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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없이 쏟아지는 이 많은 음반들을 다 살 수도 없고, 다 들을 수도 없다.
과거와 달리 난 그저 음악을 많이 들을 뿐, 옛날처럼 잡지에 기고를 하거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음악 관계자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 따윈 전혀 없다.
그때문에 가장 차이가 나는 건 열정이 아니라 취득하는 정보의 다양성 부족이다. 물론 그때와 달리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더욱 쉬워졌지만 이것도 또다른 사회적 관계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는 터라 혼자 히키코모리처럼 동떨어져서는 다양한 정보를 입맛에 맞게 취합한다는게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그 정보를 해석하고 기술하는 능력은 더더욱 한심해진다는 것.
그래서 난 이미 음반 리뷰따위는 그만둔 지 오래다.
오래전 읽었던 그 많은 미학책과 음악 관련 서적의 용어들은 이제 어디선가 스쳐가듯 떠오를 뿐이고,
음악이 들리면 그것에 대한 호불호와 짜릿한 감정만이 남아 보다 더 본능적으로 반응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스스로의 정리를 위해 음반의 배경을 찾다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너무나 많은 어린, 그리고 훌륭한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을 찾아 놀라운 음반들을 쏟아내고 있음을 경험하고 한없는 부러움에 휩싸인다.
좋은 음악, 그리고 대중이 좋아할만한 음악에 대한 법칙같은 건 얘기하고 싶지 않다.
과거 황병기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중은 비대중적인, 자신의 예상과 완전히 벗어난 구조에 호기심을 갖는다'는,
다분히 스트라빈스키의 빙의같은 말씀을 하신 사실에 난 전혀... 동의하지도 않았다.
그런 어려운 이야기들을 다 차치하고서라도, 지금은 대중매체들(국내의)이 알아서 대중적인 음악들의 성공비결을
정리해주지 않나. 후크송이라고.-_-;;;;

음악 역시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사회를 투영하고, 자신의 미학적 철학을 투영하는 것이라고 본다면(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음악은 없다고 본다), 언제나 말하듯 한국의 음악씬은 유례없을 정도로 기형적이고 ㅄ스럽다.
이렇게 뻔한 음악 시장이 20년이 넘도록 순환되고, 오히려 인디시장은 인디씬들 자체에서 '망했다'고 자조할
정도로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면, 사실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문제를 그대로 음악씬에서 빼다 박은 것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기획사에서 어린 나이에 픽업되어 최소 3년 이상의 연습생 시절을 거치는 거나, 12~13세에 학교에서 밴드를
만들고 음악을 하는 거나 뭐가 다르냐는 분도 있더라.
그 차이는 굳이 말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암기교육과 창의적 교육의 차이와 다를게 없지 않을까.
정해준 프로그램대로 춤추고, 노래부르고 100의 하나... 정말 100에 하나. 싹수가 조금 보이면 기적적으로
작곡 공부도 하고 말이지.(하지만 작곡 공부도 GD외엔 모조리 정상에 선 후 하지 않았나)
이와 대조적으로 자신이 음악을 듣고 음악이 좋아서 밴드를 만들고, 선배들을 카피하기도 하다가 자신의
음악을 찾아가는 해외 밴드들의 이 과정은 음악뿐 아니라 전체적인 교육 시스템을 응축시켜 놓은 본보기같아 늘... 씁쓸하다.
그러니까, 이건 단지 음악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
국립과천과학관은 뒤끝이 영... 씁쓸하다.
그건 그곳에 '환경에너지'에 대한 언급이 황당할 정도로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학관 자체의 '태도'의
문제인 것 같다.
모든 과학원리를 다 아이들에게 인지시킬 순 없는 노릇이라는건 잘 알고 있지만, 버튼 하나를 누르고 옆으로
가버리면 되는 그 시설들 앞에서 옆에 구구절절 써있는 원리들을 도대체 누가 읽으려고 할까.(실제로 읽는
아이들... 정말 거의 없다. 어쩌다 엄마가 잡아 놓고 읽어주면 듣는 둥 마는 둥... 당연한거 아닌가?)
과학관이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과학 현상에 대한 원리를 알게해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과학에 대한 유희적
호기심을 주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 정도는 알겠다.
