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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시듯, 천안함 사건으로 모든 매스컴이 천안함 사건을 마치 무슨 리얼 버라이어티 생중계하듯 보도하는
틈을 타 의료보험 개악안이 한나라당으로부터 발의되었다.
앞으로 곧 있을 월드컵 기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런 졸렬하고 더러운 작당들이 입으로는 '국민'을 떠들고 '애국'을 떠드니 참 세상 우습게 됐다.
민영의보와 국민의보가 공존할 수 없음은 예전에 멕시코 IMSS의 붕괴를 통해 글을 적은 바 있는데
민영의보를 찬성하는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민영의보가 수많은 고용창출을 할 것이고, 의료의 질을 맞춤형으로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들이다.
난감하기 이를데 없는데, 그 수많은 고용창출이라는 것도 도대체 근거가 없을 뿐더러,
설령 고용창출이 된다고해도 대부분 비정규직 또는 하위 직원으로서의 서비스업 종사자가 될 뿐이다.
의료의 질 역시 상위 7% 정도의 인간들에게나 딱 맞는 맞춤 서비스가 실시될 것이지 대부분의 서민들에겐 그저
그림의 떡, 빛좋은 개살구일 뿐일텐데 도대체가 그 축에 끼지도 못하는 인간들이 날뛰며 찬성하는 모습은 참... 난감하기만 하다.
그들이 자신들도 조금만 더 하면 바로 그 축에 낄거라 생각하는 이들도 많은 듯 한데 근본적인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수적인 사회 시스템이 자신들의 삶을 보호할 거라고 생각하는 망상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엔 도덕적인 룰과 뿌리깊은 분단주의의 이념등 대단히 복잡한 요인들이 작용하는 것 같고.

민영의보에서 다른 건 다 필요없고, 국민의 건강을 영리회사가 맡을 경우 그들의 주된 존재 이유만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하게 답이 나온다. 그들의 주된 이유란 주주이익의 극대화가 아니던가?
인간의 건강을 담보로 장사를 하면서 지급율 90%에 이르는 손해를 감수할 회사가 정말 있다고 생각하나?
미국도 갖다 버리려는 민영의보 시스템을, 미국 따라하기 좋아라하는 작당들이 '개악이 아니다. 오해다'라며 개소리하면서
(모든 걸 다 이런 식으로 해왔다. 4대강도, 언론장악도, 세종시도) 수작부리는 걸 믿는 분들이 정말... 이해가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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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16년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막내 동생이 있다.
대학 3학년 다니다가 군대에 갔다가 3월 1일 전역했는데 2학기 복학하기 전까지 아르바이트한다고 이틀 뒤인
3월 3일 바로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로 들어가더니 얼마전 본사 매니저로부터 추천서를 받았다.
물론 동생이 그 회사에 들어갈 일은 희박하지만, 아르바이트 시작하면서 본사로 칭찬의 보고가 올라가고,
보고를 받은 본점에서 나와 일하는 것까지 지켜보더니 추천서를 받은 거라 나도 기분이 좋다.
매일 습도에 따라 원두를 갈고, 맛에 대한 리포트도 매일 써야한다니 예전 내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할 때와는 달라도 좀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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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의 경제적 수탈 과정과 원리를 잘 보여주는 책으론 그 유명한 닐 퍼거슨의 '제국'이 있다.
판형도 작지 않은데다 그 두께도 상당해서 들고 다니면서 보기엔 팔에 무리가 올 책이지만 비교적 술술 읽히는
편이고 경제적 관점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어 많은 참조가 되는 책이긴 하다.
다만, 이 책을 읽다보면 느껴지는 것이지만 영국의 제국주의적 행태를 시대적 필연과 귀결시켜 합리화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신자유주의자들이 늘상 내뱉는 말인 '대안이 없다'라는 합리화도 생각이 난다.
