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after/히어애프터]
directed by Clint Eastwood(클린트 이스트우드)
2010 / US

Matt Damon, Cécile De France


초등학교 때 유명 과학잡지인 '사이언스'에서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이 보았던 공통된 현상에 대해 기사를 낸 적이 있다.
이런 기사가 '사이언스'에 났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가 안가기도 했었는데 당시 대학생이었던
대단히 친분있는 형을 통해 영어로 된 기사를 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무척 흥미로운 기사여서 내용이 많이 기억이 나는데 다들 하나같이 밝은 빛, 자신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는 것등
죽음을 경험했다가 다시 살아난 이들, 의학적으로는 사망을 경험한 이들이 털어놓은 죽음에 이른 시간의 경험들은
대체적으로 매우 공통된 점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2010년 발표한 [히어애프터]는 생각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 것 같다.
아마도 80이 넘은 감독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인양 보여졌을 법한 영화여서 그런 면이 있기도 한 것 같은데
주변의 이러저러한 시원찮은 부유하는 평가들로 인해 나 역시 크게 기대하지 않고 봤던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가장 개인적인 영화는 걸작 [Gran Torino/그란 토리노]가 아니었나 싶다.
고지식하고 타인에 대한 편견을 숨길 수 없는 보수적인 할아버지가 타인을 서서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이 믿는 정의를 관철하는 방식을 보여준 [그란 토리노]야말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개인적으로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가장 주관적인 방식의 메시지가 아니었나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막상 [히어애프터]를 보고나니 보기 전에는 '연세가 너무 드셔서
이제 사후 세계에 관심이 있으신가'하는 생각으로 접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결국 이 영화는 사후세계란 소재를 핑계로
털어낸 진중한 '사랑'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큼 생각보다 무척 인상적이었던 영화이고.

무엇보다 망자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맷 데이먼이 자신의 재능을 저주하고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면서
만나게 된 사랑스러운 여인과의 에피소드는 단순히 캐릭터를 표현한다고 말하기엔 대상에 대한 깊고 깊은 연민이
아주 잘 묻어난다. 이런 시선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A Perfect World]를 기점으로 보여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잘 드러난 단적인 예가 아닐까 싶고. (존 휴스턴 감독의 이야기를 한 [White Hunter Black Heart/추악한 사냥꾼]는
보기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화이니 [퍼펙트 월드]를 기점으로 얘기했다)
사실 이러한 부분 외에는 미국, 프랑스, 영국의 전혀 관계없는 캐릭터들이 연결되는 후반부도
흔히 우리가 기대하던 영화들처럼 극적으로 표현되지 않았고 검증이 애매한 사후세계를 다루기 때문에
공감이 가기도 애매한 부분이 분명 존재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세명의 캐릭터가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자연스럽게
물흐르듯 연결될 수 있었고, 사후세계에 대한 메시지도 표현 수위를 잘 조절하여 쓸데없이 논란을 부추기거나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현명함을 보여줬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이 영화의 각본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아니라 원작을 피터 모건이 각색한 것 아닌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피터 모건(Peter Morgan)이 말이다.


 

 

 

 

[Tron : Legacy/트론 레가시]
directed by Joseph Kosinski (조셉 코진스키)
2010 / US
Garrett Hedlund, Jeff Bridges, Olivia Wilde

아마도 18년 정도 전.
이 영화의 원작인 [Tron/트론]을 LD로 외국에 주문해서 받아보고는 적잖이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1편이자 원작이 공개된 것이 82년이었고, 내가 이 영화를 본 것은 1993~95년 사이였으니
그 당시면 이미 CG의 혁명과도 같았던 스필버그의 [쥐라기 공원]이나 픽사(Pixar)의 [토이 스토리]같은 영화들로
CG에 대한 기대치가 다소 높아진 시기였고, 그 이전에 나온 전설과도 같은 [스타워즈/Star Wars]도 당시로선
정말 혁신적인 CG를 보여줬으니 [트론]을 보고 그 엉성한 그래픽에 실망을 하는 건 사실 당연할 수도 있었다.
어차피 [트론]이 위에 언급한 영화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B급 영화에 가까우니 단순한 퀄리티의 비교는 무리지만
기껏 패미콤등의 게임 시대에 게임 세상 안으로 캐릭터가 들어가고 그곳에서 새로운 디지털 세상을 만든다는,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SF 영화/애니메이션을 통해 회자되던 소재를 이토록 직접적으로
과감히 그려냈다는 사실은 어찌보면 당시로서는 기념비적인 일이기도 하다.
전편이자 사실상 원작의 재미는 실망스러웠더라도 그리드를 직각으로 달리는 바이크의 묘미는 제법 인상적이었는데,
워낙 많은 혹평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만들어진 [트론 레가시 새로운 시작]은 생각보다는 훨씬 볼 만했다.
그 옛날 오리지널 버전을 보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고려했고, 제작비와 기술의 한계로 어쩔 수 없었다지만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던 전작의 요소들을 떨어내버린 면은 가끔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충분히 괜찮은 속도감과
질주의 쾌감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전해주고 있다.
물론... 그리드를 망가뜨리는 박사의 분신과의 대결과 현실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그들의 야망등은 생뚱맞기까지 할 정도로
엉뚱하게 다가오고(반지의 제왕을 연상케하기도 한다!!!), 덕분에 초중반 잘 쌓아 놓은 내러티브가 붕괴되는 걸 피할 길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게까지 욕먹을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다.
제프 브리지스가 전작과 마찬가지로 플린 박사 역을 맡은 것은 원작을 보신 분들이라면 즐거운 회상이 되었을 법하고.

