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na/한나]
directed by Joe Wright (조 라이트)
2011 UK

Saoirse Ronan, Eric Bana, Cate Blanchett, John Macmillan, Tim Beckmann


(일부 영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보실 분은 패스해주세요)
먼저 진지하게 얘기해보면, 이 영화의 이야기는 대단히 혼란스럽다.
그것이 복잡한 플롯을 갖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너무나 말이 안될 정도로 개연성이 없는 이야기라서 그렇다는 얘기.
영화를 끝까지 볼 때까지 영화 속에서 보여진 캐릭터들의 행동에 대한 궁금증은 전혀 풀리지 않는다.
마리사(케이트 블랜쳇)는 도대체 왜 주인공 한나(시얼샤 로넌)의 엄마를 죽인 것이고,
에릭(에릭 바나)은 왜 자신의 모든 걸 포기하고 세상과 단절된채 한나를 16세가 될 때까지 키운 걸까?
게다가 '나 여기있소!'라는 듯 결심하며 켜게 되는 그 스위치는 도대체 말이 되는 장치인가?
뭣보다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은 마리사가 에릭을 제거해야한답시고 회의실에서 두 관계자에게 말하는 그 '이유'라는 것이었다.
아무런 설득력도 없는 그런 이유. 이걸 보면서 난 심하게 헷갈렸다. '어...? 이거 뭐야 죄다 말이 안되잖아.'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조 라이트 정도되는 재능있는 감독이, 편집된 필름을 한두번 본 것도 아닐테고
이렇게 내러티브가 엇나가있음을 모를 리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거다. 아무리 자신이 작업한 필름은
이미 너무나 수없이 이야기를 꿰고 있어서 백지상태에서 받아 들여야하는 관객의 입장이 결코 될 수 없다곤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건 정말... 너무나 말이 안되는 이야기들 천지다.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결론을 냈다. 조 라이트 감독은 어차피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통해서
'어차피 이건 철저히 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야!'라고 외치는 거라고. 철저히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를 진작하는 거라고.ㅎㅎㅎ
우스운 일이다. 만약 이 영화의 감독이 한국의 모감독이었다면 난 아마도 침을 튀며 욕을 했을 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러한 전혀 불충분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보고난 후의 여운이 생각보다 아주 오래 간다.
텅텅 빈 영화관에서 어머님, 아들, aipharos님까지 네 명의 식구가 전세내듯 편안히 볼 수 있어 좋긴 했지만
아무 말 없이 다가와 난데없이 뺨을 때리곤 설명도 없이 돌아서서 가는 사람처럼 황급히 끝을 맺는
이 영화를 보고나서 텅빈 극장에서 받은 정신적 쇼크는 없었다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입에 침이 튈 정도로 '재밌다'라고 말할 순 없었어도 분명 지루하진 않았고, 뭣보다 영화가 끝난 이후에
오히려 영화의 장면장면이 강렬하게 머릿 속에 남아 잔상으로 남는 이 묘한 기분은 상당히 강렬한 편이다.
한나가 의도적으로 잡혀 들어가게 된 CIA의 비밀 기지 속의 모습은 표현주의 감독들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처음부터 끝까지 캐미컬 브라더스의 비트에 맞춰 조금도 밀리지 않고 프레임을 잡아내는 촬영과 조명은
보여지는 측면에 있어서의 완성도를 거의 완벽하게 끌어 올렸다는 생각이 든다.
캐미컬 브라더스의 OST는 간혹 조금 지나친 느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대단히 중독성있고 완벽한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고.
뮤직 비디오를 연상케하는 비주얼과 여운과 방점을 적재적소에 찍고 넘어가는 장면들, 그리고 터무니없이 희생되어가는
등장인물들의 덧없음에 한숨을 쉬게 되지도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묘한 아우라를 뿜는 영화로 만들어버렸다.
전술했듯이 이토록 애매모호한 이야기가 후속편 때문에 남겨둔 이야기들이라면 납득하겠지만
현재처럼 한나의 후속편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는 듯. 커밍순닷넷을 뒤져봐야겠다.-_-;;;