물론 한국의 정부와 정치인들은 표면상 신자유주의를 옹호할 뿐이지 그런 학문적 뿌리(시카고 학파) 따윈 그닥 중요하지도 않다.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서만 신자유주의의 논리를 끌어들이니까.
이런 답답한 현실을 무너뜨리기 위해 대중이 할 수 있는 선택은 현재로선 '투표' 밖엔 없다.
6월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온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을 잘 생각해보고 소신껏 투표를 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중요한 일이자 최소한의 참여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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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을 통해 지역 사회의 시장 만들기 운동에 참여했던 친구의 좌절감이 느껴진다.
야당이 없다는 작금의 비판이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 당내 경선에 뛰어든 친구의 말이다.
동시에 친구는 어디에도 브레인이 없다는 사실에 더 낙담하고 있다.
룰도 없고, 양심도 없는 이들이 제2 야당이라고 뒤뚱거리는 모습에 친구의 한숨이 점점 더 깊어만 간다.
친구가 내게 헤어지면서 한 말은 '희망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라는 말이었다.
언제나 그런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말을 해본 적이 없는 친구에게서 나온 말이니 더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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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은 별 것 아니고, 기본적으로 '말이 통하는',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
천안함 사건으로 본 한국은 이미 상식따윈 저 멀리 대서양 바다 깊은 곳에 던져버린 나라에 지나지 않는다.
의혹은 언제나 많고, 그 중 무엇 하나도 풀리지 않는다.
강압과 협박이 사건 당사자를 옭죄고, 죽은 이의 희생까지 선전의 도구로 활용한다.
NAFTA 이후 우리보다 번영하던 멕시코가 무장봉기까지 이르는 막장으로 추락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10년.
그와 동시에 세계적 거부들이 등장한 것도 그 즈음.
FTA가 실질 효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엉망이 되어가는 한국의 모습을 보면,
5년 안에 중산층은 완전히 몰락할 것 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모두들 '난 그 현상의 예외가 될거야'라고 생각들 하고 무심하게 지내는 듯 한데, 천만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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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이 반 담임 선생님께서 이번 정부의 주된 교육 이슈는 '경쟁'이라고 하신다.
혹자는 경쟁을 통해 더 나은 인재를 발견해서 그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시스템 속으로 빨리 편입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한다.
정말 그럴까? 아이들에게 경쟁을 통해 옥석을 골라낸 강남과 일부 부유지역의 아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의 아이들은 어떻게
그 인재 풀 시스템 속으로 편입이 될까? 사교육으로? 집에서 '우리 애가 공부를 잘하니 허리가 휘어지더라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효율적인 인탁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도대체 무슨 수로?
내가 생각하기엔 그건 다 개뿔같은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우리 어린이들이 경쟁의 과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 '경쟁'의 과정에서 낙오하는
것까지도 순순히 수긍할 수 있는 사고를 갖도록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난 지울 수가 없다.
수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이전에도 이미 얘기한 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란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매회
낙오되는 이에게 감정이입되는 과정을 아주 자연스럽게 투영시킨다.
아... 저 참가자는 꼴보기 싫었는데 잘 되었다라든지,
저 참가자는 과소 평가된 것 같은데 아쉽다라든지.
어떤 경우라도 시청자가 서바이벌 프로그램 참가자의 탈락과 합격의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으니 시청자가
아쉬움이 있더라도 심사위원의 판정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고, 마지막에 이르면 우승자가 모든 혜택을 다 누린다.
이런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어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보장하기도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늘면 늘수록 복불복식의 사회 시스템을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들 또한 늘어날 거다.

경쟁?
기득권에서 노리는 건 서민들 또는 그의 자제들이 아웅다웅 죽어라 경쟁에서 피튀기게 경쟁한 뒤 일어서는 인생 역정의 드라마를
원하는게 아니라 '경쟁'의 과정에서 나오는 낙오와 승리자가 취할 전리품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하는 것,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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