*
OST를 맡은 다프트 펑크가 실제로 영화 속에 등장한다. 그 클럽씬에서 디제잉하던 둘.

**
쿠오라 역을 맡은 올리비아 와일드(Olivia Wilde)는 아주... 인상적.
그리고 게임에 출전하는 이들을 안내하는 젬 역을 맡은 배우는 뷰 가렛(Beau Garrett).
주로 TV 시리즈에 출연해왔는데 [트론 레가시]에선 그닥 많은 시간 나오지도 않지만 존재감만큼은 대단하다.

 

 

 


 

 

[Megamind/메가마인드]
directed by Tom McGrath
2010 / US

Will Ferrell, Jonah Hill, Brad Pitt

이런 영화는 그저 보고 즐기면 오케이.
다만, 왜 주인공은 이리도 '착한 악당'으로 개과천선해야하는걸까.
물론 타인의 행복을 무참하게 짖밟는 방식의 자아 발현따위는 어디 개나 줘버리는게 맞을 성 싶지만.
어찌보면 다양성을 배척하는 왕따 문화의 희생자이기도 한 주인공이 아주 단순한 이유로 자성을 통한 개과천선이라니...
하긴 애니메이션 세상에서라도 이런 판타지는 현실이 되어야지.
이런 일이 정말 현실에선 죽어도 벌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조금 전, 엄모씨가 불법 홍보로 적발된 홍보원들이 일당 5만원을 받은 사실에 대해 '난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현실의 악당들은 모름지기 이 정도는 되어야 어디 명함을 내밀지.
메가마인드 따위는 현실에선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악당이다. 오히려 순진하고 순수한 편이지.

 

 

 

 

 

 

[the King's Speech/킹스 스피치]
directed by Tom Hooper
2010 / UK

Colin Firth, Geoffrey Rush, Helena Bonham Carter

엄밀히 따지고보면 조지 6세가 역사적으로 기억될 만한 존재는 누가 봐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거다.
언제나 그의 어머니와 그의 딸이자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한 역사적 조명만 있어왔지
조지 6세에 대해 영국 사람들 아니고선 누가 얘기라도 꺼내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톰 후퍼의 이런 사적인 이야기가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굵직한 상까지
몇개씩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이야기가 많은 이들이 소설 속에나 존재한다고 믿어 왔을 계급을 초월한
인간적인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는 것과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순간에 조지6세 개인의 컴플렉스를 극복하는
사적인 성장과정까지 겹쳐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톰 후퍼는 이러한 요소들을 기가막히게 영리한 리듬감으로 잘 다듬었다.
결과적으로 사적인 이야기와 서사가 잘 맞물리면서 많은 이들이 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고.
특히 마지막 그의 라디오 연설 장면에서 고조되어가는 몰입감은 보통이 아니다.

 

 

 

 

 

 

 

[Tangled/라푼젤]
directed by Nathan Greno, Byron Howard
2010 / UK
Mandy Moore, Zachary Levi, Donna Murphy


라푼젤...이라는 제목을 갖다 붙인 이유야 충분히 이해가 가긴 한다.
이걸 본지 꽤 되었고 정말 재밌게 봤는데 어째서 지금 쓸 이야기가 그닥 기억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헐리우드의 애니메이션은 그동안 자기들이 스스로 쌓아왔던 디즈니 월드 속의 '동화 속 이야기,
동화 속 판타지'를 다 까발리고 부수는게 트랜드이긴 한가보다.
세상이 그만큼 녹록치 않아졌다는 얘기인가, 아님 더이상 현실 속의 판타지가 발을 붙이기 힘들다는 건가... 모르겠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