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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aipharos님과 내가 결혼한 결혼 기념일.
오늘은 만 12년째 결혼기념일.
바로 1년 전, 결혼기념일 외출한다고 이태원 봉에보에 런치 예약하고 기다리다가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했다.
자주 얘기했지만 고인이 행한 정책들에 난 동의할 수 없었던 사람 중 하나다.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컸었다.
스스로를 좌파 신자유주의자라고 했을 때 난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신자유주의적 장벽 허물기를 하면서 산술적 복지를 늘인다고 그게 사회민주주의적 국가 모델이 된다고 생각하신 건 아니었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지금의 처절하게 붕괴되는 한국의 정치 모럴과 '상식'이란 개념이 기득권의 '몰상식'으로 대체되어 버린
도무지 말도 안되는 이 나라를 보고 있노라면 많은 분들이 고인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십분 이해가 간다.
상황이 이 모양이 되니 또다시 우린 비판적 지지라는 걸 하게 된다. 마음 속으로 이번만큼은 그따위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비판적 지지'따위는 갖다 버리자고 맘먹었건만, 비전을 보고 세를 불리고 키우는 정치 세력이야말로 풀뿌리다운
자생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지금처럼 박살나선 아무 것도 안되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결혼기념일인데 앞으로 한동안 우린 결혼기념일과 동시에 고인의 모습도 떠올릴 것 같다.

인간 노무현,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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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연휴 중 이틀은 비가 내리나보다. 거참... 하늘 한 번 정말 짖궃네.
오늘 추모제도 여기저기서 열리는데 왜 꼭 이런 날 비가 오는 지 모르겠다.
이걸 갖고 또 하늘의 도움이라는 미친 안경 낀 인간도 있겠지만.
어릴 적 본 수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그리던, 극히 일부분의 기득권은 호사를 누리고 나머지는 인간 이하의 삶과
투쟁으로 내몰리던 그 모습 그대로가 조금씩 한국에서도 현실화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소름이 돋는다.
억지 오버라고? 그럼 할 말이 없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몇 천만원씩 줘가며 스펙 관리하는 사람들과 그 부류에 낄려고 죽어라 애들을 학원
뺑뺑이 돌리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한국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장밋빛으로 그릴 수 있다면,
나만은, 내 아이만은 낙오의 대열에 끼지 않을거야라고 곱씹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놀라운 오버일거다.
영화 [아이언 맨 2]를 보시라.
그 활기찬 액션 활극 속에 국가가 스타크의 군수회사에 대한 강제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대중은 공권력으로부터
자유로와지는 아이언맨에 환호하고 그를 스타로 영전시킨다.
사실 그것이 권력의 분산을 통해 보다 더 강력하고 교활한 산업자본권력으로 구속됨을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영화 속에서 아이언맨의 국가적 환수를 요청하는 건 당연한 거다.
그런 무서운 위력을 지닌 무기를 개인이 사유한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법이 아닌가.
이 영화는 장차 세상을 장악할 대체적 권력이 기업들이라는 사실을 홍보하는 홍보 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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