하지만, 이것도 지나치면 그저 '놀이공원'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아무 의미없이 버튼 누르고 후다닥 지나가고
바로 옆에선 영 다른 과학원리에 기초한 다른 전시물이 있으니 또 그냥 버튼 눌러보고...
엄청난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것이 놀라울 정도로 피상적으로 다가오는 이 황당한 전시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참 난감했다.
물론 민성이 앞에서는 티내지 않았지만...


***
PD수첩에 대한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자 우리의 언론들, 모두 일제히 '판사까기'에 나섰다.
검찰총장이라는 것이 '전국의 검찰이여 하나되자'라는 개소리를, 어디서 유신독재에서나 들을 법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내뱉기까지 한다.
이제 언론들은 색깔론에서 비켜선 듯한 사안들, 그러니까 여직원 나체촬영 혐의 뭐 이런 것에 '집행유예'를
줬다는 것까지 헤드라인으로 올리면서 '판사들 자체가 상식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라고 몰아간다.
'집행유예'를 내린 판사와 'PD 수첩 제작진'에 대해 무죄를 선언한 판사의 구분따위는 없이 이제 그냥 무조건
판사들을 하나로 그루핑해서 몽둥이 찜질로 조져버린 후 정권의 검찰의 몸종이 되도록 압박하는 짓들.
가소롭다.
대법원장이 이젠 계란까지 맞고.
모 보수언론은 'PD수첩 제작진 무죄선고를 제발 정치적 이념으로 해석하지 말아라'는 개소리까지 한다.ㅎㅎㅎ
처음부터 국민들 먹거리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정치적인 이념 문제로 몰아간게 누군데 이제와 그런 개소리들이냐.
이런 것들에게 계속 속아 또 넘어가고 넘어간다면... 어쩔 수 없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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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재밌게 본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자학개그'가 난 이제 슬슬 질려간다.
점점 더 오지로, 점점 더 극한으로. 마치 대마초 피우다가 슬슬 본격적인 마약으로 강도를 높혀야 만족을 하는 경우와도 다를 바가 없다.
이젠 남극을 간단다. 묻고 싶다. 남극은 왜 가나? 시청자들에게 '1박2일'의 기본적인 모토인 '전국 방방곡곡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보여드리자'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이들에 남극에 가는 건 이들 프로에 기대어 말하자면 '버라이어티 정신'때문인건데 그 버라이어티 정신이란
것이 도전정신인지 아니면 가학과 피가학의 묵언의 로맨스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강심장?
이젠 보지도 않는다.
개인의 사생활을 팔러 나오는거야, 사실 그들의 삶도 그닥 다를 바 없으니 뭐라하고 싶은 맘 없다.
어차피 거기에 다들 주르르... 눌러 앉아서 '나 이런 과거있어'라고 하나씩 터뜨리는데, 솔직히 말해보자.
그들이 화려해보이는 연예인이라는 것만 싹 빼보면, 그 정도 일상에서의 안타까움과 서러움을 겪어보지 못한
우리 직장인과 우리 젊은이들이 어디 있나? 그래서 그들의 고백을 폄하하자는 게 아니라...
그들이 폭로하고 자폭하는 자신의 과거의 일들은 누구도 확인할 길이 없다.
폭로의 대상은 늘 찌질스러운 인간들이니 공중파에서 실명을 얘기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불변이고,
그럼 사실 맘만 먹으면 이니셜 갖다대고 얼마든지 불분명한 이야기들을 풀어놔도 상관없다는거다.
그렇게 의심가는 고백들이 어디 한 둘인가?
'강심장'이 고작 그따위 포맷밖에 가져가지 못하는 건 '무릎팍 도사'가 지닌 MC로서의 한계의 대척점에서,
그 엉뚱한 반대편에서 가진 또다른 한계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강심장'이 그토록 욕먹는 '미녀들의 수다'랑
다른 점이 도대체 뭔지 누가 내게 말을 좀 해줬음 좋겠다.
출연진이 외국인이고 한국인이라는거 말고.
그래도... 그놈의 TV.
'파스타'보는 낙에 본다...
MBC 다큐인 '아마존의 눈물'도 인상깊고.
아마존의 눈물을 보면... 영화 [아바타/AVATAR]에서 보여진 기업의 횡포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나.
배경은 미래지만 조금도 현실과 다름없는 상황.
그게 영화가 주지하는 미래라면 암울하기 짝이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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