*
주인공 Saoirse Ronan(시얼샤 로넌)은 건드리면 깨질 것 같은 유약함 속에 감춰진 비범함으로 쑥쑥 자라나고 있나보다.
그녀의 아빠 역시 배우다. 아마 얼굴보시면 다 아실만한 폴 로넌.
다만, 아직 자라는 배우이니 제발 작품 적당히 하고 푹 좀 자서 성장호르몬 덕을 볼 수 있게 해주길.
아역배우치고 키가 큰 배우가 거의 없으니 은근 안타깝다. 대니얼 레드클리프도 그렇고, 다코타 패닝도 그렇고,
우리나라 아역배우 출신들도 어릴 때 자주 얼굴보인 배우들은 대부분 그닥 크지 않고.-_-;;;
별 걸 다 걱정인가? 나부터 작으면서.ㅎㅎㅎ


 

 

 

 

 

[Animal Kingdom/애니멀 킹덤]
directed by David Michôd (데이빗 미코드)
2010 / Austrailia

James Frecheville, Ben Mendelsohn, Jacki Weaver, Luke Ford, Sullivan Stapleton, Guy Pearce

사실상 첫 장편 데뷔작임에도 이러한 무거운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끝까지 흐트러짐없이 가져간다는 건 분명한 재능이다.
호주 멜버른을 배경으로 마약중독으로 엄마가 사망하자 갈 곳이 없어져버린 18세 주인공이 그동안 어떤 이유에서인지
엄마가 교류를 막았던 외할머니와 외삼촌 집으로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선택을 해야하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악명높은 범죄자들인 외삼촌들의 모습이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이웃의 모습들과 그닥 다르지도 않지만
인간의 잔혹함이란 이토록 외부적으로 명확하게 구분이 가능하도록 경계가 있지 않다는 점을 이 영화는 분명히 한다.
폭력과 범죄 속에 노출된 사람은 궁극적인 문제의 해결방안을 폭력으로 밖에 해결할 수 없다는 씁쓸한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영화.
전개가 빠르지 않지만 충분한 호흡으로 길게 뽑는 테이크들은 사뭇 인상적이다.
게다가 종과 횡을 주로 사용하는 촬영 역시 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여지를 담아낸다.
Patrick Hughes(패트릭 휴즈) 감독과 함께 주목할 만한 호주의 신인 감독이 아닐까 싶다.

*
데이빗 미코드 감독은 영화 후반부의 리포터로 잠시 얼굴을 비춘다.

 

 

 

 

 

 

[the Mechanic/메카닉]
directed by Simon West (사이먼 웨스트)
2011 / US

Jason Statham, Ben Foster, Tony Goldwyn, Donald Sutherland
 
사이먼 웨스트 감독처럼 딱 중박 정도 치는 영화를 내는 감독다운 영화.
생각보다 난장 막장으로 치달아대지 않았고, 멘토가 멘티를 거두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그닥 나쁘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정말 대책없이 보여주기 위해서 짜낸 그 무리한 설정은 정말... 난감하더라.
딱 킬링 타임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미니 앤딘(Mini Anden)은 당췌 왜 이 영화에 얼굴을 비췄는지 모르겠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런웨이에 섰던 그 훌륭한 몸매를 주인공의 욕정 해소를 위해 바치는 정말 찰라의 베드씬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나?
이렇게 난감할 정도로 여배우를 소모하는 방식이란 역시 익숙해지지 않아.

 

 

 

 

 

[the Warrior's Way/워리어스 웨이]
directed by Sngmoo Lee (이승무)
2010 / US

장동건, Kate Bosworth, Geoffrey Rush

케이트 보스워스같은 아름다운 배우가 사실 이런 영화에서 이토록 어정쩡하게 보여지는 모습은 그닥 유쾌하진 않다.
사실 이 영화의 액션은 간혹 인상적인 장면들이 제법 있다.
우리가 하도 많이 봐왔던 무림만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이 줄줄이 등장하지만...
후반부는 마치 [놈놈놈]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말이지.
이야기는 제발 좀 어떻게 다듬을 마음이 없었을까?
장동건은 마냥 분위기만 잡는데 말이 안되면 언제나 이런 뭔가 비밀을 간직한 포커 페이스만을 아시안 배우들은 맡아야 하나보다.
결정적으로, 장동건은 오히려 댄디하게 꾸밀 때가 더 멋진데 여기선... 정말 멋지게 나오지도 않는다는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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