
격하게 밀려오는 서사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기록 다큐의 느낌이 조금씩 묻어나긴 하더라. 알고 봐서 그런가...

영화 속에선 스탈린의 피의 정치를 피해서 자유를 찾아 인도까지 죽음의 행보를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금 벌어진다면 우린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까?
세계화란 허울좋은 이름 아래 국경의 빗장을 열어버리되 계급과 계층의 수평적 이동은 지향하되
수직적 이동이 철저히 차단되어가는 세상에서 가장 먹이사슬의 중하부에 위치한 우리들은 어디로 가야할지 궁금하다.

*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다 훌륭하지만 그 와중에도 시얼샤 로난의 존재는 빛이 난다. 물론 비현실적인 인물같지만.
Atonement(어톤먼트)에서의 발견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Hanna(한나)와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확신하게 된다.

 

 

 

 

 

 

 

[13/13]
directed by Géla Babluani
2010 / US
Sam Riley, Jason Statham, Ray Winstone, Michael Shannon, Mickey Rourke


이게 리메이크인 줄 알았는데 같은 감독 영화였다.
제목이 [13]이지만 분명 2005년작 [13 Tzameti]와 동일한 영화인 듯 싶었는데 영화가 시작되고 그 진중한 호흡과
스산한 느낌이 리메이크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원작과 너무 비슷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같은 감독의 헐리웃 버전이었다.
원작과 다른 점이라고는 흑백과 컬러라는 차이 정도? 원작은 의도적인 흑백 버전인데 도무지 그 당시 신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원숙한 경지를 보여준다. 강렬한 대비를 통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 긴장감과 이미지의 여운이 보통이 아니니까.
오히려 원작과 비교하여 공간감이 조금 더 확장된 느낌이 있고 이로인해 원작의 느린 호흡의 느낌과 비슷한 템포지만
뭔가 타이트하게 다가오는 원작의 긴장감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긴 하다. 하지만 대상을 정적으로 잡아내어
잡아내는 질긴 호흡의 프레임이 주는 긴장감은 여전하게 느껴진다.
덕분에 러시안 룰렛이 진행되는 그 순간의 긴장감은 보통이 아니다. 반복되는 게임, 적어지는 참가자.
가운데 전구가 켜지면 방아쇠를 당겨야하는 극도로 잔혹한 게임은 보는 이마저 피로에 휩싸이게 만든다.

이런 영화들을 이야기하면서 자꾸 정치적, 경제적 지형도를 상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감독 자체도
사회상을 반영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고, 영화 속의 주인공이 처한 상황 역시 세계화가 가열되면서 벌어지는
전지구적인 계급의 수평이동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겠다.
궁핍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뛰어든 게임에서 결국 러시안 룰렛의 잔혹한 게임을 벌여야만 하는 주인공의 집안은
그루지아에서 프랑스로 이민 온 이민자 가족이니.
세계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한 국가의 빈민은 이런 식으로 세계를 부유하면서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를 메우게 된다.
나이지리아나 아프리카의 빈민들이 배를 채우기 위해 세계의 이곳저곳으로 흩어지지만
그곳에서도 그들의 위치는 사회의 가장 최하부일 뿐이듯 말이다.

*
나만의 생각이겠지만... [13]에서 제이슨 스태텀은 그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영화 감상의 맥을 끊는 느낌이 있더라.-_-;;; 제 잘못이겠죠?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헬로우 고스트]
directed by 김영탁
2010 /Korea
차태현, 강예원, 이문수, 고창석

이 영화는 민성이가 보고 싶다고 해서 제법 만만찮은 돈을 지불하고 다운로드 받아 봤다.
민성군에게 얼마전 [과속스캔들]을 보여줬는데 무척 재미있게 봤는지 차태현 주연의 영화들을 좀 찾아 봤나 보더라.
우리도 이 영화를 보지 않았던 터라 같이 보게 되었다.
중박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들었고, 생각보다 많이 슬프다란 얘기도 들었지만
아주 전형적인 [귀신이 산다]스타일일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그닥 큰 기대는 하지도 않았고 실제로 영화가 흘러가는 동안
생각보다 차분한 시선은 아주 좋았지만 뭔가 리드미컬하지 못한 느낌이어서 잔재미를 느끼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그 문제의 장면에서 aipharos님, 나, 민성이 모두 뒷통수를 맞게 된다.
사실 전혀 예상못했으니까.-_-;;;
aipharos님도 울고, 민성군은 정말... 엉엉 울더라.
이게 반전의 한 방이라기보단 조금은 느릿느릿했지만 단단하게 쌓아올린 드라마가 터진 한 방이라고 생각했다.
뻘쭘하고 생뚱맞게 터지는 한 방은 이런 진심을 담아내지 못하니까.

*
이 영화 속 차태현씨의 연기는 정말 좋다.
다만... 강예원씨의 연기는 너무너무 아쉽더라...-_-;;;


**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하는 카메라는 다들 아시듯 라이카 M3.

 

 

 

 

 

 

 

[Thor/토르]
directed by Kenneth Branagh (캐네스 브래너)
2011 / US

Chris Hemsworth, Natalie Portman, Tom Hiddleston, Anthony Hopkins, Idris Elba

이 영화의 감독을 모르고 본다면 이 영화는 캐네스 브래너의 영화라기보단
존 파브로(John Favreau) 영화인 줄 아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_-;;;
[아이언맨 2]의 마지막 장면과 이 영화가 연관이 있는데다가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 나오는 장면도
다른 영화와의 연계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뿐만 아니라 [Thor/토르]에서 '쉴드'의 정보요원이 스타크를 운운하는 장면도 있으니
이 영화를 존 파브로 감독 연출로 오해할 만도 하다는.
영화 속에서 그 어디에도 '캐네스 브래너'의 흔적은 느낄 수가 없는데 이렇게따지면
또 이제와서 '캐네스 브래너'다운 건 뭘까 싶기도 하지만...

그림으로 보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의 천둥의 신 '토르', 그리고 그가 속한 신화 속의 세상을 과학과 합리성이 내세운
천체물리학자의 어정쩡한 영화적 타협.
뭐 이 정도는 그냥 마블코믹스스러운 애교 정도로 봐주면 되겠다.-_-;;;
현실의 세상에서 과학자의 눈 앞에 하늘로부터 웜홀이 토네이도처럼 내려오고
거기서 신화 속의 인물이 현실화된다면 이걸갖고 이모저모 따져본다는게 더 우습지 않나.
그렇더라도 그리스/로마 신화의 그 '신'들이 기독교의 신보다 훨~씬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나뿐일까?

아무튼... 다른건 차치하고 의외의 재미가 있긴 하다.
특히 토르가 요툰하임에 동료들과 쳐들어가서 벌이는 깡패짓은 마블 코믹스의 장면들을 100% 이상 구현한
놀라운 망치 놀음을 선보인다.
하지만 이 장면이 워낙 인상적이라 이 후의 액션씬은 기묘할 정도로 묘하게 김이 빠진다.
그렇더라도 전혀 지루함은 없다는.
3D로 봤는데 음... 아무래도 [Avatar/아바타]의 3D 이후로 3D를 봐도 무덤덤한 현상이 계속 되고 있다.
이른바 Full 3D가 아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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